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면 전 회차 감상 가능)


오르카 호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뉴욕의 오메가 빌딩.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감마에 이은 델타의 항복, 그리고 진격해 오는 오르카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선두에는 분노와 복수심으로 똘똘 뭉쳤을 것이 분명한 자신의 주인의 아들, 미하일이 있었다.


감마와 1대1로 일기토를 벌여서 뼈가 부러지는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넉다운 시키고, 독과 자상으로 몸이 걸레짝이 되면서도 달리는 열차에서 델타와 함께 강으로 떨어졌다는 등. 


말 그대로 광인이 아니면 벌이지 못할 무모한 행동으로 자신의 자매들을 파죽지세로 제압해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바로 본인뿐.


하지만 동생만큼 그녀 자신의 의지도 확고했다.


“설령 모두가 그 애한테 항복한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굴하지 않아.”


“하루빨리 회장님을 부활시킨다는 평생의 숙원을 달성하기 전까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기필코 성공하고 말 테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빌딩 지하의 비밀 연구실에 위치한 냉동 캡슐 중 하나에서


[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장장 백여 년의 시간 동안 미동도 없던 심박계의 그래프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 너머의 건물에서는, 마스크와 중절모로 얼굴을 가린 누군가가 쌍안경으로 오메가 빌딩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미하일 보르비예프, 방년 21세의 오르카 부사령관이다.


난 지금 일생일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감마나 델타가 갑자기 ‘캬루’했냐고?


수뇌부가 후회물 같은 괴문서 보고 날 숙청하려 하냐고?


아니, 그거 이상으로 더 심각한 문제다.


[님 당분간 업무 중지임 수구.]


그래, 사령관님으로부터 직접 업무 중지 명령을 받은 거였다!


https://youtu.be/U5eieEqLvgQ

https://youtu.be/U5eieEqLvgQ

(50초부터)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나는 사령관님에게서 쪽지를 받은 그 즉시 회의실로 박차고 들어가 따졌다.


“...에?”


“지난 몇 개월 동안.. 오르카 밑에서 쎄빠지게 굴렀는데!! 이제 오메가랑 싸울 일만 남았는데 여기서 업무 중지를 때리는 게 어딨냐구요!!”


“아니, 그..”


“뭐라 말 좀 해봐요!”


“그건 저희가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입니다.”


사령관님 대신 답하는 아르망이었다.


“그게 머선..”


“이런 상태를 하고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전하?”


아르망은 부릅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의 종합 문진표였고, 이름 아래로 내가 지금까지 겪은 증상들이 적혀 있었다.


- 늑골, 견갑골, 손목뼈 등을 포함한 수십 곳의 복합 골절.

- 팔과 다리의 인대 파열 및 자상.

- 마비독이 체내에 아직 잔류 중. 

- 장기간 수분 섭취 부족으로 인한 탈수증.

- 장기간 자외선 노출로 인한 열사병.


위의 다섯 개는 모두 치료되었는지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지만 딱 두 개,


- 평소 불규칙적인 식사로 인한 영양 불균형.

-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생긴 정서 불안.


이 항목들은 홀로 깨끗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위에 건 다 치료됐으니까 괜찮은 거 아니야?”


하지만 아르마망은 내 말을 묵살함과 동시에 몰루망 러쉬를 선사해 주었다.


“으엌.”


“델타와 싸우면서 네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으니까 그러는 거야, 참고로 이건 내가 건의했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했던가, 내 가장 든든한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알파가 사령관님께 직접 이야기한 것이었다!


“난 이미 여기서 더 피폐해질 수도 없는데?”


나는 농담으로 애써 이 결정을 철회시키려고 했으나..


“야!”


돌아온 것은 메이 대장님의 조인트 까기였다.


“또 왜 때려요..”


“당분간 쉬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 


“거기다 오메가는 군세가 크니까 준비해야 될 기간도 길 걸세, 그동안 재충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늘 자신을 혹사하기만 하는 남자는 오르카 호 부사령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피로가 쌓인 상태로 다시 전투에 돌입하는 것은 분명 승리에 지장을 미칠 것이오.”


