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https://arca.live/b/lastorigin/70104974

1화-https://arca.live/b/lastorigin/70170659

2화-https://arca.live/b/breaking/70319746?target=all&keyword=%EB%B6%81%EC%A1%B0%EC%84%A0&p=1


"령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사상의지적 통일과 혁명적 단결을 백방으로 강ㅎ!... 아 여기 북조선 아니지 참..."


충성심을 의심받지 않기 위하여 자고 일어날 때 선전문구 구호를 외던 버릇이 튀어나와 뻘쭘해진 사령관이었다


그가 이 세계로 온지 이튿날, 사단장으로써 업무를 시작하는 첫 날이었다


"오늘따라 왠진 모르겠는데 기분이 좋구만? 이 기세를 몰아서라면 업무도 천리마속도로 처리 할 수 있갔어"


사령관은 벌써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한 계획까지 하고있었다


... 그의 부관의 상태를 보기 전까진


"... 좋은 아침입니다 사령관님... 하암..."


그의 앞에는 어제 자신이 부관으로 임명한, 단정하면서도 매력적인 짧은 은발과 초롱초롱하면서 열의로 찬 푸른 눈을 가진 레드후드는 어디가고 짙게 깔린 다크서클과 반쯤 감긴 눈을 한 피로에 절은 여자가 있었다


"어... 련대장, 아니 부관동무, 무슨 일 있네?"


"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령관님께서 오늘부터 업무를 시작하신다 하셔서... 정치장교 레드후드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연대장실에서 부관실로 비품을 옮기느라 밤을 새는 바람에..."


"아..."


왠지 죄책감이 드는 사령관이었다


"거 일할수 있겠네...? 이런 상태로 로동을 어떻게 하네?"


"할 수 있습니다...! 사령관님께서 일하시는데 부관으로써 쉴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저는 바이오로이드입니다. 사령관님과는 과로의 기준이 다르니 걱정마십시오"


"아... 알겠네"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


"남는 땅이 있던데, 그 땅을 각 련대에 배정해 빠르고 쉽게 자라는 무와 감자를 심도록 하여 식량 자급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라

관리 방식은 각 대대가 교대하며 관리하는것으로 하고 배분은 내가 지도에 그어 놓은 선대로 하도록"


"자원의 재활용을 장려하여 자체적인 소비재 생산력을 갖출때까지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한다"


"군사 교리가 엉망이군, 련대장이 병사들과 함께 앞으로 돌격해 사기를 북돋우는 행위는 금지하라 련대장이 죽으면 그 련대는 죽는다

또한 돌격 중심의 소모전 전술보다 건물과 지형지물을 중심으로 한 빨치산 전술을 사용하도록 하고 부대 안에 있는 빨치산 전술 관련 서적들을 련대장과 대대장들의 필독서로 지정하도록"


"철벌레 간나들과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기동력이 될거다

반면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차량은 사용하기 힘들어질테니 훈련량을 지금보다 증가시키고 기동력 훈련을 중심으로 하기를 권고하라"


"이 서류부터 이 서류까지는 저기 A칸에 놓고 나머지는 C칸에 놓으라"


역시 경험자라 그럴까, 사령관은 레드후드가 예상한 것 보다도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했다


100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스틸라인 특유의 단점을 문장 몇개로 보완하는가 하면, 철충에 대해 아는것은 레드후드가 해준 몇마디 말이나 자체적으로 찾아 읽어본 논문 몇편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게 부대를 바꾸도록 지시하거나 그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문제점을 찾기까지 하였다


군 행정과 서류처리를 마치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인 것 마냥 능숙하게 해내는것은 기본이었다


물론 거기에 장단을 맞추며 사령관를 보좌하는 레드후드도 사령관 못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중노동은 잠을 설친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 가혹한 법


5시간쯤 지났을까, 레드후드는 갑자기 눈 앞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왜... 이러지...

사령관님을... 끝까지... 보좌해야... 하는데...'



레드후드의 머릿속에서 퓨즈가 끊겼다


"부관, 부관? 정신차리라!..."


레드후드가 쓰러지기 전 들은 마지막 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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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눈이 뜨였다


사단장실 안, 그녀는 간이 침대에 뉘여져있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던 레드후드는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일하던 중 기절했었다는것을 알아냈다


시계를 보았다


3시간이 지나있었다


"일어났네?"


사령관이 그녀의 옆에 그릇을 하나 놓았다


"흰죽이다, 먹으라 쓰러져있느라 점심시간 다 지났는데 그거라도 먹어야지"


그릇에는 김이 나는 죽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레드후드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업무나 마저 하..."


"내가 다 해놨다"


"그러면 사단장실 청소라도 하겠습니다"


레드후드가 억지로 일어나려 했다


그때 사령관이 호통을 쳤다


"일어나지 말라니까 이 미련한 애미나이야!"


인간의 명령권을 무시할수는 없었던 레드후드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내 아바이는, 내가 10대때 나를 먹여 살리러 일하시다 돌아가셨다

더 이상...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내 사람을 잃고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힘들면 힘들다 말을 하라"


순간 숙연해진 분위기


고요속에서 레드후드가 입을 열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과연 사령관님의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무슨소리네?"


