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6974249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한거지..."

새벽 감성과 현자타임에 빠져 어쩌다보니 탈론페더와 약속을 잡게 되었다.

어찌됐건 약속은 약속인데다, 내 취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했던건 사실이었기에 오후에 시간을 비울 수 있도록 콘스탄챠에게 부탁했다.


"그러면 점심 시간 이후에 1시간 정도 시간을 비워놓겠습니다, 주인님."


"오늘은 크게 중요한 일정은 없는거지?"


"저녁 8시의 정기적인 지휘관 개체들과의 모임 이외엔 없습니다."


"알았어. 고마워, 콘스탄챠."


일정을 조율하고 난 뒤, 단말기를 사용해 탈론페더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탈론페더. 점심 시간이 끝나고 바로 오르카호 1층의 OOO호 회의실로 오도록'


화면을 끄려던 찰나, 답장이 왔다.


'점심시간 전부터 준비하고 있을게요♥ 사령관님과 함께 하는 상상만으로 밥 몇 공기는 비울 수 있어요 >///< 꺄~"


정말 탈론페더다운 답변이라고 미소 지으며 일과를 시작하러 방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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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과를 끝내자마자, 기다리고 있을 탈론페더를 위해 서둘러 점심을 먹고 만나기로 한 회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생각외의 동행자가 생겼다.


믿음직스러운 경호실장이자 컴패니언 아이들의 맏언니인 블랙 리리스였다.

점심을 급히 마치는걸 이상하게 여긴 리리스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고, 


"주인님의 취향은 정실부인이 될 저 역시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법, 리리스도 함께 듣겠어요."


라며 따라오게 된 것이다.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내 취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좋은 취지라서 제지하기도 뭐하고, 결국 같이 듣는걸 허락해버렸다.


리리스와 회의실에 도착하고 난 뒤,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탈론페더! 조금 일찍 왔는데 준비는 다 됐어?"


"이제 프로젝터 준비만 남았어요! 들어오셔도 돼요!"


문을 열고 회의실에 들어가자, 정장차림의 탈론페더와 벽에 설치된 화이트보드, 책상 위에 작은 글자가 많이 써진 시각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탈론페더는 옆의 리리스를 보고 잠시 굳더니, 다시 프로젝터 설치를 시작했다. 약간 실망한 눈치였다.


"사령관님과 한 방에서 단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흥, 사령관님은 오르카호의 VVIP신데, 경호실장인 제가 동행하는건 당연지사 아닌가요?"


살짝 굳어진 분위기를 전환할 겸, 신경쓰이던 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탈론페더, 칠판이랑 그 복장은 뭐야?"


"후후.. 멸망 전에는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하는게 정석이였다구요? 멸망전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데, 복식부터 제대로 하고 들어가야죠!

....그리고 단 둘 뿐인 수업에서 사령관님과 분위기를 타고.. 흐흐흐...♡"


"그런데 리리스가 와서 실망한거구나?"


"앗! 들렸나요? 그게 본 목적은 아니지만... 겸사겸사..에헤헤.."


잡담은 그만하고, 본 목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는 종이가 놓여있던 책상에 앉았다.

리리스는 내 뒤에 서있으려 했지만 지금은 학생이니 책상에 앉으라 설득했고,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옆에 착석해 어깨에 기댔다...


곧이어 방의 조명이 어두워졌고, 탈론페더가 가슴 포켓에서 네모난 안경을 꺼내 쓰고선 수업을 시작했다.


"뭔가 생각했던 그림은 아니지만, 수업을 시작할게요! 칠판의 글자가 안보인다면 앞에 있는 유인물을 봐주세요.


우선 사령관님의 취향, 쉽게 말해 꼴리는 게 무엇인가?를 알려면 본질적으로 '꼴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요! 기존의 감정중에 꼴림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내리는건 어렵지만,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감정을 해소한다는 점과 비교해 본다면 현실에서 풀 기회가 없는 응어리를, 비극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을 통해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와 비슷한 감정일거에요.