“그렇습니다. 더구나 얼마 전에 마리오네트들을 묻다가 그만 선 채로 실신했지 않습니까.”


“전쟁 준비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부사령관은 그냥 푹 쉬고 복귀하는 게 좋을 걸세.” 


지휘관님들은 모두 짠 듯이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쉴 것을 권유했다.


“사령관님도 뭐라 말씀 좀..”


눈을 돌려 바라본 그의 얼굴에는 자기도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사령관님도 아프거나 아니면 지휘관들이 내킬 때 등, 작전 회의를 할때 종종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다고 했던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게 적용된 듯 싶었다.


“어쨌든 전하는 폐하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업무 중지 겸 휴가임을 선언합니다!”


“야, 내가 언제..”


아르망이 힘차게 내 오른팔을 들어올렸기 때문에 마지막 말은 결국 목구멍 속으로 삼켜졌고, 그렇게 난 언제 끝날지 모를 휴가를 받게 되었다.




https://youtu.be/RzWkbV5zbB8

https://youtu.be/RzWkbV5zbB8


“아무 일도 못한다니, 이럴 수가..”


나는 시설 내부의 공원 벤치에 드러누워 얼굴을 가린 채 잔뜩 절망을 만끽하고 있었다.


단순히 전술적인 업무에서 배제된 것 뿐만이 아니라, 여타 잡다한 일도 돕지 못하도록 이미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뭔가를 도와주려고 팔을 걷어붙일라치면 어딘가에서 갑자기 아르망이 불쑥 나타나 나를 끌고 갔고, 아르망이 등장하지 않아도 이미 부사령관이 도와준다고 하면 거절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방금 전에는 청소라도 도와주기 위해 콘스탄챠 씨를 찾아갔는데..


“그.. 빗자루라도 좀..”


“..안 드려요.”


“네?”


“안 드린다구요!!”


어딘가의 말 귀 달린 여자애가 할 법한 사자후로 단박에 거절당했다.


“하아..”


“나 좀 일하게 해 줘어어어어!!”


내가 돌아버린 놈처럼 보인다고?


만약 당신이 자기 가족이 거느리는 대군과 맞서 싸워야 하고, 거기다 목전에 평생의 원수를 두고 있는데 상부나 다른 이들로부터 쉬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라. 


거기다 많은 죄를 지은 자매들의 거취도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까지 겹치면?


모든 걸 끝낼 때까지는 절대 쉴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몸이 완전히 아작난다 하더라도 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냐고오오오..” 

 




https://youtu.be/z6LmMCuGjfA

https://youtu.be/z6LmMCuGjfA


“모리아티, 뭐 하고 있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 보니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리앤이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귓불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몸은 좀 어때?”


“난 괜찮아! 좀 쉬니까 다시 풀 컨디션으로 돌아왔어.”


“그래, 잘 됐네..”


리앤은 내게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고 난 흔쾌히 자리를 내주었다.


“왓슨이 업무중지령 내렸다면서?”


“사실 사령관님도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지만 말이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우리 오르카 지휘관님들 결단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왓슨에 이어 모리아티도 업무중지령을 받다니.”


“그거 때문에 걱정이야,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그러자 리앤은 내 볼을 두 손으로 꽉 쥐더니 가까이 끌어당겼고, 내 가슴은 마치 8기통 엔진처럼 쿵쿵 뛰기 시작했다.


“으에..어..에..?”


“바보야! 중요한 때일수록 최대한 요양을 해야지!”


“깨어나고 수 개월 동안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무리했잖아!”


“볼 움푹 패인 것 좀 봐! 우선 뭐라도 먹으러 가자!”


“어 리앤, 잠깐만..”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나는 리앤의 손아귀에 붙들려 식당으로 끌려갔다. 


“미하일, 어서 와.”


“형사양반한테 끌려올 줄은 몰랐는걸?”


거기엔 알파와 감마가 와 있었다.


“그.. 왜 거기서 나오십니까?”


