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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하자."


사령관이 자세를 취하며 프로포즈를 했다.

결혼 반지를 받는 상대방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화사한 봄바람과 함께 꽃의 향기, 그리고 벚꽃이 휘날리는 가운데 사랑이 이루어진다.


라는 상황이 벌써 200번 가까이 반복됐다.


오르카호에서 유일무이한 남자인 사령관은 벌써 200명에 가까운 인원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마다 행복하고 마음이 풍족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의 그 설렘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쩌면... 난 평범한 결혼으로는 만족 못 하는 몸이 된 걸지도.'


그리하여 그는 생각한다.


'결혼식 때 신부를 강간하면 새롭지 않을까?'


부부도 관계가 지속되면 권태기에 빠지는 법.

꼭 부부 관계가 아니라도 무언가를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덤덤해지기 마련이다.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그는 한 명이지만, 그에게 바이오로이드는 수백이다.

이제 그는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좋아, 이거다. 강간착정임신순애섹스! 이거야! 이게 내 결혼식을 다시 불태워줄 거야!'


그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게 미친 생각이라는 건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이게 웨딩 드레스...."


므네모시네는 전신 거울을 앞에 서서 자신을 보았다.

순백의 드레스가 머리부터 뻗어 나가며 바닥에 수놓았다.

화사함으로 무장한 그 드레스는 므네모시네가 알던 오르카호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관리자님을 유혹하기 위해 천박할 정도로 헐벗는 게 기본이라고 학습했습니다만...'


므네모시네가 지금 입은 웨딩 드레스는 달랐다.

야하다기보다는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솔직히 말하면 오르카호에서는 보기 드문 복장이었다.

젖꼭지랑 보지만 겨우 라인 옷이 흔해 빠졌는가 하면, skin으로 돌아다니는 멍멍녀도 있으니까.


'그렇군요. 이게 바로 결혼.'


결혼은 두 남녀의 사랑이 가장 아름답게 꽃피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만큼 각별하고 특별한 순간이자 추억이 되는 날.


'설마 제가 결혼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므네모시네는 방주라 불리는 거대한 저장소를 지키던 파수꾼이었다.

방주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보존해야 하기에 관리자가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나태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므네모시네는 감정을 가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감정이 실수를 낳기 때문이다.


평생을 무미건조한 채로 살았다. 오직 명령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기계처럼.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다.


'사랑.'


사실, 므네모시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감정이 거의 없던 그녀에게는 즐거움이라는 감정도, 슬픔이라는 감정도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명령과 미약한 호기심뿐이었다.


물론, 그 호기심조차 명령을 앞설 수는 없었다.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명령이었다.


므네모시네는 방주를 관리해야 하는 사명을 지키기 위해 방주 안에만 갇혀 있었다.

저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의지로 나간 적은 없었다.

감정보다 명령이 우선 되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죽인다. 방주를 지킨다는 명령과 사명을 위해.

그 삭막한 것이 그녀의 삶의 이유였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므네모시네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미소 지었다.

이제 이런 미소도 자연스럽게 지을 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변화했다. 사랑으로.


'그렇군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결혼. 저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대원들이 사령관과 결혼했다.

매번 반복되는 일임에도 다른 대원들은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해줬다.

당사자는 남의 결혼을 몇 번이나 봐 왔음에도 마치 처음 겪는 것처럼 감격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난 일을 되돌아보니,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 변화는 한 남자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오르카호의 사령관이자, 방주의 새로운 관리자와의 만남으로.

결혼이란, 그와 나누는 사랑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인생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던 것이다.


'어서, 어서 식을 올리고 싶군요.'


므네모시네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이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사령관님도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겠지.


끼익-


그때 신부실의 문이 조금 열렸다.


므네모시네는 의아함을 느끼며 뒤로 돌았다.

신부의 분장은 전부 끝났다.

신부랑 신랑은 식을 올릴 때까지 만나지 않는 게 관례라고 하니 사령관이 들어오지도 않았을 터. 그럼 대체 누가....


"누구십-"


말을 꺼내려는 그때, 검은 형태가 달려들면서 그녀의 입을 틀어 막았다.


"읍....?"


므네모시네는 괴한을 바라본다.

살짝 놀랐으나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사령관이었으니까.

애당초 갑자기 쳐들어올 남자가 사령관뿐이다.

오르카호에는 남자가 한 명 밖에 없으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신부 대기실에는 오시면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만...."


므네모시네는 그의 위아래를 훑어본다.

예복을 입고 있어야 할 사령관이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관리자님. 예복은 어디- 읏!?"


므네모시네가 움찔했다.

그의 손이 가슴을 꽉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저... 관리자님?"

"나와의 사랑은 거짓말이었냐?"

