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며칠이 지나고, 오늘도 그 무엇도 지나가지 않던 무인도... 였지만.




"어...?? 요안나 씨!! 저기!! 저기 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그게 사실인가 바닐라 양? 누군가가 우리가 보낸 구조 신호에 대답해준건가?"


"브라우니! 빨리 쌍안경으로 확인해 봐!"


"ㄴ,네! 어디 보자... 어...? 저 문양은? 뭐죠?"


"왜 그러는가? 뭐가 보이는거지?"


"커다란 함선을 발견했습니다만... 오르카 호는 아닌것 같습니다."


"오르카 호는 잠수함이니까 당연히 아니지 않나요? 함선이라면서요."


"아 쌍안경 이리 줘봐."




이 와중에도 이상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브라우니의 쌍안경을 건네받은 그리폰이 직접 보았다. 저 멀리로 보이는 커다란 함선. 민간용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는 군함이었다. 그리고 그리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삼지창 모양을 하고 있는 마크가 그려진 깃발이었다.




"저건... 군함인가? 깃발이 삼지창 모양이야?"


"삼지창요...? 제가 아는 그런 모양의 부대마크가...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인데요?"


"포세이돈?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 펙스 콘소시엄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 그것도 엄청난 전투광으로 알려진 레모네이드 감마가 이끌고 있는 부대 아닌가?"


"어, 어떻게 합니까? 구조 신호를 보냅니까?"


"야, 당연히 보내야지!! 빨리 신호탄이라도 쏘아올려!"


"어디... 아! 거울이라도!"




브라우니가 가지고 있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바닐라가 가지고 있던 거울을 이용하여 햇빛을 반사시켜 저 멀리 보이는 포세이돈 함선으로 보내는 등, 남은 4인이 마지막 힘을 짜내어 구조 신호를 다시 한번 더 보내기 시작했다.




"회장님! 배의 측면에서 신호탄과 함께 무언가가 빛을 반사하고 있습니다!"




갑판병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트리아이나 개체의 보고에 수뇌부들이 일제히 함교로 모였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게 맞는가?"


"트리아이나. 보고하라."


"고배율 쌍안경으로 확인한 결과, 프레스터 요안나 한 개체, 바닐라 A1 한 개체, P/A-00 그리폰 한 개체, 그리고 T-2 브라우니 한 개체. 이렇게 총 4명이 확인되었습니다. 육안으로 확인 결과 표류가 확실합니다."


"틀림없어. 분명히 예전에 오르카에서 방출당한 인원들이야!"


"근데 분명 그때 소대 하나 조금 안 되는 인원들 정도가 나간거 아니었어? 왜 저 4명밖에 없는거지?"


"그 당시 그 놈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어찌됐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닌건 확실한것 같군."


"섬 가까이로 이동한다. 그리고 모터보트 몇대 준비하고 메이와 레오나는 둠 브링어와 발할라 인원들 전원 집합시키도록 한다."


"알았어 사령관."


"지금 당장 호출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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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오!! 저희가 보낸 구조신호를 본것 같습니다! 배가 저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살았어..."


"하지만... 뭔가 믿기지가 않는군... 우리 같은건 무시할 것 같았는데..."


"전쟁광이라고는 하지만, 일말의 인간미는 있나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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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배의 최하층 후미에 회장과 감마, 그리고 둠 브링어와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인원들이 내려왔고, 준비된 모터보트에 나눠서 올라탔다.




"내가 가도 괜찮은건가? 저들이 날 모르지는 않을텐데."


"내가 이 포세이돈을 이끈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포세이돈이 완전히 내것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사령관. 이제 출발할께."


"응. 가자."




잠시 후. 모터보트 몇대가 무사히 무인도에 도착했고, 방출되었던 최후의 4인이 기적적인 재회를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들의 몰꼴은 2음절 그대로 거지 그 자체였으며, 너덜너덜해진 옷들과 헝클어진 머리카락들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을 해왔을지 대략적으로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요안나! 다들!!"


