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한편.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치고 있는 오르카 호. 두번째 인간 일행에게 오늘따라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르카 호에 비하면 어쩌면 새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감마의 기동타격대, 그리고 두번째 인간에 의해 몽구스 팀의 전멸, 그리고 블랙 리리스의 사살 소식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리고 감정 주체가 서투른 사령관의 행보때문에 오르카 호의 분위기는 술렁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여전히 리리스의 죽음이 믿기지가 않았는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시발!! 시바아알!!! 어째서 저딴 새끼한테 나의 리리스가!!!"



"주인님!! 주인님!! 진정하세요!!"



"콘챠 이 개썅년아!!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서방님...! 이미 전사한 개체는 어쩔 수 없습니다...! 부디 마음을 정리해주십시오...!"



"...!! 흐으으...!! 하아악...!"





결국 무적의 용까지 나서야 사령관은 비로소 조금씩 진정을 하였고, 이내 회의실에선 사령관, 콘스탄챠, 무적의 용, 로열 아스널이 앞으로의 대책에 대한 간이 회의를 진행하였다.





"으음... 사령관. 아까 모습을 보아하니 뭔가 짚히는게 있었던것 같다만. 저 자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기억하는가?"



"저 새끼... 지가 있던 세계에서 특수부대에서 복무하던 군인이었다고 했다... 특전병에 해군 장교였다면... 분명 특전부사관으로서도 군생활을 했겠지..."



"그 정도면... 블랙 리리스를 일섬에 제압하고 사살할 수 있었던게 맞아 떨어집니다. 그 기술들 하나하나 모두, 저희 해군에서 교육 받는 CQC일겁니다."



"저기... 주인님께서 어째서 그걸 숨기고 계셨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숨기고 있었던게 아니다... 내가 그냥 귀찮다는 듯이 넘겨버린거라고...!! 시발!! 그때 그걸 왜 넘겨버리고!!"





두번째 인간이 처음 사령관과 면담했을 당시에 응접실에 있던 인원은 사령관과 처음 데려왔던 신속의 칸. 두명 뿐이었고 지나가는 한마디 정도로 인식을 해버린 탓에 그가 정확히 어떤 인간이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본인이 직접 만들고 쉽게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 일본 가고시마에 들일 일도 없었기에 코헤이 교단의 엔젤 개체가 있을리도 없었고, 무적의 용 탈환 작전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시티 가드의 자비로운 리앤 개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령관이 알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신속의 칸은 본인이 직접 사살 명령을 내렸으니 사령관 본인이 이를 말하지 않는 이상 두번째 인간의 자세한 과거는 그 누구도 알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건 사령관 자신의 안일함 때문에 벌어진 사단. 평소였다면 누구에게라도 화풀이를 해야했지만 자신의 명백한 실책일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저 혼자서 분을 삭일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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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큭... 도망갈수 있을꺼라 생각했냐?"


"...젠장할...!!"


"그때 그냥 내가 즉결처리 했어야했는데... 이렇게까지 고생이나 시키고. 야. 해라."


"나쁜 리리스가 가요... 후후후훗...!"


"....!!!!"
'타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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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앗!!!"



"어어?? 인간님!? 왜 그래?"


"여,여긴...?"




다음 날 아침. 포세이돈 함선의 의료실. 악몽이라도 꾼 듯한 두번째 인간의 기상을 포세이돈 소속 티에치엔이 맞이해주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어디긴. 여긴 우리 포세이돈 함선의 의료실인걸?"



"포세이돈...? 아아... 악몽이었나..."



"괜찮아? 잠시 기다려봐."

"감마님. 인간님이 깨어나셨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티에치엔이 패널을 조작하여 감마에게 연락을 하였고, 잠시 후 의료실로 감마가 들어왔다. 전투로 인해 완전 무장을 했던 어제와 달리 꽤나 가벼운 복장이었다.





"어이. 잠은 잘 잤냐? 거기 있을때보단 침대가 더 넓지?"



"아침 인사가 정말 요란하군... 뭐... 거기보단 잠자리는 편안했다..."



"뭐. 그 정도면 됐군. 어디 보자. 점심시간까진 시간이 꽤 남았으니. 본론부터 먼저 들어가야겠군."



"나도 궁금한게 있다. 어째서 날 구해준거지?"



"그게 바로 지금 말한 본론이다. 대충 정리하고 따라와라. 메이와 레오나도 부를테니까."





대충 몸을 푼 두번째 인간은 감마를 따라 응접실로 이동하였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메이와 레오나와도 다시 만났다.





"인간! 너무 늦었잖아!"



"어제는... 정말 대단했더라... 많이 피곤했나보네..."





메이와 레오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두번째 인간을 맞이해주었고. 이내 이번 일의 핵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이제 다 모인거지."



"네 부관은 없어도 돼?"



"지금 내가 여기 있는데 그 녀석이 없으면 포세이돈은 누가 지휘하나. 멀린은 많이 바쁘다."



"헤에... 의외로 부하들을 잘 챙기네."



