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앵거 오브 호드들의 유해를 모아서 묘를 만들어 준 이후. 포세이돈 함선으로 돌아온 두번째 인간은 곧장 감마에게 가서 뜻을 밝혔다.




"오전에 했던 제의... 받아들이겠다. 내가... 너희 포세이돈을 이끌어주겠다...!"


"마음을 정한건가... 알겠다."


"감마. 나에게 심어진 거부권을 복제할 수 있을거랬지? 그럼 내가 뭘 하면 되는거야?"


"포츈과 아자즈에게 말해놨다. 기술실로 가면 녀석들이 알아서 해줄꺼다."


"알겠어."


"그럼 정식으로 취임식을 준비해야겠군. 그리고 둠 브링어와 발할라의 장비들도 다시 만들어야 할꺼고..."


"여기서 다시 만들수 있는거야?"


"너희들의 데이터가 있으니 그 정도는 가능하다. 기술실에서 제조에 들어갔을 것이다."


"헤에... 의외로 섬세하잖아?"


"취임식이라... 내가 할건 뭐지?"


"너무 갑작스러울테니 뭐 딱히 할건 없다. 매년 높은 인간들이 신년사 하듯이. 그냥 너의 포부를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끝난다."


"아아... 단상에 올라간 그런 인간들 처럼... 뭔지 알겠군."


"일단 인간 자네는 오드리의 재단실로 가도록 해. 자네의 의복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신체사이즈가 필요하다는군."


"아앗..."




문득 두번째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생각을 해보니 오르카 호에서 도망쳐나올때 부터 입고 있던 낡은 옷을 아직까지도 입고 있었던 것. 그럼에도 굳이 감마가 그에게 적당한 의복을 주지 않았던건 어쩌면 처음부터 그를 포세이돈의 새로운 지휘관으로 임명시키고 거기에 맞는 의복을 맞춰주기 위해 일부러 주지 않은게 아닐까하고도 생각을 했다.




"...부끄러운데..."


"어머, 인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것 같았는데... 부끄러움도 타네?"


"시, 시끄러워... 레오나..."




얼굴이 살짝 빨개진 상태로 고개를 살짝 돌리는 두번째 인간을 보고는 감마는 살짝 피식했다.




"인간님. 제가 오드리의 재단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절 따라오세요."


"알겠다. 지금 빨리 가도록 하지."




그리고는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이 멀린을 따라 재단실로 향했다.




"야 감마. 사람 보는 눈이 좋은것 같은데? 아니면 이것도 의도한거야?"


"훗... 쑥맥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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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서 와. 멸망의 메이씨."


"처음 뵙겠어요. 전 해체자 아자즈. 아자즈라고 해요. 이쪽은 포츈이구요."


"포츈...!"



' "으응? 언니 지금 바쁘거든? 레오나 대장은 저리 좀 가지?" '



레오나에게 들었던 오르카의 포츈의 차가운 한 마디. 그녀가 아닌 그녀의 따뜻한 첫 소개는 메이에게 위화감을 주기 충분했다.




"으응? 왜 그러세요?"


"아, 아냐. 아무것도..."


"감마 대장님께 얘기 들었어요. 메이 씨에게 심어져있는 거부권을 복제해달라고 했죠?"


"... 맞아. 우리 모두 오르카의 사령관의 명령권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해서..."


"근데 여기로 오신 인간님의 명령은 듣지 않아도 괜찮나요?"


"아... 걔는 뇌파가 오르카의 사령관과는 아예 달라... 그래서 애초에 우리에게 뇌파에 의한 명령권 자체가 없다고 했어."


"아하... 그렇군요... 흐음... 그럼 그분도 실험을 한번..."


"무, 무슨 소리야! 농담 하지마!"


"아하하. 당연히 농담이에요. 미안해요 미안해."


"... 이 언니가 대신 사과할께."


"... 얼른 해줘..."


"네 그러면..."




