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가 폭탄에 대가리를 들이박는 이유는

귀족으로서 해야만 하는 의무라서 그런건데

우로롱 생각해보면 좀 묘한 생각이 드는게

엘리가 어린게 그 행위의 실패가 자기의 죽음으로 이어진단걸

일부러 모르게 하기 위해 그렇게 제조한게 아닐까 싶더라


우로롱으로 나온게 아무리 바이오로이드 인격을 제조 가능하다 해도

죽음을 앞에 두고선 버틸 수 있는 경우가 극도로 드물다는건데

만약 지성이 최소한 일정수준 이상인 경우라면

내가 실패하면 폭사할게 뻔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빼고 도망치려 할게 당연한 선택이란 말이지


근데 엘리처럼 어린 애라면 가스라이팅을 하든 뭘하든

무언가를 믿게 만들어서 그 목숨을 싸구려처럼 내던지게 만들 수 있단 말이지

다른 라붕이들도 지적한게 우산으로 씌우고 폭탄 해제하란 건데

뭐 설정으로 이러저러 이유는 붙이지만

폭탄 해체하러 들어가는 입장에선 온갖 꼼수를 부리고 싶어질거란 말야

그런데 그러면 '안정성'이 떨어지니까

일부러 어린 아이로 만들어서

네 목숨의 가치에 대해 감언이설로 속여서

가스라이팅당한 소년병처럼 만든게 아닐까 싶음


더 나아가 그런 상황에서

엘리 하나가 폭탄 해체에 실패하고 터졌는데

잔인하게도 즉사하지 않아서

온 몸에 격통이 찾아옴과 동시에

그 고통이 사라져가는, 말 그대로 죽음이란 되돌릴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사실 자기는 속았고, 그런거 다 감언이설이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떠오르는건 귀족의 의무같은 입발린 말이 아닌

같이 놀던 친구들의 얼굴과

아까 다 먹지 못하고 두고온 홍차랑 케이크였어서

공포에 울면서 그 달콤함과 그리움에 웃는

그 의식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데

눈 앞에 080 요원이 보여서

살려달라고 손을 뻗어려 하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는데

요원은 차가은 표정으로 "엘리 1기 손실, 작전 실패다."

이렇게 비밀 통신기로 통신하고선 귀찮은 표정으로 내려다 볼 뿐이라

이렇게 사라질 거였다면,

내가 믿던 귀족의 의무란게 이딴 거였다면,

정작 하고 싶었던건 친구들과 같이 놀고

같이 간식 먹고 행복하고 싶었단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면,

그래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서서히 꺼져가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 했지만

물리적인 죽음은 피할 수 없어서

그렇게 고통과 슬픔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기록 모듈로 회수하여

'자료 기록용'으로 보관되어 있던 것을

철남충이 찾아서 그걸 보게 되어서

멘붕하는 광경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