"진짜 고생 많았어!"


"이 무슨...? 대체 멸망의 메이 대장과 철혈의 레오나 대장...? 대체 그대들이 어째서 여기에...?"


"에...? 메이 대장님과 레오나 대장님...?"


"뭐야...? 왜 당신들이..."


"이게 무슨 일이죠...? 오르카 호에 있어야 할 당신들이 어째서..."




당연히 방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는 4명에겐 해군 부대인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에서 오르카 호에 있던 메이와 레오나가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에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명할게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사령관께서 설명해줄꺼다."


"이쪽 사령관님은 진짜 좋은 분이에요!"




레이스와 알비스를 비롯한 다른 둠 브링어와 발할라 개체들까지 이들과 함께하고 있었고, 이내 뒤에서 비무장상태인 레모네이드 감마와 이들의 눈에 전혀 처음 보는 인간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 대체 저 인간님은... 잠깐... 인간님??"


"인간이라고...? 또 다른 인간이 있었단 말이야?"


"엣... 에에...??"


"뭐, 뭐죠?"


"반갑다. 난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새로운 회장이다. 얼마 전 그대들이 보낸 구조 신호를 받고 이곳까지 왔다. 물어보겠다. 그 구조 신호를 보낸게 그대들이 맞는가?"


"새로운 회장이라뇨...? 제가 아는게 맞다면 펙스 콘소시엄의 일곱 회장들은 분명히..."


"그거 자세히 말하려면 설명이 너무 긴데... 간단히 말하면 더는 부활 못 시켜서 새롭게 찾아서 취임시킨 인간님 되신다. 엄청난 인간이지."


"일단... 회장 되시는 인간님의 질문에 대답부터 해드리겠네. 그 구조 신호는 우리가 보낸게 맞네. 그리폰의 장비에 쓰이는 연료까지 모두 짜내어 마지막으로 보낸 신호이기에 주고 받지는 못헀지만..."


"그럼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온게 맞군. 얼른 모터보트에 올라타라. 구하러 왔다."


"잠깐 기다리시게... 대체 지금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줄수 있는가?"


"요안나... 끝까지 자꾸 왜 그러는거야!!"


"자중하시게 그리폰!! 나 프레스터 요안나!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도 주군을 바꾸는 짓은 그리 쉽사리 할 수 없는 짓이라네! 누구라도 좋으니, 지금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을 부탁하네!"




이미 낡을 대로 낡아빠진 너덜너덜한 갑옷을 착용한 요안나였지만, 그녀의 기사도 정신을 높이 산 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우... 조금 많이 긴 이야기가 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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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을 비롯해서 메이와 레오나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오르카 호가 가면 갈수록 사령관의 독재 왕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부터 시작해서,
무적의 용을 얻기 위해 모든 지니야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는 것, 회장이 발견된 것, 처음 감마의 부대와 싸울때 발할라가 죽을 뻔한 것, 이들을 도와줬던 둠 브링어까지 모두 다 함께 숙청당할 뻔한 것, 탈출을 하려다 앵거 오브 호드가 희생된 것, 그리고 무사히 탈출하여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에 합류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이런 미친... 정말로 그게 사실인겁니까...? 그 오르카의 사령관이라는 작자가... 거기까지 했다는 말입니까!!"


"아... 아아... 제가 거기 계속 있었다면... 전 분명..."


"시발!! 그 새끼 처음에 철충 맞딱뜨리고 뭐 했는줄 알아?? 스토커 하나 보고도 도망친 새끼라고!! 근데 뭐? 바이오로이드 하나 얻자고 뭘 어쨌다고!!!"


"그럼... 지금까지 난... 그런 인면수심을 계속해서 주군으로 생각했단 말인가...?"




