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오르카 호의 오후였지만, 지금 사령관실 앞에서 한숨을 쉬며 망설이고 있는 콘스탄챠에겐 그렇지 못했다. 며칠 전 야외 정찰을 나갔던 사령관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지고 의식불명인 채로 수일 간 수복실에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것이 그녀가 사령관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주인님. 콘스탄챠에요."


"들어오게."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을 맞이하는 사령관의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이상한 말투에 콘스탄챠는 움찔했다가 이내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그곳엔 여러 집무를 보는 사령관의 모습이 있었고 콘스탄챠를 보자 사령관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지그마의 이름으로, 어서오게. 무슨 용무인가?"


"주인님의 몸 상태를 확인하러 왔어요. 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나는 괜찮으니 나보단 샬라의 신전에 있던 여사제를 더 보살펴주게. 이야기를 듣자하니 밤새 나를 간호했다지? 이름이..."

 

"다프네 양 말씀이시죠?"


뜻 모를 단어를 늘어놓는 사령관을 걱정스럽게 보며 콘스탄챠가 다프네의 이름을 언급하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 헌신적인 모습이야말로 참된 사제의 모습 그 자체지. 나중에 따로 찾아가 감사를 표해야겠어. 물론, 여기 있는 업무를 다 하고 나서 말이야. 음..."


"주인님?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업무 자체는 집무실에서 보던 경험이 있어 익숙하지만... 내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군. 게다가 이 철갑선 안에 이렇게 많은 기사단과 병사, 엔지니어, 그리고 옛 마법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 같은 기계 인형들까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드워프제 철갑선이라도 이 정도의 병력을 수송할 순 없겠지. 난 지금 매우... 매우 놀랍고도 흥미롭다네. 제국 전역을 뒤져봐도 이런 절경은 볼 수 없을 것이야."


"어머, 항상 주인님이 보시던 업무인 걸요? 그리고 거기 적힌 인적 사항들도 모두 주인님이 기록하셨고 지휘까지 하셨는데..."


자신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령관의 모습에 콘스탄챠가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화제를 바꿨다.


"그,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나중에라도 필요하신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알겠네. 그대에게 쌍꼬리 혜성의 축복이 함께하길."


사령관과의 짦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사령관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온 콘스탄챠는 문에 기댄 채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역시 이상해... 주인님께서 어딘가 변해버린 거 같아. 다른 분들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챠! 콘스탄챠!"


"아... 그리폰? 불렀어?"


"뭐야, 혼자서 고개 푹 숙이고.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더라? 뭔 일 있어?"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콘스탄챠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이상하다는듯 바라보는 그리폰이 눈에 들어오자 이내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며 말했다.


"아냐. 괜찮아. 그런데 왜?"


"저기... 인간 말이야. 요 며칠새 통 보이질 않던데 뭔 일 있는 거 아니지?"


"주인님이 업무에 집중하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그런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오르카 호의 승선한 모든 바이오로이드와 부대에 대한 인적사항을 보고 싶으다고 하셨거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데? 게다가 부관 없이 혼자 그걸 다 하겠다고? 수상한데..."


"저, 정말로 별일 아니니까 걱정마!"


"아니라면 됐고. 난 간다? LRL 녀석이 또 장난 치는 거 같거든."


콘스탄챠의 말에 안심하고 LRL을 응징하러 떠나는 그리폰을 보고 멋쩍게 웃던 콘스탄챠가 한숨을 쉬고 생각했다.


'이를 어쩐담... 주인님께서 쓰러지셨다가 깨어났는데 깨어나고 나니 다른 인간님이 되신 거 같다는 걸 모두가 알면... 안돼! 절대로!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숨길 수도 없고...'



[주인님께서 의식을 잃으셨다가 수 일 만에 다시 의식을 되찾으셨다. 하지만... 이전까지 우리와 함께 철충에 맞서던 주인님이 아니게 된 거 같다. 겉모습은 똑같으시지만 뇌파가 다르다. 마치 똑같은 AGS에 다른 인공지능을 끼운 것처럼 어딘가... 변해버리신 거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막막하다...] - 콘스탄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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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으로 도전했던 대회 출품을 갤이 터져서 찍 싸버린 라붕이가 다시 연재에 도전함. 백업본이 없어서 내용도 달라질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