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람처럼 애정하는 위선자라."


사령관은 콧잔등을 긁으며 작게 읊는다.


"애초에 바이오로이드가 물건이라는 말을 인간이 뱉는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이 둘의 무엇이 그렇게 다르기에 감히 물건이란 말로 그들을 모욕하는거지?"


말이 길어질 모양인지 사령관은 아픈 다리를 쉬기 위해 적당히 벽에 기대 어느새 꺼내든 담배 한 개비를 들어 입에 문다.


칙, 칙.


마찰음과 함께 피어오른 불꽃이 담배에 닿는다.


"피조물. 그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이지.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피조물이다. 헌데 말이야 그것이 과연 그녀들을 도구라 부르는 것에 어울리는 이유일까?"


한숨 들이쉬고 내쉰 뿌연 연기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흩어진다.


연기 너머 액정을 마치 비웃듯 미소 띈 사령관은 말을 잇는다.


"인간이라고 뭐가 다를까. 우리도 결국 자연의 피조물에 불과하지 않나. 단지 운이 좋아 기적적인 확률로 먼저 태어났을 뿐. 거대한 어머니 앞에선 인간이나 바이오로이드나 두다리로 걸어다니는 살덩이일텐데."


거기서 들려오는 상대의 기가 차단 말에 사령관은 반응한다.


"아아, 알아 안다고. 갑자기 자연 앞에 모든 것이 평등하다고 말하자는게 아니야. 그냥 한가지 짎고 넘어가자는 거지."


사령관은 반쯤 타오른 담배를 들어 액정 너머를 가리킨다.


"자연이 만든 인간, 그리고 인간이 만든 바이오로이드. 이 둘을 마냥 다르다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게 닮았어. 인간이 스스로 창조 했다 한들 바이오로이드를 편히 도구 취급하기엔 이미 선을 넘어버렸다고."


틱. 아직 잔불이 남은 담배 꽁초가 손가락에서 튕겨 날어진다.


액정에 닿을 듯 닿지 않은 꽁초는 바닥에 떨어져 카펫을 지진다.


"도구란 말이야 절대 책임을 지지 않아. 지금 저 담뱃불로 상해버린 카펫을 보고 떨어져있던 꽁초를 처벌하는게 맞을까? 글쎄 굳이 너에게 답을 듣지 않아도 어느 누가 대답하던 그 의견에 대한 답이 달라질 것 같진 않군."


그렇다면 왜 처벌하지 않을까? 다시 물은 사령관은 굳이 답하지 않는 상대 대신 스스로의 질문에 답한다.


"도구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야. 다만 다뤄질 뿐 그것은 절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않아. 그렇기에 책임 또한 없는 것이고. 저 담배꽁초와 바이오로이드의 차이점도 그거지."


사고思考의 유무.


거기서 상대는 반론한다.


인간의 필요로 그 잘난 생각을 입 맛에 맞춰 강제하게 만들어진 것이 바이오로이드 일텐데 단지 지능이 있다고 인간과 같은 위치에 있다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이라고 다른가?"


사령관은 아까 했던 말을 기억하냐며 반문한다.


"자연에서 창조된 우리 또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감히 그것으로 서로 다르다 말할 수 있나? 생각하며 이성을 추구하지만 감히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을 거스를 수 있는가?"


굶주린다면 먹어야한다.


잠이 온다면 수면을 취해야한다.


물론 이성이 있기에 그것을 억누를 수 있다.


허나 완전할 수 없다.


먹지않으면, 자지않으면 사람은 죽는다.


"자연은 감히 알량한 이성으로 그 본능을 거스른 인간을 죽음이라는 벌에 처한다. 얼핏 들으면 비슷하지 않나? 태생부터 인간의 명령을 거스르지 못하는 바이오로이드와."


사령관은 조소한다.


바이오로이드의 생각이 인간에게 만들어져 강제되었듯 인간 또한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본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그럼에도 둘은 '생각한다'.


그러함으로 존재한다.


"아까 선을 넘었다고 한 것도 이런 의미야. 인간은 감히 자연의 피조물이면서 본인들과 같은 위치의 창조물을 만들었어. 인간은 도구를 만든게 아니야. 또 다른 '생각하는 자'를 만들어낸 것이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물이면서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피조물 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가?


다르다면 그것은 아마 같은 창조주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진정 다르다 말할 수 있는가?


어쩌면 바이오로이드의 탄생 또한 단지 인간의 손을 빌린 자연의 뜻이라면?


생각하는 자의 창조가 온전히 자연의 것이기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실은 그렇게 되도록 유도된 것이라면?


인간은 과연 그것을 아니라고 확증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이런건 아무런 의미 없겠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끝없이 질문하던 사령관이 갑자기 장난스레 손사래를 친다.


"이것 참 미안하군. 철학적인 논쟁을 하자는건 아니었어. 그냥 나도 모르게 말이지."


그러니까 결국 네가 말하고자 하는건 이거잖아.


사령관은 그리 말하며 멸망 전 기록에서 읽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멸망 전 인류가 바이오로이드를 취급하는 방식은 분명 도구의 그 것과 다르지 않았더군. 전쟁의 도구. 생활의 편의를 위한 도구. 욕망의 충족을 위한 도구."


그러다 얼핏 스쳐간 테마파크에서의 기억에 눈가를 잠시 찌푸린 사령관은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 말한다.


"근데 그것 말이지 굳이 바이오로이드가 아니어도 선조들은 이미 지나간 길 아니던가? 같은 인간을 노예로 부려 생각의 방향을 강제하고, 혹은 그 생각할 자유조차 박탈해 물건 취급하고 도구처럼 다루던 건 인간 사이에서도 이미 있었던 일일텐데."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다.


