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수가...."


자로 재보아도.

휴지심에 넣어지는지 안 넣어지는지 굵기를 체크해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대딸할 때처럼 손으로 감싸 쥐어도.

결과는 같았다.


그것은 낯선 자지였다.






'어제 그건 대체 무엇이었지?'


아스널은 미간을 좁혔다.


오르카호에 오고 약 4년.

무려 6974일처럼 긴 세월 동안 사령관의 자지와 친하게 지냈었다.

자지에 웃고 자지에 울고.

자지와 함께 잔뜩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토해내기를 4년.

장담컨데, 그녀는 사령관의 자지를 통달했다고 자부했다.


'그렇다. 나의 감각은 완벽하다.'


그녀는 손을 내려다본다.

그때 느낀 그 감촉.

한손으로 자지를 감싸 쥐었을 때 굵기와 단단함.


'그건 대체 누구지?'


오르카호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섬뜩함이었다.

그 자지는 대체 누구의 자지일까.

어째서 사령관에게서 낯선 자지가 보였던 것일까.


'이건 심각한 문제다.'


'그 사령관'의 모든 것은 사령관과 똑같았다.

목소리도, 행동거지도, 사고방식도.

병신 같으면서도 멋지고 야하고 섹시하고, 아무튼 좋은 수식어는 다 가져다 붙인 그 사령관과 같았다.

단 하나.

단 하나의 자지.

그것만이 달랐다.


'알아내야 한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네는 그저께 사령관과 밤일을 보내었지."

"네? 아, 네....."


점심시간에 아스널은 메리를 찾아갔다.

오르카호 커미션의 대가.

어떤 성욕의 커미션이든 돈에 굴복하는 야심가.

더 그림쟁이 메리.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였다.

마침 그저께 사령관과 성관계를 했다고 하니, 잘 된 일이었다.

메리는 소심하지만 진득하면서도 눅진한 섹스를 하기로 유명했으니까.


"자네 혹시 사령관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못 느꼈나?"
"네? 아스널 준장님. 그게 무슨....?"


'아차,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봤군.'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고친다.


"어제 사령관과 하룻밤을 보냈는데, 제대로 성교를 하지 못하고 잠들어서 말이다. 혹시 피곤하지는 않은가 걱정이다."

"아아, 그런 거군요. 으음... 글쎄요. 정확한 건 잘...."

"자네가 키스부터 시작해 발가락 끝까지 꼼꼼하게 핥고 물고 빠는 플레이를 즐긴다는 걸 안다."

"네, 네!? 아,아니, 그게, 어... 음..."

"자네라면 분명 뭔가 눈치를 챘을 터. 말해다오. 뭐가 달랐는지."


메리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니, 저, 갑자기 그렇게 나오셔도 그게...."

"메리. 말해야 한다. 사령관은-"

"무슨 일이시오?"


무적의 용이 끼어들었다.


"아스널 준장. 무슨 고민거리라도?"


'무적의 용..... 사령관의 최측근.'


만에 하나, 사령관이 뒤바뀌었다는 가정 하에.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모를까.


'적이냐, 아군이냐를 점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


메리에게는 자연스럽게 접근했지만, 무적의 용이 등장한 이후,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

아스널은 짐짓 아무 일도 없던 척한다.


"아무것도 아니다. 커미션을 맡기려고 했는데, 너무 엇나간 성욕인 듯하군. 메리가 이렇게 식겁할 정도니. 과한 부탁을 한 모양이다."

"흠, 그렇군. 하지만 아스널 준장. 혹시라도 메리 양이 거절할 정도의 괴물 같은 성욕을 주군께 직접 행하지는 마시오. 그분이 바다와 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대하신다 한들, 한계는 있는 법이니."

"....유념하지."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시오, 아스널 준장."

"용 대장, 당신도."


무적의 용이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떠났다.


"으, 으흠... 그럼 저도 이만...."


