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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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본 문학글중 이런 것도 있었지.


나와 마찬가지로 라오 세계관에 전이해버린 두 번째 인간의 이야기.

내가 한 것처럼, 죽기 싫다는 일념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도 싹싹하고 군기넘치는 모습으로 예우를 갖추고서, 존나게 큰 목소리로



후방으로 보내주십쇼오오오오!!!!!



이 지랄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오르카 바깥으로 빠져나와 안전한 후방, 요안나 아일랜드의 총책임자 이자 오르카의 사령관 다음 권력자인 오르카 작전관으로서 살아가게 된 이야기.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라오 세계관으로 전이 해버린것은 두 번째 인간 하나만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두 번째 인간의 서약 상대"들"

리리스, 소완, 리제, 아르망.


두 번째 인간을 사랑했던 "3얀과 아르망"도 함께 전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큼은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두기 위해서 4명은, 그것을 비밀로 간직한 채 요안나 아일랜드에서의 파란만장한 삶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


'...참, 재밌는 문학이었지. 두번째 인간과 그 4명 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애틋함도 달달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야기.'


어째서 애틋하고 안타까웠느냐.

그야 당연히, 두번째는 그녀들이 자신의 서약상대 라는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들과 똑같은 얼굴, 똑같은 표정, 언제나 나만을 바라봐주던 상냥한 미소...

그런 그녀들을, 자신의 사랑이었던 그녀들을 그리워하고 슬퍼하며, 마음을 좀먹어간다.'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미 본인의 눈 앞에 덩그러니 있는데도 말이야.



두번째 인간이 훗날 자신들에게 선물해줄 첫번째 서약 반지를 두고 투닥투닥 거리는 3얀, 

리리스와 소완과 리제의 환장의 콜라보.

두번째 인간과의 재회를 기뻐하고 그로인해 그의 앞에서 눈물을 쏟아버린 아르망의 연심과, 그녀들이 자신과 사랑했었던 그녀들 이라는 진실을 모르는 두번째 인간의 당황스러운 표정, 눈물을 흘리는 아르망을 달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서투른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눈앞의 사랑들을 마냥 그리워하면서도 그것을 티내지 않고서 묵묵히 슬픔을 참아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애틋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사령관의 리리스와 두 번째 인간의 리리스의 기싸움도 숨막힐 정도로 흥미진진 했으니까.'


두 번째 인간을 의심하고 억까했던 수뇌부는 두 번째 인간의 됨됨이를 인정하고서, 그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서 그를 요안나 아일랜드의 총책임자이자, 작전관이라는 직책으로 보답하였다.


그러나, 모든것이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사령관도, 지휘관들을 비롯한 수뇌부들도 두번째를 인정하고 동료로서 받아들였지만,

"오르카의 리리스"는 아직 볼일이 남아 있었다.'


정확히는, 두 번째 인간이 아닌

 "두번째의 리리스"에게 있었던 것이지만.


'오르카의 리리스도 두 번째 인간의 됨됨이를 인정한것은 마찬가지 이나, "그의 서약자들" 만큼은 끝까지 의심하고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그것을 깨달은 두번째의 리리스는 오르카의 리리스와 무언의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하였으니, 무엇이 그녀들을 그렇게까지 움직이게 하였는가.


'...무의식적으로, 깨달은 거겠지. 나와 같은 블랙 리리스라면, 자신의 주인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할수 있다는것을.'


두 번째 인간은 안심해도 괜찮은 대상이다.

하지만, 그를 따르고 사랑하는 "3얀과 아르망".

오르카의 리리스는 그녀들을 경계했기에 두 번째 인간에게 산뜻한 표정으로 경고를 선언한다.


'어두운 복도, 달빛만이 희미하게 내리쬐는 어두운 공간에서, 뱀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무언의 압력을 건넨다.'


나는 당신을 인정하니, 그런 당신이 책임지고서 그녀들의 목줄을 단단히 쥘것을.


그것을 잠시라도 놓치는 순간, 나쁜 리리스를 만나게 될것이라는 섬뜩한 한마디를 남긴채, 오르카의 리리스는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위협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한 두번째의 리리스는, 사령관의 리리스에게 찾아가 마찬가지로 엄포를 놓는다.'



