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과 다름 없는 하루, 사령관은 새로 건립된 오르카의 대학교를 거닐고 있었다. 교정 내에 심어진 벚꽃이 활짝 꽃망울을 터트렸고 평소 전투복만 입던 바이오로이드들은 멸망 전 대학교의 캠퍼스룩을 조사하기라도 했는지 한껏 화사한 옷을 입은 채 전공 서적을 끼곤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 사령관. 좋은 아침이지?"
 "하르페이아?"


 교정을 걷던 중 사령관은 하르페이아를 만났다. 하지만 평소 슈트를 입던 모습과 다르게 롱코트와 단정한 셔츠와 정장 치마, 그리고 두꺼운 안경을 치켜 올리고 한 손에는 두꺼운 철학 서적을 낀 그녀를 보자 세삼 흠칫했다.


 "하르페이아가 여긴 웬일이야?"
 "사령관 몰랐구나? 알렉산드라씨가 문학 수업을 좀 맡아달라 해서 강의를 나가고 있어. 뭐... 내가 솔직히 강의를 할 실력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르페이아는 두툼한 전공서적을 부끄럽다는 듯 두 손으로 꼭 숨겼다. 그녀가 이렇게 지적인 면모가 있었던가?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르페이아는 고풍스러운 대학 건물을 한 번 쭉 둘러보더니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사령관. 혹시... 사령관은 문학에 관심이 있어?"
 "응? 글쎄... 전투교본이나 이런 건 많이 읽었는데. 소설이나 시는 많이 읽어보진 않았어."
 "에? 진짜? 사령관...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구!"


 마음의 양식이라... 사령관은 흥미가 돋았다. 하르페이아는 자신의 긴 금발을 살짝 매만지더니 이내 조심스레 사령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령관. 요새 내 수업이 좀 어려운지 책을 좋아한다던 토모나 LRL이 어느 순간부터 힘들어하던데. 사령관이 수업을 좀 보조해줬으면 어떨까 싶어."
 "내가? 수업을?"
 

 뜬금없이 무슨 소리일까? 사령관은 뜬금없던 하르페이아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에게 다가와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어려운 건 아냐. 저기 이공계에서 강의 나가는 닥터와 다르게 난 제대로 된 학위도 없지만, 멸망한 이 세상에서도 한 자의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고, 거기서도 감명을 받는 사람이 한 명쯤은 꼭 있었으면 좋겠어. 이번에 정식으로 오르카에 대학원 코스를 만들까 생각중인데. 사령관이 날 도와주면 안 될까?"



 사령관은 진심이 담긴 하르페이아의 부탁에 잠시 멈칫했다. 언젠가 멸망 전 인간의 자료를 뒤적거리다 김소월이라는 아주 예쁜 이름의 한국 시인이 썼던 진달래꽃 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한참을 그 시를 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물론! 어렵지 않아!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우리... 문학이 재밌다는 걸 오르카 사람들한테 알려주자!"


 사령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결국 그녀의 제안을 승락했다. 멸망 전 인간들도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 며 자주 떠들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그리 중요한 일이라면 자신도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하르페이아는 기쁜 모습으로 손을 맞잡았다.


 "그래~ 사령관. 우리 열심히 해보자! 내 연구실로 와 줘! 도망치면 안 돼!"


 사령관은 하르페이아의 제안을 거절했어야만 했다.



 *



 "... 그 하르페이아. 이게 무슨 말이야? 사람이 바퀴벌레로 변한 게 왜, 현대성에 소외된 인간의 자화상인지..."
 "음~ 사령관. 책 제대로 안 읽었구나?"
 "그게... 벌레로 변했다는 거... 그냥 판타지 이야기 아니야?"


 하르페이아의 연구실. 사령관은 여태껏 해맑게 웃던 독서소녀가 이렇게 무섭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책을 읽고 분석문을 써오라 했는데 그녀는 자신이 써 온 분석문을 보자 엄지와 검지로 그것을 앞뒤로 팔랑거리더니 마치, 그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사령관... 어디가 이면지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사령관의 잘못은 아니야."


 그리고 가차없이 분석문을 찢어버렸다. 사령관은 마음이 아파졌다. 오르카의 교육을 위해서 잠시 사령관 업무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맡겼지만 솔직히 그는 업무에 복귀를 하고 싶을 정도로 후회를 했다.