분명 선한 마음도 있을 것이나 인간은 힘이 있다면 스스로를 위해 보다 약한 자들을 집어 삼킨다.


그것이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역사가 그리 말해왔고 멸망하기 직전까지도 그러했다.


사령관은 거기서 허탈하게 탄식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나도 참 멍청하지. 처음부터 이렇게 말했으면 이리 목아프게 긴 이야기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그리고 너무나도 밝게 웃는다.


"솔직해 지자고 우리. 단지 바이오로이드라서 그 들을 도구라 칭하는게 아니잖아? 넌 너의 우월성을 증명할 모든 밑의 것들이 도구같을 뿐."


위선자라 했던가.


아직 인간이 남아있던 시대라면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들을 감싸는 이들에게도 했을 말일터다.


애초에 인간이던 바이오로이드던 자기보다 못한건 전부 같은 착취의 대상일텐데 무에 그리 다르다고 여태 반박한걸까?


알량한 체면이라도 지키고 싶었던 건가?


"아니지 아니야."


"바이오로이드랑 다를거 없는 하찮은 나같은 놈이 같잖게 입을 나불거리고 있으니 참지 못했을 뿐."


"너의 눈엔 바이오로이드나 나나 똑같은 물건들이 서로 부둥거리는 꼴로 보였을테니."


"다만 내 왕국에 그런 정도를 넘은 선민사상은 없을 예정이어서 말이지."


"그러니 이쯤에서 결론짓자고."


"우리 사이에 이제 지어질 끝맺음은 둘 중 하나다."


왼손을 내밀고.


"나를 따르거나."


오른손은 주먹쥔다.


"맞서 싸우다 무너져라. 과거의 망령."


거기서 액정의 화면이 꺼진다.


통신이 끝난 방 안에는 적막이 흐른다.


그저 아직 남은 담배의 향만이 형체 없이 누렇게 남아있을 뿐이다.






Epilogue.




통신이 끝날때 까지 방안에서 조용히 듣고있던 콘스탄챠는 사령관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인간님들을 만들어 낸 자연의 의지라는게 정말 있는걸까요?"


"나도 몰라."


무언가 어려운 답변이 돌아올줄 알고 긴장하며 물어본 콘스탄챠에게 사령관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답변한다.


벙찐 콘스탄챠의 얼굴에 웃음이 터진 사령관은 손을 절레절레 젓는다.


"아니 사실 그렇잖아? 아마 넌 이런 의도로 질문한거겠지. 그렇게 생각, 의지, 사고의 유무를 중요시하며 말했는데 정작 주장의 수단으로 삼은 인간의 창조주 자연은 생각이란걸 하는건가?"


콘스탄챠는 긍정한다.


사령관은 그 작은 끄덕거림에 미소짓는다.


"아까 모른다고 했지? 그게 중요한거야. 자연 혹은 우주. 어쩌면 신. 아니면 그 너머 무언가. 인류는 문명을 이룩하고 수없이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여전히 모든걸 알지 못해."


정말 인간이 모르는 어떤 위대한 의지라는 것이 있다면? 신이 존재한다면? 단지 우리가 발견하거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라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걸 증명하지 못했으니 있는것이다, 라고 언젠가의 신자들처럼 말하는게 아니야.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른다 라는거지."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멸망 전까지나 지금도 그것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위치가 같다고 말한거야. 사회적인 의미가 아니라 존재의 가장 원초적인 의미에서."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은 서로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다.


허나 둘 모두 감히 인간 너머 그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고로 서로 존재의 한계가 같기에 다르지 않다.


콘스탄챠는 그 말에 다시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그럼 혹시 이번 대화로 상대분의 생각도 조금은 그렇게 달라졌을까요?"


"절대 그럴일 없을껄."


"하지만 마지막에 반박하지 않고 그냥 통신을 종료하셨는데요."


"딱히 생각이 바뀌거나 날 인정해서 하지 않은게 아니야. 저 양반이 얼마나 똑똑한 노인네 일텐데. 대기업의 총수는 아무나 하나. 애초에 내가 하던 말이 완벽한 논리였던것도 아니고 이깟 궤변 반박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겠지."


"그런데 어째서……."


"말했잖아? 똑똑한 양반이라고. 그게 의미가 없다는걸 이해한거야. 그리고 똑똑한 놈들은 생각이 그리 쉬이 바뀌지 않아. 이미 본인만의 굳은 뿌리가 박혀있거든."


"그럼 왜 사령관님은 잘 안될걸 알면서도 그렇게 길게 상대분을 설득하시려 한건가요?"


"그래야 그놈이 열받을테니까. 방금 의미없다는걸 이해했다는게 그 말이야. 내가 자기를 가지고 논걸 그제야 깨달은거거든."


"네?"


"기껏 통신이 연결됐길래 나름 얻어갈게 있나 도발까지 했는데 들은건 농지거리 뿐이고 난 나대로 선전포고라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놀림받은 꼴일 수 밖에."


끝에와서 사령관이 과장스레 익살스럽게 군 것도 그 연장이다. 


"뭐 사실 나도 꽤 열받았으니 서로 주고 받은것일테지만."


"……저희가 물건이라는 말에요?"


"그건 노코멘트로 하지. 이래봬도 꽤 수줍음 많은 섬세한 사령관이라서."


"아무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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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오 시작한지 이제 한달 초큼 넘어서 설정 잘 모름.


그냥 예전에 스토리 본 것중에 그 펙스사인가 먼가하는 곳에 대가리로 노인네들이 있는데 그 할배들이 엄청 못된 할배들인데 다시 부활하려고 한다는 설정 보고 씀.


그리고 카펫 담배빵난거 바닐라한테 들켜서 혼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