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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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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어제와
, 그저께와, 지난주와, 지난달과 다르지 않은 똑같은 날이었다.

챗바퀴 돌 듯 여의도 빌딩 숲에서 터덜터덜 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퇴근 후 저녁 해먹기도 귀찮은 몸을 이끌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선반에서 초코시리얼을 꺼내 타서 먹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삶이자 내가 사회인이 된 후 절대 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삶에서 약간의 감미료처럼 나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맛을 내주는게 바로 내가 하는 유일한 게임인 라스트오리진이었다. ... PC로 다른 게임도 할 순 있겠지만 요즘은 PC로는 유튜브랑 넷플, 디플 같은거 보기에 바쁘고 결정적으로로 PC는 직장에서 지긋지긋하게 마주보는지라 눈이 아프다.

 

나는 여의도에 있는 금융사에서 자산운용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그래 맞다. 남의 돈을 가지고 마치 내 것인 마냥 이리저리 굴리는게 나의 일이다. 남들 보기엔 화려해 보이는 직업 맞다. 그리고 다들 그 실체를 알고 있는 직업 또한 맞다. 실적 못올리면 나가떨어지는 직업말이다. , 이쯤 되면 내가 왜 내 직업에 대해 얘기를 꺼냈는지 짐작할 것이다. 그만큼 나의 삶은 팍팍하고 무미건조하며 내가 라오를 내 삶의 감미료라 여길 정도로 빠져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라오의 수많은 바이오로이드 중에서 난 금란이라는 바이오로이드에 호감을 느꼈다. 왜냐고? 성격이 유순하잖아. 다른 캐릭은 뭔가 드세거나, 나사가 빠져있거나, 극단적이거나 하는데 금란은 그냥저냥 둥글둥글한 성격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과거 이야기 또한 적절히 신파적이라 좋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캐릭에다가 옆트임 각선미. 이걸 어떻게 참느냐 말이다.

 

아무튼 난 금란을 특히나 아꼈고 다른 캐릭으로 모은 자원을 금란에 죄다 쑤셔 넣곤 했다. 덕분에 매번 전장에서 금란에게 쓸 자원을 캐갖고 오는 리리스만 고생이다. 어쩌겠나, 리리스가 딜이 높은데 당연히 계속 굴려야지. 대신 리리스 레벨 높아지고 좋지 않은가... 


각설하고. 아무튼 나의 서약 1호 예정자는 당연 금란이었다. 이제 오르카 갑판으로 불러서 서약식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약식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나는 배가 출출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을 소파에 잠시 두고 초코시리얼을 타먹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짐작하는 그 사건이 벌어졌다.

뭔가 휴대폰 액정에서 희끄므리한 빛이 퍼져나오더니 내가 익히 알던 캐릭의 단발마가 들려왔다. 나는 시리얼을 먹다말고 사고가 정지한 체 내 휴대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휴대폰에서 튀어나와 소파 앞으로 내동댕이쳐진 한 여성을 보고 나는 그만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떨어진 숟가락 소리를 들었는지 여성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다. 당연히 그녀의 시선에 나의 모습이 잡혔고 우리는 첫 대화를 했다.

 

: “뭐여...금란?”

금란: “...누구시옵니까?!!!!”

 

 

극적으로 당황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여성. 그리고 찰나의 시간에 그녀가 금란임을 짐작한 나.

어떻게 그녀가 금란임을 알았냐고? 생각해보자. 현실의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만화나 게임처럼 떡하니 단서가 있음에도 밑도 끝도 없이 누구세요?” 하는 경우는 드물다. 금란은 나를 몰라서 그런거니까 넘어가지만 난 그녀의 옷, 목소리, 그리고 휴대폰에서 튀어나온 광경을 실시간으로 봤기에 그녀가 금란이라는 것을 짐작한 것이다. 게임상의 금란과 다른 점이라면 2D그래픽으로 되어있던 모습이 아닌 현실의 인간 모습이 되어 나타났다는 것 뿐. 그럼에도 얼굴이나 전체적인 모습은 게임상의 그것과 별 차이 없이 위화감 없게 현실적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튼 금란은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며 나에게 재차 물었다.

 

 


금란: “여기가 대체 어디입니까?! 오르카호는?! 주인님은?!! 당신은 누구냔 말입니다!!”

