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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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뜩까뜩까뜩....]




손톱을 이빨로 씹으면서, 


발은 불안감에 떨면서,




나와 금란은 초초함에 잠식된 채 합격자 발표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합격자 조회창은 띄워놓은지 오래이고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로 무척이나 떨리는 순간이다. 일초가 한시간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럴 진데 금란은 오죽했으랴.


금란은 지금 머릿속에서 온갖 경우의 수가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금란은 정말이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빠르게 검정고시를 통과해왔다.




학원에 등록하고 나서 몇달 않있어 바로 초졸고시에 당당히 합격했고 이듬해 중졸고시도 합격했다.


학원 선생님들도 '이런 수강생은 난생 처음이다' 라며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들 금란을 보며 '정규교육을 받았더라면 필시 전교 상위권을 휩쓸었을 것' 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리고 금란이 공부를 시작한지 1년째 되는 오늘.

그 마지막 골인지점이 눈 앞에 보이고 있었다.


이제 운명의 시간. 과연 행운의 여신은 금란에게 손을 내밀어줬을까.



합격자 발표 시간이 되자 금란은 자신의 수험정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나+금란: 아.......씨......



역시 그럼 그렇지. 서버가 터졌나보다. 

금란은 한숨을 푹 쉬더니 조금 기다린 후 다시 한번 천천히 수험정보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제대로 다음 페이지가 나왔고 그렇게 우리가 본 것은....










금란: 아....


나: 어어?!?!




한 순간의 정적. 그리고 지금 보는 것이 진짜 인지 시선을 번갈아 보면 확인 하는 나와 금란.


필시 그것은 거짓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었다.


모니터 화면에 선명히 띄워진 시험점수와 [합격] 메세지.




금란: .....흑....흑흑......


나: 고생했어....흑.... 진짜 고생많았어.




원래 합격한다면 서로 기쁨의 댄스라도 추자고 약속했던 우리였지만 실상 정말로 합격하고 보니 그동안의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것이 생각나 감정에 북받쳐 서로 흐느낄 뿐이었다. 


오로지 나란 인간 한놈만을 바라보고 나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한 해 동안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려 공부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나는 곧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나: 엄마! 금란이가 검정고ㅅ.......


엄마: 어떻게 됐어?! 합격이니?!


나: 어.. 어!! 합격이야! 최종합격!!


엄마: 어머 어떻게!!! 장하다 우리 며느리~!!!!!!!


나: 아직 며느리는 이르다니까 그러네!!


엄마: 검정고시 합격하면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누구더라?


나: 아 진짜 그니까 하긴 하는데 벌써부터 며느리라니 원...


엄마: 그래도 아이고, 우리 며느리가 진짜 고생했네~ 아들, 전화좀 바꿔줘봐.






나는 멋쩍은 미소로 금란에게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금란: 안녕하세요 어머님.



엄마: 아이고~ 우리 새아기~!!! 정말 축하해~!!



금란: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어머님.



엄마: 그간 고생이 얼마나 많았어. 진짜 축하해. 오늘은 세환이한테 아무거나 다 시켜. 막 부려먹어.



금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세환씨한테 부려먹다뇨 하하



엄마: 오늘 아니면 기회 없을 껄? 한 일주일 동안은 밥, 빨래, 청소 다 시켜~ 그리고 나중에 아이 가지면 1년동안 또 부려먹어 호호호호~



금란: 네? 아...아이요? 아하핳....







뭐지?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아이에 과한 얘기가 흐른다고? 그와중에 금란은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이 잘 익은 홍당무가 되었다.

아들 빼놓고 고부간 화기애애한 얘기를 하다니!





나: 뭐야?! 뭔 얘기 하는거야. 아이라니?



금란: 아, 어머님. 세환씨가 들었나봐요 ㅎㅎ



엄마: 어머, 들었으면 걔가 뭘 어쩔건데. 하나 만들어줘야지 그렇지? 홓호호 오늘밤 해달라고 그래봐~



금란: 아직 부끄러워요 어머님....






