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이다.



그때도 어떤 커뮤에 불이 났었지만

크진 않았다.

사실 그건 이후에 있을 대화재의 전조증상이었지만

어쨌든 그때 당시엔 시답잖은 불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커뮤니티에 불이 나면

그걸 기점으로 커뮤 중독자가 증가한다.

전쟁이 비뚤어진 애국심을 키우듯

커뮤니티 내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의 문제" 라는 가상의 적과의 전쟁이

커뮤와의 친근감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커뮤 친근감이란 매번 조롱당하는 종류의 것이지만

내색하지 않을 뿐 결국 반복되는 커뮤질은

무의식적인 친근감을 만들어내서

더더욱 커뮤를 끊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그 이후에 필연적으로 이어질 대화재는

널 그대로 녹여서 커뮤와 함께 굳힌다.

"우리 게임 좆됐다" 라는 글이

쏟아지듯 나오는 그 자리에서

마치 무언가가 멸망할 듯이 불탔던 그 재난에서

같이 있었다는 친근감에 묶여 살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니 작은 불이 일었던 그때라도 나와야 한다.

너와 그 커뮤니티 사이에 느껴졌던

그 오묘하면서도 편안한 친근감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무슨 짓을 동원하더라도 나와야만 한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커뮤질이나 하며

저번년도 목표도 이번년도 목표도 커뮤 끊기인

병신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난 앞으로도 이런 병신일 확률이 높다.

이미 내 일상의 대부분은

커뮤니티의 념글을 보는데에 소비되고

그 커뮤니티의 주제는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네가 야갤 실베 등등의

종합주제 커뮤의 념글을 보는 걸로

하루를 보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커뮤를 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아직까지는

특정 주제의 커뮤니티만 하는 상황이라면

희망은 존재한다.



11시 이전엔 커뮤 하지 말아라.

일상의 순간에 들어서는 커뮤는

무언가를 할 의지를 감퇴시키고 만다.



다양한 커뮤를 하지 말아라.

네 생각은 매일 매시마다 바뀌는데

바뀌는 생각마다 그 주제에 맞는 커뮤가 떠오르면

인생에 커뮤를 안 하는 순간이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커뮤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면

커뮤 사이트를 차단하는게 아니라

그 커뮤의 주제가 되는 요소를 멀리해라.



축구커뮤를 끊고 싶으면 당분간 축구를 보지 말고

롤 커뮤를 끊고 싶으면 롤을 하지도 보지도 말아라.



애초에 커뮤니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네가 현실에서 충분히 대화 나누지 못하는

예민하거나 마이너한 주제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

그 주제를 멀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도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라오챈을 끊으려면 라오를 멀리해야 한다.

그래서 멀리해야 하는데..

시발 저 섹스한 년을 어떻게 멀리하냐...

그냥 커뮤중독자 하련다...

라스트오리진 4주년... 앞으로도 잘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