 "... 그나저나. 하르페이아. 이 책을 설마 1주일 안에 다 읽으라는 건 아니지?"
 "사령관~ 문학을 이해한다는 건 그냥 작품 텍스트를 읽는 게 아니라 작품 텍스트 내면에 작가가 숨겨 놓은 의미망을 찾는 일이야."



사령관의 책상에는 두터운 책 일곱 권이 탑처럼 쌓여있었다. 페이지도 한 권당 500페이지 이상. 대체 문학을 공부하는데 어째서 철학 서적과 심리학 서적, 심지어 사회학 서적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 나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사령관~ 논문 검색 사이트 안 찾아봤어? 모르면 사령관이 직접 공부를 해야지. 대학원은 모르면 가르쳐달라는 데가 아니라 직접 공부하는 곳이야."



 사령관은 좆됨을 감지했다.



 *



 그 이후로 바이오로이드들 사이에선 괴담이 돌았다. 불 꺼진 오르카호의 한 구석에선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었고 이따금 문틈에선 찌든 담배 연기와 누군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것까지 공부를 해야 하냐고!"


 매일 찌든 표정만 짓던 사령관을 차마 볼 수 없었던  페로가 사령관을 찾기 위해 하르페이아의 연구실을 찾았다. 대체 문학과 대학원이 뭐길래 멀쩡한 사람을 반 폐인으로 만드냐고. 사령관의 조교 책상에는 빈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들이 그득히 쌓여있었다.

 하르페이아는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팔을 걷어 붙이는 페로를 보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 앞에 책들을 내려놓았다. 쿵! 소리와 함께 책상이 울렸다. 잠시 찔끔 겁을 먹은 페로는 헤겔의 정신분석학 서적을 펼치곤 천천히 읽어나갔다.


 "... 하르페이아씨? 절대 정신이라는 게 뭐죠?"
 "페로! 모르면 논문을 읽으면서 공부를 하는 거지! 일일이 가르쳐주면 그게 대학교지 대학원은 아니잖아!"
 "... 그게. 몇 번을 읽어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독일 문학의 낭만주의와 연결되고..."
 "아니지 페로. 그건 낭만주의가 아니라 독일의 교양주의라는 거야. 프랑스의 낭만주의가 독일에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그러면... 이책을..."


 하르페이아는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의 연구실에 있던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반짝거리던 페로의 오드아이에선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미 테이블에서 책을 읽어나가던 사령관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페로... 도와줘. 나 아직 이 이론 이해를 못하겠..."
 "리리스 언니한텐 주인님이 어떤 상태인지 잘 말씀드릴게요. 저는 가볼게요."


 멸망 전 대학원의 졸업률이 왜 17%였는지 사령관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 페로는 어디로 간 거야. 사령관?"
 "그게... 나, 나갔는데..."
 "도망갔구나? 사령관이 오기 전에도 토모가 똑똑해지고 싶다 해서 여기에 앉혀놨는데 이틀만에 도망갔더라고. 사령관은 안 그럴 거지?"
 "... 하르페이아. 진달래꽃을 이해하는데 왜 독일의 민요 이론이 필요한 거야?"
 "사령관 그것도 몰라? 그건 사령관이 직접 알아봐야지!"



 사령관은 좆됐음을 감지했다.


 
 "아~ 말 나온 김에 내가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그거였는데. 우리 같이 공부해볼까?"
 "... 이, 이책들은."
 "물론 다 읽어야지. 독일 민요 이론도 어쨌든 헤겔의 사상에서 발전한 부분이 있으니까. 철학은 모든 인문학의 아버지와도 같다고!"


 대체 멸망 전의 문학 대학원생들은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하르페이아... 그나저나. 나 배고파... 저기 대학 연구비는 내가 지원을 해줬는데..."
 "어머? 그거 닥터가 실험한다고 다 가져갔어~ 어차피 책만 보는 게 무슨 돈이 필요하냐면서 그랬다던데... 직접 점심은 사령관 돈으로 사먹는 수밖엔 없어."



 ... 언젠가 닥터가 사령관에게 말했던 게 그는 떠올랐다. 이공계 대학원에 들어갈 돈도 돈이지만 문과 대학원에 쓸 돈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는 딱 잘라 말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철충과의 전쟁이고 자금에 여유는 없다고.