메리가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도망치는 듯한... 아니, 도망치는 몸놀림.


'역시 무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메리가 앉아 있던 의자에 쪽지가 있었다.


'쪽지라.'


아스널은 화장실로 가서 쪽지를 꺼냈다.

밑가슴에 끼워뒀더니 땀에 젖었지만 읽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는 딱 세 단어가 쓰여져 있었다.


'사령관.. 이즈 스페어....?'


사령관이 스페어?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스페어... 즉, 여분이라는 것인가? 지금의 사령관이 여분....?'


"여분이라고...?"


아스널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목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말은 즉.....'


아무런 징조도, 어떤 회의도 없이 사령관이 교체됐다.

그녀가 알던 사령관이 죽고, 전혀 새로운 존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가...


'이게 무슨....'


그러나 사령관의 건강이 이상징후는 없었다.

사령관은 언제나처럼 멀쩡했다.

그런데도 교체됐다는 것은.....


"이봐, 화장실에 누구 있-"


쾅!


아스널이 문을 열고 나가자 사디어스가 있었다.


"아스널 준장?"

"미안하군."

"잠깐, 아스널 준장."

"뭐지?"

"신고가 들어왔어.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는데."

"....."


아스널은 사디어스의 위아래를 훑는다.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중무장을 하고 있다.


'애당초 나를 잡으려고 온 건가.'


"잠깐 같이 가줘야겠어. 잠깐이면 된다구?"


피식 웃는 사디어스를 보며 아스널은 여러 가지를 계산한다.

당장 싸워 승산이 있는지.

승산이 있다면 얼마나 우세하고, 또는 얼마나 불리한지.

그리고 지금 타이밍에 나타난 것이 과연 우연일지.


'지금 잡히면 쪽지를 들킨다.'


"알았다."

"오, 좋아. 순순히 따라주니까 편하네. 자, 그럼-"

"너희는 적이군."


훅-


주먹이 뻗어 나간다.

사디어스는 간발의 차이로 주먹을 피하-

지 못하고 턱 끝을 맞았다.


"큭....! 이게 무슨... 어...?"


사디어스가 크게 휘청거렸다.


"바이오로이드라 해도 인체구성은 인간과 같지. 중장비를 다루는 이 나의 주먹이다. 뇌진탕으로 한동안은 정신을 못 차릴 터."

"윽.... 빌어먹을...."

"너희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주마."


아스널은 화장실을 나선다.


"엇?"

"....혼자가 아니었군."


바깥에는 여러 인물이 있었다.

소니아, 리앤. 세이프티까지.


"너 이자식 내 버디를!"

"수적으로 불리하군."


아스널은 도망쳤다.


"잡아! 놓치지 마라, 당장 잡아!!"


'하는 수 없군, 쪽지는 삼킨다.'


그녀는 달리는 와중에 쪽지를 삼켜 먹었다.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됐다는 것은.... 이미 상층부는 전부 한 패라고 봐야겠군.'


그렇다면 무적의 용과 라비아타, 사디어스를 포함한 경찰 전부가 사령관의 정권교체를 노렸다는 것인가?

누구보다 가장 충성스러웠던 이들이, 사령관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이미 직접 경험했다.

그때 무적의 용이 말을 건 타이밍은, 고의로 메리와의 대화를 끊은 것이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정면돌파.


아스널은 가장 의심스러운 장소르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목표를 놓쳤다, 쫓아! 어디로 갔을지는 빤하다, 당장 매복하고 대기해!!"


울려 퍼지는 소니아의 외침을 뒤로하고, 아스널은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캉캉, 철판을 달릴 때마다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그녀의 발걸음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앞을 차지한 것은....


"이 뒤로는 갈 수 없다. 아스널 준장."

"칸.... 어째서지?"

".....나는 단지 명령을 따를 뿐이다."

"칸...!"