하지만, 카타르시스는 비극으로 부숴지는 삶에서 느끼는 해방감만 의미하는 거라

저희가 찾을 만화나 영상에 대입 할 수 있는 용례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리고 꼴림이란 감정은 카타르시스보다 훨신 넓은 범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차이가 크죠.

성욕이 끓어오르는 감정뿐만 아니라 내면의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감정 역시 꼴린다는 표현을 쓸 때 처럼 말이에요.


여기서 잠깐!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필요한 것만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이 뛰는 것 처럼,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에는 의식하진 못해도 본능이 항상 존재한다고 주장했어요.

사람의 본능은 삶과 관련된 에로스, 죽음과 관련된 타나토스로 나뉘는데,

에로스는 리비도가 가장 크게 관여하고, 리비도는 성적인 충동을 담당해요.

리비도는 살아있는동안엔 계속해서 지속되고, 저절로 줄어드는 일은 없기 때문에 정신은 리비도의 해소를 계속해서 바라게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도를 억압할 경우에는 성욕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충동으로 바뀌게됩니다!

리비도가 더욱 고차원적인 충동으로 바뀌는 것. 이를 카타르시스, 승화라고 합니다.


즉! 프로이트의 카타르시스와 정반대로 리비도의 해소를 바라는 상태, 이 때 느끼는 감정을 '꼴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해되셨나요?"


"꼴림은 욕망의 해소를 바라는 상태라는 거지? 기존 소설이나 만화같은 창작물을 통해 얻는 쾌감과는 약간 다른 쾌감인거고."

"저도 이해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한마디로 일축하시니 슬프긴 하지만... 맞아요! 그리고 잘 말씀하셨어요! 쾌감! 그게 다음에 얘기할 주제에요.


아름다움과 쾌락, 사랑, 그리고 꼴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할게요.


쾌락을 통해 꼴림을 해소 할 수 있는데 해소할 상대가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분이라면 더 할 나위없겠죠?


꼴림을 적절하게 해소 하기 위해선 사랑, 쾌락, 아름다움 모두가 필요할거에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정의한 사랑중 육체적 사랑(에로스)은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일방적인 갈구에요. 아까 말했던 욕망의 해소를 바라는 상태와 비슷하죠?


여기에서 정신적/육체적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꼴릴 때는 아름다운 상대를 찾게 돼요.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지만, 성욕을 해소한다는 관점으로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만 본다면 크게 외면과 내면의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인체의 선과 양감에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인 육체미와, 내면에서 나오는 정신의 아름다움인 내재미로요.


대부분의 창작물에서 채용하는 독자의 이상적인 상대는 육체미, 내재미 모두를 포함하고 있어요. 물론, 사람 수만큼 취향은 다양하기에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르겠지만요. 건강한 육체를 강조함으로써 육체적 사랑(에로스 러브)을 얻기 쉬움을 강조하고, 우수한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정신적 사랑(플라토닉 러브)을 얻기 쉬움을 강조하죠.


쉽게 풀어 말하면 이상형에 가까운 상대가 꼴림을 잘 해소해 줄 수 있다는 거죠.


정신적 사랑(플라토닉 러브)을 얻기 위해선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감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기에 상대방과의 교감이 필요하죠. 필연적으로 상대는 마음을 터놓은, 교감하는데 저항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해요.

저는 대부분의 창작물에 통용되는 3가지로만 나눴지만, 앞으로 같이 볼 태그중에서는 이것과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을거에요.


적극적으로 욕구의 해소에 동참하는 상대, 포용형.

서로 사랑하거나, 한쪽이 다른 사람에게 헌신적인 형태로 가장 일반적인 교감이에요.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일 수록 이런 사랑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에게 결여되어있는 안정감,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상대죠.


자신의 욕구 해소를 위해 순종하게 만든 상대, 굴복형.