어이가 없어진 사령관


그러나 이렇게까지 말하는건 뭔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들어보기로 했다


"사령관님, 전에 바이오로이드의 개념을 설명할때도 말씀드렸지만 전 사람보다는... 도구로써 태어났습니다

저와 제 자매들 모두가 마찬가지죠

소총이나 포탄과 같이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

인간님이 있을때는 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인간님께 최대한 도움이 되려 살아왔고, 없을때는 언젠가 나타날 인간님을 모실날만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도구로써 만들어져 살아온 제가... 과연 사령관님의 사람이 되어도 되는건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때문에 무리해서까지 일을 한거네? 자기 자신을 도구라 생각해서?"


레드후드는 침묵했다


사령관은 이런 종류의 침묵은 으레 긍정을 뜻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는 계급제가 있었다

핵심계급, 동요계급, 적대계급 세가지로 나뉘었는데, 핵심계급은 사람 취급을 받았고 동요계급은 아니었지 적대계급은... 말 하지 않겠네

내가 여기 오기 전 산하 련대장중에서도 동요계급이 한명 있었고 핵심계급이 한명 있었어

어느날에는 나랑 그 둘이 길을 가는데, 소매치기라 하던가? 어디선가 아이들이 달려오더니 우리 셋 군복 호주머니를 눈 깜짝할새에 털어가더라

사실 그런 아이들은 내가 살던곳에 많았네, 배고파서 남의 것을 훔쳐먹는 아이들

순식간에 가지고 있던 식량이 털리고 셋 다 어이없어하는데, 핵심계급 련대장이 눈이 벌게져서 부하 병사들을 시켜 그 애를 찾아왔네

그리고... 때렸지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병사 다섯명을 시켜서 발로 차고 때리더라

아직도 그 참담한 광경이 기억나

피가 철철 나오고 옆에서 그 아이 형이 제발 용서해달라 빌고... 난리도 아니었지

거의 한시간정도 지나서 때리는걸 멈췄는데, 아주 만신창이가 돼있었네

그런데 동요계급 련대장이 그 옆을 가더니 아이들이 미처 주머니에서 털어가지 못한 식량도 나눠주며 "이거 받고 다시는 그런짓하지 마라" 하며 아이들을 타이르고 보내지 뭔가"


사령관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련대장이 그리 인간적인 짓을 한건, 인간적으로 태어나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자라왔을것이 뻔한 핵심계급 련대장은 훨씬 비인간적인 짓을 했지

사람은 태어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행동하는게 중요한거다"


사령관이 다가와서는 레드후드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동무, 동무가 어떻게 태어나 무엇을 경험했는지, 난 잘 모르네

하지만 동무는 사람처럼 입고 말하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면 적어도, 내 눈에 동무는 사람이고 소중한 내 사람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 마라"


"사령관님..."


레드후드는 감동과 부끄러움이 섞인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령관은 여전히 레드후드의 손을 꼭 잡고 있었...


잠깐 누가 누구 손을 잡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악!!!"


남자가 여자 손을 잡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는게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둘이 눈치채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뒤로 감추는 사령관과 표정에서 부끄러움의 비율이 대폭 늘어나버린 찐레후


"아... 아니, 그러니까 이건... 내가 딱히 지휘관이 부하한테 가져선 안될 마음을 가졌다는게 아니라...! 동무, 듣고있네?!"


"무... 물론입니다 사령관님! 저도 딱히 뭐 이상한 생각을 했다는게 아니라 그냥 아니 그 그러니까 뭐랄까 그게 그런거 있잖습니까!!!"


허둥지둥대는 둘


그리고 문 뒤에서 허둥지둥대는 그들의 모습을 훔쳐듣는 이들이 있었다


"이...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순...ㅇ... 으..."


"1번 자매님... 진짜로 꼬셔버린겁니까?"


"어머, 사령관 동지가 저돌적인 면이 좀 있네?"


"이건 소문내야겠지 말임다 이런 진귀한 구경을 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녀들은 레드후드 1번이 쓰러졌다는 소문을 듣고 사실관계 확인도 할 겸 괜찮은지 보러 온 것 이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아 미련한 애미나이 파트부터 그들의 대화 내용을 전부 들어버린 것이다


"연애까지 얼마나 걸릴꺼라 보심까?"


"난 4달에 건다"


"그래도 8달은 걸리지 않을까요...?"


"옘병, 3일인데 저정도면 8달이면 떡치고 두줄까지 뜨겠..."


"대대장님, 뒤, 뒤!"


"아니 뒤에 뭐가... 아..."


밖에서 안을 들을 수 있다는것은 안에서 밖을 들을 수 있다는것


그녀들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죽이는것을 깜빡했다


"...어... 승리?"


"어디부터 어디까지 들었냐...?"


"그... 사단장님께서 애미나이 대사 치실때부터..."


"당장 사령관님 방 앞에서 꺼져 이년들아!!!!!!!!!!!!!!"


"으아!!! 역돌격 실시!!!"


그날 스틸라인 평양사단의 간부들은 땅개임에도 해병정신(역돌격)을 배웠다






구상은 4일 전에 끝냈는데 현생때문에 늦게 올리게 된 2.5화


다음화는 평양 탈환전 시작


근데 꽁냥대는 묘사 읽을만 함? 이번에 시험적으로 짧게 넣어봤는데 본인이 모쏠이라 이쪽 경험이 없어서 잘 썼는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