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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밝은 아침이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먼 거리를 걸어온 탓에 장화의 목은 먼지투성이였다. 그래도 이젠 발가락에 걸리는 돌부리를 있는 힘껏 차줄 수 있을 만큼 힘이 돌아왔다.

 

“... 목 말라.”

 

턱턱 매이는 목을 축이기 위해 장화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 마셨다. 허공에 있는 수증기가 몽글거리며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왔다. 자글자글한 먼지들도 함께.

 

-켁켁.

 

마른 목에 착 달라붙은 먼지 때문에 때 아닌 기침이 나왔다. 거기에 이어 강아지풀이 살랑이는 것마냥 코끝이 간질거렸다.

 

결국 몇 번인가 헛기침을 하고 난 뒤에서 장화는 개운해질 수 있었다.

 

“큭... 크흐흥!”

 

그거 때문에 이상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 뭐 하는 거냐. 나.”

 

망토를 둘러맨 채 멍하니 거리를 맴돌던 장화는 물끄러미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령관과 헤어진 이후 눈에 보이는 기다란 수평선을 향해 걷던 장화는 어느 순간부터 그 해안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부글거리는 파도 거품이 신기하리만큼 하얬던 탓이다.

 

걷는 동안 이상한 것들도 많이 보았다. 파도 사이로 재주 넘기를 하는 돌고래라던가, 모래사장 위에서 땅굴을 파는 듯한 시늉을 하는 토끼라던가, 말라 죽은 게 껍데기 옆에서 살점을 주워먹는 동료 게라던가, 물고기를 등에 매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바이오로이드라던가.

 

“내 얼굴에 뭐 이상한 거라도 묻었었나...”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 기껏 잡은 물고기조차 내던지고 도망가던 그 바이오로이드. 그 때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 아닌데. 분명 예쁘다고 해줬는데.”

 

장화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에 고인 얕은 웅덩이로 걸어간 장화는 그곳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사령관이 예쁘다고 했던 얼굴. 특히나 그 사람이 쓰다듬어주었던 붉은색 머리카락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으으. 뭔 생각하는 거야. 니 발로 나왔는데 딴 생각하면 안 되지.”

 

그렇게 생각하며 장화는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자신을 봤던 바이오로이드도 그냥 놀랄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를 테면 그날따라 물고기가 안 잡혀 너무 지쳤었다던가, 며칠 간 쉬지도 않은 자신의 모습이 귀신처럼 보였더라던가.

 

어쨌든, 자기가 예쁜 건 예쁜 거다.

 

그리 생각하니 예상 외로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장화는 그런 사소한 것에도 자신이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만 했다.

 

“... 으, 왜 이렇게 이상해진 거지.”

 

주인만 보면 헥헥거리고, 칭찬 들으면 미친 듯이 꼬리를 살랑거리고, 그런 이상한 생물을 사람들이 뭐라고 했더라, 분명 그런 걸 보고 뭐라고 하는 고운말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어가 떠오르지 않던 장화는 결국 자기 입에 가장 잘 맞는 말을 선택했다.

“... 나 완전 개새끼 다 됐네.”

 

걸어가는 거리에는 물 웅덩이로 가득했다. 망가져버린 도시는 아직도 철충과의 전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격렬한 전투와 총싸움으로 만연했을 도로는 곰보마냥 파인 아스팔트로 덮여 있었다. 물 웅덩이는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생긴 것이었다.

 

장화는 거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사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된다. 만화경을 보는 것마냥 다채로운 곳에 생긴 물 웅덩이는 좋으나 싫으나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장화는 저기 비춰진 얼굴이 자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으브브브...”

 

천하의 사냥개가 저렇게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고개를 새차게 저은 장화는 다시 열띤 마음으로 웅덩이에 비친 개새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에 열이 나는 것도 아니니 감기는 아닐 텐데 홍당무 같은 저 얼굴은 대체 무슨 일인가? 병이라도 걸린 건가? 그렇다면 아마 아주 징글징글한 상사병일 것이다. 

 

계획한 도착지가 있었는데 이대로 가면 또 저번처럼 주져 앉을 것이 뻔했다. 결국 장화는 날 선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며 숨을 돌리려고 했다.