나 또한 블랙 리리스.

컴패니언의 수장이자 주인님만의 총칼이니.

나와 같은 블랙 리리스라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 할것이다.

그러니, 나 또한 경고를 남기겠다고.



"나의, 우리들의 사랑을 건들지 마라."



"......."



우리들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을지언정, 그 분을 모욕하는 행위는 결코 간과하지 않겠노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그리고 그것을, 오르카의 리리스는 침묵의 미소로 화답하였다.



그런 크고 작은 소음과 마찰을 누구도 모르게 깊숙히 간직하며... 두번째 인간, 요안나 아일랜드의 총 책임자이자 작전관의 존재를 포착한 펙스의 오메가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 가면서 이야기는 연재중단되어 댓글창이 폭파되었다.



씨발!!!





'아!!! 존나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왜 연재 안하냐고오오~~!!!'



자신의 작품을 말도없이 두 달째 유기하고 잠적한 이 작가새끼를 향해서, 댓글창은 성토의 장으로 바뀌었음에도, 석달 넉달이 지나도 연재를 안하자 작가의 게시글 목록을 보니, 이 씨발놈이 지 작품 유기하고 뭐하나 했더니 몰루겜 채널에서 아루 사장 빵뎅이를 빨아재끼고 있었다.


'씨발 새끼...'



내가 가진 완장의 힘을 이용해서 이 새끼의 게시글마다 분탕을 치면, 다시 연재의 길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틈만 나면 그 새끼의 게시글에서 연재 빨리해오라고 분탕질을 해왔으나 돌아온 결과는 파딱 강등이었다.


'밥 쳐먹고 오니까 파랗게 되어있더라...'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씨발놈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공지를 제때제때 확인하지도 않고 알아볼 생각도 안하면서, 틈만나면 "해줘." 이 지랄 하는 새끼들.


그리고 두번째는...


'말도 없이 연중하고 잠수타는 작가새끼들 이다.'



심지어 그것이 존나 재밌는 문학글이라면, 그  죄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라오챈은 물론, 지가 쓰던 문학글까지 유기하고서 뭐하나 했더니... 몰루겜 채널에서 아루 허벅지 빨고 싶다는 분탕질이나 하고 있었다니...'


결국 절망한 나는 그저 자포자기하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만큼 재미있는 문학글이었어.'


두번째와 그녀들은, 결국 어떻게 됬을까.

그녀들의, 자신이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사람들이 이미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모든 진실을 알게된 두번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사령관의 리리스와 두번째의 리리스는 화해 할 수 있었을까?


'연중되어버린 시점에서는, 의미없는 상상일 뿐이지만.'


연중되어 버렸기에, 두번 다시 앞날과 미래의 모습들을 볼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기에 더욱 애틋하고 아련하다고 느꼈다.



"......"



왜 갑자기... 이 문학글이 떠오르는 걸까.




왜,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지지않고 이 이야기가 깊숙히 자리잡아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하는 걸까.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없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언제나 그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



여기 오고나서부터, 다른것은 전부 기억했으나 이 문학글만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떠오를까.'








































오랜만이구나 라붕아~!







이유.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얼마만에 만나는건지 모르겠구나!


그동안 잘 지냈느냐~!








.....기억났다.



언제부터,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건지.



왜... 이 이야기에 집착하게 된 것인지를.




이 사람을... 이곳에서 처음 만나고 난 뒤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그 문학글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펼쳐진... 그 이야기에 나왔던 "두번째"를 부러워하면서...


그 이야기에 집착했다. 끊임없이.




멍청하게도.






"...히루메 씨."



눈앞의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가급적이면,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래 라붕아~! 이야기는 다 들었느니라.


카엔의 초밥을 대접받고 오는 길이라고?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이는 히루메에게, 옆에서 함께 걷던 에밀리가 답을 건네주었다.


응. 나랑 네오딤이랑 카엔이랑 셋이서 같이 라붕이랑 초밥먹었어.


(꿀꺽...!) 초밥...이로구나...



군침을 흘리며 카엔표 초밥을 상상하는 히루메에게, 에밀리가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히루메도, 다음에 같이 먹을래? 재료도 많이 모아놔서 언제든지 만들수 있데.


