<리버스데이 R 15화  : 안정화>


영국 점령을 오르카가 쉽게 이룬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만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사실 영국 점령 작전이 수립되었던 초기만 하더라도 지휘관 개체들은 반신반의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영국의 철충 전력이 엄청나게 강력했다는게 첫번째 이유였다. 영국 남부의 블랙리버 군수 공장 단지를 점령한 철충 세력이 이 공업단지를 감염시켜 영국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철충 공장으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것이 첫번째 이유.


두번째 이유는 연합전쟁 당시의 영국 정부가 누른 자폭 스위치의 잔재로, 북부지방의 방사능 오염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사용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냐고 사령관은 경악했지만 주호와 캐시는 굉장히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는데 그도 그랬을 것이 이미 테란 연합이라는 더 정신나간 작자들이 자국 행성인 코랄에 아포칼립스급 핵탄투 1천발을 투하해 행성 전역을 쑥밭으로 만들었던 사건을 본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공격은 연합 전역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고 머지않아 이 감정은 맹렬한 분노와 증오가 되어 연합 전역이 불에 올린 냄비마냥 팔팔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테란 연합 전 구역에서 반란이 발생했다. 코랄의 후예에 가담하는 자들이 늘어갔다. 저그는 그런 연합에 소위 말해서 막타를 날렸을 뿐, 저그가 없었다고 해도 연합은 이 자기 자신의 모순으로 인해 알아서 멸망했으리라.


1차 연합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이 공격으로 인해 영국 내의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는 민심을 잃게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라하고 명분을 잃은 정부는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연합전쟁이 기업의 승리로 끝나는데에 큰 기여를 한 것이었겠지.


여하튼 이 두가지 이유로 인해 지휘관들은 영국 점령에 대해 조심스러운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이 사건을 뒤집는 변화가 두가지가 일어났던 것이었다.


첫번째 변화는 바로 테란 기술의 도입이었다. 지금 시기보다도 아득하게 먼 미래의 기술. 인류를 능가한다는 두 외계인 종족 사이에서 인류의 세력권을 지키는 군사력. 그 수준은 분명 오르카에게 있어선 엄청난 수준의 하이테크놀러지였다. 보병전력을 강화하는 CMC 전투복 시리즈, 땅거미 지뢰와 공성 전차와 화염차, 토르, 창공을 수호하는 바이킹과 밤까마귀, 지원기 의료선... 모두 멸망 전의 인류의 기술로도 꿈도 꿀 수 없었던 수준의 장비들이었다. 비록 오르카의 기술 수준의 한계로 인해 원본보다는 다운그레이드 되어있는 사양이었으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장비의 업그레이드야 차차 해나가면 되는 이야기니까. 실제로 실전에서도 테란 기술의 도입 이후로 오르카 세력이 화력전에서 밀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했다.


두번째 변화는 저그의 침공이었다. 이건 양날의 검이기도 했는데 오르카 세력 역시도 저그의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지만 이 저그가 유럽에서 영국으로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영국 남부를 먼저 공격했고 그 과정에서 영국 남부의 철충 군수 공장 지대가 말 그대로 초토화되고 말았던 것이다. 영국에 주둔중이던 철충의 군세 역시 저그 무리를 방어하기 위해 남쪽으로 대거 이동했으나 말 그대로 개박살이 나버린건 덤이었다. 물론 저그의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였기에(어디까지나 대륙쪽 상황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었다.)저그와 철충 모두 전력에 상당한 공백이 생긴 채 오르카의 부대들을 맞이해야 했다. 오르카가 영국을 쉽게 점령한데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여러 사건이 있었다. 바르그의 배신과 전향이라는 사건이 있었고 델타의 침공을 한번 막아내는데에 성공했다.(저그의 침공 와중에도 이런 병력을 돌릴 여유가 있었냐며 오르카의 모두가 혀를 내두른건 물론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정도로 대규모 자원을 요청했다고? 거의 토르 만들때에 준하는 양인데?"


"네 주인님. 일단 기술팀장님이 보내신 물건입니다."


콘스탄챠가 태블릿을 내밀며 말했다. 사령관은 태블릿을 받은 뒤 상급 암호로 잠겨있는 파일을 보게 되었다. 이 상급 암호를 풀 권한이 있는 존재는 오르카 내에도 지휘관급 개체와, 파일을 만든 당사자 본인, 그리고 사령관 뿐이었다. 평범한 물건은 아닌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 강주호가 보낸 자료니까 말이다.


"알았어. 잠시 혼자 있어도 될까? 극비 자료라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럼...."


인사를 마친 콘스탄챠가 사령관실 밖으로 나갔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사령관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 후 천천히 보안 안호를 입력했다. 마침내 파일의 잠금이 해제되고 보인 것은...


"도면....?"


사령관은 천천히 설계도를 살펴봤다. 이내 할 말을 잃은 사령관은 식은땀을 흘리며 파일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러기를 반복... 대략 30분 정도가 흘렀을때....


"이걸.... 진짜로 만들거라고....?"


만든다면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라는건 분명했다. 이미 테란 자치령에선 실전 배치까지 완료되었기에 성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기술을 오르카의 기술로 구현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이걸 만드는데에 몇가지 기술이 추가로 적용될까? 강화된 반중력 리프트 기술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장비 재배치와 변형 메뉴얼이 적용되어야 하고.... 뭐... 하긴 강주호가 이끄는 오르카 엔지니어 팀의 역량을 의심하는건 아니였지만.....


"엔지니어 팀에 카페인 드링크라도 상자째로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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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또 처음 만들어보거든... 이거 거의 설계를 보면 우주선 기술인데...."