“휴가도 받았으니까 오래간만에 같이 식사도 할 겸 온 거야, 리앤 씨한테 부탁해서 널 여기로 데려온거고.”


이것도 다 계획이 있던 건가,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보다도, 너..”


감마는 내 오른손목을 탁 잡아챘다.


“응?”


“이거 봐라, 완전히 뼈만 남았네.”


내가 원래 마른 체구이긴 했지만 최근 몇 주간 무리한 탓에 평소보다 더 살이 빠져 주변 사람들은 꼭 해골 같다는 말을 했다.


“끼니는 제때 챙겨먹고 다니는 거야?”


“얼굴도 창백하고..”


알파와 리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안색을 살폈다.


“내가…” 


“마지막으로 뭘 먹은게 언제였더라?”


이 말을 하자마자 세 명의 안색은 바로 하얗게 질렸다.


“...왜?”


“안되겠다, 알파 씨. 당장 뭐라도 시켜줘야겠어요.”


“그러니까요, 이러다가는 진짜 쓰러지겠네.”


나는 그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 쓰러지는 거 한두번 있는 일 아닌데 왜 그러는 ㄱ..”


“““조용히 해!!!”””


“딸꾹.”


그 일갈에 한 마디 못하고 식탁에 강제로 착석당했다.


그리고 리앤은 무언가를 마구 수첩에 적어 내려가더니 소리를 내어 소완 씨를 불러 족히 4인분은 넘어 보이는 점심 식사를 주문하더니 내 앞에 들이밀었다.


“““맛있게 먹어!”””


“하느님 맙소사..”





오랫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아서일까, 일단 그 많은 음식을 뱃속에 채우는 것은 가능하긴 했다.


물론 내 위장이 평소보다 훨씬 불어나서 걷는 데 지장이 생긴 것만 빼면..


“그럼 나는 일이 있으니까 들어가 볼게?”


“푹 쉬고 와라, 동생!”


알파와 감마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인사한 후 다시 일터로 복귀했고 그렇게 식당에는 나와 리앤, 단 둘이 남았다.


“이제 뭐 하고 놀까?”


“...노는 거야?”


“휴가잖아, 마음껏 놀아줘야지! 거기다 나도 오늘 비번이고!”


평소에도 쾌활한 리앤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늘따라 텐션이 더 높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하지만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또다시 그녀의 손에 끌려 휴가 첫날의 일과를 개시했다.


“출발!”





https://youtu.be/dtYwq4aBr0E

https://youtu.be/dtYwq4aBr0E


그렇게 리앤과 함께 돌아다니기를 3시간째.


야구 연습장을 필두로 하여 영화관, 아케이드, 인형뽑기,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비롯한 각종 놀이기구까지.


난 오르카 호 내외에 있는 온갖 오락시설을 돌며 그녀와 함께 생각보다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7월의 무더위도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리앤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고, 간만에 스트레스 없이 한결 쾌적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하루를 보내 본 것이 몇 년 만인가.


어머니의 사후 이래 단 하루도, 아니 단 1초도 쉬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쉬어 본 적도 없었다고 리앤에게 얘기했더니 기꺼이 이곳저곳에 데려가 주었다.


평소 같으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뭘 이렇게까지 하냐며 싫어했을 나였지만 이번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 한결 상쾌한 기분이었다.


짝사랑하고 있는 이와 함께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다가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거.. 데이트 아냐?'


젊은 성인 남녀 둘이 정답게 어울려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놀고 즐기는 이 상황을 데이트가 아니면 달리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거기다 리앤의 미소를 보면서 더위도 잊어버릴 정도였는데, 이것도 충분히 데이트할때 있을법한 일이었을 뿐더러, 주변에 지나가는 부대원들의 시선에서 모르게 커플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가장 크게 반응했던 것은..


"부사령관님과 리앤 양의 데이트으으으!! 오오.. 이건.. 이건 느슨한 탈론허브에 긴장을 주는 새로운 영상거리가 될지도 몰라! 순애 최고! 순애 최고!! 빨리 손깍지 꼬옥 잡은 순애 섹스를 보고싶어!!!"


