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내용은 공식 스토리와 상이한 흐름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입이 다소 늦었던 한 유저가 해석했던 시각으로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아, 설날 말씀이십니까? 그... 죄송하지만 저는 설날에 관하여 더 자세한 정보들은 전혀 입력되어 있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었던 대답이었다. 작년의 시기에 새로이 합류했던 소수의 금란들을 모두 불러 모아 한 명 한 명 차례대로 질문을 해보았지만, 하나같이 일관성 있는 대답들이었다.

“설날 말인가. 우리에겐 역시 새해와 마찬가지로 특별히 기념할 것은 없는 게 맞겠군.”

“맞아, 오히려 늙어 닳아빠지기 시작했다고 점점 멀리하게 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지금 우리 사령관이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더욱 빛나는 것도 생기는 법이라네.”

“그래, 당신도 그러하고. 경험이 쌓일수록 명성 또한 더욱 높아지겠지.”

주변에 앉아 있던 칸과 레오나도 무덤덤하게 반응하였다.

직후에 아주 잠깐 공기가 무거워졌음을 느끼려는 찰나에, 문이 열리면서 곧바로 공기가 순환되었다.

“사령관님, 안녕? 오늘도 사령관님께 이야기를 들려주러 왔어! 앗, 대장님 계시네~ 대장님은 무슨 일로 여기에 계세요?”

“사령관을 도울 일이 있을까 해서 얼굴도 볼 겸 왔어. 맞아, 알비스 너는 새해나 설날을 앞두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어?”

“아, 새해나 설날이요? 또, 특별한 음식이 나오겠지요? 올해에는 기필코 초콜릿 떡국을 먹고야 말 거예요!”

“...알비스, 올해 새해 다짐은 사고치는 걸 줄이는 것을 우선으로 하자.”

“아, 사령관님. 죄송해요. 에헤헤... 그래도 이번에도 사령관을 위해서 초코바를 한가득 챙겨왔어요~”

“각하,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새해로군요. 우리도 확실히 기념할 것은 딱히 없습니다만, 그래도 올해도 마찬가지로 차후 새로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일정을 따로 마련할 것입니다.”

어느 새 마리가 와 있었다. 여전히 든든함이 묻어나왔다.

“그래, 고마워.”

“감사합니다.”

   

나는 방주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서, 멸망 이전 새해와 설날 시기와 관련되어 있던 남아있는 몇몇 기록들을 떠올렸다. 그 기록들 속에서 공통적인 키워드를 하나 간추려 낼 수 있었다. 

‘떡국’

현재 우리 오르카 호에서 가끔 배식으로 나오기도 했던 메뉴였지만, 방주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떡국을 특별하게 여긴 적은 없었다.

나는 다시 기억을 더듬으면서 다시 몇몇 기록들을 찾으면서 읽었다. 잠깐 하르페이아도 왔다가 갔었는데, 내가 읽었던 기록물들을 잠깐 읽어 보더니, 떡국에 관하여 자신이 간략하게 알고 있었던 내용을 들려주었다. ‘사령관. 떡국 좋아해? 떡국은 그러니까, 떡국의 필수 재료인 가래떡은 본래 내 머리칼처럼 길고 길었대. 그만큼 오래 살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대. 나에게는 잘 와닿지 않던 내용이었지만, 사령관이라면 많이 와닿는 게 있겠지? 아 맞아, 가래떡이 나의 화이트한 피부처럼 흰색이었잖아. 그래서 청결함을 상징하기도 했대!’ 나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알비스가 언급했던 초콜릿 떡국은 역시 괴식의 영역이 분명하다고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의 새해맞이는 떡국으로 시작하기로 확실하게 마음먹었다.

“소완. 올해 설날은, 모두를 위한 떡국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할 계획이야. 그렇기에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협조와 피드백이 필요해.”

“오르카 요리 대회 시즌이 돌아온 것이옵니까?”

“악, 그건 절대로 아니야! 떡국의 제조부터 시식까지, 가능한 대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으음, 떡? 사령관, 오늘도 떡 치는 거야? 나 에밀리, 오늘 기대하고 있을게.”

요리 대회의 대사에 순간 아찔해져서 나도 모르게 원격 무전을 가동시킨 모양이었는지, 에밀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악, 그 떡 아니야! 이따가 자세히 설명해줄게!” 나는 곧바로 원격 무전을 껐다. 소완은 큰 미소를 지었다.

“알겠사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가끔 떡국을 배식했던 것으로 기억하옵니다만 이번의 떡국에는 무슨 의미가 있사옵니까?”

