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원작자 Gemma님께 번역 허가받음ㅡ

원본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eries/7539018

이번 편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513233


주의 : 번역인 만큼 원문과 괴리감이 생길 수 있음. 최대한 원문 그대로 번역하지만 도저히 안될때는 의역함.

솔직히 의역이 많음. 원작자님 죄송합니다.

가능하다면 원문을 찾아보는걸 추천함.



지금까지 번역한 오늘의 오르카 목록





ㅡ어느 날의 오르카 #1 [ある日のオルカ #1]ㅡ

ㅡ어느 날의 마리 [ある日のマリー]ㅡ


「본대 여기는 레프리콘 2136. 제 8 분대는 예정지점에 도달했음. 중상 1명, 경상 3명, 전투속행 가능」

「본대 여기는 노움 803. 철충 잔당은 예정 루트에서 약간 북쪽을 향해 도주중. 추격 여부를 알수 있는지」


 연달아 들어오는 보고를 들으면서, 뇌내에 그려지는 전역맵에 그때마다 조정을 가한다.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의 탁월한 연산능력이, 현실과 거의 다르지않은 정확도로 전황을 예측하여, 고를 수 있는 선택지에 대해 그래야 할 미래를 줄여나갔다.

선택지가 10개 정도까지 줄어든 시점에서, 불굴의 마리는 그 속에서 하나를 골라내어......0.04초 후, 그것을 내던지고 다른 하나를 골라, 그것을 최종 결정으로 삼았다.


「멀리 쫓지는 마라. 제 8 분대는 금방 도착할 증원의 도착을 기다렸다가 재편성, 도주하는 철충이 작전영역에서 이탈할때까지 감시한다. 부상자는 귀한시키도록. 이탈을 확인하는대로 전황을 종료한다」


 한 호흡 쉬고, 통신 모듈을 향해 한 마디 더. 


「우리의 승리다」


 와아 하는 환성이 통신회선을 가득 채웠다. 철충이 작전영역에서 완전히 물러날때까지 마음 놓지 않도록 제8분대에게 못을 박으면서, 마리 자신도 집중 레벨을 한 단계 낮췄다.

잔적 확인과 경계 상태를 빠짐없이 살펴보면서, 정신의 한쪽 구석에서는 오늘의 전투 결과에 대한 통괄과 반성을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다. 라는 상황이군」


 늘씬한 장신에 밤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는, 아름답고도 맹렬한 바이오로이드가, 대용커피가 담긴 컵을 마리를 향해 내밀고 있었다.


「우린 한 발 먼저 귀환하겠다. 상관없겠지」

「아아, 마무리는 이쪽에서 하겠네. ……굳이 인사를 하러 오다니, 별일이군?」

「가기 전에 커피가 한잔 마시고 싶었거든」


 그녀ㅡㅡ마리와 같은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 신속의 칸은 피로가 스며든, 하지만 만족스러운 미소를 희미하게 띄우며, 종이컵에 든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칸이 이끄는 앵거 오브 호드는, 마리들의 도착에 앞서 철충의 교란과 지연작전을 위해 전날 밤부터 분전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두배는 터프한 그녀가 피로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그 부하들은 지쳐서 기진맥진한 상태일 것이다.


「트레일러를 한 대 빌려 줄테니 쓰도록 하게. 가는 길에 부상병도 데려가주면 고맙겠군」

「그러도록 하지.……부상병이라. 후후」

「왜 그러나?」 마리도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간이 야전 지휘 키트에 커피메이커를 필수화 시킨것은, 그녀의 자그마한 사치다.

「아니, 우리는 죽지 않게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


 마리는 컵에서 입술을 떼고 칸을 보았다. 그것은 어깨를 두드려지기 직전까지, 그야말로 그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령관을 받들고서부터, 철충과의 전투는 연전연승이다. 단순한 전투명령을 받을수 있다는 편리성과, 인간의 주인을 얻어 사기가 올랐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그는 확실한 지휘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전략레벨로 전체를 통솔해주는 덕분에, 마리나 칸 같은 지휘관급 유닛은 전선지휘에 전념할 수 있고, 그것이 또 전투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극적으로, 라는 말로도 한참 모자랄 정도로, 싸움은 그 모습을 바꿨다.