"여기까지다, 아스널. 조용히 돌아가서 네 처우를 기다려라. 날뛰지 말도록. 너에 대한 처분이 곧 결정될 것이다."

"하...! 처분?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칸. 나를 처분하겠다고?"


아스널은 눈을 감고 피식 웃었다.


"누구도 날 단죄할 수 없다. 나만이... 나만이 사령관을 구할 수 있다면. 그리 하겠다."

"....쉽지 않을 터."

"그래. 처음부터 네가 나왔으니 쉽지 않겠지. 하지만 해내겠다."

"........"

"오너라, 거대한 늑대여. 대물 저격의 총맛을 알려주마."


그러나 칸은 덤비지 않았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돌연 두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고맙군."


아스널이 그녀를 스쳐 지나갈 때, 칸이 말한다.


"진실을 알면 괴로울 거다. 그래도 가겠는가? 진정으로? 그게 너의 마음을 좀먹는다 해도 진실을 봐야만 성에 차겠는가?"

"...사령관을 위해서라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닥터의 실험장으로 가라."

"고맙다, 칸."


아스널은 칸을 내버려두고 달려갔다.

이윽고 닥터의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부수고 들어간다.'


그렇게 주먹을 장전하는 찰나, 목소리가 들렸다.


-기어코 오셨소.


"무적의 용....."


-칸 대장은.... 당신을 막지 않은 모양이오.


"그렇다. 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가겠다."


-.....좋소. 예까지 왔으니 더 이상 어쩔 수 없지.


치이이이익-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는 무적의 용과 닥터가 있었다.


"들어오시오."

"....."


아스널은 당당한 걸음으로 발을 들였다.


"당장 말해라.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정말 듣고 싶소?"

"그렇다. 대체 왜 사령관을 배신한 것이지?"

"배신이라...... 아스널 준장.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군."

"뭐라....?"

"그렇게 원한다면 보여주겠소."


-자, 잠깐....


아스널의 눈이 커졌다.

이 목소리.

이 떨림.

사령관이 당황할 때 뱉는 특유의 쇳소리.


"사령...관....?"


-기다려. 안 돼.


"더는 숨길 수 없소. 사령관. 오해가 더 커지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오."


뭔가 이상했다.

흑막인 줄 알았던 존재가, 오히려 사령관을 설득하다니.

그리고 곧 그 정체가 밝혀진다.


딸칵-


온 방안이 환하게 빛났다.

눈에 들어온 광경에 아스널은 넋을 잃었다.

몇 초 후, 그 절망은 허탈한 미소로 바뀌었다.


"그렇....군...."


걱정과 근심, 그리고 배신자들에 대한 분노는 고스란히 돌아와 그녀를 겨냥했다.

칸이 말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의 보지가 너무 강해진 것이었나."


-......


사령관의 목소리를 뱉던 기계에서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사령관은 알몸으로 배양액에 들어가 있었다.


[어때, 사령관! 어떤가! 기분 좋은가? 자지 스윽스윽 기분 좋은가?!]

[아, 아파, 잠깐만 아스널... 아파..! 너무 조여!!]

[그대를 위해 연마한 보지조임이다, 부디 하윽! 부디 마음껏 음끽했으면 좋겠군! 아흑!]

[-아파...! 아픈데 기분 조하아아으으으윽!!]


며칠 전, 아스널은 사령관과 격한 밤을 보냈다.

아니, 밤이 아니라 하루라고 해야 정확했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그리고 밥을 먹는 동안 발로 스윽스윽 해주다가 점심부터 저녁까지.

저녁에는 서로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고,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해 그대로 섹서사이즈까지.

저녁식사를 한 이후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섹스 마라톤.

그 직후, 아스널은 포만감을 느끼며 푹 잠들었었다.


'일어났을 때, 사령관은 이미 없었지.'


그는 푹 쉬라는 쪽지 하나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만났던 것이 어제.


"자지 전신 화상 2도."


닥터가 말한다.