“지금까지는 해를 넘길 때에도, 나는 인명 피해 없이 철충과 싸울 수 있도록 지휘하기에만 바빴지. 그 기간 동안 각종 축하는 무수히 많이 주고받았지만, 우리 오르카 호 내 모든 인원들에게 기념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할 시기에 바이오로이드들 절대 다수가 그저 지나가는 날짜 중 하나로만 인식했을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번 새해에는, 새해맞이라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를 모두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떡국을 만들고 모두를 참여시킬 계획이야.”

“역시 주인님은 정말로 상냥하옵니다. 좋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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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당일 전날부터 오르카는 이미 분주했다.

프리가와 아이아스 등 가디언 부대들이 수십 포대의 쌀들을 한꺼번에 옮겨 날랐으며, 아쿠아와 프로스트 서펀트들이 서로 협력하여 쌀이 담긴 통에 물을 뿌리거나 채우고 다니기 바빴다. 

마이티와 클로버 에이스가 거대한 아령이나 망치를 한 번 내리치니 쌀들이 곧바로 곱게 빻아졌다.

“나, 클로버 에이스, 행복과 우정의 상징! 사령관의 간절한 소망이 나에게도 들린다!”

그 후, 프리가가 이 찧어진 쌀들을 또 옮겨 날랐다. 혼자서도 충분하다며 다른 부대원이나 바이오로이드들을 돌려보내려는 프리가를 내가 만류했었다.

그리고 또 한 쪽에서는... 

   

“비밀 임무, 시작합니다. 비밀 엄수 중.”

쉐이드의 양 팔에서, 척 봐도 말랑말랑하게 보이는 가래떡이 김과 함께 압출되어 뽑아져 나왔다. 트리톤의 미사일 무장 기관에서도 가래떡이 촤르륵 뽑아져 나왔다.

“고효율 전투 무장 모듈 연동 완료. 화기 제어 시스템 정상 가동. 탑재된 무장에 이상이 없음을 보고.” 

소수 AGS의 구조를 개조하여, 화력을 겸비한 압출기를 완성시킨 후 가동시켰었다. 솔직히, 아자즈 등에게 개조를 의뢰하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의 식기구들로는, 지금도 상시로 증원되고 있는 오르카 호 인원들을 감당하기에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었음을 여러 번 체감하였었다. 또한, 다시 봐도 괴리감이 드는 그 비주얼만을 제하고 결과만을 보자면 오로지 상상력에만 의존하여 도출된 예상치를 훨씬 상회했던, 그야말로 고효율적이고 이상적이었던 결과가 탄생했던 것이었다. 

“사령관에게 좀 더 명예와 영광이 드러날 수 있는 임무 수행을 요구한다.” AGS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던 알바트로스가 나를 포착하자마자 출력한 대사였다.

“조용히 계셔주시기나 하십시오.” 바닐라가 쌀가루를 어깨 위로 받쳐 들고 지나치던 도중에 말하였다.

AGS 앞쪽에 앉아서 티타니아와 함께 떡을 살짝 얼리고 있던 레아가 위 대화 내용을 듣고 잠깐 조용히 웃었다. 그 후, 계속하여 동생 티타니아와 같이 떡을 살짝 얼리는 방식으로 떡을 굳히고 있었다.

“여왕, 여왕이 왜... 레아..와 같이.. 이런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데...”

티타니아는 계속해서 이런 말을 하고 있었지만, 부여받은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저는 동생들과 계속 함께할 수 있어서 좋기만 한걸요?”

“갓 만든 가래떡이 정말로 맛있네요. 저의 역할로서 수확된 쌀들이 이렇게 재탄생하는 모습들을 보니, 수확의 보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같이 앉아있던 드리아드가 말했다.

다른 마지막 한 쪽에서는 리제와 포이 등이 얼어 굳어있는 떡들을 호기롭게 잘랐다. 가끔씩, 자르고 난 후의 떡의 모양이 기묘하게 생겼던 것도 있는 듯 했지만, 우선은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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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당일이 되어, 떡국을 먹는 날이 되었다.

새해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령관실 안에까지 떡국 냄새가 풀풀 진동을 했다.

“레프리콘 상병님, 올해에는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 것임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줄이 길어 사령관실 입구 쪽까지 대기 중이었던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의 음성들이었다.

“그렇다면 이 미스, 아니 미스터 알프레드가 설명해드리지요~! 떡국은 말이죠, 우선 떡국을 먹기에 앞서 재료부터 알아야 하는데...” 이후 약 2분간의 설파가 이어졌다.