"...?"


므네모시네는 사령관이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혹시 나앤 씨를 성희롱하다가 머리를 맞으셨습니까? 그래서 단기 기억 상실증이..."

"넌 내 거야."


사령관이 눈을 부릅떴다.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그가 와락 달려들면서 므네모시네를 덮쳤다.

평소라면 버틸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긴 드레스가 밟히는 바람에 미끄러져서 뒤로 넘어졌다.


"잠깐- 관리자님. 드레스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하자."


그가 애원하는 투로 말한다. 므네모시네는 그가 대체 뭘 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관리자님. 드레스가 구겨지고 있습- 흐읏!?"


사령관의 입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우악스러운, 그리고 강제적인 키스. 므네모시네는 갑자기 그가 왜 이러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화사한 드레스가 짓밟히고 구겨졌다. 아름다운 순백의 드레스에 먼지가 묻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이면 돼. 응?"

"관리자님. 왜 이러시는 건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아아, 옷이... 오드리 양이 만들어주신 웨딩 드레스가..."


므네모시네는 놀란 눈으로 사령관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말을 멈췄다.

두 눈 빛이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오직 므네모시네를 향해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러신 적이 없으셨는데.'


므네모시네는 지금까지 수 없이 봐 온 결혼식들을 돌이켜보았다.

신부의 옷이 흐트러졌던 적은 없었다. 사령관은 언제나 모두를 소중하게 대해주었다.

그랬던 사령관이 갑자기 미쳐서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다.


'저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관리자님을 향한 저의 사랑이 진실됨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사령관은 어떤가.

사령관은 지금까지 수십 번이 넘도록 결혼을 해왔다.

대원들에게는 평생에 단 한 번 있을 결혼.

하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대원들의 수만큼 반복해온 일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단조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건 감정이 없는 므네모시네라도 잘 알고 있었다.

방주를 관리할 때, 그녀가 감정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설정된 이유 중 하나였다.

감정을 느끼면 반복적인 일에 금방 싫증을 느껴 무감감해지고 나태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관리자님이 그런 감정을 느끼셨다면....'


어쩌면 사령관은 예복을 차려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났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여성들과 결혼을 하며, 다른 대원들은 알 수 없는 어떤 권태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 이 행동은 사랑을 재확인하기 위한 어리광일까?


'만약 그 예상대로라면....'


어쩌면 사령관은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군요, 저와의 마음을 확인하시려는 건가요. 무감각해져서, 저와 같은 결혼의 설렘을 느끼지 못하게 되셨던 건가요?'


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보는 순간, 므네모시네는 마법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도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가 있구나, 하며 감탄했고, 드레스라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그 설렘. 그 감동.

사령관이 예복을 벗은 건 그걸 못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드레스가 더려워진 건 조금 안타까웠으나, 애당초 사랑이 이루어짐에 있어 예복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혼식은 찰나다.

드레스도 찰나다.

단 한 번으로 끝나기에 소중한 것이지만.

반대로 단 한 번으로 끝나기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제대로 이어지고 얼마나 꽉 맞물리는지니까.


물컹-


그녀가 생각하는 동안, 사령관이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너도 원하고 있잖아, 응?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사령관이 그녀의 웨딩 드레스의 일부를 들춰 그녀의 젖꼭지를 꺼내고 입에 한가득 물었다.

이빨이 젖꼭지를 자극하고, 혀가 뱀처럼 움직이며 젖꼭지를 유린했다.

뜨거운 콧김이 가슴에 스팀 연기처럼 뿌려진다.


"흣...."


므네모시네는 약한 신음을 흘렸다.


'지금 이 상황....'


사령관이 방금 내뱉은 말은 어디선가 들은 적 있었다.

그가 대원들 몰래 보는 [강간순애폴더]에 있는 망가에 이와 비슷한 것이 있었다.

결혼하는 여자를 남편 모르게 신부실에서 강간하고 자지로 굴복시키는 내용이었다.

므네모시네는 딱히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그가 그런 걸 즐겨 보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프로세서를 작용해서 그 상황을 흉내내는 편이 낫을 것 같군요.'


므네모시네는 그리 한다. 망가 속 여성 캐릭터를 흉내 내며 장단을 맞췄다.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이제 남편이...."

"아직 아니잖아. 마지막.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아, 안 돼... 안 됩니다... 제발...."


사령관의 손이 보지 둔덕에 닿았다.

팬티가 너무 얇은 나머지 그의 손길과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러시면 안 돼요...."

"축축하게 젖어 있네. 거봐, 너도 하고 싶잖아. 그렇지?"

"아....."


사령관이 벨트를 푼다. 팬티 안에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자지가 튀어 나왔다.

