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이 아르망, 폐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아, 어서와 아르망. 기다리고 있었어.


이번엔 닥터와 라비아타 통령에 이어 저를 괴롭히려고 부른 것이죠?


수고해라ㅋㅋ


괴롭히는 거라니, 말이 심하네. 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을 뿐인걸.


그렇다고 치죠. 뭐가 궁금한 건지는- 제목을 보니 알겠네요.

제가 어떻게 클로버 에이스가 스발바르 제도에 나타날 걸 알고있었는지, 말이죠?


일단 확인해둘게. 네 미래를 보는 능력은 초능력이 아니라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지하는 거지?


정확합니다.


그리고 클로버가 스발바르 제도에 나타났을 때 너는 클로버가 올 걸 알고 마중나갔지.


그렇습니다만?


여기서 질문. 먼 옛날 루주와 클로버가 헤어진 지 60년이 넘었는데 너는 클로버가 그 날 도착할거란 걸 알고 있었다고? 

일본에서 출발한 애가 60년간 세계일주하다 최종적으로 북극해 한구석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에 올 걸 예견했단 말이야?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지?


문제? 당연히 있지! 무려 60년이라고? 정확히는 그보다 더 많지만.

클로버는 수십년동안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상대잖아.


이건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하는 미래 예지 수준에서 한참 벗어났지 않아? 한번 만난 상대가 수십년 후 어디있을지 맞출 수가 있다고?


그게 가능하면 철의 왕자 사건 당시 오메가가 도망갔을 때 뗑컨을 수색보낼 필요도 없이 오메가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어야 하는거 아냐? 

아님 그 때 만났으니 지금 오메가가 정확히 미국 어느 주, 어느 도시에 있는지 알 수 있어? 오메가가 아니더라도 감마나 테일러 리스트컷이 어디 있는지는?


그건 힘듭니다 폐하. 그들은 잠깐 만나본 거라 데이터가 부족해 먼 미래에 어디서 뭘 하고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루주는 클로버와 오랜시간 동고동락한 사이입니다. 클로버의 성격과 행동패턴을 완벽히 파악했기 때문에 그녀가 어디로 갈 지를 알 수 있는거죠.


클로버는 계속 트루먼 쇼 당하고 있었잖아. 태어난 후 줄곧 새장에 갇힌 새였다고. 

그런데 새장이 부숴지고 하늘로 날아간 순간 새장 안에서 모았던 데이터는 전부 무용지물이 된 거 아니야?


그렇다 하더라도 클로버는 클로버. 그녀가 누구인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클로버를 떠나보낸 뒤로도 언제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머물렀는지, 어디서 무얼 했는지 전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에반데.


ㅋㅋ


그럼 클로버가 루주를 떠난 뒤 60년간 어디서 뭘 했는지 말해줄 수 있겠어?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리죠... 눈물없이는 못보는, 친구를 잃고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한 여자의 60년어치 모험담을...


먼저 클로버는 죽어가는 루주를 뒤로한 채 숲에서 벗어나 도시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이미 파괴되고, 생존자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죠.


으흠, 그래서?


클로버는 무작정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아직 멀쩡할, 생존자가 남아있을 다른 도시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죠.


음...


그 때, 멀지않은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클로버는 곧장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달려갔고, 그곳에는 한 인간과 바이오로이드가 철충에게서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클로버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달려가서-


잠깐 타임. 그 랜덤 인카운터를 예측했다고?




아르망?




그거 지어낸 스토리지?


...물론 이정도로 자세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클로버의 성격과 당시 세상의 상황을 종합해 그녀의 대략적인 이동 루트만을 계산할 수 있죠.


'대략적인'이라고? 너랑 같이 클로버를 마중나갔던 애니의 증언에 따르면 너는 클로버가 몇달 몇일 몇시 몇분에 도착할지까지 알고있었던 모양이던데?




게다가 당시 세상의 상황이라면 철충으로 인해 사방이 변수천지였는데다 그 때의 기록도 제대로 남지 못했잖아.

인류멸망 전의 환경이라면 데이터가 충분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존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된 급진적인 상황변화 속에서 어떻게 클로버의 이동경로를 계산했다는 거야?




...좋아,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 클로버의 대략적인 여행 경로를 알려줘. 클로버가 루주를 떠나보낸 숲에서부터 어떤 도시를 거치고 어떻게 바다를 건너 어떤 나라의 해안에 도착했고 또 어떤 나라를 통해 이동했는지, 그런거 있잖아.


알겠습니다. 먼저 클로버는 루주를 뒤로 한 채 숲 밖으로 나왔습니다.


으흠, 그리고?


그리고 60년이 지났고, 그녀는 스발바르 제도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이 잠깐


이야기 끝!


아니 60년을 통스킵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 사이의 모험담은!?




...클로버가 일본을 떠난 지 30년째엔 어디 있었는지 말해봐.





아르망과 클로버가 만나면서 펼친 서사는 좋지만, 솔직히 아르망이 클로버 합류시기까지 예측한건 좀 편의주의적이었던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