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면 전 회차 감상가능)


한편 오르카 호의 사령실에서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앜!!”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드디어 고백을 했어..!”


“그뿐만 아니라 키스까지 갈겼다구..!”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쏘..!”


“이 얼마나 길고 길었던가..!”


“역시 믿고 있었다네, 부사령관!”


“저 바보가 마참내..!”


“저도 감개무량합니다!”


“박사님..! 미하일이 해냈어요..!”


“장하다 동생아, 짚신도 제 짝이 있다더니!”


사령관을 비롯한 지휘관들, 그리고 알파와 감마가 모여 화면에 비친 미하일과 리앤의 모습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은 수뇌부가 기획한 것으로, 미하일이 식당으로 끌려온 시점부터 키스에 이르기까지의 이벤트를 탈론페더의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모두가 지켜보았고, 그 반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폭발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폐한 과거를 가지고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이래 펙스와의 전투에서 늘 선봉에 섰고, 늘 만신창이가 되어 이기던 미하일이었으니 수뇌부에서는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리앤이라는 아주 훌륭한 정신적인 안식처를 찾은 지금, 그들로서는 쾌제를 부르지 아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휘관들은 잔치국수라도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평소의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매우 상기된 얼굴로 사령관에게 입을 모아 소리쳤고, 사령관은 아예 한술 더 떠서 결혼식을 열어 주자며 소리치는 등 미하일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잠깐만! 쟤네 또 뭐 말한다!”


그러던 중 다급한 메이의 부름에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린 그들은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내일은 정식으로 데이트할까? 오늘은 그냥 맛보기였으니까.”


다름이 아니라 미하일 쪽에서 직접 리앤에게 데이트 제안을 한 것이다!


“진짜?”


“응, 너랑 해보고 싶었던 게 참 많거든.”




“설마 섹스도 하는건가!”


“아스널 준장, 제발 자중 좀..”


그 와중에도 아스널은 야스각을 보고 있었지만.





“뭐야뭐야? 우리 모리아티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리앤은 두근거린다는 듯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말했잖아, 해보고 싶었던 게 참 많다고..”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하게 됐지만.” 


“그럼 내일 어디서 만날까?”


“중앙에 있는 분수대는 어때?”


“오케이!”





그들의 대화를 들은 이들은 다시 한 번 환호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고..


“으에엑.. 입에서 설탕이 나와요옥..”


생중계를 담당하고 있던 탈론페더는 아예 기절을 해 버렸으며,


“죽은 거 아냐?”


“걱정 마라, 늘 기절하던 패턴에 치사량의 당분을 더한 것 뿐이니.”


이에 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손을 흔들며 방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끝으로 생중계는 종료되었고, 그것을 직관하고 있던 모두는 다 함께 박수를 치고 축복하며 자리를 파했다.





“끼얏호우! 끼얏호우!! 끼얏호우!!!”


나는 방으로 돌아와 큰 소리로 환호했다.


리앤에게 키스를 받고, 키스를 하고, 반지까지 줬고, 거기에 데이트 약속까지!


이 4가지가 하루 반나절 만에 모두 이루어졌다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고,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게는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들뜬 상태였다.


그리고 방금 전에는 리앤으로부터 [잘 자♥️] 라는 메시지를 받아 한층 더 텐션이 높아져 헤실헤실 바보 같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에헤헤헤..”


그렇게 몇 번이고 화면을 들여다 보며 침대에서 뒹굴던 중 갑자기 내일 데이트에 입고갈 옷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부리나케 옷장을 살펴보았지만 늘 입는 검은 정장 상,하의와 아주 가끔 입는 편한 티셔츠 차림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좆됐다.


이것이 내가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난 좆됐다.


첫 데이트에 늘 걸치고 다니는 딱딱한 제복 차림으로 가야 한다니.


이보다도 더 좆된 상황이 있으랴.


"오늘처럼 나가면 리앤이 뭐라고 할 텐데.."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던 차, 문을 두드리는 똑똑 소리가 들려와 나가보니 웬 종이 백을 든 알파가 와 있었다.


"이거 전해 주려고 왔어."


안을 들여다 보니 캐주얼한 남성용 외출복 한 벌이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다.