...!! 그, 그게 정말이더냐...! 카엔의 초밥을... 먹게 해준다고?



9개의 풍성한 꼬리를 찰랑거리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재차 묻는 히루메에게, 에밀리가 확답을 주었다.


응. 초밥은 다 같이 먹을때 제일 맛있다고 카엔이 그랬으니까. 다음에 다 같이 먹자.

라붕이도 같이.



"......"



순수하고 상냥한 에밀리의 호의는 히루메 뿐만이 아닌 라붕이에게도 전해졌다.


라붕이는 그것이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었으나, 그것을 선뜻 수락하지는 못했다.



"......"


...라붕아?



"...아, 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수있었던 라붕이는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멍하니 있는게냐? 혹시 어디가 안좋은 데라도 있는것이냐?



"에, 아... 아니 난..."


라붕아. 괜찮아? 혹시 아까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하기라도 했어?


..?! 그렇다면 큰일이지 않느냐! 기다리거라. 내가 가서 소화제를 가져오...



"아아...! 아뇨아뇨..!"



이 이상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상황을 수습하고자 뒤늦게 입을 열었다.


엥? 속이 안좋은게 아니었던게냐?



"아... 그... 많이 먹은건 사실이지만, 속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많이 먹은만큼 식곤증이라도 몰려온 모양이에요. 하하..."



애써 웃으며 최대한 돌려말하기 시작했다.

티내지 않고 활짝 웃으면서.


나 참... 사람 놀라게 하기는...



"......"


난 또 라붕이가 아픈줄 알고 엄청 걱정하지 않았느냐.

아무튼... 별 이상이 없다면 정말 다행이구나.



밝게 웃으며 노란 머리칼을 뒤로 넘기는 고운 손가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추억이 담긴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가락.



아, 맞다!



히루메는 무언가 매우 중요한것을 떠올리고선 에밀리에게 신중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에밀리여. 혹시, 그... 유부초밥도... 가능하겠느냐...?


응. 카엔은 족고수니까. 유부초밥 정도는 쉽게 만들수 있을거야.


(활짝!)



긍정적인 답변에 또 한번 눈을 반짝이며 크게 기뻐하는 히루메의 모습에 에밀리는 밝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건넸다.


그럼 결정이네. 라붕이랑 히루메도 다음에 함께 먹는걸로.


음!! 약속이니라!! 기억하고 있겠느니라~~!!

호호호~~!!



기쁨의 웃음꽃이 잔뜩 만개한 표정에 만족한 에밀리는 이제는 가야 할 시간임을 깨닫고 마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라붕이가 우리 캐노니어의 모두를 만나고 싶다고 했거든. 그래서 안내 해주던 길이었으니까.


...!



기쁘게 웃던 히루메는 그 한마디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라붕이를 쳐다보았다.


직접.. 만나러 간다니, 그게 정말이더냐 라붕아?!



"...?! 아... 네. 캐노니어 분들과는 아직 제대로 만나서 인사를 나눈적이 없거든요."


......



"캐노니어 분들만이 아니라, 만나지못한 다른 분들과도 서서히 인사를 나누려고 해요.

...언제까지고, 피할수는 없으니까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이 라붕이에게 간식 보따리를 선물해줬던 그 날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을 직접 마주본 히루메는 미소지으며 화답해주었다.


후훗... 그렇구나.



"히루메 씨..?"


훌륭하구나~~! 우리 라붕아~!!



"...?!"



갑자기 크게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팡팡 두들기는 히루메의 행동에, 라붕이는 적잖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히, 히루메 씨...?! 갑자기 왜..."


왜냐니... 그야 우리 라붕이가 대견해서 그런것 아니겠느냐~!!

우물쭈물 거리면서 서투른 면만 보이던 모습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이렇게나 일찍 일어서지 않았느냐~~!

그런 너를 보고서, 어찌 대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



진심어린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히루메의 상냥한 미소를 마주하니, 자신이 이 후에 건네야 할 이야기 또한 명백해 지는것이 느껴졌다.



"...히루메 씨가, 알려주신 거니까요."


...!



"히루메 씨가... 그날, 저한테 선물을 주시면서 말해주셨으니까요. 아마, 그게 없었더라면, 전 거기서 계속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을거에요."