“...그래서 인류 멸망 직전의 시기에 와서는 용용이 떡국 말고도 크림 떡국, 막걸리 떡국까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잘 설명했는데, 마지막은 정석적인 대답이 아닌데. 방주에 그런 데이터도 있었어?”

“물론입니다! 괴식 헌터록에 따르면 흰개미부터, 말, 소, 같은 각종 동물의 고환까지...”

“으악, 그만, 그만! 거기까지. 못 들을 걸 벌써 한가득 들어버렸네.”

“그러니 초콜릿 떡국 정도는 괜찮지 않아? 응? 얼른 그렇다고 대답해줘~”

나의 바로 앞쪽에서 같이 놀고 있던 알비스와 미호가 동시에 나에게 달라붙으면서 애원했다.

“맞아, 고명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가득한 초콜릿 데코레이션까지 얹으면... 정말로 아름다울 거야.”

아우로라까지 거들었다.

“초콜릿 떡국만은 절대로 안 돼! 아니, 것보다 어울리는 게 맞기는 해?”

나는 알비스와 미호를 살짝 밀어냈다.

“왜 사령관~ 가래떡을 초콜릿을 녹인 거에 푹 찍어 먹어보니까 그것도 맛있었어. ...그 뭐야, 꿀 있잖아, 그거랑 꽤 비슷한 조합이더라구. 그러니까 사령관~ 이번에는 우리들의 특제 초콜릿을 잔뜩 가미해드리면 안 돼?” 미호는 나의 손을 붙잡으면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네녀석, 그대에게 많이 무례하구나. 치... 치사하도다. 그리고, 가, 간장이야말로 첩에게 있어 제일 만족스러운 조합이었노라.”

히루메의 푸짐한 꼬리 일부가 다소 뻣뻣해졌다.

“하지만 나는 사령관이 진짜 좋아하는 초콜릿이 무엇인지 제일 잘 알고 있다구? 그거라면 분명히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사령관님도 같이 창고에 갔다오자! 오늘이라면 괜찮을 거야!”

“그만, 그만.”

오늘도 역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금쯤이면 오르카 호 내 바이오로이드 전원에게 배식이 완료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으로서 내가 떡국을 먹게 되는 때가 왔다. 내가 사령관이기 때문에 나에게만 내어줄 것일, 그렇기에 매우 특별할 것으로 예상되는 떡국을 지금 눈앞에 두고 있다.

역시나 가장 먼저 화려한 장식과 고명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초콜릿은 당연히 떡국에 포함되지 않았고, 그 대신 식탁 위 떡국 주변에 미려하게 쌓여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숟가락을 집어들고, 떡국을 한 숟갈 떠다가 코에 갖다 대었다. 

무언가 익숙한 향기가 났다.

몽환적이면서도 아주 살짝 익숙한 느낌의, 포근한 살결향이 났다. 설마.

“아, 이 향기는...”

“네, 용연향이 들어갔사옵니다. 기대하셔도 좋사옵니다.”

평범한 떡국이 아닐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지만, 이런.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훨씬 고급졌다.

나는 한 숟갈 떠 놓았던 것을 다시 국으로 살짝 내려놓고, 양껏 휘저어보았다.

화려한 장식과 고명들을 빼면, 겉보기에는 가끔 배식으로 나왔던 그 떡국다운 투박함이 가득했는데, 양껏 휘저어보니 상기했던 용연향 외에도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최고급이나 낯선 재료들이 아낌없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떡국을 보자니 다시 생각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만 또 혼자, 이렇게 특별하게 새해를 기념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혹시라도 거부감이 드시옵니까?”

   

...그래, 나는 바이오로이드들과는 다르다. 현재 오르카 호 내 바이오로이드들의 수는 작년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늘어났고, 그러함에도 냉정히 말하자면 새해맞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존재하지 않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응원을 보내오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바이오로이드 대원 모두가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로이드들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한 명 한 명 모두가 소중함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모두를 위하여, 모두가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 참여 과정에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제각각 품어왔던 수많은 마음과 응원의 내용들을,

모두 받아들이기 위해.

   

“아니, 잘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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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먹었어. 내년에도 또 이렇게 만들어줘. 솔직히는, 다음에 용연향은 좀... 빼주고..”

“알겠사옵니다.” 그래도 소완은 다소 안심한 듯, 부드럽고 엷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 새해맞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절기에는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내심 기대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올해 한 해도 무사하기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