포츈이 말했다.


"어차피 바이킹도 우주에서 작전 가능한 병기에요. 그리고 크기가 커졌을 뿐이지 그동안 테란 기술들을 집대성한 병기니까요."


주호가 말했다. 바로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정과 패널에 비치는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그들의 발 아래에선 거대한 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략 바이킹의 8배는 될만한 크기일까. 그 거대한 크기에 압도된 모두는 그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놀랄 것도 없어. 전투순양함 한번 보면 저정도론 놀라지도 않을걸?"


주호가 말했다. 거기다가 프로토스가 만드는 모선같은 대함선에 비하면야 전투순양함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혹시 그것도 나중에 만들건가요?" 아자즈가 물었다.


"그걸 만들 때 쯤이면 이미 전쟁을 이긴 후일 것 같은데...."


"밴시.... 라고 했나? 그 개발중인 신형 공격헬기... 스틸라인에 빨리 인계해주기로 했는데 개발에 차질이 생겨서 조금 미안해지고 있거든.... 우리도 최대한 속도를 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무적의 용 대장님이 특별주문을 하셨고 마리 대장님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밴시의 개발 일정을 미루는걸 허락하셨으니까요. 음.... 엔지니어 팀의 규모를 더 늘려달라고 하던지 해야겠네요. 팀이 몇개 더 있어야 할 것 같으니...."


주호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인원 확충은 제가 요청해볼테니 포츈씨는 새로 합류하는 대원들 가운데에 기술적인 재능이 있는 분들이 있는지를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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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거기에 내리도록 해요!"


하베트롯이 외치자 공중에 떠있던 병영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병영들을 시작으로 차량과 AGS들을 정비할 군수 공장이 착륙했다. 영국 내에 있었던 멸망 전의 물자들을 회수한 결과 엄청난 양의 자원들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로써 그동안 미뤄왔던 테란 구조물 개발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백금 중대가 이 새로운 구조물들을 가장 먼저 활용하게 되었다.


이 구조물들 주변으로 미사일 포탑과 벙커들이 지어졌고 기지 중심부근에서는 보급고를 배치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토미 워커들과 건설로봇(SCV)들이 보였다. 그리고 기지의 중심엔 지휘관 병영이 세워져 있었다. 기지의 배치를 완료한 하베트롯이 병영에 들어섰다.


"승리, 기지배치가 완료되어갑니다."


"수고했네. 잠깐 앉지그래. 커피라도 한잔 하겠나?"


레드후드가 말했다.


"아닙니다! 제... 제가 타오도록 하겠습니다!"


"됐다. 커피는 됐으니 일단 자리에 편하게 앉도록."


하베트롯은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상관과 함께하는 자리는 언제나 불편하다는건 어느 군대나 마찬가지였다.


"감지탑에서는 큰 보고는 없었나?"


"철충 퇴치 후 15시간 경과, 현재까지 큰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이군. 기지 구축을 하던 중에 기습을 받으면 아주 골치가 아팠을텐데 말이야."


지휘 패널을 내려다 본 레드후드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럽쪽 상황이 하루하루 악화되고 있더군."


"철충이 밀릴 정도면 델타의 펙스가 버티는건 불가능에 가까울겁니다. 저희도 저그에게 소소한 전투는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래. 어디까지나 대규모 전투가 아닌 소규모 전투라 이정도 전과가 나온거지. 그래서 대규모 전투를 대비해 영국 전역을 단단히 요새화 하려 하고 있는거고 말이지. 앞으로 훈련 강도도 더 강해질거고."


"그러고보니 새로운 무기 기술은 언제 도착하는걸까요? 주문을 한지 꽤 된 것 같은데...."


"그 공격헬기 AGS 말하는거군. 지금 은폐장을 연구중이라고 들었다만.... 최근 엔지니어 팀이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말이야. 극비사항인지 헛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장님도 모른다고만 하시고... 뭐... 그래서인지 장비 개발이 조금 늦어진 모양이다..... 라는 말이 있더군."


"확실히 엔지니어 팀을 확장해야한다는 말이 여러 부대에서 나오고 있었죠. 실제로 새로 합류하는 바이오로이드 분들중 대원으로 합류하고자 하는 분들 가운데엔 기술적인 재능이 있는 분들은 그쪽으로 우선 배치되고 있고요."


"그래도 테란 기술을 담당할 수 있는 인원이 강주호 팀장과 캐시 박사뿐이니 이것도 문제지... 그 마저도 두 분의 전문 분야가 다르고 말이야."


"그래도 부서 크기가 커지면 팀장님도 박사님도 어느정도 업무를 분담하려 하실거에요. 지금도 테란 기술들을 닥터양과 포츈씨에게 계속 알려주고 계신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별안간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하베트롯의 목소리가 묻혔다. 두 사람은 경보방송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경고! 경고! 시설 근방에서 저그 무리의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모든 전투 유닛은 방어 위치로 이동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오르카에 새로 도입 된 AI 오퍼레이터 "부관"의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군수 공장의 차량 AGS들은 어떻게 준비되어있지?"


"당장 배치 가능한 AGS로는 화염차와 땅거미 지뢰가 있습니다!"


"..... 즉각 준비시켜.... 그 버러지들이 오는 족족....."


레드후드가 지휘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바베큐로 바싹 구워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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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기술 : 화염기갑병>


화염기갑병 : 중장 보호기


근거리 전투 유닛입니다. 전방에 작은 부채꼴 형태로 화염 공격을 합니다. 빠른 정찰 유닛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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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니까 글쓰는 감이 다 사라진것같...

다음화부턴 삽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