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이 기일이었다.

 

4년 정도 됐나,

 

아직 어색한 와이프의 선임과 어제 술을 마셨다.

 

레프리콘은 말은 없었다.

 

나도 없었다.

 

꽤 막막한 기분이었다.

 

 

 

그 녀석이 폐기 처분됐다는 얘길 들었을 땐

 

슬프단 생각보다 어색했던 기억이 더 크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답답했다.

 

 

 

무슨 대단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었다.

 

TV에 나오는 구구절절한 사연의 바이오로이드도 아니었다.

 

그냥 공장에서 찍혀서 나왔다던,

 

길거리에 가끔 보이는 헌병용 바이오로이드들이 의래 하고 다니는 갈색 머리를 하고 다녔다.

 

그렇게 평범한 녀석이라 그랬을까,

 

갈 때도 평범하게 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이라도 성대하게 해줄 걸 그랬나.

 

골목길에 죽기 직전인 아내를 겨우 데리고 와 솜씨 없는 손으로 주섬주섬 고쳐준 게 첫만남이었다.

 

있는 거 없는 살림에 드라이버 하나 들고 뭐라도 해보려 한 탓에 천장 한 구석을 홀라당 태워먹기도 했다.

 

바닥지 축축한 반지하 단칸방.

 

그래도 길거리에 떠도는 실업자들보단 몇 백 배는 낫지 않냐고 웃어주던 아내였다.

 

 

 

그렇게 많이 웃어주던 아내였는데,

 

그래서 결혼해줄 수 있겠냔 변변찮은 내 프로포즈에도 좋다고 고개 끄덕여준 아내였는데,

 

꽃 하나 꺾어가지고 웨딩링이랍시고 껴주던 아내였는데.

 

 

 

이제 못 보는구나.

 

나는 다시 혼자구나.

 

 

 

와이프 옷이나 군번줄 같은 건 정리했는데,

 

물건들은 정리 못 했다.

 

칫솔이나, 안경, 신발 같은 거.

 

그냥 긴 여행을 떠난 거 같아서 안 버렸다. 돌아오면 다시 쓸 수 있게 해주려고.

 

 

 

오늘부터 긴 휴가가 된 것 같다.

 

 

 

레프리콘이 뭐라도 먹으라고 전투식량 같은 거 들고 왔더라.

 

세수도 좀 하라고 하고.

 

거울을 보니까 얼굴이 엄청 거무잡잡했었다.

 

 

 

밖에 나가기도 싫어서 마냥 바닥에 누워있었다.

 

반지하라도 이렇게 넓으면 딱히 나갈 마음이 안 든다.

 

 

 

오랜만에 치킨이 먹고 싶어서 시켰다.

 

와이프랑 같이 먹었던 게 기억 난다.

 

 

 

치킨은 늘 한 마리는 적고 두 마리는 많다.

 

그래서 맨날 양이 적다고 불평하며 먹었는데,

 

생각해 보면 아내는 늘 나보다 조금 먹었다.

 

 

 

한 마리를 시켜서 먹었다.

 

남았다.

 

 

 

서랍장에서 이불보를 빼 깔았다.

 

전에는 딱 맞게 깔렸는데 지금은 이불을 다 안 써도 될 것 같다.

 

 

 

행여 아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우물쭈물거리며 손톱 깨물던 아내가 누워있던 이불이 여기였다.

 

반지하 악취가 여간 강한 게 아닌데,

 

아내의 머리카락 냄새는 실수로라도 지워지지 않는다.

 

 

 

동기였던 친구가 전화를 했다.

 

술이라도 같이 먹자고 나오라 했다.

 

싫다고 했지만 나와서 햇빛 좀 쬐라고 한다.

 

 

 

저녁은 와이프가 좋아했던

 

라면집으로 가야겠다.

 

라면에 구운 양파를 잔뜩 넣어서 먹어야겠다.

 

 

 

라면집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아직 사십줄도 안 먹었는데

 

나 혼자 못 하는 게 늘어가는 거 같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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