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어두운 오르카호의 함저


기계와 엔진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찢어지는 소리와 이로인해 발생한 열로 뜨거워 죽는 기계실


완전히 무인화되어 사람이 있을리 없는 곳에 두명이 있었다.


"예아"


정체불명의 사투리를 내뱉는 호라이즌의 대표 문제아인 69번 운디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것만 있으면 다 된단 말이죠? 그죠?"


희고 부드러운 살결과 잘 정리되어 예쁜 손톱이 그녀가 바이오로이드라는 것을 분위기에 맞지 않게 말하는듯 했다.


그녀의 작은 손 안에 들어있는 붉은색 샌디X크 256TB USB


"이제 맛 좀 보여야지"


두 명의 웃음소리가 이윽고 찢어지는 동력음 사이로 산란되어 사라져갔다.



아침 9시 30분


"폐하. 제 예측으로는 부사령관님이 요즘 새로운 일을  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징계위원회로 자중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자 아르망의 손이 조용히 사령관의 하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앙증맞은 입술이 사령관의 입술과 맞닿기 직전까지 도착했다.


"그때의 징계 사유중 몇가지는 부사령관님이 누명을 쓰신 것 같더군요"


사령관의 팔이 아르망을 감싸안자 몇분간의 사랑스런 소리 끝에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저녁에 시간 되지?"


"어떤 약속이 있더라도 비울것을 이미 아시지 않으십니까"


사령관은 웃는 아르망을 뒤로한채 그의 절친이자 부사령관에게 고마움을 표시할지 상상하며 태블릿의 업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오전 12시, 점심시간


"최근 부사령관의 모습이 안보이는데 다들 알고있어?"


"6일전부터 소첩의 식당에 오시지 않고 있사옵니다"


사령관에게 점심을 직접 서빙하던 소완이 그의 말에 대답을 하자 무적의 용이 감마의 볼에 묻은 음식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얼마전 소관이 그의 방에 보고하러 찾아갔는데 없었소"


"저희 바닐라가 듣기로는 아예 방에서 잠을 주무시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더라구요"


"최근엔 우리 워울프와 스카라비아와도 같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더군"


그렇다.


최근 부사령관이 이상하다 못해 오르카에서 모습을 찾아보기조차 어려워졌다.


그의 성격상 한달간 금주령이란 징계로 삐질 성격도 아니고, 오히려 직접 키르케와 밀주를 빚다가 걸렸으니 그런 모습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어디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만들어질 때 메이로 부터 긴급보고가 올라왔다.


"사령관 큰일이야! 철충, 철충들이!"


전원 먹던 식사를 내팽겨치고 작전실로 뛰어가려 하자 추가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철충들이 집단으로 자살하고 있어!"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령관. 이미 32개의 철충군단들이 구 카자흐스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에이다가 덧붙인 말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철충들끼리 내전을 벌인다고?


오히려 오르카에게는 좋은 일이었으나 한가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부분열이라기엔 아무런 신호도 없지 않았나?


모두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어안이 벙벙 할때 즈음 운디네 개체 하나가 양손으로 경례를 하며 다가왔다.


"악! 제가 사령관님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 했음을 보고드리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게 과연 기열찐빠짓은 아니며 (중략) 해도 되는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익숙한 69번 운디네의 쌍수경례와 69 중첩 의문문을 능숙하게 받아준 사령관은 원래라면 오르카 영양으로 분해되어야 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지시한 게 뭐였어?"


"사령관이 부사령관을 통해서 전세계 해저 케이블에 '그거' 뿌리라고 했던 것 아니었어?"


'그거' 라는 단어를 듣자 감마는 즉시 혼절해버렸고, 무적의 용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혹시 '그것' 이라함은 '할' 을 말하는 것이오?"


"그럼녀!"


그 즉시 식당의 분위기가 스산해지는 느낌이 든 사령관은 공포로 젖어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얘들아 난 그런 명령을 한 적이 없어!"


"그치만 부사령관 게이가 직접 대 철충 전략병기를 만들었으니 이미 사령관이 허락했다던걸?"


젤나가 맙소사


그가 최근 안보인다고 했더니 그런짓을 꾸미고 있었다니!


얼마전에는 사령관과의 동침권을 필요없음에도 받아내어 그것으로 080, 유미, 오렌지에이드를 회유한 것 등등 모든 퍼즐이 머릿속에서 맞춰지기 시작했다.


당장 그를 말려야만 한다.



오후 7시, 자원보관소


안드바리는 최근 기분이 아주 좋았다.


바로 사령관이 제조로 꼴아박는 자원보다 최근 부사령관이 직접 야외에 나가 자원을 벌어오는 것이였다.


거기다 안드바리가 좋아하는 떢볶이의 원조국가 출신인 부사령관이 로제 떡볶이, 엽X 떡볶이 등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자매들의 식단에 민감한 레오나 대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어린 바이오로이드 답게 맛있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은 또 어떤 것을 후식 겸 야식으로 얻어먹을 수 있을까를 기대한 안드바리의 기대와는 달리 큰 소리가 들려왔다.


"손들어! 시티가드다!"


"난 켈베로스다옹!"


당황한 안드바리 너머로 있는 작은 컨테이너 박스를 열자 곧이어 정장 차림으로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시고 있는 부사령관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 있었구만 부사령관"


"뭔진 모르겠지만 어서 도망치세요 부사령관님!"


안드바리가 권총을 빼들고 부사령관에게 소리쳤고, 부사령관은 조용한 미소를 띄며 컨테이너 숙소에서 걸어나왔다.


"이제야 나를 찾는구만 사령관"


"김라붕 이 미1친새끼야! 도대체 뭔 짓을 저지른거야!"


"아아....'그것' 말인가?"


철충들이 내분을 일으킨지 몇시간이 지나자 결국은 서로 핵을 쏘기 시작했다.


왠지모르게 예전 중국이라는 나라의 수도인 베이징에만 핵을 쏘아 천안문 광장에 불에탄 탱크들이 즐비했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철의 왕자에게 그냥 철충의 소스코드, IP를 복제해서 '선물' 을 보낸 것 뿐이다."


"혹시 저희가 내린 징계 때문에 화가 나신건가요...?"


경호대장인 리리스가 조심스럽게 묻자 부사령관은 코웃음을 쳤다.


"철충의 안락사.....그것만이 유일한 구원"


"이봐 라붕이. 내가 모든 징계 다풀라고 하고 당장 압수한 술들도 돌려줄테니까"


철컥


자동권총의 슬라이드가 당겨지는 경첩소리다.


안드바리의 손에는 이미 사령관을 겨누고 있는 권총이 쥐여져 있었다.


"말은 그렇게 하셔도 손이 자연스럽게 자원과 참치를 훔치고 계시네요"


역시 오르카호의 사령관.


영혼 깊숙히 박힌 안드바리가 관리하는 자원을 긴빠이 치는 것과 탈론허브 영상 찍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하토르인지 ㅎㅌㅊ인지 뽑으러 갈 건가요?"


"바리야, 이번에는 진짜 느낌이 좋다니"


사령관의 말이 끊나기도 전에 창고안을 가득채우는 총성이 울려퍼졌고, 그날 비밀의 방에서 사령관을 기다리며 혼자서 손장난을 하는 아르망 영상이 탈론허브에 조용히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