바닐라와 그리폰은 성격대로 오르카에 대해 욕지거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말단 병사인 브라우니는 방출되지 않았을 때를 생각하며 공포감에 휩싸인채로 주저 앉았으며, 요안나 역시 적잖은 충격을 먹었는지 손과 눈이 떨리고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전부 사실이야..."


"그 새끼에 대한것도 그렇지만... 우리 앞에 있는 이 회장이라는 인간은 대체 정체가 뭐야...?"


"전 솔직히 이 인간님에 대한게 더욱 믿기지가 않는군요... 뇌파가 없다라던가... 근데 어째서... 당신의 말을 저도 모르게 따르려고 하는거죠? 명령권도 없다고 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건가... 우리를...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것이오?"


"정말로 그 자를 계속 주군으로 모실꺼면 굳이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대들이 우리 포세이돈과 함께했으면 한다."


"요안나. 바닐라. 난 솔직히 이런거 귀찮아. 너희들이 선택할 일인데 우리 둠 브링어나 발할라나 간섭을 할 필요는 없을꺼야.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살려고 구조 신호까지 보낸거잖아?"


"메이 대장님 말이 맞아요. 여러분들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긴 하지만...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랑 함께 가요."


"전 같이 가겠습니다."


"바닐라 양..."



"그렇잖아요? 저한텐 성격 안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죽어라고 내놨으면서... 무적의 용인가 뭔가하는 여자 하나 얻겠다고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자를 전 더 이상 섬길 수 없어요."


"맞아. 기껏 생각해서 얘기 해주면 뭐해. 그 동그란 안경 쓴 그 년 처럼 달콤한 말만 해주는 년들만 옆에 붙이려고 하는데. 나도 같이 갈꺼야."


"저도 가겠슴다... 겨우 죽다가 살아난건데... 이제서야 다시 살아난거 아님까!!! 제발 저도 데려가주십쇼... 이렇게 빌겠습니다아아!!!"




결국 그 동안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대비되는 죽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겁에 질려있던 브라우니는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결국 요안나까지 굳게 마음을 먹었다.




"알겠소. 이 곳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우리 4명 모두...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에 합류를 요청하오... 부탁이오..."




요안나가 검을 자신의 앞에 박고 옛날 기사가 자신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듯이 회장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는데? 회장. 어떻게 할꺼야?"


"그대들의 합류를 허락한다. 이제 다 된거지. 얼른 모터보트에 다들 올라타라."


"진짜... 진짜로 감사함다... 으흐흑... 무서웠지 말임다..."


"... 주인님이라 불러도 괜찮으십니까?"


"바닐라 라고 했나? 넌 날 주인님이라 부르려나보군."


"뭐야 그럼. 난 뭐로 부르지?"


"예전에 오르카의 그 새끼와 마찬가지로 호칭은 편한대로 해랬어. 나랑 메이는 똑같이 사령관이라 부르는걸."


"... 난 그냥 회장이라 부를께. 더는 사령관 이라는 호칭 자체를 쓰고 싶지 않아."


"... 저 프레스터 요안나. 새로운 주군께 인사를 올립니다."


"후훗... 다들 환영한다. 그러니... 이제 제발 좀 보트에 올라타면 안 될까...?"




죽음과도 같았던 무인도에서의 표류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바닐라, 요안나, 그리폰, 브라우니 최후의 4인이 포세이돈에 합류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구조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그리폰이 회장에게 또다른 부탁을 한 가지 하였다.




"저기 회장... 혹시 괜찮다면... 구해야 할 이가 한 명 더 있어... 가능할까...?"


"한명 더 있다니? 그게 누구지?"




그리폰의 말을 듣자마자 회장은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사실 회장을 비롯한 포세이돈이 이들을 구출 할 수 있었던건 순전히 우연히 이들의 구조 신호를 발견해서 구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그렇다는건 그리폰이 이야기를 꺼낼 한 명은 혼자서 구조 신호 조차 보낼 수 없는 더더욱 위급한 상황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한반도에 있어. LRL이라고 하는... 등대지기 바이오로이드야."


