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주인님, 그게 무슨 말이죠?

어떻게 우르 양의 고충을 그리 쉽게 말할수가 있나요!


글쎄, 과연 어떨까.

내가 그동안 우르랑 만나본 경험에 따르면, 우르는 혼자 놔두면 금새 공황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분리불안 증세를 앓고있어. 맞지?


맞아요. 주인님도 잘 아시면서 왜...


자, 이제 우르와 처음으로 만난 날을 생각해보자.

오르카호가 스발바르 제도로 향했던 동안 라비아타 네가 스트라이커즈, 호드로 구성된 별동대를 이끌고 철의 왕자의 연구소로 갔던 때 말이야.


그 과정에서 다른 스트라이커즈 대원들을 불러모아 우르와 머큐리가 합류하게 됐지.

우르는 내 쪽에서 역바니 소동이 일어나는 동안 합류했고, 머큐리는 그 뒤 데이트 공모전 때에 합류한 걸 확인할 수 있었어.


이상한 건, 어떻게 우르가 '혼자서' 너희를 찾아올 수 있었냐는 거야.


네...?


우르는 잠시라도 혼자두면 금새 패닉에 빠지는데, 어떻게 혼자서 그 먼 길을 건너온거지?

내 경험상 우르를 혼자 모험에 떠나보내기라도 하면 금방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데, 안그래? 심지어 걔는 앞도 잘 못보잖아.


원래대로라면 우르는 다른 스트라이커 대원들과 다같이 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했기에 우르는 동료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온거죠. 그녀는 저희를 위해 용기를 내어 트라우마를 억누르고 찾아온거란 말이에요.


트라우마란게 며칠 연속으로 억누를 수 있는건가? 한순간의 용기같은 게 아니라?

그 정도면 아예 극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아? 아님 처음부터 트라우마가 없었다거나...


게다가, 우르는 너희랑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전부터 공황상태였기는 커녕 침착하게 철충과 싸우고 있었어.

그런데 너희들과 만나고 난 후부터 갑자기 '혼자두면 불안해하는 기질'이 발동됐지. 참 이상한 일이야.


그건...


그런데 라비아타. 그 당시에 우르와 머큐리는 너희가 있던 북미대륙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 왔다고 했었었지?


네. 그 아이들은 철충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대륙에서 출발했어야 했던 상황이라 조마조마했는데 무사히 합류해서 정말 다행이었죠.


그거 아마 유라시아 대륙 말하는 거겠지.

여기서 이상한 점 두번째, 왜 여태껏 우르를 버려두고 있었던 거야?


네, 네?


왜 우르를 구해오자는 말은 커녕 일말의 언급조차 없었던 걸까? 불쌍한 우르는 철충이 잔뜩 깔려있는 대륙에 홀로 고립되어 있었는데, 난 한번도 우르에 대해 들어번 적이 없단 말이지.


물론 게임 외적으로는 그동안 우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전이었으니 그랬던거지만...

게임 내에서도 납득할만한 스토리는 있어야겠지?


오르카호는 아직 대륙에 자리잡은 철충 대군에 맞서기에는 약합니다. 만약 주인님께 알려드렸다면... 어떻게든 구하려고 했을테니까요. 그 과정에서 대륙의 철충과 맞닥뜨리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났을테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흠. 마치 트롤리 딜레마 같네. 냉정하게 동료의 목숨을 저울질했다 이건가? ...라비아타 네가 이런 캐릭터였던가.


그런데, 그래서... 여태껏 방치해두고 있다가 이제와서 필요해지니 혼자 그 많은 철충을 뚫고 알아서 오라고 시킨거야?

게다가 우르는 분리불안 증세가 있었음에도 대륙에서 혼자 잘 살아남았고?


...


설마 대륙에 있는동안은 머큐리와 같이 행동했다고 하려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머큐리는 우르가 가진 트라우마를 알면서도 혼자 떠나보냈다는 뜻인걸.


