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의 대원들은 새옷을 받을때 각자 큰틀에서 특정한 컨셉에 맞춰 옷을 받아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오드리 혼자가 아닌 그녀의 자매인 올리비아와 테일러가 있었고, 세명의 브레인스토밍 덕분에 보다 기발하면서도 빠른 의상제작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미스오르카 라던가, 특별한 날엔 사령관이 일부 대원들의 새옷 컨셉을 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래서 이번 만우절에 새 옷을 받게될 대원과 컨셉의 정보는 지금 사령관의 패널위에 업로드되어 있었고, 그 장본인 두 명은 지금 사령관의 앞에 어색한 듯 서 있었다.


"....."


"....."


"아무래도 내가 두 사람을 선택하길 잘 한것 같네. 이번 의상 컨테스트에 당첨된 사람은 홍련과 장화, 너희 둘이야."

"그리고 두 사람에게 주어질 옷은..."

"서로의 옷을 바꿔입는 거야. 장화는 홍련의 복장을 똑같이 따라한 옷을, 반대로 홍련은 장화의 복장을 똑같이 따라한 옷을 받게 되는거지. 아, 참고로 옷은 새로 만들어진 옷이니까 걱정말고!"


""?!""


이전에도 한 대원이 다른 대원의 옷을 의상으로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서로가, 그것도 나름 자매기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복장을 바꾸는 형식은 처음이었다.

사령관의 말에 화들짝 놀란 홍련과 장화는 당황스러워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아니..아무리 그래도 내가 홍련처럼 옷을 입는건 조금 이상하잖아! 차라리 부끄러워도 카페 호라이즌에서 일하던 때 입던 메이드복이 나아!"


"사, 사령관님? 저도 한말씀 드리고 싶은게, 제가 장화처럼 입게 되면 제 팀원들 보기도 부끄럽고, 오히려 웨딩드레스보다 더 쪽팔릴것 같습니다만..."


물론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사령관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안돼. 이미 정해진지 오래고, 지금쯤 테일러, 올리비아, 오드리 세 자매가 이미 제작에 착수한지 오래거든."

"그리고, 애초에 둘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게 된지가 꽤 됐는데, 아직 소원하더라. 그러니 이건 향후 서로 같이 작전을 할 때를 생각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지."

"그러니 옷을 받는 김에 같이 시킬게 있어. 서로의 옷을 입은 그날부터, 홍련은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숙소에서 그들과 함께, 장화는 몽구스의 팀원들 옆에서 지냈으면 해. 물론 길지는 않아. 딱 일주일만 그렇게 지내줘."


"이...이건 아무리 네 말이라도 힘들어, 아니 절대 못해!!!"


"마, 맞습니다 사령관님. 제 팀원들은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고 제가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대원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옷을 바꿔입는다는 의상 컨셉도 모자라, 그 모습으로 서로 숙소까지 바꾸라니. 장화는 열받게해도 기존의 천아와 바르그가 편했고, 홍련은 팀원들을 두고 개인실을 벗어나 천아와 바르그와 함께 생활하는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흐음, 내가 무릎꿇고 부탁해도 안돼?"


"네?! 사령관님. 갑자기 그게 무슨..."


"그래, 그거가지고 왜 네가 우리한테 무릎을 꿇어!"


"그럼 들어줄거야?"


".....알았어, 할게. 하면 될거아냐! 그까짓 일주일도 못참을줄 알고?!"


"휴...알겠습니다. 사령관님이 원하신다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후후후..."


그렇게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장화와 홍련은 완성된 의상을 입으며 서로의 스타일을 따라하기 위해 보련에게 꾸며지기 시작했다.


장화는 이전에 입었던 카페의 메이드복보다 더 몸에 달라붙는 것 같은 홍련 스타일의 정장과 스타킹, 가터벨트를 신으며 평생 차본적 없는 귀걸이와 머리장식, 그리고 몽구스 팀원들과의 교신을 위한 통신기를 착용했고,


홍련 또한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입던 것보다 더 노출이 큰 것 같은 자유분방한 장화스타일의 의상을 입는 것과 함께 장화의 팔에 있던 문신을 따라하기 위해 헤나를 그리고, 귀에 피어싱까지 달았다. 더군다나 평소와 달리 과감하게도 아예 머리를 풀어버리는 스타일 변화를 선보였다.