"이번에는 너무 심했어. 아스널 언니. 껍질도 다 벗겨지고, 난리도 아니었다구."

"....."


-아스널..... 미안해. 말해야 했었는데.... 너무 부끄러웠어.


사령관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와는 온갖 추잡한 섹스를 하면서 허물이 없어졌지만... 이건 말하기가 어려웠어. 너에게 상처를 줄 것 같기도 했고.... 


"통탄할 일이로다."


아스널은 눈물을 흘렸다.


"당신을 위해 연마한 보지 질압이. 도리어 당신에게 고통과 창피를 줄 줄이야."


허탈감.

그러나 그 이상으로 채워지는 안도.


'다행이야. 사령관은 멀쩡했어.'


스페어라는 것은, 원격으로 조종하는 예비 육체를 말한 것이었다.

사령관은 자지가 중태에 빠진 와중에도 자신의 스페어를 조종하며 대원들을 위로해준 것이다.

저 배양액에서.


"모든 것은 나의 죄였구나. 멋대로 의심하고, 멋대로 배신자라 단정짓고. 나는 죄인이다."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결단을 못 내리고 우물쭈물 했기에."

"...."


쾅-!


"아스널! 우리 시티가드는 당신에게-!!"


사디어스가 씩씩거리며 그녀의 양팔을 잡고 수갑을 채웠다.


"사령관 한 달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겠다!! 특히 성적인 접촉은 금지야. 지금 사령관은 발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면서 운다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알아? 스페어로 섹스해봤자 사령관은 제대로 느끼지도 못해. 오히려 스페어랑 시신경이 연결돼서 발기할 때마다 아파하고 있다고!"

"미안하다."


아스널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달게 받겠다. 나의 죄다."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어떻게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세게 조여."


-너무 그러지 마. 사디어스. 너희가 싸우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


"음.... 한 대 맞은 게 있어서 좀 욱해서 그랬어."


-잘 해결해줘. 부탁할게.


"사령관이 그렇게 말한다면 뭐...."


사디어스는 아스널을 힐끔 보았다.

더 뭐라고 하지도 못할 정도로 슬퍼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일은 일단락되었다.

아스널은 사령관 완치 때까지 섹스는 물론, 모든 성적 발언을 금지 당했다.

전화 통화를 할 때에도 지극히 사무적인, 또는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는 질압을 낮추기 위한 특수한 수련을 했다.

보지에 바나나를 넣으며 바나나의 모양이 으깨지지 않도록 '힘을 푸는' 훈련을 한 것이다.

물론, 이는 그녀 스스로에게 내린 벌이자, 앞으로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었다.


"이번 일로 배운 것이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것이지."

"너무 지나치게 숙연해하는 것도 안 좋고."


그녀의 옆에는 사령관이 있었다.

징계는 고작 한 달이었지만, 아스널은 어쩐 일인지 전처럼 마구 덮쳐오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연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화되어 있었다.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는 자제하려고 한다. 가능한."

"그래? 아쉽네."

"아쉽다니?"


그런 일을 당하고도 아쉽다는 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사령관이 슬쩍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완성됐거든. 닥터가 준비한 강화자지가."

"강화자지....?"

"맛볼래?"

".....!"


당연히 오케이였다.

왜 거절하겠는가.


"자, 잠깐... 사령관? 이게 대체 무슨....?"

"어허, 쓰읍."


사령관은 막무가내였다.


"질척하게 젖은 주제에 내빼기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

그러나 아스널은 자지가 보지를 우악스럽게 벌리고 들어옴에도 저항하지 못했다.


"아흑!! 아흐으으응!!"


그것은 낯선 자지였다.

익숙한 자지기술로 보지를 헤집는 낯선 자지.

그것은 더 굵고, 더 질기며, 더 단단했다.


새로운 자지 공격에, 그녀는 개처럼 헐떡이며 조수를 뿜었다.



--



라오문학 모음집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