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충들의 잔해가 가득한 복도에서 미약한 전파가 송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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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카 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순순히 엔디미온을 사령관으로 받아들였다. 멸망의 메이가 처참해진 그리폰의 몰골을 보고는 인정할 수 없다며 난동을 부리다 사령관의 손찌검 한방에 얼굴의 절반이 완전히 함몰되어 수복실 신세를 지게 되는 바람에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움에 몸서리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라 트리뷴 엔디미온을 사령관으로서 인정했다. 지휘관에게 겁 없이 다가갈 수 있던 것은 LRL과 더치걸등의 어린 바이오로이드들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사령관의 첫 번째 출정이다. 레오나를 위시한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이 간곡히 말렸으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실 출정이라 부를 수준도 아니었다. 사령관이 제시한 계획에 따르면 그는 현장에서 지휘만 담당하고, 주요 전투는 직접 편성한 병력이 수행한다. 현장 지휘라는 점만 빼면 멸망 전의 인간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나,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공포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기본적인 전략은 간단했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와 스틸라인의 연합 병력이 언덕에서 강하하여 기습하면 캐노니어가 혼란에 빠진 본대를 포격한다. 본래는 스틸라인만 투입하기로 했지만, 갑자기 발할라도 함께 병력을 편성하게 되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탐지망에 철충 1000여 개체가 탐지되었다.

 병력이 돌격한다. 2083번 브라우니는 어제도 병영 부조리를 감당해야했다. 상관에게 쟁여두었던 간식을 모조리 빼앗긴 2083은 분노를 담아 철충들에게 총검을 휘둘렀다. 문득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달은 2083은 자신의 아래턱이 없어진 것을 알고 더욱 분노하며 총검을 칙에 꽃은 채 발포했다. 폭발하며 2038이 멀리 날아간다. 폭발에 샌드걸과 님프도 휘말린다. 다행히 큰 충격은 없었지만 잠깐의 방심도 전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램파트가 그들의 사지를 즈려밟고 이동한다. 곧 날아온 포탄에 피격당해 쓰러진다.

 4026번 레프리콘은 미친년으로 통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오르카에서 FM을 지킨다는 이유로 얻게 된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생각난 4026은 두통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날아온 2083에 맞아 뒤로 나뒹굴었다. 결국 폭발한 4026은 부러진 갈비뼈를 움켜쥔 채 2083을 걷어찼다.

 5번 파니는 언제나 낙천적이었다. 자신의 대포가 정말 끝내주게 멋지고, 자신의 헤어 스타일은 정말 끝내주게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자신의 직위였다. 쏟아내는 막대한 화력에 만족하며 포신에 포탄이 걸린 것도 모른 채 5번 파니는 눈을 감고 발포했다. 포신이 폭발하며 캐노니어의 1열을 뒤덮었다. 멸망 전에는 흔했던 광경들이 다시금 펼쳐지고 있었다.

 잠시 후,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작전 특성상 스틸라인과 발할라에서 중상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만인대의 초인적인 연산능력은 수백여 명의 바이오로이드를 일일이 지휘하는 식으로 드러났다. 

“수습 부대는 부상자들과 철충 파편들을 수송하도록, 나는 좀 더 둘러보다 가겠다.”

“같이 돌아오는게 어때 사령관? 이번 전투에 대해 논의할게 많을 것 같은데?”

 레오나의 통신은 듣지도 않고 끊어버린 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주군이 이야기 해주었던 모습. 아직 오염되고 더럽혀져 생물이 살 수 없게 되기 전의, 평화로운 테라를 만끽하고 싶었다.

주군께서 말씀하시던 것처럼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야. 그런데 그분은 어떻게 되셨을까? 웹웨이 전쟁은 패배했다. 인류의 희망은 꺼졌으며, 반역자들의 군단이 황궁의 코 앞까지 닥쳤고, 16호 호루스 루퍼칼은 신들의 힘을 휘두르고 있었지. 주군께서 패배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제국은 패배할 수 있어. 하루 빨리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군.

 북방의 암사자는 화를 삭이고 있었다. 굳이 어울리지 않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를 투입하여 자매들에게 부상을 입힌 것도 모자라, 지휘관으로서의 명예도 짓밟아 버렸다. 특히나 명예에 매달리는 그녀에게는 더욱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다. 큰 스트레스를 받은 레오나는 레이더에 잡힌 거대한 철충 신호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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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뎃 전쟁 장면은 처음 써본 데스

쓰다보니 눈마새랑 굉장히 비슷해진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