라붕아...



이전부터 전하고 싶었던 감사의 말을, 건네주고 싶었던 말들을 꺼내었다.



"고마워요."


...?!!



"히루메 씨가 저에게 건네준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첫번째" 계기가 되어준 당신 덕분에, 비로소 제대로 볼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만약, 내가 히루메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결코 오지 못했을것이다.



"정말... 고마워요."


......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들은 히루메는 조용히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하나도 없느니라.



"....."


...그래. 나에게 감사를 할 필요는 없단다.

그것은 전부, 너의 힘으로 쟁취해낸 것이지 않느냐.



"히루메 씨. 저는..."


라붕아.



무어라 급히 하려던 한마디는 상냥한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나야말로.



"...!"


나야말로, 고맙구나.



"히루메 씨...?"


드디어 나의... 아니, 우리들의 진심을 이해해주고, 받아주지 않았느냐.



"......"


비록 조금 빙 돌아온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받아줘서, 정말 고맙구나. 라붕아.



"히루메 씨, 저는 그냥..."


지금은 그저 이렇게.



"......"


아무 말 않고 계속 이렇게 해주려무나.


우리는 이제, 같은 가족이지 않느냐.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상냥한 목소리로 다독여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너무나도 행복하면서도 그에 비례해 마음 한켠에서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넘쳐올라 마음 전체를 물들여 가는것이 느껴졌다.


그러니 그녀의 말대로 하자.

그냥 이렇게, 흘러만 가자.



"...네. 고마워요."


...그래. 그거면 됐느니라.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너무 부담갖지 말거라.


......



잠시간의 침묵이 복도에 깔리자, 그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걷어내 준것은 에밀리였다.


그럼, 우린 이제 가볼게. 대장과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 아...! 그렇지. 선약이 있는 몸이라고 했었구나.


나도 참...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말았구나.



애써 다급하게 웃으며 맞장구 쳐주는 히루메는 자신도 원래 향하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하면서 인사를 건네었다.


그럼, 다음에 만날때는 라붕이도 함께 만나게 되겠구나!

그때는 나와 함께 카엔의 유부초밥을 마음껏 음미 하도록 하자꾸나~!



"네. 꼭 갈게요. 저도... 기대하고 있거든요."


...! 라붕이 너도 그렇느냐?!

하긴, 카엔의 유부초밥은 세계 제일이니, 라붕이도 설레는게 당연하겠구나~! 하하핫!!



어린아이 처럼 순수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 라붕아. 방금...



"응?"


...응. 아무것도 아냐.


그냥 보기좋아서.



"음? 보기좋다니... 뭐가?"


지금 라붕이가 보여주는 모습 전체.



"...아...."


후후훗...



히루메 또한 마찬가지로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아쉽지만 이제는 가야하기에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하며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럼, 나는 약속된걸로 알고 이만 가보도록 하겠느니라.

라붕아?



"..?"



뒤돌아 선 모습이지만 얼굴만큼은 나를 향해주고 있는 히루메를 나도 똑같이 바라보았다.
















다음에, 또 만나자꾸나~!




".........."




나에게 또 만나자고 해주었다.


그렇다면, 나도 대답해줘야지.




"...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반드시 갈게요."



후후훗..!




마지막 미소를 끝으로, 히루메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



"......"



넋을 잃고서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제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의 모습도, 향기도 사라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라붕아?



에밀리는 조용히 라붕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비록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꼈다.



"......에밀리."


...응.



천천히 뒤를 돌아 에밀리를 돌아보는 라붕이의 얼굴을 에밀리는 묵묵히 쳐다보았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준장님이랑, 모두가 기다리시겠네."


......



"어서 가자. 최대한 빨리... 만나고 싶어서."


...응. 가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이내 다시 집어넣고서 다시 캐노니어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웃고 있는 채로, 하지만 일부러 반걸음 앞서 걷는 라붕이의 옆에서, 일부러 그보다 살짝 느린 박자로 맞춰서 걸었다.



히루메가 떠난 뒤, 웃는 얼굴로 앞을 향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에밀리는, 캐노니어의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마디의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애써 웃으면서 꾹 참고 견디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랑 댓글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