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리트는 공허한 눈으로 생활관 조명을 올려봤다. 오르카가 상륙했을 때 침입한 날벌레가 자기 몸이 타는지도 모르고 마구 들이댔다.

 

생활관 최고 선임이 상태가 이상하니 막내는 화생방 들어간 것처럼 숨쉬기 어려웠다. 아이고 두야, 이프리트의 맞후임 노움이 머리를 짚었다. 중간에 낀 레프리콘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프리트 병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브라우니는 남자 문제가 틀림없다고 직감했다. 가슴팍은 껌딱지에 키는 몽당연필이니 사령관에게 고백했다 차인 것이다. 시크릿 포인트에서 유심히 관찰한 결과 사령관은 마리 대장과는 다르게 정상적인 취향을 가졌다. 크기는 생산될 때부터 정해지니 이프리트에겐 잘못이 있을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는데 브라우니는 꿀밤을 받았다. 또 이상한 상상하지? 레프리콘이 눈을 부라렸다. 브라우니는 겉으론 부정했어도 속으로는 귀신이 따로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노움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한심한 것을 보듯 이프리트를 흘겼다.

 

“임관한댄다. 임관.”

 

생활관에 정적이 흘렀다. 치직치직, 날벌레가 타죽는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브라우니가 악 소리를 내며 정적을 꺴다.

 

“레후 상병님, 무슨 짓임까!?”

“와 씨, 아프냐? 왜 이게 현실이지?”

 

브라우니의 찰떡처럼 탱탱한 볼살을 꼬집은 레프리콘은 현실에 당황했다. 왜? 며칠 전만 해도 전투 모듈을 제거하고 섬에 가서 농사나 짓겠다며 전역의 꿈을 기르던 이뱀이다.

 

눈을 크게 뜬 레프리콘을 본 브라우니는 왕창 커다란 가슴을 쥐어뜯고 싶은 충동에 일어났으나 입안 볼살을 깨물며 반야심경을 외워 자기 안의 흑염룡을 다스렸다.

 

뭐니 뭐니 해도 내적 당황이 세게 온 사람은 노움이었다. 레프리콘과 브라우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가 생각하기에 한 명의 군인으로서 이프리트는 존경할만한 위인이다. 현장에 나가면 당장 옆에 있으니까 마리나 레드후드보다 의지가 됐다. 철충의 독니가 노움의 모가지까지 들이닥쳤을 때, 이프리트의 포탄에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해졌다.

 

평상시 게으름 피우는 것처럼 보여는 이프리트지만 화기 수입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잖아. 내 목숨뿐 아니라 전우들 목숨이 달렸는데 어떻게 거르겠냐.”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니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농땡이를 피운단 게 다소 흠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다소가 아니라 매우 커다란 흠 같다. 임펫 상사에게 단체로 1시간 얼차려 받고 일과 시간 끝날 때까지 이뱀 못 찾으면 개인정비 없다고 들었을 때는 목숨 빚이고 뭐고 눈에 띄기만 해 봐 반으로 죽일 거라며 이를 갈았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된장처럼 오래 묵은 전우를 떠나보낸다고 박봉 알뜰살뜰 모아 선물도 준비했고 새로운 삶의 응원 편지도 썼는데 현 상황이다.

 

“그래서 왜 임관하신답니까?”

“아니 그게, 어이가 없네. 임펫 상사한테 미드빵 3대0으로 개털렸대.”

“? …잘 못 들었슴다?”

“제대로 들은 거 맞을걸.”

 

전역 전역 노래를 부르던 양반이 꿈에 그리던 전역을 걸고 도박을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위해 레프리콘은 브라우니의 가슴을 꼬집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거 병영부조리임다. 사령관님한테 다 말할 검다!”

“하? 그럼 나도 콘스탄챠님한테 네 관물대에 숨겨둔 밀주 폭로한다?”

 

티격태격 싸우는 후임들을 보고 책임감 강한 노움은 생각했다. 얘네 두고 어떻게 전역해? 나는 임관해야겠다. 노움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전역한단 사실을. 사유는 임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