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시술을 받은지 2주정도가 지났다. 처음에 비해 어느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된 나는 프리가의 도움을 받아 헬스장에서 재활운동을 시작했다만...

어째서인지 사용하는 기구들마다 박살을 내버린 바람에 마이티R을 포함한 헬창 일동에게 헬스장 출입을 금지당해 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때, 사령관의 추천을 받아 리리스에게 훈련을 받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




"허업!!"

"커-헉!!"

나는 리리스에게 훈련이라는 이름아래에 말그대로 복날 개패듯이 두둘겨 맞고있었다.

정말 한순간 이였다.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이미 리리스에게 당해버렸고, 저항이나 반격을 해봤지만 그럴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막히고 당해버릴 뿐. 결국 누적된 데미지를 버티지 못하고 체력이 다해버린 내가 먼저 쓰러져버렸고, 훈련은 거기서 끝났다.

"다음 훈련은 이틀 뒤에 있습니다. 그때까지 푹 쉬는게 좋을거 같군요."

그 말을 끝으로 리리스는 훈련장을 나갔다.


'아직, 갈길이 멀구나...'

압도적인 강함의 차이.

자신의 미숙함과 무렴함.

강한 힘을 손에 넣었으나 정작 그 힘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의 부재.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다.


그렇게 훈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무렵.

"어머, 무슈? 여기서 뭐하는 건가요."

의외의 인물이 훈련장을 찾아왔다.


D엔터테이먼트, 흔히 덴센츠라 불리던 회사.

그들은 회장인 요시미츠를 필두로 자신들만의 리얼리티에 집착하는 것으로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런 그들의 대표작인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그리고 그런 모모와 어깨를 나란히 한 작품 '삼총사'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샬럿은 그런 삼총사의 주였이었다.

뛰어난 몸매와 멋지게 휘날리는 모자, 화려한 금발과 맑은 하늘을 생각나게 하는 푸른색 벽안. 그야말로 절세미녀 그 자체.

이전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예쁜 일러스트와 정신나간 성능 덕분에 많은 덱에서 용병으로 투입되었으며 나 또한 그런 사람들중 하나였다.

그랬던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정확하게는 바닥에 드리누워있는 나를 보기 위해 몸을 조금 숙인 상태였다.

"혹시 어디 다치신 건가요?"

"아, 아뇨 그런건 아닙니다."

차마 리리스에게 훈련을 받다가 뻗어버렸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겠다.

"그나저나 샬럿씨도 훈련하러 이곳에?"

"네, 폐하의 검으로서 매일같이 수련을 하고있답니다."

"그렇군요... 혹시 괜찮으면 옆에서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대신 가까이오면 위험하니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시길."

그 말과 함께 샬럿은 검을 붙잡았다.




여는날과 다를바 없는 하루.

훈련중이던 샬렷은 문득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왕과 검술로 수 많은 난적들을 해치웠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고민하고 고민하던 샬럿의 마음이 도달한곳은

감사.

지금의 자신을 있게해준 자신의 왕과 검술에 대한 끝없이 거대한 은혜. 그녀 나름대로 그 은혜를 갚기위해 시작한것은 하루 2,000번 감사의 찌르기.

정신을 가다듬고 검집에서 검을 뽑아 자세를 취한 뒤 허공을 찌른다.

일련의 동작을 한번 실행하는데 걸린 시간은 5, 6초.

이천번을 끝낼 때까지 첫날은 4시간 이상 걸렸다.

그렇게 수행을 시작한지 몇달이 지났을 무렵, 샬럿은 이변을 깨닫는다. 이천번을 전부 찔러도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대신 명상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리고 얼마뒤, 수행을 끝내고 첫 임무에 투입되었을때 그녀의 검은 소리를 초월했다.





지금 내가 뭘 본거지?

검이, 샬럿의 움직임이 소리를 앞질렀다. 괴물인건 알고있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한번 휘둘러 보시겠나요?"

"네?"

훈련장을 살펴보던 샬럿은 근처에 배치되어 있었던 긴 목도 한자루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렇다고해도.

'검같은거 휘둘러 본적은 없는데 말이지.'

나는 검이나 검술에 대해 아는것이 없다. 이전 세계에서도 다뤄본 날붙이라고는 부엌칼이 전부, 무엇보다도 나는 검을 휘두르는게 무섭다.

어릴때야 마냥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잘못 휘두르면 누군가가 다치는 그런걸, 나는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샬럿의 검은 무엇인가 달랐다.

속도도 속도지만 그녀의 검에는 신념이 담겨져있었다. 친구를 동료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굳은 신념.

그리고 로망이 담겨져있었다.

"후우... 마음을 비우자."

떠올려라 방금 샬럿의 모습을.

 생각해라 내가 훈련을 시작한 이유를.

내가 시술을 받고 훈련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오직 단 하나. 한때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생각을, 신념을, 로망을 검에 실어라.

휘두르는건 단 한번.

"허업!!"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휘둘러보는 검. 손에 쥔 검은 내 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셔졌고.

"어...어, 어라?"

"와우!"

훈련장 외벽과 바닥은 무엇인가에 베어져있었다.

'이런 미친...'

나는 이곳에서 나의 재능을 발견했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어두운 방

또각, 또각

방의 정적을 깨는 누군가의 걸음걸이. 그 소리가 들리자 거대한 화면에는 불이 들어왔다.

"회의를 시작하죠."

레모네이드 오메가.

펙스 컴퍼니 오메가 산업 회장의 개인 비서이자 그들이 안나 보르비예프 박사에게 지은 죄의 상징.

그녀 외에도 화면에는 알파를 제외한 다른 레모네이드들이 그 얼굴을 비추었다.

"감마, 함선은 언제쯤 도착 예정이죠?"

"이대로 하와이를 거쳐서 정비를 하고 간다면 한달 정도는 걸릴거다."

"이쪽도 이전에 말했던 군수공장의 준비는 거의 끝나가."

감마와 제타의 말에 흡족했는지 오메가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델타? 유럽쪽은 지금 어떻죠?"

"글쎄요. 이쪽에선 저항군의 움직임이 포착된게 없어서요. 쯧 그만 움직이라고 가구 주제에!!"

"후우... 일단은 알겠습니다."

델타의 히스테릭을 듣는것도 지쳤는지 오메가는 델타의 사운드를 꺼버렸다.

"좋아, 준비는 모두 끝났어. 최후의 인간? 웃기지마 인류의 끝이자 기원이 되시는건 우리들의 회장님들이다."



저항군과 펙스의 전면전까지 D-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