"LRL? 그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이오로이드 말하는건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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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오르카의 사령관이 발견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적.




"호오... 이게 오르카 1호인가. 이 정도면 우리들의 기함으로 쓰기에 딱이겠군."


"아 맞다! 사령관! 나 등대에 놓고온게 있어. 얼른 가져올께!"




저항군이 탑승을 하는 와중에, 사령관은 LRL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매우 싫어하는걸 시작해서 자기 취향에 맞지도 않는데다가 LRL처럼 어린 꼬맹이 따위는 자신의 그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기 때문. 100여 년간 등대지기에 시설 관리까지 맡아왔던 LRL이었지만 그건 사령관이 알 바 아니었고, 결국 결단 같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야 콘스탄챠. 얼마나 남았냐."


"등대로 올라간 LRL 빼면 모두 탑승했습니다."


"됐어. 걘 그냥 놔둬. 출발한다."


"네? 어...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결국 LRL이 내려오기도 전에 오르카 1호는 그대로 출항해버렸고... 뒤늦게 내려온 LRL은...




"사령관~! 늦어서 미안해! 자 이제 얼른... 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LRL을 맞이한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르카 1호가 있던 잠수정의 입구만이 반겨주고 있었고, 지하기지 어디를 돌아봐도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령관...? 콘스탄챠...? 다들... 다들 어디간거야...?"


"장난 그만해... 이런거... 이런거 싫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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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얼른 되돌아가야한다!! LRL이 탑승을 하지 못 한것 같다!!"


"사령관!! 빨리 돌아가야 해!"


"아 씨... 그딴 꼬맹이가 무슨 쓸모가 있다고 그 난리야! 저리 좀 가!! 나 바쁘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리이오... LRL 그녀도... 엄연한 우리 저항군의 일원..."


"그리폰! 요안나 씨! 주인님은 많이 바쁘시다고 하잖아요! 얼른 나가세요!"


"콘스탄챠...! 대체 왜...!"




그리폰과 요안나가 아무리 사령관에게 매달려서 LRL을 데려와야 한다고 하였으나 계속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그럴때마다 그들은 사령관의 직속 하우스키퍼인 콘스탄챠에게 제지당하였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회장은 사령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극악무도한 생각들을 할 수 있는지 의문감까지 들 정도였다.




"정말... 그 새끼는 들으면 들을 수록 구역질만 나는군... 예전 우리 펙스의 회장 영감들도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 새끼는 아주 그냥 거대한 양파같은 놈이군..."


"지금 위치에서 한반도까지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위치가 맞다면, 저기 어중간하게 보이는 저 대륙이 한반도가 맞을거다."


"얼른 가도록 하지... 그런 어린 아이한테까지..."




포세이돈 함선에 도착한 이후 한반도에 도착하기 까지 4인을 깨끗히 씻긴 다음 응급처치를 진행하였고, 이들에게까지 복제해놓은 명령 거부권을 이식시켜줬다. 몇 시간 뒤, 그리폰과 요안나의 안내를 받아 해질녘이 되서 구 오르카 저항군의 지하 비밀기지 위치에 도착한 포세이돈 인더스트리.




"바로 등대 위부터 올라간다."


"LRL이 계속 있던 곳이야..."


"제발 살아있게나..."




엘레베이터 끝까지 올라간 회장과 그리폰, 요안나. 그리고 그들을 반긴 것은...




"LRL!!"


"잠깐... 누구한테 안겨있는거지...?"


"이 개체는... 설마? 불굴의 마리 4호기?"


"마리 대장이라고...? 분명히 프레데터때문에 합류가 어려웠을텐데...?"