 

-장화야.

 

근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지금 네가 잡은 손가락이 몇 개인 것 같아?

 

“으갸갸갸갸갹...!”

 

떠올리려던 잔혹한 기억들은 물에 녹은 솜사탕처럼 사라지고, 가장 솜사탕 같은 기억만 멀쩡히 떠올라버린다. 물 웅덩이에 비춰진 솜사탕은 분명 그녀가 떠올리려 한 것과는 전혀 정반대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체면이 있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저 기억들 때문에 방해 받았던 게 얼마인가? 체력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이다. 지금부터는 오기로라도 옛날 장화로 돌아가겠다 마음 먹은 장화였다.

 

-예뻐. 너무 예뻐.

 

그런데 그게 쉽나.

 

“으브브브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으아아아아아--”

 

이를 악 물고 물 웅덩이를 쳐다보던 장화는 고개를 으다다다 돌렸다. 난생 처음 치통을 경험한 아이마냥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 나올 지경이었다.

 

대체 세상에 무슨 기억이 이리도 치명적인가. 이게 치통이라면 그건 분명 단 것들을 너무 많이 먹어 생긴 충치였을 것이다.

 

-나는 장화가 너무 좋아.

 

-제발 부탁이니까 안 가면 안 될까?

 

언제부터는 들은 적도 없는 말들이 막 환청처럼 들린다.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눈을 부릎 떴는데 정작 보이는 건 언제부턴가 그 사람 얼굴뿐이다. 지독한 환상이고 치명적인 망상이다. 언젠가 장화가 죽을 위기에 쳐했을 때 먹었던 전투용 마약도 이것처럼 위험하진 않았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건가? 세상에. 그럼 이렇게 위험한 것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가지고 놀았던 건가?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각하지...”

 

계속 정신머리를 뜯어 고치던 장화는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

 

 

 

“푸하!”

 

물가에 얼굴을 박아 넣고 세차게 고개를 저어가며 세수를 한 장화가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밤하늘에 초승달이 뜨고 나서야 자신이 묶을 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생각했던 만큼 멀리 오지는 못했지만 버려진 상가에서 상태가 괜찮은 카페를 찾을 순 있었다.

 

벽에는 담쟁이 넝쿨들이 몇 십년 전부터 전세를 내놓고 있었고 그 위에 풀벌레들이 밤이 됐다고 찌르르르 노래를 불러대고 있지만 총알과 포탄 떨어지는 소리에 비하면 적막이나 다름 없다.

 

장화는 입고 있던 망토를 헤어진 의자 위에 깔고 그 위에 몸을 눕혔다. 삐- 삐-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차츰 커져갔다.

 

“오늘 이만큼 왔으니 내일은 적당히 가도 되겠지. 괜히 무리하지 말자.”

 

자신이 걸어온 길을 토대로 적정량의 길을 다시 계산했다. 원래대로라면 훨씬 더 먼 곳을 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이상한 생각들 때문에 걸음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앞으로는 예상 도착 지점을 땡겨서 잡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장화는 자신의 목적지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그곳에 있을 마리아 리오보로스의 저택.

 

그녀는 자신이 태어났던 곳-하다 못해 자신이 처음 깨어났던 곳-으로 돌아가 그 때의 광경을 다시 보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전부 다 허물어지고 무너졌을 지도 모르지만 있다면 그 터라도 다시 구경하고 싶다. 어쩌면 성 지하에 있는 시설은 아직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유럽은 철충 때문에 본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니까 운이 좋으면 성채도 다 남아있겠지.”

 

레모네이든지, 레몬라임 주스인지,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바이오로이드가 예전에 유럽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관리가 되고 있었다는 건 철충을 일정 선 이상으로 물러냈다는 뜻. 그렇다면 그녀의 목적지는 의외로 멀쩡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 너무 멀리 가려는 걸까.”

 

의자에 누운 장화는 눈을 꿈뻑거렸다. 무너진 천장 위로 별들이 보였다.

 

살면서 목적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목적에 깔려 죽을 뻔했다. 오늘 사람을 죽이면 다음 타켓이 일주일 내로 정해진다. 대체 어떻게 단 한 사람이 이렇게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을 수가 있을지 놀라울 정도였다.