"...혹시 독심술이라도 쓰는 거야?"


하지만 알파는 아무 말 없이 방긋 웃어 주었다.


"뭐 어쨌든.. 고마워."


"응, 내일 데이트 힘내?"


"알고 있었어?"


"탈론페더 양이 너랑 리앤 양 노선을 생중계했거든."


죽여주마, 리쿠하치마 딸페!


알파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들어와 옷을 확인해 보니, 테일러 씨가 만들었다는 라벨과 [데이트 힘내!] 라 써진 쪽지가 붙어 있었다.


모두에게 내 모든 것은 모니터링되고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도 잠시, 데이트를 떠올리니 입가에 미소가 떠올라 잡념은 금방 눈 녹듯 사라졌다.


"기대되네.."






날이 밝고 정오가 가까운 시간, 나는 리앤과 약속한 대로 분수대 앞에서 옷을 차려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조금 긴장되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나는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약 10분 정도 지나고 정확히 오후 12시가 되었을 때.


“모리아티!” 하고 리앤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리앤, 왔ㅇ..”


고개를 들어 본 그곳엔..


말 그대로 여신이 있었다.


“아, 그.. 이런 옷 처음 입어 봐서..”


“어, 어때?”


“...”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쌍코피를 팍 터뜨렸다!


“꺄악?!”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모리아티! 정신 차려!!”


“엄마가 왔네, 날 발할라로 데려가 줄 거야..”


“지금 발할라 가지 마!!”





잠시 소란이 지나간 후..


“미안, 첫 데이트인데 내가 옷 보고 너무 오버했네.”


“괜찮아, 그보다 모리아티도 잘 차려입었어!”


“고마워, 그럼 갈까?”


“응!”


힘찬 리앤의 대답과 함께 우리는 서로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시작했다.


https://youtu.be/3GOVrGzkWrY

https://youtu.be/3GOVrGzkWrY


일단 처음으로 한 것은 중앙 정원에 있는 가장 큰 나무 앞에서 사진 찍기.


아주 어릴 적 어머니와 찍은 것 이외에는 그 누구와도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못했던 나로서는 감회가 새로웠다.


“모리아티, 조금 더 웃어! 아니아니, 더 환하게!”


내가 워낙 평상시에 사람들 앞에서 잘 웃지 않아서일까, 리앤은 내 입을 쭉 잡아당기면서까지 좀 웃어 보라고 했다.


그렇게 괜찮은 미소를 건지기 위해 수 분 간 씨름하다가 몇 장을 건질 수 있었다.


“미안, 많이 못 찍었네.”


“괜찮아, 앞으로 사진 찍을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내 사과에 리앤은 밝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 다음으로 한 것은 카페 아모르에서 스위츠 먹기.


우리는 피아노 반주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분위기 좋다.”


“응, 그러게.”


“특제 생크림 케이크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페로가 내놓은 접시에는 눈처럼 하얀 생크림 위에 딸기와 청포도가 올려진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나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케이크를 잘랐고, 그걸 본 리앤은 그만 빵 터졌다.


"아하하, 너무 손 떠는 거 아니야?"


"처음 잘라보는 거라.."


겨우 케이크를 6등분으로 나누고 접시에 하나를 담은 후에 그것을 리앤에게 포크로 떠서 주었다.


"자, 아."


"먼저 주는 거야?"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하길래.."


그녀는 또 웃으며 아기새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한 입을 받아먹었다.


'예쁘네..'


나도 케이크를 몇 입 떠먹었고, 왜인지 평소 이상으로 단 맛이 혀 위에서 감돌았다.


그렇게 리앤 얼굴 한 번, 케이크 한 번을 반복하던 도중 그녀의 입가에 생크림이 묻어 있던 걸 발견한 나는 무심결에 웃으며 그걸 손으로 닦아내 입에 넣었다.


"에…?"


"어?"


"시, 싫었어? 미안.."


"아, 아냐. 시, 싫은 건 아니었는데 그으으으으.."


그녀의 얼굴은 사과보다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쪽에 약한 걸까..


나는 적잖이 놀라워하고 있었지만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은 오히려 이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는 듯 했고, 대부분은 달달함에 파묻혀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군거렸다.