단지 서로의 스타일을 바꿨을 뿐인데 파괴력이 미쳐버린 모습을 보자, 사령관은 두 사람을 앞에 두고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자신의 천재성을 자화자찬하며 말했다.


"역시 내 안목은 탁월해. 이걸 생각한 난 정말 천재가 아닐까? 자, 그럼 오늘부터 장화는 몽구스팀의 작전관이고 홍련은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사보타주 스페셜리스트야. 알겠지? 서로의 위치에 맞게 딱 컨셉잡고 행동하도록!"


"으으...아, 알겠어."


"이렇게 민망하고 부끄러운 모습이라니...어쩌지..."


그 후 홍련과 장화가 사령관의 앞에서 의상 체인지를 한채 한참동안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찰칵찰칵 찍히고 있을 무렵, 몽구스팀의 숙소와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숙소에서는 떠들썩한 대화가 오고갔다.


"얘들아, 그거 들었어? 엄마가 장화 스타일로 옷 바꿔입고 일주일간 엠프레시스 하운드 애들이랑 같이 생활한대!"


"그렇다는 건..."


"장화가 엄마처럼 입고 몽구스팀 작전관으로 온다는거야?"


"그러고보니 저번에 장화이모랑 복도에서 마주쳐서 이모라고 불렀더니 흠칫하면서 도망가던데."


"".....""


"왜? 뭐 잘못됐어?"


"갑작스럽게 이모는 또 무슨 소리야?"


"인텔리하게 생각해보라구. 어쨌든 엄마의 유전자를 쓴 자매기잖아. 그럼 엄마 동생이니까 이모아냐?"


"그, 그런가?"


"야, 잠깐만! 그럼 이렇게 된거 우리 다들 이모~라고 불러주자. 놀려주기도 할겸, 싫어도 일주일간은 우리한테 맞출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주자구, 흐흐."


""오우!""


-------------------------------------------------------------------------------------------------------


"야, 멍멍아! 대박 소식 하나 물어왔다! 글쎄 장화 걔가 핫팩이 시켜서 지 언니뻘 되는 개체인 홍련이라는 여자랑 옷바꿔입고 몽구스팀으로 간대! ㅋㅋㅋ 완전 웃기지 않냐?"


"멍멍이가 아니라 바르그다."


"아, 어쨌든! 이번 기회로 평생 놀릴거 다 놀려주자고. 자기랑 비슷한 덩치의 애들을 졸졸 데리고 다니면서 대장 노릇이라니, 오늘 웃겨서 잠도 못자겠다 ㅋㅋㅋ"


"그건 확실히 놀려줄만하군. 주인님의 명이라 삐딱하게 나오지도 못할거 같고."


"그지? 그나저나, 우리쪽으로 온다는 그 홍련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하지?"


"주인님께서 보낸 것이니 우리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사고는 치지 말도록."


"에이, 그래도 자기 부대에서 하던 그대로 있으면 그렇잖아? 여긴 엠프레시스 하운드라구. 이 선배님들께서 친절히 가르쳐줘야지. 안그래 멍멍아?"


"그건 그렇군. 그리고 내 이름은 멍멍이가 아니라 바르그다!"



패션쇼라 쓰고 사진전이라 읽을만한 시간이 지나고, 장화와 홍련 두 사람은 어느덧 각각 몽구스팀의 숙소와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숙소 앞에 서있었다.


"아씨, 짜증나...걔네들을 보면 뭐라고 해야하지..."


잠시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들어간 홍련과 달리 장화는 한참을 숙소 앞에서 서성거리며 치마를 매만졌다.


"젠장할...홍련은 대체 이런 옷을 어떻게 맨날 입고 다닌거야?"