 사령관은 지금, 자신이 한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왜 자신이 시 한 문장에 감흥이 생겨 이 지옥에 오게 되었는가, 하고.



 *



 "사령관~ 이번 세미나 준비는 잘 되가?"
 "... 어제 네가 내준 과제들 다 하느라 아직..."
 "사령관! 수업은 수업이고 세미나는 세미나지! 사령관이 나중에 쓸 논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사령관은 도망치고 싶었다.



 "그나저나 이번 세미나는 뭔지 알지? 실존주의 철학자인 샤르트르와 알베르 카뮈의 작품 '이방인'의 연관성을 인간 해방의 관점에서 보는..."
 "... 그 저기! 하르페이아! 나, 나는 다른 주제가 더 좋은 거 같아! 그러니까! 매... 매지컬 모모! 그래! 매지컬 모모로 세미나를 해보는 건 어때?"



 너무 어려운 주제보단 역시 쉬운 주제를 택하는 게 좋겠지. 사령관의 다급한 말에 하르페이아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문학이론이랑 서브컬쳐 연구? 흐응~ 그거 좀 흥미로운 주제인데? 의외로 그간 다루지 않은 주제이긴 한데. 괜찮네."
 "그... 그렇지? 하하! 다, 당장 비디오 시청각실 좀 다녀올게!"


 아무소리나 내뱉었는데 하르페이아가 처음으로 벌레 쳐다보는 듯한 눈초리를 하지 않았다니! 사령관은 기쁨에 차올랐다. 대충 매지컬 모모 시리즈를 보고 아무 말이나 하면... 어차피 하르페이아는 서브컬쳐에 대해선 모르는 순수문학 전공자이니 모를 것이다. 사령관은 카페인과 니코틴에 오염된 핏줄이 쾌적하게 뚫리는 듯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 해방감이 지옥으로 바뀌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



 "오늘 세미나 주제는 매지컬 모모와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상관성 입니다. 여기는 토론위원으로 위촉된 흐레스벨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령관님."


 흐레스... 벨그?



 "후후... 흥미로운 주제였어요. 간만에이런 창의적인 매지컬 모모의 해석 방법론을 제시한 게 사령관님이라니. 하지만 물론 내용은 발표를 들어봐야 알겠죠?"
 "그럼 발표자 사령관은 나와서 연구 목표와 방법론 등을 이야기 해보세요."



 하르페이아가 말하자 사령관은 기겁했다. 쉬운 주제를 생각했었는데 데려 온 사람이 하필 중증 오타쿠였다니. 하르페이아가 모르는 주제로 전공을 정했는데 어째서!

 사령관은 피피티를 빔프로젝트에 틀면서도 손이 덜덜거렸다. 대체 대학원은 어떤 세계일까? 그렇게 세미나가 시작되었지만 발표를 듣는 흐레스벨그와 하르페이아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표가 끝나자 입을 연 것은 흐레스벨그였다.



 "하르페이아... 아니. 세미나니까 이렇게 말하지. 하르페이아 연구자. 이 발표가 말이 된다 생각하세요?"
 "미... 미안해요. 흐레스벨그 연구자..."
 "이게 대학원 피피티 발표인지 아님 초딩 감상문인지 모르겠네."



 흐레스벨그는 탁자를 탕! 내려쳤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뽀끄루 대마왕의 이데아를 이야기하는데 왜 자꾸 모모의 관점에서 설명을 하려고 해요! 모모 시리즈는 제대로 보고 분석틀을 짠 거예요?"
 "그게..."
 "모모씨랑 뽀끄루씨의 인터뷰는 진행하고 소논문을 쓴 거예요?"
 "그게... 시리즈만 분석을..."
 "분석을 하려면 당사자들의 체험도 넣어서 고려를 해봐야 할 거 아니에요 사령관님! 사령관님의 뇌피셜만 냅다 쓴다고 해서 연구 논문이 되는 건 아니에요!"


