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소리야? 철충의 지능이 왜?


최근에 철충도 우리처럼 고등사고가 가능한 지적생명체라는 걸 알게되었잖아? (최근이래봤자 몇 년 전이지만)

언어를 이용해 대화할 뿐만 아니라 지들끼리 종교같은 것도 만들고 계급도 만들고 쿵짝쿵짝.

심지어 우릴 '하등한 살덩이'라고 부를 정도의 선민사상까지 갖고있지.


그렇지. 전에 가상현실에 철충이 접속했을 때도 인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가상현실에선 접속자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투영되니 철충은 자신을 괴물로봇이나 금속벌레보다는 인간형의 어떤 생명체로 여긴다는 뜻이지.


그런데 그게 왜?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우리가 바깥에 탐색이라던가 정찰이라던가 뭐든 하러 나가면 높은 확률로 철충과 마주치잖아?

100년 전에 인류 멸망하고 폐허밖에 안남은 도시에 나이트칙 몇 마리 어슬렁거리는 거 본 기억나지?


응, 흔한 광경이지.


그런 놈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일까?


뭐냐니, 질문의 요지를 모르겠는데.


철충이 그런 폐허도시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거기다 무슨 철의 탑같은 거점을 세워놓은 것도 아니고, 철충이 눈독들일만한 게 있는 것도 아니야. 로봇 공장이나 제거대상인 인간, 혹은 알터리움 광맥 뭐 그런거.

설마 철충이 폐허가 된 쇼핑몰에 들어가 참치캔이라도 찾을 리는 없잖아? 대체 무슨 목적으로 텅 빈 도시를 돌아다니는 거지?


어, 글쎄...  그런 도시엔 인간이 남긴 유산이나 그런 게 있으니까...


심지어 도시 뿐만이 아니라 숲이나 설원같은 데도 돌아다니더라.


으음...


솔직히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런 놈들이 행동하는 꼬라지는 군대처럼 체계화된 조직은 커녕 무슨 야생동물같이 보여.

그냥 거기 있으니까 다른데로 장소를 옮기지 않고 주변만 어슬렁거리는 거지. 걔내는 딱히 먹을걸 찾아 움직일 필요도 없잖아.


※철충은 태양광, 태양열로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만약 야생동물급 지능이 아니라 우리같은 지성체인데다, 군대의 통제를 받는 놈들이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이 폐허를 싸돌아다니고있으면 그건 탈영병이야. 좋게 봐줘도 무단이탈.

철충도 탈영을 하나? 교황이 종교행사에 끌고가는게 좆같아서 나온걸까? 걔들 내부단속이 잘 안되나?


혹은 우리가 만나는 떠돌이 바이오로이드처럼 철충도 교황 세력에 소속되지 않은 야생 철충이 따로 있는건가?

그것도 아니면 철충 본진이 과포화 상태라서 몇놈은 밖으로 내쫓은건가?


어쩌면 아직까지도 남은 인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구 전역을 수색하고 있는걸지도 모르지? 

라비아타 언니도 그런 생각 하면서 100년씩이나 수색한 끝에 오빠를 찾았으니까.


흠. 나라는 전례가 있으니 완전히 의미없는 삽질은 아니겠군.


잠깐, 근데 내가 왜 철충을 변호하고 있지? 그냥 네! 철충은 바보입니다, 끝! 하면 안돼?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철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을 하지.

그러니 닥터 네가 철충 입장에서 생각하는 수고 좀 해줘


...말은 잘해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 철충은 바다를 두려워해서 바다를 건너는 것도 꺼려해. 그렇기 때문에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은 비교적 안전하지. 요안나 아일랜드나 락 하버가 섬에 터를 잡은 것도 그 때문이고.


하지만 결국은 함락됐지. 락 하버는 휩노스 병으로 전멸하기 전부터 철충의 공격을 받아왔었다고 들었고, 요안나 아일랜드도 마찬가지.


놈들이 어떻게 바다를 건너온걸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하늘을 날아서 겠지? 

지들이 바닷물에 빠지는걸 제일 싫어하니 수영해서 왔을리는 없고. 

배는 탈취하거나 감염시키는 대신 파괴한다고 했으니 배를 타고 왔을리도 없지.


요점이 뭐야?


바다 존나 쉽게 건너가던데, 얘들 정말로 바다를 무서워하는거 맞아? 그냥 바닷물에 닿지만 않으면 OK다 이거야?

게다가 '날아가면 된다'는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9지 전까지 요안나 아일랜드가 멀쩡했던건지 더 궁금해지네.


음... 9지면 철충 세력에 들어간 철의 왕자가 자기 세력을 독립시켰을 즈음이니까... 철의 왕자가 연관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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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힝 바다 건너기가 너무 무서웡ㅠㅠ 섬에 있는 놈들을 건드릴수가 없어, 어떡하지?


