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것은?"

"쿠폰이야. 오르카 내의 자판기에다 경품으로 넣어볼까 하거든"


늦은 오후. 사령관이 업무를 끝맺기 몇십분전.

갑자기 호출받은 아르망은 여러종류의 종잇쪼가리를 받았다. 각각 다른 글이 쓰여있는걸로 보아, 이것은 여러종류가 있겠지.


"10참치권... 1일 휴가권... 외박권..."


어린아이의 영롱한 눈빛으로 사령관은 아르망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좋은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란 말이 나올걸 기대하고 있을까.

그런 그의 바람과는 달리, 아르망의 표정은 점점 구겨지고 있었다.


"아르망?..."

"폐하, 폐하께서는 엔터테인먼트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온 아르망은 그대로 쿠폰을 양손으로 짓이겼다. 그것은 분명 '얼토당치도 않은 헛소립니다 폐하'란 말을 줄인 행동이였다.

사령관이래도 그점에 대해선 상처를 입었다. 거기다 에너지 절약을 한답시고 어린 몸으로 생활하다보니, 실망한 표정이 얼굴로 드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표정 지어봤저 저는 봐드리지 않습니다"
"힝"

"폐하, 이런건 브라우니들이나 환장하며 달려들 것입니다. 아마 폐하께선 그녀들까지 고려해 낮은 자의 입장에서 보시고자 이러한 안을 내놓으신 거겠죠"


그런 사령관의 착해빠진 부분에 아르망은 속으로 기뻐했다. 그런 상냥한 폐하의 곁에 자신이 설 수 있단 점에 말이다.

그러한 속내를 다시 속으로 숨기며 아르망은 헛기침을 하였다. 본론을 꺼내야 사모하는 표정을 숨길 수 있을거니까.


"만약 참치를 회수하신다는 목적으로 만드신 것이라면 좋은 방법입니다만... 폐하께서는 당신의 은혜를 좀더 널리 퍼뜨리고자,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들의 노고를 치하함에 목적을 더 두셨으리라 여겨집니다."


살짝 머리로 연산을 하던 아르망은 감았던 눈 한쪽을 떠서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눈이 동그래지마 "역시 아르망..." 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칭찬받았다, 라는 점에 아르망은 속으로 흡족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을 좀더 보완하고자 연산속도를 가속시켰다.


"그럴수록 그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경품으로 거셔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오드리제 맞춤의복제작권이라던지."

"그건 오드리에게 실례인걸."
"물론입니다, 폐하.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앞을 얘기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고심에 빠지는 사령관의 모습도 귀엽고 멋졌다. 아르망 그녀는 마음속 한칸에 오늘도 사령관의 성장하는 모습을 한장 남겼다.

나중에 사령관의 이 모습을 하르페이아에게 얘기해준다면, 그녀는 눈을 빛내며 자세하게 물어보겠지.

그리고 그것은 각색과 약간의 향신료 첨가를 통해 익명의 작가의 멋진 넷소설로 탄생할 것이다.


"혹시, 나와 함께 있는걸 원하는걸까?"

"예, 맞습니다 폐하."


사령관의 정답 덕에 망상에서 탈출한 아르망은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쯤에서, 아르망 본인도 재미를 볼 부분을 생각해내고는 속으로 미소지었다.


"그래서, 폐하를 하루동안 모실 수 있는 이용권은 어떨까요?"

"날?"


사령관은 자길 가리키고는 부관으로 뒤에 서 있는 페로와 아르망을 번갈아보았다. 페로는 어깨를 으쓱하며 '괜찮지 않을까요, 주인님' 이라며 답을 해주었다.


"구체적으로는 폐하를 하루동안 마음대로. 까지는 아닙니다. 하루 한시간도 여유가 나질 않으시는 폐하께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감히 여쭐 수 있을까요."

"지휘관 개체들 덕분에 업무량 자체는 줄었는-"
"거짓말"


어느새 다가온 아르망이 그의 입술에 손가락 하나를 놓았다.


"폐하께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저희 걱정을 하시는 건 오르카 내 누구라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녀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에 고성능연산개체인 저를 괜히 부르신 겁니까? 저는 폐하꼐서 현명하신 분이라 여겼는데"
"아르망 양, 주인님께 무례합니다."


-이쯤에서 물러나야지

그의 뒤의 고양이가 이빨을 드러내었다. 이 이상은 아마 그녀의 심기를 건들지도 몰랐다.

그녀의 충성심은 비정상적이니까.


"페로"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엄연히 주인님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녀에 대해 마땅한-"
"페로"


팡! 하는 소리와 함께 "헤끅!" 하는 소리가 함장실에 울러퍼졌다.

페로가 허릴 앞으로 튕기며 얼굴을 붉히는걸 보니 아무래도 그녀의 입에서 난 소리겠지.

고양이는 이윽고 쪼그려 앉고는 허벅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아마 사령관에게 몹쓸 곳을 자극받았기 때문이리라.

사령관의 얼굴이 벌써 헬쑥해 보였다.


