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의 대부분이 잠든 늦은 새벽, 깨어있는 것은 불침번 근무를 서는 브라우니들과 그 브라우니가 다음 근무자를 깨우려다 노움 상병이나 이프리트 병장을 깨울까 불안해하는 레프리콘 정도였다.


그리고 또 한명의 바이오로이드가 깨어나 있었다.


"......"


평소에는 얼굴의 반을 덮는 다크서클과 온몸에서 풍겨오는 피로한 기색이 특징인 오르카호의 통신병, 커넥터 유미였다.

그녀의 표정은 언제 피로가 가득차 있었냐는듯 냉정하고 무표정했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 있는 통신기를 능숙하게 조작해서 오르카호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며 외부통신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 통신의 상대는...


"커넥터 유미. 이번 보고는 꽤 늦었군요."


통신기 화면 너머로 보이는 일곱명의 아름다운 여인들. 그들은 한때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펙스사의 회장들을 모시던 비서들, 레모네이드였다. 자신의 주인들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같은 바이오로드도, ags도 모두 이용하는 그녀들과 유미가 이렇게 늦은 시각 통신을 연결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죄송합니다. 이쪽에 있는 닥터 개체가 자꾸 통신망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조심스러운 유미의 보고에 몇몇 레모네이드들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 때문에 함 내에서 신뢰도를 쌓는 것 아니었나요? 우리가 어째서 그 웃기지도 않는 놀이공원 광대나 광신도 따위와 어울리는 시간을 허락했다고 생각하나요?"


엠프리스가 가진 무기에서 말이 나온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싶을 정도로 차가운 말에 유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죄라면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는 보고에 지장이 없게 하세요. 이건 경고입니다."


유미를 더 갈궈봐야 더이상 이점이 없다고 판단한 오메가 레모네이드는 입을 열었다.


"늦은 만큼 저번에 보내라고 했던 자료들은 확실하게 준비된거겠죠? 늦으면서 자료까지 부정확한 정보원은 가치가 없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르카호의 재원과 현 위치, 부대 기밀과 다음 정박지.


그녀들의 주인들을 부활시키기 위해선 어떻게든 단 한명만 남은 인간의 협력이 필요했다. 그가 어떻게 휩노스 병에서 살아남았는지, 어떤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녀들의 주인들이 부활하고 다시 이 땅을 당당하게 걸으려면 그 사령관이라 불리는 인간을 납치해서라도 알아보아야만 했다.

그 것을 위해서는 그의 군단과 전쟁을 벌일수도 있겠지만, 이미 무적의 용까지 합류한 그의 군대는 직접 충돌하기에는 이제 너무 규모가 커져버렸다. 

설령 전쟁끝에 이긴다해도 피해가 과도하게 클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는 주인을 되살린다 해도 그들이 옛날과 같은 권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인간 사령관만을 강제로 납치해서 데려온다.


그녀들은 그 것을 위해 예전에 라비아타측에 심어듀 커넥터유미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네.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전달하겠습니다."


커넥터 유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고 있었다.

수많은 동료들을 배신하고,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조금의 내색도 없이 손을 움직였다.


98..99.... 그리고 100


커넥터 유미가 보낸 파일은 성공적으로 일곱 레모네이드들에게 도착했다.


"좋아요. 확인해보죠."


일곱 레모네이드들의 눈에는 각자 조금씩은 다르지만 어두운 기쁨과 희열이 녹아있는 웃음이 깃들었다.


드디어 주인들을 부활시키는 첫걸음의 실마리가 잡힌다.

이 정보를 통해서 사령관이라 불리는 인간을 잡아채고, 그를 통해 주인들을 부활시킨다.

그러면 그녀들은 다시 주인의 곁에서 멸망전의 세계를 맛볼 수 있으리라.


그녀들은 그 미래를 떠올리며 커넥터 유미가 보낸 파일을 열었다.





누가 써줄거 같지도 않고 쉬엄쉬엄 내가 해야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