날아가면 되잖아


이, 이럴수가! 하늘을 날면 바다에서 수영하지 않아도 돼!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우오오옷! 이세계인 너무 굉장하다아아앗~~~!




 

집에 가게 해주세요 등신새끼들아

수준 낮아서 같이 못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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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멸망 전에 락 하버는? 일본과 영국, 스발바르 제도에도 어김없이 있었지.


철충은 처음에 하늘에서 포탈을 열고 지구에 떨어졌잖아. 그 때 착륙지점이 운 나쁘게도 섬이었던 놈들인 거지


( 기세등등하게 지구침공했는데 하필 무인도에 도착해버려서 그대로 갇혀버린 김철충씨 )

( 킬 카운트: 0 )


그럼 철충 본대가 섬에 고립된 철충을 100년간 방치해둔건 여태껏 날아가면 된다는 걸 깨닫지 못했기 때문인가?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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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 하늘소 응답하라

우리들은 살아있다. 우리들을 버리지 말라...


대장님 구조요청이 들어왔는뎁쇼


뭣이? 우리 부하가 도움을 요청하다니, 당연히 구하러 가야지! 위치는?


무슨 섬에 갇혀있다고....


버려.


이 새끼들이?

아오 입만 산 교황새끼 믿고 따라온 내가 등신이지


...이상한 놈들이 앞마당을 점거해서 나갈 생각을 안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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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생각난게 있는데, 철충은 바다를 극도로 두려워하잖아. 사방이 바다로 막힌 곳에서 100년간 갇혀살았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던거 아냐? 미쳐버릴 정도로 말이야

근데 우리랑 조우하자마자 진형 짜서 맞선거 보면 미치기는 커녕 멀쩡해보이던데.


에이, 직접 바다에 빠지지 않고 옆에 바다가 있다는 정도인데 그게 미치거나 할 정도인가?


너같으면 테마파크 c구역에 100년간 갇혀서 살았으면 미치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그렇게 비유하니 확 와닿네


아니, 아니지! 일본이나 영국같은 건 섬이라고 해도 인간이나 철충 기준으로는 충분히 넓은 땅이거든? 바다가 안보일 정도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그럼 트리아이나를 처음 발견했던 섬이나 앙헬의 무덤이 있던 섬은? 그런건 작은 섬이라 어디서든 바다가 보이지 않나?


오빠 우리 다른 얘기하자 그냥


그래 뭐. 다음 질문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테마파크 하니까 생각난건데, 키르케가 테마파크에 철충들 가둬놓았던거 기억나?


알지. 난 그 자리에 없어서 기록으로 본 거지만. 그게 왜?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거지? 철충을 100년씩이나 산 채로 가둬둘 수가 있다고? 

멸망 전의 삼안 특급 과학자들도 철충 유충 한마리를 제대로 가두지 못해서 그 사단이 난건데


...어?


아니 애초에 테마파크에 가둬놓는다 해봤자 거긴 울타리밖에 없잖아? 하늘은 뻥 뚫려있다고. 


그냥 목장마냥 울타리 치고 방목한 수준이잖아.

너나 나, 혹은 야생 바이오로이드가 그런 데 갇혔다고 생각해봐. 울타리를 부수든 넘어가든 하면 되는건데 일주일 안에 탈출하지.


헌데 어떻게 그 많은 철충이 100년간 얌전히 테마파크 안에 갇혀있었던 거지?

소나 돼지처럼 가축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게 가능하기나 해?


(인생 업적: 철충의 가축화를 성공함)


그 와중에 본대는 이번에도 구하러 오지 않고 갇힌 놈들을 내버려뒀지. 이번엔 바다가 있어서 오지 못했다는 변명도 못해.

교황 그새끼는 대체 뭐하는 놈이야? 지 부하를 장기말로 보는건가?


(철의 교황이 말씀하시니...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웅.)


음... 철충이 야생동물 수준의 지능이 아닌 지성체인게 정설이니까... 100년간 얌전히 갇혀있던 이유는...


ㅅㅂ나도 모르겠다ㅋㅋ

교황이 좆같아서 본대합류를 포기하고 탈영했나보지 뭐

애초에 철의 왕자같은 또라이한테 병력을 대거 빼앗길때부터 수준을 알아봤어야 했어


그렇군...


마지막 질문. 이건 철충의 지능이랑은 상관없는 거긴한데 이참에 같이 물어볼게.

메인스토리 초반 스토리는 어디에 갔다 > 철충이 나타났다 > 나한테 지휘를 요청한다 > 전투.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잖아?


그건 또 왜?


철충은 바이오로이드가 선빵때리지 않으면 지들도 공격하지 않잖아.

그럼 굳이 나한테 교전명령 요청하지 말고 철충 무시한 채 일했으면 되는 거 아냐?


...어?