 그 자체는 크게 기뻐할 일이다. 단 한사람 살아남은 인류가 그같은 남성이었다는 요행에는 감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리는 그의 지휘 아래에서 싸울때, 아직도 조금의 당혹과 위화감을 지워내지 못하고 있었다.


「각하는 병사들의 죽음을 기꺼워하지 않으시지. 앞으로 한 수, 1할의 손모를 각오하면 완전한 승리를 손에 넣을수 있을 때, 각하는 결코 패를 내지 않으시지」

「불만인가?」

「불만이 아니다. 그저……익숙해지질 않는군」


 한때 마리가 싸우던 세계는, 그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마리가 따르던 인간의 장교들은, 일할은 커녕 오할, 십할의 손모조차 승리를 위해서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허용했었다. 바이오로이드란 그런 것이었고 (한마디 더 하자면 브라우니도 그런 녀석이었다), 마리는 그것을 당연한 전제로서 경험을 쌓고, 전술을 연마했다. 물론 그녀 자신으로서는 부하를 죽이기 싫다고 바랐지만, 그 소원은 주인의 명령과 천칭에 걸칠만한 것이 아니었다.

 인류가 그 모습을 감추고, 철충과 바이오로이드의 싸움이 되고 나서부터, 마리는 자신의 이념에 따라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었다. 그 대신, 전황은 훨씬 더 어려워지고, 그때와는 다른 의미로,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싸움 따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태어나고서부터 계속, 백년을 넘는 시간을, 그게 당연한 것으로서 싸워왔다. 나만큼 많은 아군을 죽게 한 바이오로이드는 아무도 없을거다. 이제와서, 갑자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으면……뭐랄까, 혼란하다. 급박할 때에 대응이 늦을때도 있어. 오늘도 몇번인가, 그럴 때가 있었다」

「그러고도 이긴데다 전사자도 없으니까, 대단한거지」 칸은 껄껄 웃었다. 「무엇보다、인간의 변덕스러운 명령에 휘둘리는거야 익숙한 일 아닌가. 특히 나랑 넌 말이지」

「……각하의 의지를, 변덕이라는 말 따위로 부르고 싶진 않군」

「뭐야. 꽤나 마음에 들어하고 있잖아」

 저도 모르게 뚱해진 마리의 얼굴을 보고, 칸은 다시 웃었다.


 실제로, 사령관을 어떻게 생각하면 될지, 마리의 속에서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단 한사람의 주인이며, 우수한 지휘관이다. 마리가 얼마나 바라더라도 손이 닿지 않았던 이상을 실현해준 인물이기도 하며, 또한 그것만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모조리 부정당해버린 듯한, 그런 기분으로 만드는 상대이기도 했다. 모든것을 바쳐 따르고 싶기도 했다. 모든것을 내벹으며 소리치고도 싶었다.


「각하는 마치……그래, 마치, 우리의 목숨이 인간의 목숨과 같다고 생각하시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럴리가 없는데. 마리는 자신을 타이르듯이 말하고, 마지막 커피를 들이켰다.


「뭐, 너무 생각하지 마라」


 칸은 빈 종이컵을 내던졌다. 그것은 정확한 포물선을 그리며 분쇄기에 빨려들어갔다.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초보적인 탄도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바이오로이드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으니까.


「대용커피의 맛도 꽤나 좋아졌지. 상황이 좋은 쪽으로 변할 때도 있는 법이야」

「……그렇지」


 쓴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자, 칸은 장신을 휙 돌려 떠나갔다. 마리는 그 등을 배웅하고서, 통신회선에 의식을 되돌렸다. 그 눈빛에서는 이미, 미혹이나 고민은 깔끔하게 벗겨져있었다.





 마리가 사령관에게 품은 감정이 확실하게 정해지는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일.

 생체 재건 포트에 들어간 사령관이, 화사하면서도 튼실한 지체를 가진 10대 전반 소년의 모습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End





주의 : 덧글은 원작자님께서도 확인하십니다.



'어느 날의 오르카' 작가님께서 픽시브에 공개하신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서적본은 없습니다. 나도 구하고 싶어요.


다음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