…넌 나중에 칸 대장님한테 보고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중, 리앤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모리아티!"


"응?"


"저거 봐!"




https://youtu.be/5_E_y1AWAfc

https://youtu.be/5_E_y1AWAfc



이전, 리앤을 향한 연심을 자각했던 그 때처럼 땅거미가 천천히 지며 하늘을 자색으로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예쁘다."


"그러게.."


나는 무의식적으로 리앤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꽤 재밌었지?"


"응, 이렇게 쉬어 본 게 엄청 오랜만이라.. 생각보다 더 좋았어."


그녀는 예의 아하핫, 하는 웃음과 함께 난간에 기대며 "모리아티가 이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 라 말했다.


내가 그렇게 어두워 보였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야 모리아티는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으니까, 늘 고민에 차 있고, 화나 있고, 속으로 울고.."


"많이 힘들었잖아, 조금 쉬면서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래.."


이제 태양은 해평선 너머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보냈는데, 내일은 뭐 하지.."


"내일도 나랑 놀자!"


"일해야 하는 거 아냐?"


"헤헤, 실은 나도 휴가거든. 물론 병가이긴 하지만."


이때 나는 병가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생각한 것과 바뀌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잘 됐네, 그럼 쭉 함께 있을 수 있겠다."


"하하, 그러네!"


"응?"


"에?"


"아.."


내가 내뱉은 말에 순간 공기가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리..리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어어어.."


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을 짜내려고 노력하는 사이 리앤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모리아티."


"..녜?"


"내 눈 똑바로 보고 얘기해 봐."


처음 듣는 서늘한 말투였기에 무의식 중에 차렷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말은 어떤 의도였는지 말해줄래?"


"아냐 리앤, 이건 그러니까.."


내 가슴은 두방망이질치기 시작했고 얼굴과 귀는 진홍빛으로 물들었으며 식은땀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얼굴을 가려도 이미 들킨 상황, 리앤의 얼굴은 1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왜 꼭 이런 중요한 순간에 말을 제대로 못하는 걸까, 분명 싸울 때는 도발도 거리낌 없이 뱉을 수 있었는데, 언제나 대담하고 무모하게 행동했는데 왜 지금은 이런 걸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녀는 예의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았는데, 이건 두말할 필요 없이 내게서 확답을 들어야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동시에 여기서 물러서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내 마음을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번갈아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친구로만 지내자고 하면 어떡하지?’


‘내겐 왓슨이 있으니까 안돼, 라고 하면 어떡하지?’


‘무엇보다도, 나처럼 죄 많은 남자는 싫다 하면 어떡하지?’


일분일초가 1년처럼 느껴지는 순간 동안 내적 갈등을 계속하는 중에 리앤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내 코를 톡 건드렸다.


“빨리 말 안하면..”


“나 이대로 가.버.린.다?”


그 말을 듣자 내 가슴은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만약 이대로 돌아가게 놔둔다면 앞으로 평생 리앤에게 내 마음을 전할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묘비에 ‘미하일 보르비예프, 평생 독신이었다.’ 라고 새겨질 수도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높았다.


행복을 가르쳐 준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지도 모른다, 라는 결론을 나는 내렸다.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0.1초도 채 걸리지 않았고, 나는 한 발짝 물러선 후 숨을 한번 크게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리앤, 나는 그러니까..”


“으응?”


“조..”


또다, 마치 접착제를 발라 놓은 것처럼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사랑을 하는 것도 실패하고 마는 걸까라고 생각하던 찰나..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볼에 리앤이 입을 맞췄고, 순간 내 머리의 사고 회로는 정지했다.


“어..?”


“나 좋아한다고 말하려 했지?”


그녀는 생글생글 소악마 같은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알고 있었어.”


“언제 직접 말하나 했더니만, 이제야 들려주네. 이 바보가!”





미안하다 조금 늦었다


드디어 싸우기는 잘하지만 사랑에는 바보병신인 미하일도 행복해지는 걸까!


그리고 오메가 빌딩을 관찰하던 마스크 쓴 인물은 과연 누굴까!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와 댓글 좀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