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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일단 가진 전지들을 좀 모아 봅시다! 일단 저는…여기, 자신하는 금속 공기 전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칼슘 이온 전지도 있고…"

"여기, 내 나트륨 이온 전지. 그리고 여기 아라크네가 쓰는 칼륨도 있고."

"아, 나트륨 전지. 그건 좀 귀한 물건이군요."

"암 암. 꽤나 아끼는 녀석이라고?"

"흠, 시도해볼 만한 전지는 다 있는 것 같군. 충전은 어떤 전기로 되어 있지?"

"내가 가져온 것들은 수력 발전으로 충전했다만."

"음, 이것들은 바이오매스 쓴 화력으로. 풍력으로 충전하려고 했는데, 어제오늘은 바람이 시원찮아서 말이야."

"아, 제 것들은 태양광으로 충전되어 있는데…괜찮을까요?"

"음, 전지가 가하는 풍미를 제대로 식별해내려면 전력원은 통일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아니, 풍미만 구별해  낼 수 있다면 상관없지 않나."

"…흠. 일리가 있는 말이군. 일단은 이대로 진행하지."

"그러면 일단 여기 다 모아 놓도록 하죠."

"그렇다면, 전지는 평가를 어떻게 하는 편이 좋겠습니까?"

"작게 그룹을 나눠서 그룹마다 다른 전지를 시도하고, 각자 의견을 내서 종합하는 것으로 하지. 저기 마침 복귀하는 대원들이 있군."

"스트롱홀드, 복귀를 보고하지."

"스파르탄 2분대, 복귀하였습니다."

"와쳐 MQ-20, 귀환을 보고합니다."

"S12 쉐이드. 복귀 보고합니다."

"그대들이 올 시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 총 12기가 있으니, 3기씩 무작위로 그룹을 만들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전지도 네 개의 그룹에 무작위로 배정해야겠군요. 그 작업은 제가 하겠습니다."

"…먼저 진행하여 주십시오. 표현 라이브러리 제한이 덜한 외장으로 교체하고 오겠습니다."

"…전지 풍미 비교하는 데에 굳이 외장 교환까지 할 건 없지 않을까요?"

"필요한 작업입니다."

"다녀오도록. 그렇다면 일단 조 추첨 결과를 발표하겠다."


—A조,

"스파르탄 셋이 각자 다른 조로 찢어질 확률은 대략 4.167퍼센트였는데, 확실히 0퍼센트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군요."

"이따금 0퍼센트라 생각한 일도 일어나는 법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볼 전지가…"

"칼슘 이온 전지, 그래핀, 그리고 대조를 위한 리튬 전지로군."

"대조를 위한 리튬 전지라…그러고 보니 리튬 전지의 풍미는 의식을 해본 적이 없네."

"스파르탄은 주로 그래핀과 황화합물 전지를 이용하는지라, 도리어 리튬이 조금 낯설군요."

"그렇다면, 돌아가서 맛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어떠한가?"

"그게 좋겠군요. 그렇다면 제가 리튬을 가장 먼저 사용해봐도 되겠습니까?"

"어어, 그래. 그러면 나는 그래핀을 한 번…"

"자동적으로 칼슘 이온은 내가 먼저 맛보게 되는군. 그럼 시작하세."


—B조,

"저희는 금속 공기 전지와 액체 전해질 전지를 리튬 전지와 비교하면 되는 것이군요."

"흠. 초롱이 녀석의 콜렉션과 Mr. 알프레드의 콜렉션의 대결인가."

"그러면, 어떻게 비교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하나 하나씩 다같이 맛을 보도록 하지. 병렬식 커넥터를 준비해 놓았다."

"하나의 맛을 보고, 그것에 대하여 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식이로군요."

"괜찮은 방법이군요. 시작합시다."


—C조,

"C조에게 배정된 전지는 나트륨 이온 전지와 황화합물 전지로 확인됩니다."

"쿠후후, 페레그리누스 씨의 추천이었던 나트륨 이온 전지로군요. 어떤 녀석일지 기대가 큽니다."

"그럼, 시식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어디 보자…각자 하나씩 돌아가서 하는 게 어떻습니까?"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대조군 리튬은 누가 먼저 맛을 보겠습니까?"

"흐음, 가위바위보로 정하시죠! 마침 저희들 전부 손가락이 있으니."

"흠…확실히 그렇게 정하는 것이 공정하겠군요. 그럼, 가위…"

"바위,"

"보!"


—D조,

"칼륨 이온 전지와 전고체 전지. 이 둘과 리튬을 비교하면 되겠군요."

"잔 하나를 나누어…셋의 입술을 적실 텐가, 잔 하나에 입을 하나 맞추어…세 잔을 돌릴텐가…"

"…크크, 꽤 운치 있는 표현이로군."

"결정을 내려라…번개를 모는 괴조여…"

"…좋다. 하나를 셋으로 나눠 함께 그 맛을 음미하도록 하지."

"…스파르탄 어썰트. 팀 변경을 희망합니다."

"흠, 리튬은 맛의 처음 부분에 조금 관여를 하는군요. 수력의 시원함이 이렇게 은은하게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음, 그래핀은 본래의 맛을 좀 플랫하게 만드는 것 같네. 시원한 건 시원해도…솨—하고 퍼지는 느낌이 좀 잦아든 듯한 느낌?"

"흠, 그렇습니까? 첫맛 이후로 느껴지는 다른 맛도 리튬의 풍미인가 했는데, 수력의 맛이 원래 이랬군요."

