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적발의 바이오로이드는 타는 냄새를 맡았다.  지방이 자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역겨운 냄새였다.


'이건 물건이다.'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숯덩이 옆으로 화염방사기를 치웠다. 그녀는 기기의 패널을 조작하여 화염방사기의 연료를 차단하고서 자신의 안면 보호구를 뒤로 젖혔고, 이내 자신을 뺨을 타고 올라오는 후끈한 열풍과 누린내에 표정을 굳혔다.


'이건 물건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을 그러모으며 눈 앞의 '물건' 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바로 앞, 바닥에는 자그마한 숯덩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불길로부터 자신의 배를 보호하듯,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그마한 숯덩이가 말이다.


 적발의 바이오로이드는 가슴가가 턱 막히는 기분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 바이오로이드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의 남편이 자기를 버렸을 리가 없다며  제발 기다려 달라 울부짖던 모습을 그녀의 남편이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무감각한 눈빛으로  '저건 이제 쓸모가 없으니까 그냥 태워버려.' 라고 말하던것을.


규정상 불가하다는 말에 거칠게 소각 허가서를 내민 사내가 절차는 다 밟아놨으니 빨리 처리해달라며 짜증을 냈던것을.


시뻘건 불길에 타오르며 비명을 지르던 그녀를 지켜보던 사내가...


"야! 93번 뭐하나? 마저 처리 안하고."


 자신의 귓가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린 이그니스가 통제실을 올려보자 뚱뚱한 체격의 남성이 비지땀을 흘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관리자였다.


"농땡이 그만치고 빨리 끝내! 무슨 그 쪼만한거 하나 처리하는데 5분이나 걸려?"


"죄송합니다. 금방.. 끝내겠습니다."


 그녀는 다시 패널을 조작하여 화염방사기에 연료를 주입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눈 앞의 '물건'에 겨눴다. 늘 그랬듯이 팔에 힘을 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빨리 안해? 곧 점심 시간인거 안보여! 왜 이리 느려터졌어!"


사내의 재촉과 동시에, 93번 이그니스의 화염방사기의 끝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이 자그마한 '물건'을 게걸스레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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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ㅈ간을 표현하고 싶은데 간만에 써서 안써진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