 

 

나는 그녀의 격정적인 질문에 뭔가 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진 숟가락을 주으려 했다.

그 순간.

 

 

[스르릉]

 

 

나는 직적으로 알았다. 이건 누가 들어도 칼을 발도한 소리라는 것을.

나는 다급히 금란을 쳐다봤다. 역시 게임에서 보인 것과 같이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향해 환도를 빼들어 겨눈 채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칼을 빼든 모습은 영락없는 금란의 모습인데 어째 칼을 굉장히 버겁게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팔을 부들부들 떨며 공격은 커녕 금방이라도 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모습말이다.

 

 

금란: “... 내가 왜 이러지...?? 당신, 저에게 무슨 짓은 한 겁니까?!”

 


움직임도 굉장히 꿈뜬 모습이었다. 내가 상황을 살피려 조금씩 위치를 옮기려 하자 그녀도 따라서 움직이려는데 게임에서 보면 섬광과 같던 민첩함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무거운 짐을 들다 지쳐 힘이 다 빠져버린 사람마냥 몇 박자 느리게 느릿느릿 반응하고 있었다. 이건 뭐 내가 당장 금란 앞에 가 서있어도 칼을 피하기보다 맞는게 더 어려울 정도다.

잠깐, 칼을 피하기보다 맞는게 더 어려울 정도라고? 그러면 칼부터 뺏어야지.

 

나는 일단 위험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재빠르게 금란 옆으로 접근했다.

역시나 금란은 나의 접근에 대응하기 위해 내 쪽으로 칼을 돌리려 애쓰지만 칼의 무게를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는지 이내 칼을 든 팔을 바닥에 늘어뜨리고 지친 숨을 헥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로부터 칼을 빼앗아 검집에 넣고 거실 구석에 세워놨다.

그녀는 겨우 자신에게서 멀어진 환도를 바라볼 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

 

: “저기... 괜찮아?”

난 그녀의 몸 상태가 염려되어 물었다.

 

 

금란: “한번 더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금란의 몸은 지쳤을 지언정 표정은 원래 금란의 그대로였다.

 

 

: “난 이세환 이라고 해.”

 

 

금란: “이세환...? 인간님 입니까...?”

 

 

: “...그래. 인간 맞아.”

 


나의 대답에 금란은 살짝 놀라움의 감정이 실린 표정을 지었다. ... 당연하겠지. 그녀가 살던 세계... 그러니까 라오 게임에서는 인간은 사령관 한명 뿐이니까.

 

 

금란: “인간이라면 어찌하여 뇌파가...”

 

 

: “안느껴지지?”

 

 

금란: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이상 인간님은 뇌파가 느껴져야 합니다.”

 

 

: “그건 게임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니까.”

 

 

금란: “게임이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금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 “너 뒤에 휴대폰 봐봐.”

 


나는 손으로 그녀 뒤에 놓여져 있는 휴대폰을 가리켰다. 그녀는 조심히 휴대폰속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2D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자매들이 똑같이 2D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오르카호에서 생활하는 모습과 각 캐릭터의 능력치, 앞으로 예정된 사령관의 대사, 그리고 이따금씩 올라오는 게임 제작사의 공지.

 

 

 

금란: “꿈입니다... 꿈일 것입니다!!! 저항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주인님을 지켜드려야..!!”

 

그녀는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자기가 나왔던 문을 찾기 위해 허공을 더듬거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 “정신차리고 진정해.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금란 너는 현실세계로 넘어왔어. 지금까지 너가 살아온 세계는 우리 현실세계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픽션의 세계야.”

 

 

금란: “뭐가 픽션이란 말입니까?! 꿈입니다. 어서 빨리 깨어야... 아얏!!”

 

나는 결국 하는 수 없이 금란의 볼을 꼬집었다. 꼬집어서 깨어나면 꿈이고 그대로 아프기만 하면 현실이라 했잖은가.

 

 

: “아프기만 하고 그대로인거 보니 현실 맞지?”

 

 

금란: “... 어째서 저에게 이런 일이.... 아아아아아......”

 

 

금란은 결국 주저앉고 멍하니 집안 천장만을 바라보며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고민을 필사적으로 해결하려 애쓰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의 시계를 보니 저녁 8를 가리키고 있었다.