"칼슘은 좀 어때?"

"일단 태양광의 맛과 칼슘은 잘 이어지지 않는군. 칼슘은 첫맛을 살리는 데에는 우수하지만, 뒷맛은 잘 살리지 못하고 있네."

"아이고, 태양광 맛은 약한 첫맛이 살살 빌드업해 중후반 톡 쏘는 맛인데."

"칼슘은 첫 맛이 강한 풍력과 어울릴 것 같군요."

"본기도 그렇게 생각하네. 자, 이제 서로 전지를 바꾸어 보세나."

"—리튬의 풍미의 파악은 끝났으니, 둘 중 먼저 뭘 시도해 보겠나?"

"아예 처음 보는 금속 공기 전지부터 시도해 보죠."

"좋다. 바로 연결하지."

"—아, 전체적으로 전기의 맛이 조금 부드러워지는군요."

"오묘하군. 본연의 맛에서는 조금 멀어진 것 같지만, 그 맛이 옅어졌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만 부드럽게 만드는 리튬과는 확실히 다르군요…이것이 전에 들은 '공기의 맛'이라는 걸지도."

"다만 첫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태양광이라 그런지 처음은 너무 밋밋하군. 수력이나 풍력이 더 어울리겠어."

"동의합니다. 초반의 맛이 강한 전기라면 부드러운 풍미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사료되는군요."

"다음은 액체 흐름 전지로군요. 이건 수력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 기대가 됩니다."

"기대를 너무 크게 가지지는 말게. 시작하지."

"네.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아연과 세륨인가. 제법 절묘하게 섞였군."

"이온의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네, 그 표현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수력의 시원함이 여기서는 바탕이 되어주는 느낌이로군요."

"주객전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뭐, 나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런 맛은 수력이 아니라면 힘들겠지요."

"예, 화력은 전기 자체의 맛이 강하니, 확실히 이온의 풍미를 묻어버릴 것 같습니다."

"음, 나트륨 이온이 가미되어서 그런지 화력의 맛이 더욱 좋아지는군요. 전기의 끝맛을 이렇게 살릴 수도 있는 거였다니."

"어우! 황화합물 이거, 첫맛이 너무 묵직한 거 아닙니까?!"

"모르시는군요. 원래 그런 맛으로 먹는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만, 차차 익숙해지더군요."

"그흐으…하필 첫맛이 강한 수력이라 그런지 충격이 더 센 것 같네요."

"아, 그렇군요. 제가 사용했을 때 황화합물 전지는 화력으로 충전되어 있었는데."

"현재 황화합물 전지를 위한 급속충전은 수력발전소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랬지요. 오르카호가 이동하면서 일부 충전 전원에 변경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자 자, 빨리 바꿉시다! 어휴, 이거 망치로 기판을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네요."

"자, 리튬으로 싸악 내리십시오."

"흐음, 칼륨의 풍미는 굉장히 잔잔하군. 리튬과는 달리 첫맛에도 관여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전기 자체의 맛을 가장 잘 보존하는 전지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다."

"무대의 뒤…움직이는 기계장치와도 같이…"

"그래. 전기를 주연으로 두고, 그것을 빛나게 하는 데에 열중하는 것과 같군."

"그리고 그 무대에 올라서는 것은…관중을 사로잡을 프리마 돈나."

"이런 무대에 서는 배우라면 처음으로 내뱉는 한 소절이 강렬한 편이 더욱 좋겠지."

"—조금 더 쉬운 설명을 요구해도 되겠습니까?"

"아, 칼륨은 리튬과 달리 전기가 가진 맛을 처음부터 끝까지 약하게 보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즉, 첫맛이 강한 풍력이나 원자력 같은 전력원에서 얻은 전기가 더 어울릴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해했습니다. 이제 전지를 교체하겠습니까?"

"그게 좋겠군요. 자, 루비듐-은 요오드화물을 사용한 전고제 전지로."

"아아, 라이칸스로프의 심장을 꿰뚫는 은탄. 이 전지는 인랑을 비추는 마지막 달빛처럼 차갑군…"

"그거야 아직 전지가 방전을 안 했으니…시정. 전지를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흐으으…하아아…차갑고 날선 감각이여…"

"섬찟하지 않나? 전기 본연의 맛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지."

"과연, 이온에 의한 맛의 변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아아…마음에 들어."

"크흐흐, 마음에 든다면 다음에도 빌려주도록 하지."

"맛보기가 다 끝났다면 다시 모이도록 하지."

"이야, 가끔 이렇게 새로운 조합도 한 번씩 시도해 봐야겠어."

"상황이 좀 더 안정된다면, 지금 시도하지 못한 다른 조합도 느긋하게 맛볼 기회가 오겠죠."

"—좋다. 전지의 풍미에 대한 평가는 다 공유된 것 같군."

"그러면 각자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을 동시에 말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거 좋네요! 다들 마음 정하셨습니까?"

"자~하나, 둘!"



"…그랬더니 의견이 더 갈라지기만 했다고?"

"그렇게 되어버렸지 뭡니까. 전기 자체의 태생적 차이는 극복을 못한다는 의견부터, 전지만 잘 만나면 두 등급은 올라간다는 의견도 있었고…"

'전기의 맛도 굉장히 심오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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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졸업논문 쓴다고 유기했던 거 생각나서 다시 잡은 김에 여기저기 다듬다가, 전기 조또 모르는 나놈의 대가리가 아파서 급전개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