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성인입니다.-


"잠이 잘 안오네.... 아저씨 집이라서 그런걸까."


시라유리와 놀러 왔다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폭우로 자고 가게 되었던 그녀는 익숙하지 못한 잠자리와 빗소리 때문에 전혀 잠들 수 없었다.


"아저씨 곁에 있으면... 괜찮을까..."


'한밤중에 남자 방에 들어가는 레이디라니, 귀족이 할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아저씨라면....'


엘리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마구 저으며 베개를 하나 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혹시라도 옆방에 있을 시라유리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복도를 걸어갔다.


- 응, 으응...!


'어라?'


복도를 걸어가던 중, 희미하게 들려오는 신음소리.

그리고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걸 본 엘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다가갈수록 그 신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시라유리 언니?'


아저씨 방에서 새어나오는 시라유리 언니의 신음소리.

혹시라도 아저씨가 언니를 괴롭히는 것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든 엘리는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게 몰래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엘리도 있는데, 정말 당신은...."

"먼저 온 건 회장님이야."

"그런 회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전 당신의 시라유리니까요."


엘리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바닥에 널부러진 옷,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후끈한 공기.

적나라하게 보이는 음부와 틈 사이로 흐르는....


'나, 남자랑 여자 둘이서 결혼도 안했는데 그런 천, 천박한....'


엘리는 문틈에서 떨어져 주저앉은 채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고 몸이 녹아버릴 것처럼 뜨거웠다.

평소라면 여러 생각이 들 뛰어난 두뇌조차,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어머, 들켜버렸네요?"


그리고 멍해진 엘리의 눈앞에 어느 새, 시라유리가 서있었다.


"어, 언니, 그러니까... 꺄악!"


시라유리는 엘리의 팔을 붙잡아, 반항하지도 못하는 그녀를 끌고 들어왔다.

아저씨의 알몸과 온갖 것이 섞여서 나는 음란한 냄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엘리.

시라유리는 그런 엘리를 뒤에서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엘리. 이 시간이라면 분명 자고 있을텐데... 어째서 여기 있었죠?"

"그, 어째선지, 저기. 잠이 잘 안와서... 아저씨랑 같이 자면... 잘 수 있겠다 싶어서... 어, 언니."

"그랬군요. 제가 좀 더 신경을 써야했는데...."


시라유리는 엘리의 턱을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으론 엘리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덕분에 저는 제 비밀을 들켜버리고 말았어요..."

"언니, 그, 말하지 않을..."

"안돼요."

"히익!"


시라유리는 엘리의 말을 단호하게 끊으며 옷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엘리. 당신도 080 학생회라면 알고 있겠죠. 다른 사람의 비밀을 '절대로' 지켜준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아, 아니에요. 저는 시라유리 언니의 비밀이라면, 어, 언니?! 흐윽..."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의외로 정답은 간단하답니다."


시라유리의 손길에 한꺼풀 한꺼풀, 천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가냘프면서 흥분으로 붉게 물든 엘리의 육체가, 그곳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공범자로 만드는 거죠.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족쇄를 채운."

"언니.... 귀족으로써 이런 일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찔꺽.


"햐앗!"

"몸은 이렇게나 솔직하답니다, 엘리."

"아, 아니에요. 이건...!"

"아.저.씨."

"..!"


엘리는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시라유리는 비웃음이라 느껴질 정도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소엔 선배라고 부르던 당신이 아저씨라고 하더군요. 거기서 눈치챘어요. 두 사람만의 뭔가가 있다고."

"아, 아니. 그. 전...."

"사랑하죠?"

"....네."


엘리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어느 샌가 전부 드러난 그녀의 몸처럼,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시라유리는 그런 엘리의 몸을 슬며시 감싸며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당신은 이제 저와 공범자가 되는 거에요. 서로가 약점을 쥔, 공범자."

"그치만 저는..."

"귀족? 여기서 당신은 그냥 '여자'에요. 사랑을 하는 여자. 비밀을 공유하는 여자."

"여자...."


엘리가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아저씨가 보였다.

크고 듬직하고,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이제와서 좀 그렇긴 하지만 회장님, 정말 괜찮겠어?"


그의 말에 시라유리가 말했다.


"애당초, 독점하지 못할 건 알고 있었으니까요."


시라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엘리와 함께 그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니까 얼른, 우리를 당신의 여자로 만들어줘요. 절대로 반항하지 못하게."


-


[테일러 클로즈컷.]


"왓..?"


갑작스럽게 모니터에 나타난 글씨를 본 테일러는 크게 당황했다.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했고 심지어 미스터조차 모르게 행동했는데?


[080을 속이려면 100년은 멀었어요. 곧 시티가드가 그쪽으로 갈테니 대기하시죠.]


"퍽..."


그렇게 테일러는 체포되었다.

어째서 080이 시티가드를 도왔는지, 그렇게 신속하게 행동했는지.

모두가 알고 싶어했지만 테일러의 저작물이 누군가에 의해 소멸했기에,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르카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


다음 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