 

헌데 지금은...

 

“... 힘들다.”

 

뭘 시키는 것이 없으니 몸에 좀이 쑤실 지경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라고 들은 말을 구태여 명령으로 따르며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다. 가고 싶은 곳도 없었기에 사령관이 간 곳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독일로 가야겠단 생각도 그 와중에 우연히 든 것이다.

 

열심히 사는 것 외엔 다른 것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마냥 걷고 또 걸었다. 여차저차 목적지가 정해지니 열심히 할 것이 생겨 나름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오늘처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여전히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천아 그 년은 잘 살고 있으려나... 좋은 게 좋은 거라던데, 이럴 때는 아주 자기 세상이겠어.”

 

뒤져도 지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아갈 년이니 뭐 하나 시킬 사람 없는 이 세상이 아주 천국이겠구만.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그 약삭빠르게 갈라진 샛바닥이 생각났다. 천아도 오르카 호로 돌아갔을까? 갔다면 사령관을 만났겠지? 만약 만난다고 하면...

 

“설마... 사령관이? ... 아니지. 그럴 사람 아닐 거야.”

 

장화는 그녀가 만난 사령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힘들 때면 옆에 와 위로해주고, 안아달라 하지도 않았는데 늘 넉넉하게 안아주는 사람. 자신을 향해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어금니를 들어낼 때도 당연히 자신을 죽이려 왔을 거라 말하며 여유롭게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

 

그런 사람이 천아 같이 능글뱅이에게 휘둘릴 리는 없을 거다. 그리 생각하니 사령관을 살리고 일대일로 사랑 고백까지 한 자신이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워졌다.

 

“흠흠... 빨리 자자. 그래야 내일 갈 수 있으니까.”

 

으쓱거리는 어깨를 조용히 손으로 내리며 장화는 망토 속에서 두꺼운 종이 뭉치를 손으로 꼭 쥐었다. 헤어진 천 자락이 종이에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여간 잠이 오지 않았던 탓에 장화는 반가오리 같은 눈을 뜨며 품 속에서 책을 꺼냈다.

 

<ㅈ간 사령관 몸으로 환생한 라붕이>

 

그 이상했던 부제가 결국 책 제목이 되어 있었다.

 

“만약 거기 도착하면... 누구한테 읽어줄까. 너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듣다가 무시해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 전에 읽어줄 대상은 있었던가? 정 안 되면 주변에 있는 바이오로이드 아무나 납치해다가 낭독회를 버릴 생각을 하고 있던 장화였다.

 

-착하게 지내야지.

 

“...... 으으.”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귓가에 사령관이 그렇게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자기 혼자 읽고 말아버릴까, 생각해보니 누구 앞에서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책은 무슨, 멀쩡한 대화라도 하면 다행이었지.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은 그녀를 죽이려고 온 사람이거나, 죽을 지도 모르고 온 사람뿐이었으니까.

 

“그럼 누구를...”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장화의 얼굴로 무언가 차락, 떨어졌다.

 

“... 눈?”

 

그러고 보니 이곳이 지금 겨울이란 것을 잊고 있었다. 밤이라 잘 몰랐지만 하늘에는 제법 먹구름이 껴있었다. 눈발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알맹이가 실하고 옹골찬 것이 피부에 톡 떨어지면 냉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으... 기껏 자려고 이불 펴놨더니 이게 뭐야. 자리부터 바꾸든가 해야...”

 

그때 문득 스치는 한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죽어서 유골조차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유골은커녕 제대로 된 무덤이라도 있을지 모를 사람이었다.

 

장화의 지인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름조차 모르는 생판 남이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는 사람이라 부를 만큼 친하지도 않았지만, 사령관 다음으로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이었다.

 

“... 그 애라면.”

 

어린 소녀.

 

장화는 자신에게 아직 죄책감이 남아있을 때 죽였던, 자신에게 물을 건네준 그 소녀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슨 낯짝이 있다고 그 애를 찾아가겠나. 아니, 찾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장화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그 아이를 죽여버렸으니까.

