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시체를 찾는 거야.’ 마츠시타가 그 말을 후회하는데는 만 하루가 들었다. 다음날, 낮, 마츠시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히 생각했다. 그녀는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날은 길었고 그녀가 돌아야할 해변은 너무나도 넓었다.

먼저 그녀가 찾아야 할 해변은 너무나도 넓었다. 아키타현의 해안가는 남북으로 백킬로미터가 넘었다. 그 넓은 곳을 다 찾으려면 마츠시타와 토모 둘로는 며칠의 시간으로는 택도 없었다. 마츠시타에게 운전면허라도 있었다면 차라도 빌렸을 터였지만 안타깝게도 마츠시타에게는 면허도, 면허를 딸 여유도 없었다.

사실 그 이전의 전제부터 문제였다. 해변에 시체가 있을 것인가. 사건이 일어난 곳은 해변에서 수십, 혹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해상이었다. 심지어 두 척중 한척은 다른 대형 선박을 침몰시킬 정도의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런 폭발에서 멀쩡한 시체가 뭍으로 흘러올 리가 없었다.

마츠시타가 시체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 것은 다른 간첩선이었다. 폭발이 일어나기전, 순시선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다른 배. 그곳에서 흘러온 시체가 있을 것이었다. 그중 하나를 우라시마가 발견한 것이고 말이다.

우라시마는 혼자 배에서 일하는 어부였다. 그의 배는 필연적으로 작아야 할 것이었고 그는 또한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가 시체를 발견한 것도 분명 연안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시체가 뭍까지 올 확률은 무시할 수 없었다.

확률이 극도로 낮은 건 맞았다. 그리고 그것을 마츠시타가 발견할 확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자의 일이란 언제나 한결같았다.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고 자신이 붙든 실이 모래사장위의 바늘이길 바라며 실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아닐 수도 있었다. 아니, 아닐 가능성이 훨씬 컸다. 하지만 실을 붙잡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의 끝에 무엇이 있는가는 찾아내는 것이 마츠시타의 일이었다.

라며 마츠시타는 하루동안 자신을 설득하려 했다. 토모는 마츠시타의 방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다행히도 마츠시타를 잘 따라주고 있었다. 문제는 마츠시타 자신이었다. 하루동안 아무 성과도 없고 몸은 지쳐가자 여러가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토모, 잠시만 쉬었다 가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어느새 날은 3일째가 되었다. 마츠시타와 토모는 아키타시를 벗어나 북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해변에 있었다. 카마야하마 해수욕장. 해수욕장인지 풍력발전소 단지일지 모르는 곳이었다.

그 빌어먹을 풍력발전소는 해변 어디에나 서있었다. 전일본의 전력을 전부 공급할 것 같은 양이었다. 그 거대한 풍력발전소를 바라보며 마츠시타는 해변 계단에 걸터앉았다.

“마츠시타, 괜찮아?”

토모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며 마츠시타의 옆으로 다가왔다. 토모는 생각보다 지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지쳐보이는 마츠시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바이오로이드라 그런 것이었을까. 마츠시타 같은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되어보였다.

“잠깐 쉬고 싶었을 뿐이야.”

마츠시타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한대 꺼내 입에 물었다. 오랜 출장으로 남은 담배의 양은 매일같이 줄어들고 있었다. 아마 치바로 돌아간다면 시체를 찾았거나 담배가 한대만 남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 틀림없었다.

“또 바다를 보면서 피우는 담배야?”

“틀려. 이젠 바다는 보고 싶지도 않아.”

마츠시타는 물이 아닌 모래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바다는 지긋지긋했다. 높은 빌딩들이 그리워졌다. 시끌벅적한 거리가 그리웠다. 언제나 보기 싫은 것들은 볼 수 없을 때 그리워지는 법이었다.

바다 풍경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푸른 바다와 모래색의 모래사장. 여름이었다면 피서객으로 붐볐을테지만 지금은 늦겨울이었다. 이 추운 바다에 들어갈 사람들은 정신나간 사람들 아니면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런 유명하지도 않은 도시의 바닷가에 올 리도 없었다.

드넓은 모래사장에는 마츠시타와 토모, 둘뿐이었다. 아무도 둘을 보지 않았기에 마츠시타는 금연 표지판 앞에서 마음껏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꺼내 지도를 보았다. 아직 아키타현은 북쪽으로 수십키로미터나 남았다. 마츠시타는 아키타현으로 수색을 마칠 생각이 없었다. 좀 더 북쪽으로 이동해 아오모리현의 북쪽 끝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마음같으면 일본 열도의 서쪽의 모든 바다를 뒤져서라도 그 시체를 찾아내고 싶었다.