"으음... 내가 말해도 될까. 이봐, 레모네이드 감마. 슬슬 말해줄 때가 됐군. 왜 우리들을 구해준거지?"



"결론부터 말하겠다. 인간. 우리 포세이돈을 이끌어다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인간한테 너희를 갑자기 맡긴다니?"



"너 대체 무슨 수작이야? 우리도 아직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도 잘 모른다고. 근데 네가 그걸 왜 멋대로 이끌라는거지?"



"...그래. 그때 처음 본 녀석한테 갑자기 우리를 이끌어달라는게 뜬금없겠지. 하지만 너희가 오르카 호에서 어떤 핍박을 받았는지는 알고있다."



"...!!"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복장을 작동시키더니 그들의 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ㅁ,뭐야? 너 어디로 간거야!"



"이봐! 갑자기 말만 해놓고 어디로 사라진거야!"



"투명...? 잠깐... 설마??"





갑작스레 사라진 감마를 보고 당황하다가 이내 투명해졌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감마는 곧 바로 은폐기능을 해제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그 징벌방이라는 곳에서 너희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몰래 보고 온 것이다. 거기서 인간 네가 그 새끼한테 저항하는 것 까지."



"... 말 못할 치부를 보여준 느낌이군..."



"이봐 인간. 이 참에 우리에게 자세한 과거를 말해주지 그래. 과거에 어떤 인간이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이 곳의 인간과도, 바이오로이드와도, 철충과도 다르게 아예 뇌파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에서도."



"뇌파니 뭐니 하는건 나도 처음 듣는거지만... 간략하게나마 말을 해야겠군..."





오르카 호에 처음 들어섰을 적에 면담같지 않은 면담, 그 마저도 중간에 아예 잘라먹었던 것에 비해 이번 포세이돈에서의 면담은 두번째 인간도 꽤나 자세히 이야기를 해줄수 있었고, 이는 메이와 레오나, 감마까지도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감마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간의 생각들을 말해주었고...





"뭐,뭐야... 이건 무슨 걸어다니는 인간병기잖아...?"



"대체 왜 그 리리스가 한번에 제압당했는지도 이해가 돼... 몸 속에 완전 괴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잖아..."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예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기에 우리 세계와는 달리 뇌파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전투능력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괜찮은 면모를 보였고... 그로 인해 그 사령관 놈의 시샘을 샀고... 결국 발할라와 함께 죽을 뻔 했다... 그러다가 멸망의 메이의 독단적 행동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로 인해 그 짓거리를 당했고... 그 이후부턴 내가 아는대로군..."



"저 인간의 이야기도 놀랍지만... 극단적인 전쟁광으로 알려진 네가 전쟁에 회의감을 느꼈다니... 그것도 믿기지가 않는걸."



"말 했지만. 그건 학살일 뿐이다. 멸망의 메이 자네가 퇴로를 열었겠다. 이 이상 공격하는건 의미도 없을꺼라 생각해 더는 추격하지 않은것도 있었다."



"정말로... 정말 나로서도 괜찮은건가."



"그게 무슨 소린가."



"목숨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입었는데... 아예 이 군대의 지휘권까지 이양하겠다고 하니..."



"물론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대가 필요하다. 이 세계의 인간과 우리 바이오로이드들은 절대적인 상명하복이 명령권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이 된다."



"...난 찬성이야. 인간. 여기서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레오나. 넌 어떻게 생각해."



"... 난... 한가지 조건이 있어."



"말 해라."



"아직 적이던 그때에 너희에게 죽어간 그렘린, 샌드걸, 님프. 이 세명의 유해를 수습하게 해줘. 그 세명에겐 너희는 영원한 적이니까. 네가 정말로 명예를 지키는 군인이라면, 적이지만 훌륭하게 살아간 군인에게 최대한의 예우는 다 해줬으면 해."



"알겠다."



"그럼 나도 찬성이야. 저기 인간? 이제 마지막 결정을 내려줘?"



"으음... 하지만... 난 아직 이런 큰 규모의 군대를 지휘해본 적은 없다. 앞에서 싸우는건 많이 해봤지만... 수뇌부로서 지휘를 하는 것은 많이 미숙할 것이다. 그래도 꼭 내가 해야만 하는가?"



"지금 우리를 대하는것만 봐도 알수 있다. 그대는 이 세계의 인간과는 달리 우리를 인격체로 대우해주고, 그렇기에 우리에게 자발적인 의지를 심어줄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사령관 놈의 명령권이라는게 우리쪽 바이오로이드들에게까지 미칠수 있지 않는가?"



"저기... 인간? 내가 얘기를 안 한게 있는데... 혹시 나 멸망의 메이 개체에 대한건 알고있어?"



"...미안하다... 정작 난 그쪽에 대해선 들은게 없다."



"난 정말로 위험한 무기까지 다루기 때문에 인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명령 거부권 모듈이 심어져있어. 혹시 이 거부권을 복제할수는... 안 되려나..."