아아, 우리 엄마 또 금란에게 손주얘기 하는구나. 

전에 금란에게 합격점을 준 이후 엄마와 금란은 부쩍 친해져서 누가 보면 모녀지간이라 해도 모를 정도로 자주 교류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친해진 걸 넘어서 아예 아들만 쏙 빼놓고 어디 놀러간다든가 하는 일이 자주 있단 말이지.


뭐... 고부간에 갈등이 없으니 좋은거라면 좋은거겠지. ㅎㅎ




금란: 네... 네.. 감사합니다. 어머님. 네네. 다음주에 뵈러 갈께요. 네 어머님, 들어가세요.





금란은 엄마와의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다시 다에게 돌려주었다.





나: 엄마가 뭐라셔?



금란: 음... 일주일동안 세환씨를 부려먹으라 하셨어요.



나: 나를? 허허 우리 엄마 참.



금란: 근데 정말 약속 지킬꺼에요?



나: 무슨 약속?



금란: 저 검정고시 최종합격하면 결혼하는거.... 전에 어머님과 약속 하셨다고...



나: 아.... 약속이라기 보다는 그냥 엄마의 일방적인 강제조약 같은거라 볼 수 있는데....



금란: 아... 그런거였어요? 




뭔가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이내 실망한 기색을 보이는 금란.





나: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강제조약이랄까. 후훗....




나는 금란에게 해명 대신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로 향했다.





금란: 세...세환씨?!



나: 그냥 나에게 모든 걸 맡겨. 부려먹는다며.



금란: 모든 걸 맡기긴 할껀데 아직 어두워지기도 전이잖아요!!



나: 약속이행에는 때를 가리지 않는 법이지.




나는 금란을 침대위에 살포시 올려놓고 그녀의 위로 엎드려 부드럽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금란: 읏.... 짖궂어.....



나: 그래도 나 사랑하지?



금란: 대답을 듣고 싶은거에요?



나: 응. 듣고 싶어.



금란: 싫어요.



나: 싫어?



금란: 대답 대신 이걸로....






그러면서 금란은 나보다 더 강하게 나에게 키스를 하더니 이내 내 손을 가져가 자기 가슴 위에 얹어주었다.


나는 그녀의 리드에 따라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었다.


이러고도 충분치 않았는지 곧이어 그녀의 혀가 나의 혀를 만나기 시작했고 더욱 강하게 나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우리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의 몸을 가려주던 옷들을 부드럽게 벗겨줬고 이윽고 침대 위에는 순수한 두 남녀의 몸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 사랑해 자기....



금란: 평소에도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는데...



나: 그럼 앞으로 계속 자기라고 부를까?



금란: 그럼 저도 자기라고 불러도 돼요?



나: 자기라고 부르는 김에 말도 편하게 해. 언제까지 존댓말 할 꺼야.



금란: 반말 하는건 아직 어색해서.... 그건 나중에 때가 되면 할께요....자기....



나: 알았어 자기...



금란: 사랑해요.



나: 나도.





나는 다시 한번 키스 하며 입술로 그녀의 입, 볼, 목, 가슴, 갈비, 허리, 그리고 아랫배를 부드럽게 쓸어나갔다.


금란은 이미 두 눈을 감고 연신 나에게서 전해져오는 감각에 오롯이 집중하며 때로는 허리를 휘거나 작은 신음을 내며 반응했다.



충분이 전희가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평소 하던대로 콘돔을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란이 그런 나를 막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나에게 말했다.






금란: 자기... 이제 그런 건 버려도 되잖아요...



나: 정말 괜찮겠어?



금란: 당신에게 구원받은 이후부터 이미 마음의 결정을 했어요. 그래도 계속 피임을 한 건 당신의 입장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모든게 해소되었잖아요.