"이야~ 청춘이네, 우리 부사령관하고 형사양반은." 


"부사령관님이 무심결에 크림 닦아줄 때 그 표정.. 처음 봤어요, 저런 거.."


"후욱후욱.. 부사령관님의 천연 속성.. 파괴력 엄청나..!"


"작은 오라버니랑 리앤 언니를 보면 순애 동인지 아이디어가 백 개 넘게 솟아올라..!"


주변의 시선 때문에 결국 케이크는 포장해서 내 방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도망치듯 카페를 나왔다.


잔뜩 얼굴이 붉어진 리앤과 함께 도착한 다음 코스는 일본풍의 신사.


"어서 오세요!"


왜인지 무녀복을 입은 바르그가 매대에서 우리를 반겨 주었다.


"네가 여기서 왜 나오는겨?"


"여, 여기서 알바 중이라.."


"풉.."


그 대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 웃지 마! 자꾸 그럼 벨 거야!"


리앤만큼 빨개진 얼굴로 평소의 근엄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불끈 쥔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바르그였다.


“여기선 뭐 하는 거야?”


“부적도 팔고, 손님들의 운세도 보실 수 있습니다!”


리앤은 재미로 한번 뽑아보자며 팔을 잡아끌었고 나는 산통에 손을 집어넣어 산가지를 하나 집어들었다.


거기엔 ‘大吉’ 이라 쓰여 있었다.


“이거 뭐라고 읽지..?”


“대길, 앞으로 운이 엄청 좋을 거라는 의미야!”


“축하한ㄷ..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운명이 무탈히 흘러갈 거라는 암시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부적은 연애운과 가족운, 그리고 형제운 각각 하나씩, 모두 나와 내 주변인들을 위해 샀다.




https://youtu.be/0d8R1u4vj1Q

https://youtu.be/0d8R1u4vj1Q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알뜰하게 시간을 보냈고, 어느새 해는 조금씩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사진도 찍고, 디저트도 먹고, 신사 가서 부적도 사고.. 옛날엔 상상도 못해본 것들이라.”


후계자 교육을 빙자한 학대를 10대의 전반에 걸쳐 받아오며 최소한의 오락도 허용되지 않았다.


냉동수면에 들었다 깨어나고 나서도 복수와 속죄를 위해 싸워왔을 뿐, 숨 돌릴 일도 거의 없이 자신을 혹독하게 대했다.


회장과의 악연에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는 마음의 안식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편히 휴식을 취했고, 사랑하는 여자도 생겼다.


나는 지금 최고로 행복했다.


“다음에는 또 어디 갈까?”


“음.. 워터파크?”


“좋네, 여름이니까 더위도 식힐 겸.”


벤치에 앉아 대화를 하는 것도 연애의 한 부분인 걸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도 즐거웠다.


그때 하늘 위에서 무언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불꽃놀이 하네?"


빨강, 파랑, 주황, 초록 등등. 


형형색색의 빛이 서서히 검게 물들어가는 밤하늘에 꽃을 피운다.


아마 여름이라고 브라우니나 다른 사람들이 기분을 내려고 쏘아올린 것일까 싶었다.


그 불빛은 리앤의 얼굴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볼에 키스를 하게 만들었다.


“으응?”


“싫었어?”


리앤은 대답 대신 입맞춤을 선사해주었고, 나는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밤하늘을 수놓는 오색 빛깔의 불꽃 아래에서 우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키스를 나누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만으로 서로에 대한 연심을 공유하기엔 충분했다.


우린 한참 동안이나 홀린 듯이 불꽃놀이를 바라보았고, 리앤은 내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내심 지금 시간이 아예 멈추어 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나였다.


"이대로 불꽃놀이만 보고 끝내기는 조금 아쉽다.."


"왜, 뭐 더 하고 싶은 게 있어?"


이미 웬만한 건 다 즐겼을텐데..


"같이 모리아티 방에 가서 술 좀 마셔도 돼?"


"...어? 안되는 건 아닌데.."


그럼 먼저 편의점부터 가자! 하고 리앤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손짓했다.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지?





각이냐?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와 댓글 많이 남겨주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