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 펙스 회장의 비서 역할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입니다만... 왜 그러시나요?


궁금한게 생겼어.


(움찔)


...말씀해보세요.


그러니까 레모네이드 시리즈의 기원이... 

먼저 펙스가 안나 박사의 회사를 인수한 뒤, 펙스의 일곱 회장은 안나 박사를 씨받이삼아 강간했었지.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후계자를 얻고싶어서.


그리고 그 유전자를 사용해서 자신들의 수발을 들 비서를 만들라고 명령했고, 그렇게해서 비서 레모네이드 시리즈가 탄생한 거 맞지?


네, 맞아요.


좋아, 벌써부터 뭔가 엇갈리기 시작했는데. 회장이 안나박사한테서 원한건 후계자야, 비서야?

후계자 얻겠다고 강간해놓고선 왜 갑자기 그 유전자로 비서 만들라고 말을 바꾼건데? 


그건...


...어라?


뭔데 이거? 후계자 만들어야지 했다가 갑자기 자기 재산 물려주는게 아까워져서 비서로 방향 바꾼거야?

아님 레모네이드가 바로 회장의 정당한 후계자였던 거야? 그렇다면 회장이 죽은 뒤 레모네이드가 회사도 물려받았으니 굳이 회장을 되살릴 필요가 없잖아.


음... 일단 표면상으로는 일곱회장은 죽은 게 아니라 동면상태죠. 그래서 설령 레모네이드가 후계자라고 해도 아직 회사를 물려받을 수 없을걸요.


그럼 회장 깨운 뒤 서명 받아내고 죽여서 정식으로 펙스의 회장 자리를 물려받는게 레모네이드의 목적인가? 특히 오메가?


어음...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별다른 펙스 회장의 후계자나 자식, 그런 캐릭터가 나오질 않았으니까.

그냥 펙스 회장이 좆간이란걸 보여주기 위한 맥거핀에 불과했던건가.


...그렇다고 치죠. 네, 그거에요.


애초에 왜 비서가 회장이랑 같은 유전자가 흐를 필요가 있는건데? 후계자라면 같은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이라도 있지만 비서는 안그렇잖아.

안나 박사 기반의 바이오로이드에 지들 유전자를 섞어봤자 성격 지랄맞은 변종이 만들어질 거란건 충분히 예상가능했을텐데.


(↑성격 지랄맞은 변종)


워낙 멍청하고 오만방자한 인간들이라 예상못했겠죠.


게다가, 유전자 제공 방법이 존나 잘못되었잖아!

지들 정액을 안나 박사 질 안에 싸질렀으면, 박사는 화장실 가서 자기 질 속에서 정액 긁어내서 플라스크에 담기라도 한거야!? 


처음부터 정액을 전용 용기 안에 담아주던가, 아님 하다못해 채혈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뽑아서 건네주거나. 더 간편하고 확실한 방법 많잖아!


지당하신 말씀! 머리카락 한 올 만으로도 충분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답니다~


아, 참고로 정액이 질 안에 들어간 순간 90% 이상의 정자가 질내의 산성에 의해 전멸합니다. 그래서 질내사정당한 정액을 도로 끄집어내봤자 쓸모가 없어요.


그럼 왜 안나박사랑 떡친건데? 유전자가 제대로 섞인 수정란이 목적이었던 건가?


인간의 정자와 인간의 난자가 만난 수정란은 인간으로 자라납니다. 바이오로이드의 기반이 되는 유전자 씨앗과는 처음부터 다른 물건이에요.

애초에 그게 필요했으면 안나 박사의 난자를 채취해서 시험관 안에서 수정시켰을 거에요.


그럼 진짜 이유가 뭐지?


회장이 개노답병신머저리무뇌아호색한이라서요


...변호없이 바로 병신으로 판정지으니 심심하네. 오메가라도 불렀어야 했나? 걔라면 회장 불꽃쉴드 칠텐데



아무튼 알파. 그럼 레모네이드는 안나 박사의 유전자와 회장의 유전자가 섞여서 만들어진 거지.