 

장화는 망토를 들고 카페의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천장이 멀쩡해서 눈이 바닥에 쌓이는 일은 없었다. 의자의 쿠션을 빼와 바닥에 깔고 다시 자리에 누운 장화는 두꺼운 소설책을 꼭 쥔 채로 바닥에 웅크렸다.

 

“......”

 

-장화야.

 

“... 아니. 이번에는 아니야.”

 

-이제 아무도 너를 옭아매지 못해.

 

“그래도 이건 아니야.”

 

-왜?

 

“그건... 내가 나빴던 게 확실하니까. 미안하다고 한 마디 말도 못했어.”

 

-그러니까 하러 가야지.

 

“......”

 

꾸욱, 장화의 손에 책이 웅크러졌다.

 

-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읽어줘. 네가 좋아했던 얘기들. 어디서 시원하게 치고 받고 싸웠다던가, 나쁜 사람들은 잔뜩 혼내줬던 이야기들 말이야.

 

사락-

 

바람결에 책장이 팔랑거렸다. 장화는 물끄러미 흩날리는 종잇장을 보다가 말없이 책을 펼쳤다. 거기엔 사령관이 레오나와 화해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넘겼다. 사향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글이 적혀 있었다. 자신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당하게 칼을 뽑고 싸웠던 요안나의 검무가 그려져 있었다.

 

-분명 좋아할 거야. 어린애들은 그런 거에 사족을 못 쓰거든.

 

“... 그럴까?”

 

-아니면 뭐 어때? 그러면 그때 가서 그 애가 좋아할 이야기를 해주면 되지.

 

참 무책임한 말.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령관이라면 이렇게 속 편한 얘기를 했을 것 같았다.

 

푸후-

 

장화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엉킨 타래 같은 것이 한숨에 휙, 하고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용서 받고 싶다면, 먼저 용서를 구해라...”

 

사령관이라면 그렇게 말했을 거다. 참 편하게 산다, 용서 같은 건 여유가 있어야 구할 수 있는 거다, 예전의 장화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화는 작은 말로 속삭였다.

 

“진짜 어렵게 사네. 사령관.”

 

이불을 팍, 하고 뒤집어 썼다. 얇은 망토일 뿐인데도 주변이 고요하니 온기가 몽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따스함에 솜털이 오소소 섰다. 두꺼운 책 때문에 평소처럼 눕기 어려웠지만 책을 이불처럼 배에 바짝 끌어안고 있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내일 일어나면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이상한 기억들 때문에 또 허공에 발길질 할 거 생각하면 좀 여유롭게 잡아야겠다. 가면서 먹을 것도 좀 챙기고, 숨도 돌리면서 걸어야겠다.

 

장화는 몸을 뒤척이며 창문에 비치는 달을 보았다.

 

“사령관.”

 

-응.

 

“하고 싶은 게 생긴 것 같아.”

 

대륙 저 반대편으로 걸어가도 저 달은 똑같이 보이겠지? 문득 그게 확인하고 싶어졌다. 여기서 맡은 밤 냄새가 저 건너편에서도 똑같을지 맡아보고 싶어졌다.

 

그때, 그녀가 보았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아마 안 될 것 같긴 한데, 상관 없겠지?”

 

아마 사령관이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래. 그럼 해볼래. 사령관이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했으니까.”

 

아마 사령관이었다면, 빙그레 웃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장화는 눈을 감았다.

 

“용서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올게. 안 될 것 같긴 한데, 아마 분명 안 될 텐데 한 번 해보고 올게.”

 

“그게 다 끝나면, 그 때 다시 만나도 괜찮지?”

 

아마 사령관이었다면 대답 대신 폭 안아줬을 것이다.

 

“그래. 알았어. 잘 자.”

 

장화는 그렇게 잠에 들었다.

 

아마 기나긴 여정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

 

 

 

“그러고 보니....”

 

몸을 뒤척이던 장화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속닥거렸다.

 

“사령관 눈동자 색이 보라색이었던가?”

 

 

 

*

 



누군가 계속 써달란 말을 해줘서 다시 글을 쓴다...


재미있게 봤다면 추천, 댓글 써주세오... 필력은 아직 쓸만한 가오?


다음화: https://arca.live/b/lastorigin/78464180?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