물론 그저 그녀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가지 말자고 그녀의 발을 붙잡고 있었다. 그 몸을 말리기 위해서는 잠시 담배를 피울 시간이 필요했다.

“마츠시타, 오늘은 여기까지만 볼까? 숙소는 내가 찾아볼게.”

토모는 어지간히도 마츠시타를 걱정한 모양이었다. 마츠시타는 토모의 그런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봐도 해변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처량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더 한심해 보여서 마츠시타는 더욱더 담배를 빨고 싶어졌다.

“그래도 될 수 있을 때까지 찾아봐야지. 만일 시체가 해변에 떠내려왔는데 다른 사람이 발견하면 어떡해. 그러면 전부 늦는 거잖아. 혹시 몰라. 이미 우리가 한발 늦은 것일지도.”

과연 해변에서 시체를 찾는 것이 자신들뿐이었을까. 해상보안청은 물론 경찰들 중에서도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었다. 공권력뿐만이 아니었다. 해변가에 사는 주민들이나 마츠시타같이 기삿거리를 찾는 기자들도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해변에서 시체를 찾을 확률은 낮았다. 그리고 다른 시체가 하나 더 나타날 확률은 더욱 적었다. 그랬기에 마츠시타는 유일하게 시체를 찾은 기자가 되어야 했다.

말이야 쉽지. 마츠시타는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해는 점점 서쪽으로 져가며 붉은 노을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다는 붉어지고 모래사장은 햇빛을 받아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마츠시타, 저거 보여?”

토모는 해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노을? 잘 보여.”

마츠시타는 무신경하게 말하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니, 마츠시타. 노을 말고 해변을 봐. 저기 반짝이는 거.”

“반짝이는 거면 모래에 있는 석영이 빛나고 있는 거 아니면 방문객이 잃어버린 귀중품이겠지.”

귀중품이겠지. 마츠시타는 그 말을 하면서 며칠전 우라시마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가 말한 시체는 반짝이고 있었다. 마츠시타는 입에 문 담배를 던지고 해안가를 바라보았다. 바닷물이 뭍과 맞닿은 지점에서 무언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토모,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거, 네가 말한 그거 맞지?”

마츠시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마츠시타도 아니고 마츠시타가 뭘 보는지 어떻게 알아.”

“방금 말한 빛나는 거. 저기 빛나는 저거 맞지?”

“마츠시타, 사람은 서로 다른 걸 같은 거라고 착각을… 마츠시타!”

마츠시타는 토모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일어난 그녀는 바로 빛이 난 곳으로 달려갔다. 모래사장은 달리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마츠시타는 신경쓰지 않았다. 우라시마가 말한 그것이었다. 우라시마의 말과 똑같았다. 빛나는 시체. 마츠시타는 그 시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마츠시타는 빛이 나는 곳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다. 마츠시타의 기대대로였다. 그것은 시체였다. 그 사실만은 마츠시타가 기대하던 바였다. 물론 조금은 그녀의 기대와는 달랐다.

물에서 죽은 사람 시체는 육지의 시체와는 다른 모습이 된다. 물에 살이 불어서 이곳저곳이 뭉게어지고 배에는 가스가 부풀어 오른다. 바다의 새들은 조금씩 시체를 파먹게 되고 거친 파도에 시체 여기저기에 충격이 가해진다.

결과적으로 뭍에 도달한 사람의 시체는 사람의 형사을 하고 있지 않게 된다. 간신히 사람이었던 것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었다.

“우웨엑!”

마츠시타는 바로 그 자리에 토를 했다. 점심때 먹은 주먹밥의 흔적이 모래사장에 흩뿌려졌다.

“마츠시타, 더러워. 지금 뭐하는 거야.”

마츠시타는 차마 시체를 볼 수 없었다. 팔을 토모의 어깨에 올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체를 애써 보지 않으려 했다.

“으으, 토모, 어떻게 생각해.”

마츠시타는 잠깐 본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그 모습을 생각하면 다시 토가 올라올 것 같았다. 안그래도 시체가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그녀는 견딜 수 없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사람 시체야. 바다에서 죽은 시체. 소금기를 먹어서 엄청나게 부풀어올랐어. 배는 터져서 내장이 삐져나와있고…”

“너무 자세히 묘사는 하지 마. 네 다리 옆에 토하고 싶진 않아.”

마츠시타가 사준 신발과 바지였다. 그걸 더럽힐 순 없었다.