6지부턴 철충이 우릴 경계할 정도로 세력이 커져버렸으니 무리였겠지만, 적어도 초반에 약소세력이었던 동안은 불필요한 교전을 피할 수 있었잖아.

내가 같이 나간것도 아니고, 탐색나간 애들이 참치캔 들고오다가 철충과 마주쳤다고 해서 걔들이 '참치캔을 훔치다니 용서못한다!'하고 덤벼들 것도 아닌데


그건, 그... 틈틈히 철충의 수를 줄여놔야 했으니까?


굳이 우리 밥그릇 챙기기도 힘들 때부터 싸움 걸고 호감스택 쌓을 바에야 먼저 힘부터 기르는게 훨씬 낫지 않아?


으음...


라비아타한테 삼국지나 문명같은 게임 던져주면 내정은 안하고 초장부터 주변에 싸움만 걸다가 금새 게임오버 당하겠구만.

반대로 레모네이드는 철충한테 싸움 걸 시간에 내정 다지는데 집중해서 세력을 키울수 있었던건가.


(지능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아니아니, 철충이 무조건 선공을 안하는 건 아냐. 공식만화에도 나왔잖아.

철충은 라비아타 언니의 세력이 인간을 찾으려한다는 걸 알고 오래전부터 우릴 적으로 규정해서 공격해오곤 했어.


그치만 우리같은 바이오로이드를 일일히 구분하지는 못하지. 야생의 브라우니를 봐도 저항군 소속인지 떠돌이인건지 모를테니까.

저항군 소속이라는 확신이 있을때만 철충이 선공하는 거일거라고 생각해.


철충이 우릴 발견해도 공격 안할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무방비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러니 우리도 초장부터 오빠의 지휘를 받아 강하게 나간거지


과연. 그런 거라면 납득이 되는... 잠깐만.


왜그래 또?


반대로 생각해보니 철충이 바이오로이드를 공격안한 적이 한번도 없는거 같은데? 그냥 눈에 띌 때마다 공격하지 않던가?

철충은 왠만해선 바이오로이드를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설정이라지만 난 그런 모습 한번도 본 기억이 없다? '왠만해선'의 기준이 어디까지래?


아니 그야 우리 오르카 부대원들은 인간의 지휘를 받는다는게 명확하니까...


말고. 영국에서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꾸린 생존자 그룹은 왜 공격당한거래? 

철충이 침흘리는 프리드웬이 있는곳에서 벗어나 런던으로 피신했는데도 계속 공격당한 모양이던데.

심지어 블프 일행은 입에 풀칠하느라 인간 수색도 안했었잖아


...그, 블프 언니나 그 세력은 철충을 공격하는 게 가능했어서... 경계를...


영국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가고시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흑자젤을 따르던 신도들, 기억나?

철충이 나타나서 가고시마의 바이오로이드들을 학살했고, 그녀들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죽음을 환영했지. 

흑자젤이 철충한테 죽는게 구원이랍시고 이상한 사상을 퍼뜨려놨으니까.


철충은 대체 왜 무저항 상태의 바이오로이드까지 죽인걸까?

무슨 b급 괴물영화에 나오는 '마구잡이로 날뛰며 아무나 눈에 띄는대로 공격하는 무지성 괴물'도 아니고.


...철충은 야생동물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게 아닐까?


아냐아냐, 잘 생각해봐. 흑자젤 사건 당시에는 특별한 상황이었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철충이 이상할 정도로 저돌적이다 라고 했잖아. 평소랑은 달리 무슨 야생동물처럼 날뛰고 있었다고.

게다가 흑자젤이 죽은 순간 썰물 빠지듯이 일제히 후퇴했지


그렇다면 그 때는 철충이 조종당한ㄱ




흑자젤 개인이 그 많은 철충을 조종했던 거라고 그럼...? 

철의 교황도 그런건 못했는데?


(저는 철충한테 조종당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철충을 조종한 겁니다.)


아니 뭘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한건데? 애초에 아자젤 기종한테는 그런 최면이나 세뇌 능력이 없잖아? 바벨도 그런 기능 없고. 방어막 치는 거랑 정신감응으로 생각 읽는 정도나 가능하지.

그보다 지성체가 한순간에 일제히 자아를 잃고 하이브 마인드로 조종당할 수가 있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 약이라도 상대방을 몽롱하게 만들어 무력화시키는 것만 가능할 뿐, 최면어플처럼 편리하게 조종할 수는 없사옵니다. 그것도 자아가 깨어나는 걸 막기위해 주기적으로 약을 투여해야만 하지요.

물론 하이브 마인드라는 것과는 원리도 다르고, 따라할 수도 없는 것이니 참고만 해두시길...


뭐, 일단 스타에 나온 저그를 보면 하이브 마인드가 가능하려면 개개인의 자아가 없거나 약하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하니까.

흑자젤이 철의 교황도 씹어먹을 정도로 초월적인 존재였다거나, 아니면...


네! 철충은 바보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