불금 저녁 8시... 평소대로라면 씻고나서 저녁을 대충 먹으면서 TV로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금란의 이름을 가진 한 숙녀와 마주보고 앉아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조차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패닉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녀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고는 이제 나를 마주보며 진실의 대화를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시작하려니 무슨 말을 꺼내야 하지...???

, 가장 보편적인 말부터 시작해보자.

 

 

: 저기... 혹시 밥은 먹었어? 시리얼 타줄까?

 

 

금란: 생각 없습니다. 쉽게 얻어먹을 거란 생각은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역시 아직은 경계심을 풀지 않았구나... 하긴... 덥석 얻어먹는게 더 이상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내꺼나 마저 먹으려고 하는 순간 금란쪽으로부터 인체의 신비로운 소리를 듣게 되었다.

 


[꼬르르르륵]


 

동시에 마치 보이지 말아야 할 수치를 들킨 듯 얼굴이 붉그락거리며 자기 배를 감싸는 금란.

 

나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 말없이 그릇을 한 개 더 꺼내 우유에 시리얼을 타고 그녀에게 건냈다.

 

 

: 사양말고 먹어. 소리 들어보니까 적어도 두끼는 거른거 같은데.

 

 

금란: ...쓸데없는 소리 마십쇼!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인간의 음식을 어찌 함부로 받아먹을 수....

 


[꼬르르르르르륵]


 

 

: .......................

 

 

금란은 이제 배를 손으로 가리는 것을 넘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내 눈치만 보기 급급한 모습이다.

그리고 난 그 모습이 솔직히 조금 귀여웠다.

 

 

: 네 말대로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 인지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여튼 난 굶주리는 사람 앞에 두고 먹을거 안주는 그런 인간은 아니라서 말이지. , 소완처럼 음식에 약같은건 안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애초에 현실에서 그런 약이 있을리도 없거니와 행여나 그런 약을 갖고 있다간 감옥가거든. 그러니까 사양말고 먹어.

 

 

금란: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꼬르르르륵]

 

 

: 그 소리 안듣고 싶으니까 부디 먹어줬으면 좋겠어. 검은건 초코시리얼이고 흰건 마쉬멜로야.

 

 

 

그렇게 시리얼은 그녀의 동의하에 드디어 그녀 입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막상 음식이 들어가자 여지껏 억눌렀던 식욕이 해방된건지 숟가락 속도가 은근히 빨라보였다.

 

 

 

: 어때?

 

 

금란: 적당히 딱딱하고 적당히 달콤하군요.

 

 

: 시리얼 처음먹어봐?

 

 

금란: 멸망한 인류가 남겨놓은 것들 중 식품류는 가장 빨리 부패해서 수급하기 거의 불가능한 품목입니다.

 

 

: .... 게임 세계관 설정이 그정도였나...

 

 

금란: 게임......

 

 

: ???

 

 

금란: ......정말 게임이었습니까? 저와, 자매들과, 저항군과, 주인님과, 저의 세계 모두가...

 

 

 

금란은 숟가락을 들다 이내 다시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눈빛은 필사적으로 게임이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간절함이 언뜻 보였다.

 

 

 

: 믿기 힘들겠지만, 금란 너는 우리 인간이 만든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야. 너의 세계, 그러니까 라스트오리진 이라는 게임은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4년된 게임이야.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그 게임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넘어온거고.

 

 

 

허나 내 대답은 그녀의 일말의 희망을 꺾어버렸고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금란: 인간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어찌 되는겁니까? 돌아갈 수는 있는건가요?

 

 

: 그건 나도 모르겠어. 가상의 인물이 실체화되어 나타난 일종의 초자연현상이라...

 

 

금란: 저를 어딘가에 신고하실껀가요?

 

 

: 아니. 그러다간 나까지 끌려갈걸?

 

 

금란: 그럼 저는 어떻게...

 

 

: 일단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때 까지는 여기서 지내야겠지.

 

 

금란: 모르던 사람에게 신세를 지다니요.

 

 

: 그렇다고 지금당장 홀로 나가서 살려고? 그건 불가능해. 너는 일단 무적자(無籍者). 국가에 주민으로 등록되어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너는 지금 살아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란 말이지. 그런 상태로 뭘 어떻게 하겠단거야? 취업도 못하고 집도 못구하고 카드, 휴대폰 아무것도 못해.