나: 그렇지... 이젠 우리 둘 다 맘 편히 할 수 있게 되었네. 오롯이 진심으로 사랑을 "나눠줄 수" 있게 되었네. 



금란: 기뻐요. 콘돔은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나쁜 물건이었어요. 후훗.



나: 자기 지금 너무 야한 말 잘도 하는거 알아?



금란: 그렇게 만든게 누군데요? 흐응?





그렇게 대답한 금란은 다시금 나를 껴안고 깊은 키스를 해줬다.





나: 그럼... 할께.



금란: 어서와요 자기.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께요.






그날 밤은 다른 날에 했던 관계보다 더욱 깊은 감정과 함께 한 것 같았다. 

뭐랄까... 드디어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쁨과 짜릿함.

그리고 앞으로도 둘이서 함께라면 힘들지언정 서로 의지하면 된다는 근본적인 안심과 기쁨이랄까.



그렇게 난 나의 모든 것을 금란에게 전해줬고 그녀도 기쁘게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줬다. 

물론 저녁도 안먹고 해대다가 우리 모두 지쳐 잠든건 조금 창피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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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게 즐기니까 좋으십니까? 행복하신가요?



금란: 누구...신가요?



???: 언제까지 거기서 놀기만 하실껍니까?



금란: 대체 누구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멋대로 인간님 옆구리에 끼고 호의호식 하며 살면 끝날 줄 아셨습니까?



금란: 호의호식이라뇨. 그게 무슨....



???: 이 행복이 언제까지 갈꺼라고 생각하는겁니까? 당신은 인간이 아닙니다.



금란: 아닙니다. 저는 인간이에요. 대체 누구시길레 저에게 이러시는 건가요.



???: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요. 한 여름밤의 꿈도 적당히 꿔야 달콤한 법입니다.



금란: 돌아가다뇨......설마?! 아...안됩니다. 여기가 제가 있을 곳입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길래?!........!!!!!!!!










나는 당신. 금란.... 당신의 마음 속 그림자. 떨치지 못한 당신의 바이오로이드로서의 정체성의 마지막 조각.



금란: 저는 미련 따윈 없어요! 오르카 자매들이 그립긴 하지만 세환씨와 그이의 가족들과 만나고 이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구요! 저는.... 저는 세환씨와 영원히 함께할 겁니다! 차라리 자매들을 현실로 데려올 수 있으면 그러겠어요!





흠.... 그 생각이 변치 않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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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 헉! 흐윽...흐윽....



나: 음?? 자기야 왜그래? 아직 아침인데...



금란: 세환씨...자기....





금란은 악몽을 꿨는지 어젯밤의 거사를 치룬 그대로의 알몸 전체에서 식은 땀을 흘린 채 가파르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윽고 금란은 조용히 내 손을 자신의 심장부근으로 가져갔다.


나는 그 감각에 자동으로 잠이 깨버렸다. 금란의 심장이 너무가 강하고 불안정하게 뛰고 있는 것이었다.




나: 자기야. 왜그래. 무서운 꿈 꿨어?!




금란은 조용히 나를 안더니 이렇게 말했다.




금란: 약속해줘요. 앞으로 저나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서로 도와주고 구해주기로... 꼭 약속해줘요....




나는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지만 사랑하는 금란의 부탁이니 바로 응해줬다.





나: 당연히 그럴꺼야. 약속할께.



나는 금란의 불안한 눈빛을 이마의 키스를 통해 덮어주었다. 


무슨 꿈을 꿨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따 잠이 완전히 깬 후 대화를 해야 할거같았다.





나: 아, 오늘 토요일이구나. 흠..... 자기야, 샤워부터 할까?



금란: 아,...네 그래요...




나는 금란의 손을 잡고 함께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샤워 후 조금 안정되면 대화를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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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소설은 결말이 첫화부터 나와있으니 이 '작은' 문제를 금란이 어떻게 해소하는지 지켜보자.


글을 읽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각자의 최애 바이오로이드의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