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컴에 보안걸어놔서 스샷을 못따오네

4년전 저때 즈음에 직원 구인한적이 있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어린 객기에 뭣도없는 찐빠가 마구 써내본 것. 나중에 와서 므네모시네랑 기억의 방주 보고 엇비슷해서 놀랐음. 흔해빠진 스토리니 이상할것도 없다만. 오탈자가 많고 옛날이라 필력이 개판이다. 양해해줘.



Coffin of mankind

 

 

 알래스카 앵커리지, 도시 중앙의 지하에 위치한 벙커내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찰 나갔던 기동 바이오로이드들이 가져온 사진 탓 이였다. 무수한 검고 붉은 철충이 빽빽하게 무리지어 이곳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이젠 도시에 몇 남지 않은 인간인 사령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수차례의 철충의 대규모 공세를 막아낸 사령관도 이러한 규모의 철충은 상대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피난을 갈수도, 갈 곳도 없었다. 이미 휩노스 병은 도시의 대부분의 인간을 잠식했다. 혹한의 극지방에서도 그 지독한 병은 건재했다. 결국 앵커리지는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종류를 불문하고 바이오로이드들은 저마다의 준비를 갖추고 자리에 섰다. 몇 남지 않은 인간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자신들이 지켜지는 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이는 전부 싸워야했다. 낡은 라이플을 몸에 밀착시키고, 탄티로 몸을 감고는 참호에 몸을 숨겼다. 쭈그려 앉은 그들의 옷섶사이로 금속질의 외골격이 둔탁한 광택을 내었다.

 

 시시각각 철충들의 위치가 보고되었다. 정찰나간 바이오로이드들은 철충들의 물량에 몸을 떨었다. 지나치게 수가 많아 그 규모를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령관은 연신 파이프를 고쳐 물었다. 계속해서 다가오던 철충들의 무리는 드디어 도시 지척에 도달했다. 도시의 명운을 건 마지막일지도 모를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전투의 시작을 알린 것은 몇 기 남지 않았던 셀주크들의 포성이었다. 땅을 울리는 굉음이 울리면, 그 결과는 수 초 내에 나타났다. 철충들의 대열에 이곳저곳 구멍이 났다. 높게 날아오른 둠브링거 편대가 그 위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곳곳에 불기둥이 치솟았다. 하지만 더 압도적인 수가 그 공백을 속속들이 메웠다. 포격이 시작되자, 철충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가시거리 밖에서의 포격에도 이들에겐 조금의 혼란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숫적 우세를 잘 알고 있었다. 철충들은 묵묵히 포격을 얻어맞으며 계속해서 전진했고, 이내 그들의 센서에 도시의 윤곽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지평선을 응시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매만졌다. 철충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셀주크의 포성이 그들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를 지키길 수십 분, 한 바이오로이드가 지평선을 가리켰다. 지평선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철충들이 지척까지 몰려온것이다.

 

 철충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바이오로이드들은 빠르게 행동했다. 전방에 줄지어선 캐노니어들의 화포들이 불을 내뿜었다. 앞장서던 철충들이 파편을 흩뿌리며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 잔해를 짓밟으며 철충은 계속해서 가까워져만 갔다. 거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기관총이 탄알을 흩뿌리고, 전격이 철충의 장갑을 튀겨버렸다. 불길이 치솟아 철출들의 금속 몸뚱이가 녹아내렸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들만 공격하는 건 아니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의 사정거리에 철충이 들어왔다는 것은, 바이오로이드 또한 철충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는 것 을 의미했다. 아이언 메이든들이 전위로 나서 장갑을 펼쳤다. 바이오로이드들의 방패를 탄환과 포탄이 두들기고, 몇몇은 신체의 일부가 날아가 고꾸라졌다. 바이오로이드가 쓰러지면 몇몇 비전투 바이오로이드가 그것을 수습했다. 수습된 바이오로이드들은 쉴새없이 수복되어 다시 전선으로 달려 나갔다. 치열한 난전이 시작되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우수한 교전비로 철충들을 학살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사령관은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교전비로도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철충의 물량은 폭력 그 자체였다. 자꾸만 줄어가는 바이오로이드들에 비해서, 철충의 파도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통신장비에선 비명과 폭음이 난무했다. 부관이 계속해서 분대의 전멸을 알려왔다. 사령관은 지도에서 줄어만 가는 파란색 점을 노려봤다. 더 이상 버틸 수는 없었다. 철충의 압도적인 물량은 바이오로이드들은 도시 입구까지 내몰았다. 이미 많은 수의 병력이 파괴되었다. 사령관은 목이 조여드는 듯한 갑갑함을 느꼈다.

 

 사령관은 한계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철충들은 곧 바이오로이드들을 전멸시키고, 앵커리지를 폐허로 만들 것이다. 사령관은 절망하지는 않았다. 철충이 습격해와 온 지구를 휩쓸기 시작할 때, 그는 이미 인류에게 다가올 종말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시각각 다가오기까지 했다. 저항하던 도시들의 통신이 하나하나 끊겨갈 때의 그 기분이란. 아직 바다를 떠돌며 저항하는 무리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앵커리지의 인간들은 희망을 품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텨온 것을 대견하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그를 비롯한 인간들은 거듭되고 오랜 절망에 희망을 품기를 포기해버렸다. 그는 실행시키기를 망설였던, 인간의 망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 계획을 실행시키려 마음먹었다.

 

 그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사령부의 한 켠에 앉아 대기하던 한 바이오로이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착잡한 표정의 사령관의 명령을 바이오로이드, 아리아는 무표정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령부의 모두에게 경례하고는, 지하로 내려갔다. 그 뒷모습을 사령부의 인간들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울먹이는 이도 있었다. 사령관이 힘없는 어조로 그들을 다독이고는, 통신으로 마지막 저항중인 이들에게 후퇴하고 싶은 이는 후퇴해도 좋다고 알렸다. 

 

 그러나 바이오로이드들은 물론이고, 인간들 또한 누구 하나 후퇴하지 않았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지킬 인간을 뒤로하고 도망칠 생각이 없었고, 인간들은 이미 운명에 저항할 의지가 없었다. 도망쳐봐야 끝을 모르는 잠에 빠져 죽을 뿐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격렬하게 싸웠다. 깎여나간 신체에서 오는 아픔과, 귀를 울려대는 총성과 포성이 절망을 외면하게 해주었다. 하나둘씩, 인간과 바이오로이드가 스러져갔다.

 

 사령부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 아리아는 커다란 철문 앞에 서 사령관에게 받은 카드키를 문 옆의 단말에 댔다. 쇠를 긁는 소리를 내며 쇠문이 열렸다. 강한 바다 내음이 그녀의 콧가를 스쳤다. 그곳은 해저동굴과 연결된 거대한 잠수함의 격납고였다. 사령관은 철충의 공습 이전에 건조된 이 잠수함을 애지중지 관리하며 내부를 개조했다. 해치를 열고 내려간 그녀의 눈에 무수한 책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령관은 전장 200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잠수함의 내부를 '인류의 기록'으로 가득 채웠다. 단순한 서적과 음반, USB메모리부터, 상형문자가 기록된 점토판과 거북의 등갑과 동물의 뼈까지, 기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전부 채워져 있었다. 사령관은 이 움직이는 서고를 'Coffin of mankind'라고 이름붙였다.

 

 아리아는 책장의 사이를 지나 조종실로 가 앉았다. 자신의 할일은, 이 '인류의 관'를 관리하고 보수하며 대해를 떠도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고독한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할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종간을 붙잡는다. 'Coffin of mankind'호은 거대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지상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폭음과 텅 빈 격납고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