포세이돈의 기술실에서 멸망의 메이에게 심어진 명령 거부권을 살짝 빼내어 양산을 하는 사이, 함선 내 오드리의 재단실에선 두번째 인간의 의복을 제작하기 위한 인간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는 중이었다.




"오우, 판타스틱...! 몸의 비율이 정말 어메이징한걸요?"


"저기... 좀 빨리 해주면 안 될까?"


"노우...! 조만간 저희의 새로운 지휘관이 되실 분이신데... 퍼펙트한 의복을 제작하기 위해선, 철저히 치수를 재야한답니다?"




몸을 T자로 팔을 벌리고 상의를 탈의한 채로 벌써 5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오드리가 두번째 인간의 몸 여기저기에 줄자를 갖다대면서 그의 온 몸의 수치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인간님께선, 어째서 감마님께 눈에 띄고 포세이돈까지 지휘하시게 된건가요?"


"으음... 그건... 목숨을 구해줬으니까?"


"그런 리틀한 이유만 있는건 아니죠?"


"...난 오르카 저항군에서 그녀에게 구출된거다. 그 곳은 정말로 이중적인 곳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바이오로이드는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만... 눈 밖에 난 것들에겐 한 없이 잔혹해지는... 그런 놈이 지휘하는 곳이었지..."


"잔혹하다라... 한 가지만 얘기해드릴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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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마이 갓... 오늘 있었던 일들이 결정적인 이유였군요..."


"그래... 그 놈을 그렇게 두었다간 이 세상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모두 그 놈의 손아귀에 떨어져서 천국과 지옥의 문턱에서 갈라지겠지..."


"저희 펙스 콘소시엄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들 중에서도 그런 자가 있었어요."


"비서 레모네이드? 감마를 말하는건가?"


"아뇨. 감마님은 그 7명중 한명이에요. 제가 방금 말한 자는 레모네이드 델타. 잔혹성이라면 그 오르카의 사령관이라는 인간에 버금갈꺼에요."


"대놓고 얘기하는걸 보면 접점은 거의 없는것 같군."


"네. 특히나 저를 포함한 저희 자매들에겐 더더욱 잔혹하게 대했죠. 자신의 회장이 다른 저 오드리 개체를 총애했다는 이유만으로... 물론 이젠 그 년도 저세상으로 갔지만요."


"죽었다고?"


"네. 자기 회장이 완전히 죽었다고 해서 자기도 따라가겠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고 해요."


"...더 듣고싶진 않군..."


"오우 아임 쏘리... 너무 헤비한 대화였죠?"


"...이젠 팔이 좀 저리다만..."


"네. 이제 끝났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자. 이제 이 데이터들을 토대로 인간님의 새로운 옷을 만들면 되겠네요. 하지만 지금 입고계신 그 남루한 옷은 너무 더티하군요..."




그러더니 오드리는 드레스 룸을 열더니 깔끔한 옷 한벌을 두번째 인간에게 건네주었다.




"자. 일단 임시로 이 옷이라도 입으세요. 탈의실은 저기 있어요."


"...고맙다..."




잠시 후. 탈의실에서 두번째 인간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굿 잡~! 외모도 몸매도 좋으시니 적당한 임시 옷도 빛을 발하는걸요?"


"흐흠... 칭찬은 좀 어색해서..."


"후훗. 자. 그럼 이제 돌아가도록 하세요. 의복은 취임식 날에 맞춰서 만들어둘테니까요."


"그래. 고맙다."




오드리에게 그간의 낡은 옷들을 주고 두번째 인간은 재단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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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뒤, 포세이돈 함선의 갑판. 레오나와 메이를 제외한 발할라, 둠 브링어 인원들을 시작으로 함선의 많은 승무원들이 줄지어 섰다. 그리고 뱃머리에 레오나와 메이, 감마, 두번째 인간이 올라섰고, 멀린이 두번째 인간의 취임식, 그리고 둠 브링어와 발할라의 포세이돈 합류의 진행을 하였다.



"현 시간부로 둠 브링어를 포세이돈 해군 항공대로 합류하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를 포세이돈의 특수부대로 합류합니다."