서로의 행위에 대해 합의가 된 경우를 제외하면, 원하지 않는 상대가 강제로 마음을 열도록 조교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대를 지배하고 정복함으로써 얻는 정복감, 상대에게 주는 고통에 만족하는 사람이 이런 상대를 원해요..

본인의 성향이 Bondage(구속), Dominance(정복), Sadism(가학)에 해당하는 경우 여기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배하고, 성욕을 관리해 주는 상대, 지배형

이건 위의 상황과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경우에요.

상대가 나를 지배함에 있어서 느끼는 굴욕감, 자신의 지위를 모두 벗어던짐으로 얻는 해방감을 원하는 사람이 이런 상대를 원해요.

본인의 성향이 Dicipline(훈육), Submission(굴복), Masochism(피학)에 해당하는 경우 여기에 들어가요.


...이상으로 강의는 끝이에요! 수업 듣느라 고생하셨어요!"


탈론페더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에 불이 돌아왔다.


"수업하느라 고생했어, 탈론페더."


"사령관님의 취향이 어떤건지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저와 함께 여러 태그를 알아보다보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알 수 있을거에요!

혹시 알아보기 원하시는 태그가 있으신가요?"


"뭔가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감이 잘 안오니까 네가 추천하는 것부터 천천히 가르쳐 줘."


"눈 돌아가게 야한걸로 할게요! ...리리스님은 피곤하신것 같으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 둘만의 수업을 방해받은 값은 치뤄주세요~"


"알았어. 생각해볼게"


탈론페더의 말에 옆을 돌아보니 리리스가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밥 먹은지 얼마 안된 시간이기도 하고, 방도 어두운데 수업까지 듣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좋다고 따라와서 같이 들어준 것도 기특하니 리리스가 깰 때 까지는 옆에 있어줘야겠지?


그나저나 탈론페더에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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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탈론페더의 방.

탈론페더는 촬영용 카메라의 체크와 내일 있을 수업을 위한 자료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령관님 샤워 끝났고, 1번,2번,3번 카메라 오케이....지만, 큰 소리 친만큼 사령관님 마음에 드실 주제를 골라야하는데... 감이 안오네.."


그 순간 비밀의 방의 문이 열리고 어두운 조명의 방 입구에 사람의 인영이 비춰졌다.


"저 실루엣은...!"


이윽고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앵거 오브 호드의 대장 '신속의 칸'이었다.

카메라의 마이크를 통해, 둘의 대화 소리가 탈론페더가 찬 헤드셋에 울려퍼졌다.


"사령관, 날 불렀다고 들었다. 착오는 없겠지?"


"맞아. 칸 널 기다렸어. 자원했다면 더 빨리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그 말에 칸의 용맹한 얼굴에는 어색한 홍조가 띄워졌다.


"나보다는 다른 대원들에게 신경써주는 편이 더 좋으...읍?!"


분위기 깨는 말은 못하게 막겠다는 듯 두 입술이 겹쳐졌고, 예상치 못한 자극에 칸의 두 눈은 커졌다 감겼다.


"쓸데없는 말 한만큼 각오해둬."


사령관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하던 그녀는 어느새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본 채 대답했다.


"사령관이야말로 기다리게한만큼, 각오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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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비밀의 방에 들어간지 몇 시간이 지난 후, 탈론페더의 방에선 오늘 밤도 불빛과 웃음소리가 새내가고 있었다.


"후히히힛.... 사령관님이랑 대장님은 역시 최고야... 몇 달은 ASMR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겠어♡

기억해주고 계셨다니, 이 탈론페더. 초보자에게도 부담없을, 최고로 흥분되는 태그를 찾아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오르카의 아침은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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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어 읽느라 힘들었을것 같다.

다음 편 부터는 제대로 야한거 나오니까 읽는 라붕이들 기대해라

일단 생각해둔 태그를 먼저 소개하지만 추천도 받음

재밌게 봐줘!


다음 편 : https://arca.live/b/lastorigin/7225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