 

 

금란: 그럼 당장 가서 주민등록을...

 

 

: 무슨 사유로 등록할건데? “게임세계에서 빠져나와서 여기에 왔으니 등록좀 할께요 라고 할려고? 등록되기 이전에 정신병동에 끌려가겠지. 기다려봐. 아는 사람 중에 법률구조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적당히 알리바이 만들어서 해볼게. 대충 기억도 안나는 부모로부터 출생신고도 안하고 버려진 채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하면 될 거같은데...

 

 

금란: 버려졌다라... 정말로 버려진 걸지도 모르겠군요. 저의 세계로부터...

 

 

: 웬만하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게 심신에 좋을꺼같은데... 모르지. 네가 여기 온 이유가 있을 지도.

 

 

금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그나저나, 아까 칼 들었을 때 말이야.

 

 

금란: ... 인간님께 칼을 들이댄 건 송구합니다....

 

 

: 아니... 그게 아니고... 아까 칼 들 때 왜이리 힘들어한거야? 원래 칼 잘 다뤘잖아.

 

 

금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곳에 온 이후부터 칼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몸도 평소와 다르게 무겁고 둔해졌구요.

 

 

: 흠......전에 나한테서 인간의 뇌파가 안느껴진다고 했지?

 

 

금란: , 전혀 느껴지는게 없습니다.

 

 

: 그러고보니 여기서는 눈을 잘 뜨고 있네?

 

 

금란: ... 확실히 지금 깨달았습니다. 예민했던 감각도 전부 사라졌습니다.

 

 

: 혹시... 그냥 내 추측인데, 현실세계로 넘어오면서 게임상의 설정이 죄다 사라진거 아닐까? 바이오로이드라는 설정 자체가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거니까.

 

 

금란: 말이 안되는 설정입니까?

 

 

: 당연하지. 그냥 게임속 상상이니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야. 아마 금란 너가 현실세계로 오면서 너의 몸에 관련된 각종 설정들이 전부 사라지고 그냥 평범한 20대 여성이 된거같아.

 

 

금란: 제가... 인간이 되었단 말인가요?

 

 

: 지금까지 내용을 조합해보면... 맞아. 특출난거 없는 그냥 인간. 아마 사고방식도 자유로워졌겠지. 명령을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을거고.

 

 

금란: 내가...인간...??

 

 

 

금란은 눈이 크게 동그래지면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당혹스럽겠지. 인간을 동경했을지언정 자신이 인간이 될거란 생각은 평생 안해봤을테니..

 

 

 

: 혹시 모르니까 내일 병원가서 신체검사를 받아보자. 엑스레이, CT촬영, 혈액검사, DNA검사 다 해보지 뭐. 아직 주민등록이 안되서 의료보험 없이 하려니 돈이 꽤나 나가겠구만... 아... 주민등록도 해야하고... 금란이 칼도 소지허가 받아야겠네... 

 

 

금란: 그렇게 하셔도 괜찮으십니까...?

 

 

: 괜찮아. 다 너 정상적으로 살게 하려고 그러는거니까. 내가 너를 도와주기로 약속한 이상 금란은 부담 말고 그냥 받으면 돼.

 

 

금란: 감사...합니다...

 

 

: , 그리고 금란 너... 이름은 그냥 금란으로 할 거야?

 

 

금란: 이름이요? 제게 이름을 왜...

 

 

금란은 내가 이름을 지어주려 하는 걸 눈치채고 조금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 사람은 모름지기 이름이 있어야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되는 법이야. 금란은 모델명이잖아.

 

 

금란: 그래도 바이오로이드가 이름을 갖는다는게...

 

 

: 너 바이오로이드 아니야. 여기서 너는 진짜 인간이야. 인간취급 해준다는게 아니라 진짜 인간. 그러니 이름을 가져야지.

 

 

금란: 그래도 금란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기 힘들어서...

 

 

: 그럼... 금란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쓰고... 최금란 어때?

 

 

금란: 최금란 말입니까? 성치 최씨인 건가요?

 

 

: . 이씨 김씨는 너무 흔하니까 최씨로 하자. 근데 최씨도 흔하긴하네. 발음하기는 편하지만.

 

 

금란: 최금란... ......... ..... 나에게 이름이...

 

 

그리고 나는 보았다. 나와 금란이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녀가 내게 보인 희미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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