“그리고 빛나는 건 뼈야. 마츠시타, 북조선이라는 곳에서도 뼈를 금속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마츠시타는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다른 무언가가 떠올랐다.

“토모, 바이오로이드의 뼈는 무엇으로 되어있지?”

“쇠?”

정확히는 금속 합금이었다. 정확한 재질과 비율은 불명이었지만서도.

“아.”

토모는 무언가를 알겠다는 듯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 저건 바이오로이드야. 대체 왜 바이오로이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마츠시타는 가까스로 구토를 억누르며 고개를 돌려 시체를 바라보았다. 북한의 바이오로이드.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먼저 북한은 바이오로이드를 제조할 수 없었다. 두번째, 북한은 경제제재 대상이었고 바이오로이드는 수출 금지품목중 하나였다. 북한에 바이오로이드를 제일 잘 팔 것 같은 중국과 이란은 바이오로이드 금지국가였으니 그들이 북한에 공급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해산물안청의 바이오로이드 아닐까?”

“아니, 옷을 봐. 저건 제복이 아니라 일상복이야. 함상 근무원일 리가 없어.”

시체는 회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디서라도 녹아들 수 있는 무난한 복장이었다.

“토모, 하나 부탁해도 될까? 혹시 모르니 시체에서 뼈 하나만 떼줘. 나는 도저히 못할 거 같아.”

보는 것만도 고역이었다. 그것을 직접 만지라니, 그건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알았어. 그정도야.”

반면 토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체 옆에 앉아서 손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똑 하면서 무언가를 빼냈다. 바닷물에 잠씨 무언가를 씻은 토모는 마츠시타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고마워 토모…. 으아악!”

마츠시타는 놀래 하마터면 그것을 놓칠뻔했다. 정확히는 마츠시타는 그것을 놓쳤고 날아간 그것을 공중에서 토모가 낚아챈 것이었다.

“마츠시타,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그게 아니라 진짜 뼈잖아! 그걸 만질 엄두가 날 리가!”

그것은 분명 뼈였다. 어느 손가락인지는 몰라도 길이와 모양은 확실히 손가락뼈였다. 모양은 그런데 촉감은 금속이라 더욱 기분이 나빴다.

“떼’달라’며. 그래서 준 건데.”

“미안, 떼서 가지고 있어줘. 나는 도저히 만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금속뼈. 누가봐도 이 시체는 바이오로이드의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마츠시타는 그 의문을 없앨 수 없었다.

“수송중에 사고가 나서 바다에 떨어진 거 아냐? 아니면 누가 버린 바이오로이드라든가.”

바이오로이드인 토모의 말이었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북한의 간첩선에 바이오로이드가 타고 있었다. 라는 말보다는 토모의 말대로 우연히 바다에서 발견된 일본산 바이오로이드의 시체라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그건 한번 알아봐야지.”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우라시마씨가 한 말 기억나? 신고를 했더니 해상보안청의 것이 아닌 헬기가 도착했다고.”

“그건 음모론자 노인의 헛소리잖아.”

토모는 짜증내하며 말했다. 토모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걸까. 마츠시타는 의아해하면서 119로 신고를 했다.

“아, 여보세요? 제가 바닷가에서 시체를 발견해서요. 해안가에 무언가가 ‘반짝여서’ 와봤는데 시체가 있더라고요. 위치는 카마야하마 해수욕장이요. 네,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신고를 마친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집어넣었다.

“토모, 이동하자.”

마츠시타는 자신이 토한 곳에 모래를 뿌리고는 토모의 손을 당기며 어디론가로 향했다.

“마츠시타, 뭐하는 거야?”

“우라시마씨가 한 말을 증명하는 거야. 만일 그가 말한대로 배후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이 시체도 분명 수거해가려 할 거야. 우리는 숲속에 숨어서 그걸 기다리는 거고.”

“그냥 그 노인의 착각이라니까.”

토모는 투덜대면서도 마츠시타를 따라 해변에 있는 건물 뒤편에 숨었다.

몇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흰색 앰뷸런스가 해안가에 도착했다. 몇 명의 구급대원이 내려 들것을 들고 해안가로 달려갔다.

“마츠시타,”

토모는 마츠시타의 옆에서 그 구급대원들을 몰래 바라보며 속삭였다.

“저 사람들은 구급대원이 아냐.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저 사람들은 구급대원으로 위장한 거야.”

토모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째서 그 사람 말대로인 거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특종감임에 틀림없어.”

마츠시타는 기대감에 부푼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구급대원들의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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