맞아요. 전 예외지만요.

저는 순도 100% 안나 박사님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박사님이 펙스의 손아귀에 넘어가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남은 여섯은 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회장이 제조한 거라 회장의 유전자가 들어갔고요.


그럼 다른 레모네이드는 안나와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인 셈인가? 엄마는 안나, 아빠는 회장 


(부녀관계?)


뭐... 그런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다른 여섯 레모네이드는 회장들이 네 데이터를 챙겨가서 직접 만들었다고 했지. 그렇다면-


(회장은 날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사람이다! 내 아버지란 말이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지?)


사실 이런거 아닐까? 캬 오메가 효녀였네


거기서 오메가를 세탁한다고요?


바르그도 실컷 섹돌 처형해놓고선 막판에 유교 쉴드로 세탁했는데 뭐.



말 나온 김에, 알파 너는 회장의 유전자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지.


그런데요...?


그럼 일곱 회장 중 네 담당이었던 클로버 산업의 회장은 자기 유전자 넣어서 바이오로이드를 만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거네? 안나 박사를 강간하지도 않았을테고.


이야~ 회장 중에도 비교적 좋은 사람이 있었잖아! 레아처럼 양보를 많이 해서 손해를 잘보는 성격인가봐?


아니ㅅㅂ 이젠 회장까지 세탁한다고요?


난 드러난 증거대로 말한 거 뿐이야. 

정말 클로버 회장이 자기 유전자가 들어간 바이오로이드를 요구했으면,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한 널 곁에 두지도 않았겠지?


그렇다 한들, 클로버 회장은 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물단지로 취급했다고요.

제가 회장이 바랬던 회장 유전자가 들어간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서 그랬던 게 아니겠어요?


결과적으로 안나 박사한테 자기 전용 레모네이드를 새로 만들라고 닥달하지도 않고 널 받아들였다는 뜻이잖아.


...우리 다른 얘기 하면 안돼요?


좋아 그럼. 레모네이드 시리즈는 칠죄종 컨셉으로 만들어졌지? 그 중 넌... 색욕 담당이고.


네. 그래서 남들보다 성욕이 더 많죠. 숨기고 있긴 하지만요...


난 처음에 니가 색욕 담당인게 일곱회장이 안나 박사를 까내리려고 그렇게 만든건줄 알았어.

근데 넌 펙스에 합병되기 전에 안나 박사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거라고 했지. 제조 과정에서 회장의 입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안나 박사는 대체 왜 널 색녀로 만든거지?


네...? 그, 그건...


...실수, 겠죠. 제조과정에서 성욕을 잘못 설정했다거나...


안나 박사 실력 잘 알잖아. 펙스 회장이 특히나 눈독들일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인데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지.


첫번째 레모네이드라는 안나 박사의 혼신의 역작인데, 유독 성욕이 높게 설계된 이유가 있겠지? 무슨 목적이었을까?


다른... 다른 얘기 해요. 우리.


그러지 뭐. 그거 말고도 질문은 많거든.

알파 너는 안나 박사의 기억과 원한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했지. 안나 박사가 네 머릿속에 펙스의 수뇌부를 파멸시키라는 행동원리를 남몰래 심어놨기도 했고.


네... 즐거운 토모의 기억을 잇는 리앤 기종이 자신을 즐거운 토모라고 여기는 것처럼, 저 역시 박사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말이지. 안나 박사가 펙스 회장들한테 강간당한 건 펙스 합병 후고, 네가 제조된건 펙스 합병 전이야.


...!?


알파. 너는 누구야?

먼저 만들어진 알파 기종에 증오의 기억을 덮어씌운 거야? 그럼 기존 알파의 인격과 기억은 사라진 건가?

그게 아니라면 너는 펙스 합병 후 안나 박사의 원한을 담아 새롭게 만들어진 알파야? 


...주인님.


응?


저 병가 좀 내도 될까요?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


결국 너도 안나 보르비예프에게 있어선 도구였다는 거구나.


안나까지 담굴수 있도록 이런 복선을 준비해놓다니. 대단합니다 스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