"흐음... 아니. 가능할수도 있다. 우리쪽 기술부에 있는 포츈과 아자즈에게 말해보도록 하지. 메이 자네에게 심어진 그 거부권을 복제하여 이쪽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심어준다면, 그 사령관 놈의 명령을 말단 녀석들도 거부하는게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것 같군..."



"천천히 결정해라."





면담이 끝나려 하자, 이내 불현듯 두번째 인간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갔다.




'  "네? 뭐... 당신과는 오늘이 마지막일테니... 특별히 알려드릴께요. 신속의 칸은 제가 죽였어요. 주인님이 보는 앞에서. 후후후훗..."  ' 




"이봐 감마. 아직 이 섬을 벗어난건 아니지?"



"으음? 뭐 그렇다. 레오나의 말마따나 그때 전사한 발할라 개체들의 유해도 수습해야하니까. 근데 그건 왜 묻지?"



"수습 할 곳이 더 있다. 앵거 오브 호드... 그 놈들이 장례따위를 치뤄줄리도 없으니... 분명 이 섬 어딘가에..."



"진정해라. 의도는 알겠으니..."



"그럼 이만 나도 움직일께. 위치는 나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우리 발할라 쪽은 우리끼리 찾으러 갈께. 그래도 되겠지?"



"인간! 호드쪽 애들한테 가는거지? 그럼 우리 둠 브링어도 갈께!"



"알겠다. 다만... 조심히 갔다오도록..."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전투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렘린, 님프, 샌드걸의 유해 위치를 곧바로 찾을수 있었지만, 앵거 오브 호드는 정확한 위치를 알수 없었기에 결국 섬 전체를 이 잡듯이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빠르게 유해를 수습하고 간이적으로나마 묘를 만들어준 발할라까지 가세하여 섬을 수색한 결과...





"메이 대장님. 인간님. 찾았습니다. 지금 좌표를 전송하겠습니다."



"알겠어 밴시. 인간! 얼른 가자!"



"(칸...)"





두번째 인간과 발할라, 둠 브링어의 인원들이 도착한 앵거 오브 호드들의 모습은 매우 끔찍하였다. 목이 완전히 꺾여 나간 워울프, 복부에 거대한 바람구멍이 난 퀵 카멜, 두 팔다리가 뜯겨 나간 탈론페더, 자신의 메카 버닝 워커에 깔려버린 샐러맨더... 그리고... 이마에 총알구멍이 난 채로, 눈도 감지 못한채로 죽어있는 칸까지... 대체 이들이 오르카에게 어떤 고통을 당하다 죽어나갔는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 이럴수가...!!"



"어, 어떡해...!!"



"세상에... 진짜로... 진짜로 너무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탈론페더 씨..."



"...!!!"





멸망의 메이는 이들의 끔찍한 최후에 결국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나이트 앤젤과 발키리는 슬픔을 겨우 참아내가면서 같은 부관으로서 친했던 탈론페더의 두 팔다리를 몸쪽에 다시 붙여주었다. 실피드와 베라, 밴시가 샐러맨더를 깔아뭉갠 버닝 워커를 치워주었고, 레오나와 레이스는 워울프의 목을 똑바로 맞춰주었고, 다이카와 알비스가 퀵 카멜을 똑바로 눕혀주었다. 그리고 두번째 인간은... 칸이 자신에게 말해줬던 사실상의 유언을 되새기며 감지 못했던 그녀의 눈을 감겨주었다.




'  "이제 그만해라!! 시간이 없다!! 그대도 똑같지만 다른 지구에서 넘어왔다면 이 지구가 얼마나 넓은지 알것이다!! 지금 그대들의 곁엔 둠 브링어와 발할라가 있다!! 또한 분명 지금 이 지구 어딘가에 그대를 따를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을 찾아라!! 그리고... 그대만의 세력을 거느려서 꼭... 이 오르카 저항군을 무너뜨려라...!! 또한... 내가 이 사태에서 죽지 않고 사령관에 의해 잘못된다면... 꼭 나중에 나를 잔인하게 죽여버려라...!!"  '




"죽이고... 죽이고... 약탈한다..."





칸의 눈을 감겨주고 일어서며 뒤돌아선 두번째 인간의 얼굴에는 분노와 슬픔과 함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두 줄기의 눈물이 선명하게 보였다.





"포세이돈으로 돌아간다... 꼭... 놈들을 없애고야 말겠어!!!!!!! 죽이고 또 죽이고...!! 약탈해버리고 말것이다!!!"



"훌쩍...!! 나도... 나도 절대 용서 못해!!"



"칸... 이렇게 만든 그 사령관...! 오르카 호...! 꼭 무너뜨려야 해!!"





두번째 인간도, 둠 브링어도,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까지 모두 앵거 오브 호드의 끔찍한 최후는 결국 이들의 분노 이끌어냄과 동시에 마음을 모두 정리하게 해주었고, 동시에 포세이돈에 정식으로 합류하여 오르카 저항군을 꼭 무너뜨리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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