~~(사령관의 상상)~~


이것 봐, 라비아타님의 호출이야! 어서 알레스카로 가자!


그렇사옵니까? 모처럼의 재회이니 선물을 준비해가야겠사와요.

후후, 왕달팽이 정도면 좋아하실까요?


그럴 시간 없어! 저쪽에서도 적들과 싸우고 있을테니 최대한 빨리 합류해야 한단 말이야!

난 지금당장 가겠어!


정 원하신다면야... 알겠사옵니다. 추후 알레스카에서 만나기로 하지요.



엇, 자, 잠깐... 그러지 말고 같이 가주면 안될까...? 그, 알잖아. 난 혼자 있으면...


알빠노?


 


~~(상상 끝)~~


우르가 대륙에서 혼자 살아왔다면 분리불안 증세가 뻥이었던 거고,

우르가 머큐리랑 같이 살아왔다면 머큐리가 혐성이 되는거고.

완전히 단두대 매치구만.


하다못해 머큐리가 '내가 막고있을테니 먼저 가'했다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근데 바다는 또 어떻게 건넌거야? 태평앙을 건넜나? 별의 아이 때문에 우리도 피해다니는 거기를? 그것도 오르카와 펙스의 감시망을 모두 피해서.

태평양이 아니라면 설마 대서양을 건넜나? 그럼 델타의 영역인 유럽마저 뚫고 지나왔다는 건데, 어떻게 한거야?


그보다 바다란 게 사람 혼자서 그리 쉽게 건널 수 있는 거였어?

우르랑 머큐리뿐만 아니라 멜리테, 갈라테아, 클로버, 그리고 바르그까지... 

백보 양보해서 머메이드 애들은 해군이니까 그러려니 해도 클로버랑 바르그는 또 어떻게 온거야? 북극해 존나 허벌이네.


아무튼,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야.

우르가 합류하기 전에, 너와 스트라이커즈 대원들은 머큐리의 기행에 대해 웃고 떠들었지. 

그 누구도 우르를 걱정해주지 않았어. 나중에 칸에게 줄줄 설명해준거 보면 우르의 사연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녀를 걱정해주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로 좁힐 수 있어. 그녀를 동료로 여기지 않았던가, 아니면 애초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 우르의 분리불안 증세 자체가 동정심을 사기위해 짜고친 거니까.


자, 이제 네 차례야 라비아타. 어느쪽이 정답인지 알려주지 않겠어?


...


응?


......


...저 그냥 한번더 셀프 근신처분하고 올게요.


진심? 여기서 대답회피야?

그럼 대신 이거 하나만 대답해주고 가줘.


...알았어요, 뭔데요?


우르는 어떻게 너희랑 만나기 전부터 철충을 공격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명령내린 적도 없는데.

내가 모르는 두번째 인간을 만나서 그사람 명령이라도 들었나봐?




시발 알았어요 뇌파설정이 노답인걸로 해요 그냥


***


...가버렸네. 아직 마지막 질문이 남아있는데 말이지.


우르가 합류했을 때 다른 애'들'은 나중에 올거라고 했었지. 그 뜻은 머큐리 말고도 스트라이커즈가 최소 한 명은 더 남아있다는 뜻인데.


내가 모르는 다섯번째 스트라이커즈 대원... 하지만 라비아타는 알고있겠지. 십중팔구 티아멧이나 다른 스트라이커즈 애들도.

하지만 내게선 그 존재를 숨겼어. 이유가 뭘까?


...그 다섯번째 대원을 내 앞에 데려오는 순간 그녀는 명령권 때문에 자연스레 내 휘하로 들어오게 되지.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그녀는 계속 라비아타 직속으로 남아있게 돼.

나를 따르지 않고 라비아타 자신을 따르는 부하를 외부에 남겨두다니, 아직도 날 믿지 않는가보네.


...레아를 뒤통수치는 주책바가지 아줌마로 만든 것보다 더 악의적인 스토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