"미천한 신하가 실례를 끼쳤나이다"

"괜찮아, 아르망. 그리고 그렇게 짖궃게 말 안해도 돼."

"무슨 말씀을."

"어차피 떠볼려고 부른거야"


그는 손에서 그녀가 구긴 쿠폰과는 다른, 좀더 세련되고 단단한 종이로 된 초대장을 꺼냈다.


-정말이지...

얼굴은 10대도 안된 소년같이 순한데, 속은 백년넘게 산 아르망보다도 능구렁이였다.

아마 고심하는 모습도 평소 아르망에게 속내가 더럽다며 불만이 많은 페로에게 그녀가 유능한 인재임을 보여주려고 한거였겠지.

그런 그도 아르망은 좋았다. 그런 자신을 뒤돌아보며 콩깍지도 제대로 씌였다며 아르망은 속으로 자조했다.


" '야밤의 초대장' 이라고 이름을 붙여봤어. 매주 실적이 좋은 바이오로이드 상위 100명중 한명을 뽑아 그녀가 원하는 플레이를 해줄까 해."

"그러면 브라우니같은 다수에 대해서 어쩌실건지,"

"아, 걔들 취향도 알아봤는데..."


난색을 표하는 사령관은 디스플레이를 조작하여 아르망의 패널에다 보내주었다.

여러차트와 그래프가 혼종되어 있는 이미지였기에, 아르망은 눈을 찌푸리며 집중했고...


"브라우니개체 희망 투표 순위... 3위... 휴가권, 2위.... 휴가권, 그리고 1위...도 휴가권이군요"

"해당 브라우니가 휴가를 원한다면 소속된 분대는 전원 1~3일의 휴가를 제공한다, 선에서 정리하려고."

"과연"


그녀는 4위에 '갱뱅'을 봤지만 못본 척 하기로 했다. 보자마자 뇌속에서 브라우니 수십명에게 돌림빵 당하며 헐떡이는 어린 사령관의 모습이 스쳐지나갔지만, 속에다 꾹꾹 눌러담고는 오늘밤 반찬으로 쓰게 아껴두기로 했다.


"그럼 해당안건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될까요, 폐하?"
"응,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주머닐 뒤적거리는걸 보니 무언가 건네주려는 것일까? 그가 평소 챙겨두는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던 아르망은


"여기"


그가 손에 얹어준 비밀의 방 카드키와 '야밤의 초대장'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사령관은 그녀의 표식목걸이를 잡아당겨 그녀의 몸을 숙였다.


"저기 있잔아, 속으로 어떤 상상했어?"

"폐...하?"

"내가 브라우니들한테 돌려따먹히는걸 상상한거야?"

"흣"


속닥속닥. 그녀보다 20여 센치나 작은 소년의 입에서 나온 음란한 애기가 귓바퀴를 타고 들어왔다.


"어떤 장면을 상상했어? 내가 브라우니의 가슴에 둘러쌓여 흥분하는 모습? 양손, 양발, 자지, 입 모두 브라우니들의 보질 애무한다고 질척여지는걸 생각한걸까? 아니면 브라우니들의 체액으로 범벅된 나를 체력이 남은 그녀들이 계속 한번씩 먹고버리는 걸 떠올린걸까?"


오싹오싹했다. 그의 음담패설은 마치 그가 정말 당한듯 공포와 흥분이 섞인 목소리로 전달되고 있었다.


"질척질척 천박한 소리가 끝도없이 날꺼야. 그거야 성욕에 가득찬 군인들인걸. 아마 내가 튼튼하단거 하나 믿고 내 몸 어디든 자기 음부에 넣고 비비며 배려없는 집단강간을 하겠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내 자지가 붓든 터지든 물고빨며 말이야. 그걸 보는 탈론페더는 어떨까? 다음날 오르카넷엔 어떤 반응이 올라올까? 그리고 아르망은 그걸 보고 뭘 할꺼야?"


아르망은 고갤 들수 없었다. 아마 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움과 흥분감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을거니까. 그런 그에게 이런 표정을 보여줬다간, 뭔지 몰라도 질 것 같은 느낌이었고.


"뭐, 농담이야! 농담! 어쨌든 자세한 요청사항은 빨리 보내줘. 답장 없으면 여선배님께 혼나는 후배역으로 할거니까!"


아무일 없었다는듯 아르망을 끙끙 밀어 밖으로 보낸 사령관은 찡긋 윙크하고는 문 틈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함장실의 안에서는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주저앉은 아르망도 비슷했다. 차가운 복도바닥에 물기가 느껴지는걸 보니 흥분해버린 자신이 무언가 조금 지렸단 것도 깨달았다. 키를 쥔 손도 빈 손도 치맛자락 안에 있는 음부를 문지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정말! 정말!"


그래도 이성이 돌아왔는지라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복도 바닥에 새겨진 작은 물기에 그녀는 다시한번 수치심을 느꼈다.

아르망은 오늘 밤 '후배'님을 어떻게 굴복시킬지 철저한 계획을 짜기로 마음먹고는 기쁘게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문지르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쎾쓰

누추한 글 읽어줘서 고마운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