하지만 장화가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몽구스팀의 대원인 미호, 불가사리, 핀토, 드라코가 먼저 그녀를 맞아주었다.


""어서와, 장화 이모!!!""


"이..이모...잠깐, 그 닭살돋는 호칭 저리 안치워?!"


오자마자 홍련과 몽구스팀 특유의 가족애가 치고 들어오자, 장화는 바로 질색을 하며 손을 뿌리쳤지만, 아쉽게도 4명은 그럴수록 더 들러붙어 왔다.


"우리 엄마의 동생이면 당연히 이모지! 그리고 로마에 왔으면 로마 법을 따라라 몰라? 사령관이 컨셉대로 하라고 했다며? 아니면 우리가 일러준다?"


"일러바치든 말든 나한텐 너희 가족놀이는 안통하니 그렇게 알아."


"그래? 과연 그럴까? 작전관 부임 기념으로 오늘밤은 유서깊은 몽구스팀의 컵떡볶이 파티다!! 싫어도 실컷 어울리게 만들어줄게!"


"이야, 그나저나 유전자는 어디 안간다고 엄마 스타일로 꾸몄는데도 위화감이 안드네."


"자, 이리와서 앉아! 장화 이모! 이건 이모꺼 떡볶이야!"


 

"너, 내가 이모라고 부르지 말랬지!!! 크악! 달라붙지 마 이것들아!"


-------------------------------------------------------------------------------------------------------


장화가 몽구스팀 아이들에게 강제로 부비부비를 당할동안, 홍련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천아와 바르그를 향해 공적인 태도로 인사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여러분과 함께할 홍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아, 여기도 참 답없는 스타일이네."


"네?"


"지 마음도 모르고 툴툴거리는 바보랑 태도만 다르지 그쪽도 솔직하지 못한건 똑같아 보여서."


"....."


"주인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 모습에 적합한 행동을 하라고 들었는데. 엠프레시스 하운드에 그렇게 예의범절이 넘치는 테러리스트는 없다."


"그래, 뭘 그렇게 따지고 있어? 장화처럼 반말 찍찍 내뱉고 거리낌 없이 하라고. 우리한테."


"휴우...알겠..아니, 알았어. 내 자리는 어디지?"


"오, 뭔가 장화 걔 보다 더 느낌 있는데? 그러고보니 장화랑 비교하니까 똑같은 옷을 입어도 언니쪽이 훨씬 더 기럭지랄까, 분위기가 산달까?"


"흐음...저 모습을 보니 나도 좀 신장이 컸다면 좋았으려나..."


"아니, 넌 그게 낫다, 멍멍아. 네가 키까지 크고 쭉쭉빵빵한 몸으로 꼴깝을 떨었으면 더 엿같았을거거든."


"험한 꼴을 보고 싶은게 아니면 말을 가려서 하는걸 추천하지."


"싫은데? 꼬우면 가오 잡지 말고 덤비던가, 븅신아."


엠프레시스 하운드에서는 언제나 있는 쌍욕이 오가는 분위기지만, 홍련은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을 보고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하아, 분위기 파악은 하는게 어때? 난 이런식으로 시끄러운게 질색인데. 더 할거면 빙결볼트라도 한발 쏴줄까?"


"하. 아핫, 아하하하하핫!!! 진짜 죽이는데 이 언니?"


"잘도 지금껏 내숭을 떨고 있었군."


"뭐야뭐야, 이 언니 방금 그 한마디 했다고 얼굴이 빨개지네? ㅋㅋㅋ 앞으로 당분간 심심할 일은 없겠다. 에이, 기분이다! 오늘은 밤새도록 환영식이라도 하자구~"


"그럼 난 만두로 하겠다."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니가 직접 꺼내오셔."


그렇게 그날 밤 몽구스팀과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숙소에선 새벽까지 불빛과 함께 두런두런 소리가 들려왔다.


-------------------------------------------------------------------------------------------------------




스킨 나온김에 장화홍련 문학 하나 쪄왔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