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에 연산군 같은 사령관의 자손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가 있었음.


나름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이기도 해서, 나도 이쪽으로 상상 좀 해 보다가, 이참에 기존 매체에서 연산군은 어떻게 묘사되었을까 자료를 찾는 김에, 예전에 방영된 사극을 보게 되었는데, 뭔가 방향이 다른 느낌인 두 개의 사극이 보이더라.


하나는 1994년에 나왔다던 '한명회'에서, '용의 눈물'에서 양녕대군 역할을 연기했던 이민우가 연기한 연산군이었는데




이것하고, 1998년엔가 1999년엔가 그 때쯤 '용의 눈물'의 후속으로 방영된 '왕과 비'에서, 야인시대의 청년 김두한으로 유명한 안재모가 연기한 연산군을




비교해서 보니까 느낌이 정말 확연하게 다르더라. (두 영상 모두 영상 클립의 중후반부에서 인수대비와의 대립 파트를 보는 게 빠를 듯 ㅇㅇ)



일단 두 영상 모두, 피 묻은 적삼을 전해받고 비로소 원한과 분노에 각성하여 복수귀가 된 연산군...이라는 전개는 동일한데,


'한명회' 때는 정말 원한을 입에서 피를 토하듯 절규하며 세상 천지에 통곡하고 오열하며 부르짖는 그런 거여서, 선대왕이신 성종의 후궁들은 물론이고 인수대비조차 차마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연산군의 기세에 눌려서 말도 제대로 못 이을 정도였는데


'왕과 비' 때는 오히려 인수대비의 도발에 연산군이 조금 말려들어오면서 연산군은 인수대비한테 제대로 추궁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분을 삭이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음. 물론 지금은 보이지 않는 다른 '왕과 비' 클립에서는, 연산군의 명으로 끌려와 고문을 받는 성종의 후궁들조차 '천출의 자식이 즉위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게 내 한이다'라며 연산군을 면전에서 능멸하기까지 하니, '한명회' 때하고는 방향이 거의 180도 달라진 것 같음.



그래서 만약에, 연산군을 모티브로 라오 창작물이 쓰여진다면, 혹은 그려진다면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을까 싶음.



하늘과 땅 깊숙히 미치는, 생모를 잃은 원한이 천지를 가득 메울 정도로 격노한 사령관의 자손의 위세와 분노 앞에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차마 거스를 마음조차 먹지 못하고 모두 엎드려 벌벌 떠는 창작물이 좋을지,


아니면, A랭크 미만의 바이오로이드로서 오르카에서 억울하게 축출된 저랭크 바이오로이드가 생모라는 그의 태생을 조롱하고 능멸하기까지 하며 맞먹으려 드는 바이오로이드들 속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피의 대숙청을 일으키는 사령관 혹은 그의 자손이라는 이야기 줄기의 창작물이 좋을지...



일단 누구라도 좋으니 이 아이디어를 한번 낚아채가봤으면 함 ㅇㅇ

나는 도시당최 손재주가 좋지 않아 그림은 말할 것도 없고 필력이 부족해 글이 영 씌어지지 않더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