 
 사령관은 평소 모모 시리즈에 환장한 흐붕이란 걸 알았지만 이 정도로 열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흐레스벨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렇게 내 명치를 때리던 중 하르페이아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사령관... 플라톤은 이미 죽은지 5000년이나 지난 사람이라고... 이 사람의 이론도 낡았고 너무 발표한 부분도 너무 일반적이야. 논문은 새로운 관점을 찾는 거지..."
 "잠깐 하르페이아 연구자. 이거... 출처랑 각주는 제대로 적긴 한 거야?"
 "어? 세상에... 사령관. 이런 기본적인 거까지 실수를 한 거야? 내가 각주 달 땐 분명하게 출처를 적으라고 한 거잖아!"
 "... 그게. 적었는데."
 "매지컬 모모 소설판에서 적었으면 몇 쇄였는거까지 적어야지! 오탈자 수정이나 내용이 바뀔 수도 있잖."



 난 여기서 빠져 나가야겠어, 사령관은 결국 세미나실에서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 등 뒤로 "노비가 탈출했다!" 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황급히 오르카호 바깥으로 빠져 나간 뒤 방주 건물 뒤로 숨어들었다. 반쯤 구겨진 담배릉 꺼내 입에서 물고 불을 붙였다.



 "이게 철충이랑 싸우는데 도움이 돼?! 도움이 되냐고!"
 


 그깟 복잡하고 이상한 이론보다 당장 눈앞에 들어닥친 철충에 대해 생각하기 바쁜데 모모가 뭐고 이론이 뭐고... 대체 이게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누군가 내 앞에 섰다. 왜인지 나를 불쌍한 표정으로 보는 듯한 켈베로스와 그 등 뒤에는 나를 바라보는 하르페이아가 있었다.


 "그... 사령관이 세미나 중에 도망쳤다고 해서."
 "... 아..."
 "사령관. 우리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잖아. 왜 도망긴 거야? 그거 좋은 논문 주제였는데... 우리 공부 같이 해보자... 응?"
 "... 나... 그만할래 하르페이아... 더는 못... 버티겠."
"사령관. 우리 약속했잖아."


 도망치지 않기로.



 ".. 살려줘. 하르페이아..."
 "살려달라니. 오빠가 온 대학원이잖아."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지.



 ".. 이걸 연구해서... 철충의 전쟁에서 도움이 돼?"
 "그걸 생각하려면 닥터가 하는 이공계로 갔어야지."
 "밥은... 식사는... 책도 내가 다 주문했는데..."
 "어쩔 수 없어. 사령관이 여유가 없다고 문과에는 투자를 안 해줬잖아?"
 "... 나 난... 문학에 재능이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원은..."



 그러자 하르페이아는 피식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지금 사령관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이공계 대학원으로 전과라도 할 셈이야?"
 "..."
 "거기서도 사령관이 버틸 수 있을까?"



 사령관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


 며칠 뒤, 우연히 사령관은 하르페이아의 수업을 보조하기 위해 강의실에 들어갔다. 연구실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게 그녀는 친절한 어투와 부드러운 마음씨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자신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말이 안되는 질문을 들어도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모습은 절대 적응할 수 없었다.



 "아... 진짜. 솔직히 하르페이아가 말하는 거 이해가 안 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되는 걸 왜 어렵게 설명하는 거야?"


 수업이 끝날 때쯤, 시니컬한 표정의 고학번으로 보이는 스틸드라코가 하르페이아에게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흠칫, 어깨가 떨렸다. 하지만 하르페이아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스틸드라코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머... 드라코. 드라코는 그럼 이 이론에 대해 다 안다는 거야?"
 "당연하지. 별 어렵지도 않는 걸 가지고!"
 "그럼... 드라코. 홍련한테 말해서..."


 대학원에서 나랑 같이 공부하는 건 어때? 그 말에 드라코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흥! 내가 대학원 가면 하르페이아도 못 당할 걸?"


 하르페이아는 드라코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짐을 들어주며 나갈 때였다. 하르페이아에게 물었다.


 "하르페이아... 어째서 화를 내지 않았던 거야?"
 "귀엽잖아~ 자기가 모든 걸 안다는 고학번 볼 때마다 얼마나 풋풋하고 좋아?"
 "..."



하르페이아는 기지개를 켰다. 그리곤 의기양양한 몸짓으로 대학교 교정을 걸어나가는 드라코를 보며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도망치지 않고... 쭉 나랑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다."


=


사회인이 죄를 지으면 교도소에 가고
대학생이 죄를 지으면 대학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