취임식에 참석한 모든 인원들이 박수를 보냈고, 메이와 레오나가 각각 단상에서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저희 포세이돈의 새로운 회장이자 지휘관. 인간님의 취임사가 있겠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하이라이트. 오드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그의 몸에 딱 맞는 멋들어진 제복과 제목모를 차려입고 두번째 인간이 단상에 올라서 자신의 다짐과 포부를 말 하였다.





"길게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인간이지만, 이 곳의 인간과는 달리 뇌파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여러분들에게 명령권을 사용하지 못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이 무거운 임무를 맡겨준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 하지만, 저에겐 여러분들을 향한 절대적인 명령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계급 간 상하관계에서 일어나는 명령일 뿐. 혹여나 저의 명령중 부당함이 있다고 생각되시면 여러분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언제든 항명하십시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전 여러분들을 모두 아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의 박수가 이어지고, 취임사는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잠시 후. 포세이돈의 함교.





"이제 모든 명령권을 그대에게 이양하겠다. 회장."



"회장이라... 솔직히 말 하면... 호칭을 변경할수 있을까?"



"흐응... 어떤 호칭을 원하는가."



"...사령관. 나 역시 사령관으로 불리고 싶군. 그 놈과는 정 반대로 말이다."



"저기... 사령관이라니... 조금 안 좋은 기억이 나는데..."



"맞아... 그 새끼가 생각 난단 말이야..."





당연히 메이와 레오나는 별로라는 듯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럴것이다. 하지만... 녀석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나 역시 사령관이라는 호칭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 메이, 레오나 너희 둘한테는 말이야. 양해를 구할순 없을까?"



"칫... 바보. 알았어. 사령관."



"진짜 살짝 항명해봐도 별 소리 안 하네... 알았어. 그래도 이게 입에는 익숙하니까..."



"역시 그대는 어딘가의 그놈과는 완전히 틀리군. 근데 난 언제나 회장이라고만 불러서 그런데... 좀 시간이 걸리겠군."



"그럼 감마 넌 회장이라 불러도 좋아. 편한대로 불러."



"후훗. 그래야 우리 회장이지. 그럼 호칭 문제도 해결됐겠다. 이제 명령권을 완전히 이양시켜야겠군."





함교 한 곳의 패널을 감마가 조작하더니, 손바닥 인식 기계가 사령관의 앞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손바닥을 대라, 회장. 새롭게 그대의 지문과 손금들을 입력하면 된다."



"알겠다."





사령관이 손바닥을 대자 기계가 그의 손을 인식하더니,



'삐빅. 명령권 이양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회장님. 환영합니다.'



"이제 다 된건가..."





두번째 인간, 아니 포세이돈의 새로운 사령관이 뒤를 돌아보았다. 멸망의 메이, 철혈의 레오나, 레모네이드 감마가 그를 보고있다.





"좋아 사령관. 이제 무엇을 하면 되지?"



"오르카 저항군의 명칭부터 변경한다. 놈들은 자신들을 저항군이라고 얘기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선 저항이라고 할 수 없다. 현 시간부로 놈들을 '오르카 반란군'으로 칭하며, 우리들의 주적으로 삼는다."



"화끈하네. 그럼 바로 시작하는거야?"





네명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갑작스레 삐삐- 하는 소리와 함께 포세이돈 함교에 신호가 들어왔다.



"어? 회장님! 감마님!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바이오로이드 무리의 구조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구조 신호? 연결 해봐."





" 치직─ 치직...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프레스터 요안나... 혹시 이 구조 신호가 들린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우리를 구해주길 바란다... 혹시나 다른 바이오로이드 생존자들이 있다면... 우리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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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목처럼 두번째 인간이 포세이돈의 사령관이 되었네. 물론 제목대로만 하면 이번화까지겠지만 당연히 이번화에서 끝나는거 아님. 오르카와 언젠가 다시 한번 맞붙는 이야기까지 가니까 걱정 ㄴ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