등대 위에서 회장 일행을 반긴 것은 한쪽에 쓰러져있던 LRL, 그리고 그녀를 안은채로 같이 쓰러져있던 스틸라인의 지휘관 바이오로이드, 불굴의 마리 개체였다. 정황상 어찌어찌 혼자서 탈출을 하거나 프레데터를 단신으로 쓰러뜨렸다가 이미 한명 빼고 모든 이가 떠나버린 지하기지에 뒤늦게 흘러들어왔고, 어떻게든 LRL을 돌봐주다가 체력을 다해 쓰러진 듯 보였다.




"살아있는거야?"


"...!! 아직 살아있네!! LRL도!!"




요안나가 둘의 목덜미에 손을 대보자 미미하게나마 맥박이 아직 뛰고 있었고, 요안나가 LRL을 안아들었고 그리폰과 회장이 마리를 일으켜세웠다.




"한시가 급하다! 둘 다 얼른 서둘러!!"




세 명은 등대 위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LRL과 마리를 가까스로 구출해내는데 성공했고, 이들을 곧장 포세이돈 함선의 의료실로 인계하였다.




"각하...!! 마리 대장님은... 마리 대장님은 무사한검까!!"




브라우니 2056은 아직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자신의 지휘체계상 상관에 해당하는 불굴의 마리 개체라 그런지 특히나 걱정을 하면서 사색이 된 표정을 지었다.




"브라우니... 아직은 너도 안정을 취해야 할 때 아닌가..."


"아직 만나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저희 대장님이지 말입니다!! 부하 개체가 맘 편히 있을 수가 없지말임다!!"


"진정해라!! 나도 그녀를 처음 보지만, 그녀에게 붙은 이명이 불굴 아닌가! 그 정도로 강한 바이오로이드 개체가 이 정도에 죽을거라 생각하는건가!!"


"아... 아아... ...... 죄송함다... 저도 모르게 그만... 저희의 통수권자이신... 회장 각하께..."


"네가 상관을 걱정하는 마음은 안다. 하지만 너 역시 아직 완전히 회복한건 아니지 않나?"


"잘 알겠슴다... 병실로 돌아가겠슴다..."




마리와 LRL이 누워있는 병실을 한번 보더니 이내 브라우니도 진정을 하고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




"후우... 대체 그 자식은 얼마나 많은 걸 한건지..."




어느 새 해가 저물고, 잠시라도 쉬어보자는 생각에 잠시 함교에 들린 회장은 당직을 서고 있던 멀린의 옆에 앉아 기지개를 펴보았다.




"흐아아아...!!!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군..."


"헤헷.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회장님."


"그래. 감마 대신해서 지휘하느라 너도 고생 많았어."


"응? 이건? 누군가가 신호를 걸어왔습니다."


"뭐? 이런 야간 시간대에..."


"에? 이건... 레모네이드 알파? 이 여자가 왜 우리한테...? 일단 감마님과 다른 분들도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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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알파가 연락을? 연결해봐."


"레모네이드 알파? 예전에 네가 말하던 그 펙스 회장 부활의 반대파?"


"너네 사이 안 좋은거 아니었어?"


"레모네이드 알파라... 연결 해봐. 누군지 알아야하니까."




과거. 일곱 명의 비서 레모네이드들중 펙스 콘소시엄의 일곱 회장들을 부활 시키는데에는 크게 세개의 파로 나뉘었다. 회장들을 부활 시키는데에 찬성을 하는 델타, 오메가, 감마.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제타, 엡실론.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알파, 베타. 당연히 충성파였던 감마는 알파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고, 알파 역시 감마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만큼 서로 연락 자체를 할 일이 드물었을 터. 잠시 후. 레모네이드 알파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다.





"감마... 당신에게... 부탁을 하고 싶어요... 제발...!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할테니까!!"




화면속에 비춰진 레모네이드 알파 라고 하는 여성의 표정은... 분명히 어떠한 변고가 생긴게 틀림없다. 분노와 비통이 섞인 표정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화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절박함...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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