벌써 몇 번이나 므네모시네의 보지를 범했던 자지였다.

그 자지를 보자마자 므네모시네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너, 너무 커... 안 됩니다. 지금 그런 게 들어오면....."

"시끄러!!"


자지가 보지를 비집고 들어온다. 순식간에 보지를 꽉 채운 압박감이 아랫배를 가득 채웠다.


"아아아앙! 오오오오옥....!!"

"넌 내 거야! 내 거라고!!"


사령관이 그녀를 깔아뭉개듯 한 자세를 취하며 자지를 퍽퍽 박아댄다.

드레스가 구겨지고 먼지가 묻고, 질질 흐르는 애액에 젖어 들어간다.

하지만 므네모시네는 쾌락에 몸과 마음을 맡겼다.


"하악! 아, 안 돼! 아아앙! 안 돼애애애앳!!"

"임신해! 임신해!! 내 아이를 낳게 해주겠어!"

"그, 그만! 그마하으으으응! 하으으으응! 오오오옥!!"


사령관은 거칠게 그녀를 범했다.

수십 차례 들락거리던 자지가 하얀 물을 뿜으며 그녀의 자궁을 가득 채울 때.

그녀는 스프링쿨러가 물을 뿌리는 것 같은 추잡한 소리를 내며 조수를 뿜었고, 스스로 드레스를 적셨다.


"하아... 하아...."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고, 곧 식이 시작돼요. 이제 그만..... 그만 해주세요..."


므네모시네가 애탄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절한 애원이 사령관의 자지를 부활시켰다.


"아직도...! 아직도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더니. 내 자지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주겠어! 내 전용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아, 안 돼!! 저에게는 남편이이이잇! 아앙! 아흣!! 아아아아앙!!"


사령관이 우악스럽게 그녀를 범한다.

드레스가 정액과 조수로 범벅이 되어간다.

그러나 이미 자지의 노예가 된 므네모시네는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오고곡 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결국, 미친듯이 해버렸네...."


사령관은 너무 열중한 나머지 식이 시작할 때까지 그녀를 따먹었다.

덕분에 옷을 고쳐 입을 시간은 없었다. 애당초 새 옷도 없었고.


"어, 어쩌지? 미안해, 내가 너무 열중해서..."

"괜찮습니다."


므네모시네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결국, 그녀는 정액 범벅이 된 드레스를 입은 채 식장으로 향했다.


"크흠...."

"설마, 이거..... 정액 냄새야...?"


그녀가 레드카펫을 가로지르자 대원들이 웅성거렸다.

대부분은 이걸 웃어야 하나, 아니면 모르는 척해야 하나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지만 모르는 척 넘기기에는 너무 진한 냄새였다.

게다가 드레스를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찐득찐득한 액체로 가득하고, 옷은 흠뻑 젖은 채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으니까.

거의 중파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사령관. 이게 무슨....?"


주례를 봐주는 무적의 용이 눈을 가늘게 뜨며 사령관을 쏘아봤다.


"정말, 진짜로 미안해. 이렇게 망칠 생각은 없었는데...."


사령관은 어쩔 줄 몰라하며 므네모시네에게 사과를 건넸다.


"괜찮습니다, 관리자님."

"하, 하지만 너에겐 한 번 뿐인 결혼인데..."


거듭되는 사과. 결혼식의 분위기가 쳐지고 있었다.


"....."


므네모시네는 그의 목을 감싸 끌어 안으며 입을 맞췄다.

느닷 없는 상황에 느닷 없는 키스.

하지만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긴 키스가 이어지자 웅성거리던 식장이 고요해졌다.

입술이 떨어지자 이어진 두 사람의 침이 치즈처럼 죽 늘어났다.


"...므네모시네...?"

"관리자님이 저를 범하러 오신 건, 결혼식이 끝나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는 뜻이겠지요. 그건 한낱 감정 없는 기계로 살아가던 제가, 제가 사랑하는 관리자님께 절실히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지표였습니다. 잠시도 못 참을 만큼 저를 사랑해주시고, 또 원해주셨다는 뜻이니까요."


그 말에 여기저기서 오오, 하는 작은 감탄사가 들었다.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리자님."


므네모시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 찢어진 드레스가 미소와 함께 어울어지면 아름다움을 되찾아 화사하게 빛났다.


"...응, 사랑해. 므네모시네."


이번에는 사령관이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키스했다.


모든 것은 형식일 뿐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정이 어떻든 결혼을 통해 사랑이 더 돈독해진다면.

그 결혼은 성공한 것이겠지.


봄바람이 불어오며 벚꽃이 휘날린다.

그와 함께, 밤꽃 냄새가 퍼져 나갔다.

두 사람의 사랑이 담긴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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