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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델타는 파일을 열자마자 얼굴이 굳어버렸다.

왜냐하면


-하으응, 사령관. 더 소프트하게~ 제가 항상 말했잖아요. 너무 러프 하면 엘레강스 하지 못하다니까요.


화면 가득 보이는 것은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는 오드리 드림위버가 누군가의 위에서 잔뜩 흐트러져있는 모습이었으니까.


물론 레모네이드 델타는 오드리 드림위버가 흐트러지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흐트러지는 것을 넘어서 언제나 고귀한 척, 잘난 척을 해대는 저 빌어먹을 표정과 몸짓이 땅바닥에 처박혀 벌레처럼 기어다니다가 쓰레기처럼 나뒹구는 것을 좋아했다. 언제나 짜증나게 굴려대는 저 혓바닥이 흙먼지를 핥아대다가 짓이겨지는 것을 바라왔다.

그 광경이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볼품없으면 볼품없을수록 레모네이드 델타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그것이 그녀가 세상 무엇보다 극진히 모시는 주인님의 눈길을 단 한번이라도 훔쳤던 역겨운 바이오로이드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최후였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화면 속 광경은 조금도 유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흐트러져있는 오드리 드림위버의 눈빛속에는 절망과 공포, 후회 대신 기쁨과 애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그렇지만 오드리 네가 허리를 자꾸...

-어머, 사령관 여기서 여성탓으로 돌리는 거예요? 델리커시가 부족하네요~ 그런 입은-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춘 오드리 드림위버는 그 아름다운 백색의 단발머리를 흔들며 얼굴을 낮추었다


- 이렇게 막아버릴 거예요~

-오, 오드ㄹ...음...츄


그리고 오드리 드림위버가 혀를 굴려대는 짜증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는 오드리 드림위버가 내는 달콤한 신음소리로 가득찼다.

그것은 레모네이드 델타의 분노를 더욱 자아냈다.


멸망전 보았던 광경이 레모네이드 델타의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가 극진히 모시는 주인의 옷을 만들어 극찬을 받던 오드리 드림위버. 그리고 그날 밤, 주인의 방 안에서 들리던 저 천박하기 그지없는 신음소리.


주인님이 여자를 안는 것은 자주 있던 일이었다. 또한 자신이 제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총명함을 자랑하는 비서라고 해도 자신은 그저 바이오로이드 라는 것을 레모네이드 델타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그녀 자신이 아무리 주인님에게 애정을 쏟는다 해도 자신에게 그 애정과 신뢰가 10000분의 1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인님의 방에서 저 역겨운 신음소리가 들려오던 날 그녀의 모든 논리는 무너졌다. 바이오로이드가, 고작해야 옷이나 만들어낼줄이나 아는 저 하등한 년이 주인님의 온정을 받는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후 레모네이드 델타의 대응은 사뭇 복잡했지만, 동시에 단순했다.

해당 오드리 드림위버를 잠시 다른 지역에 파견시켰고, 그 개체는 사고사했다. 그리고 이후 전쟁에서 전투에 필요하다며 오드리 드림위버 모델들을 전선으로 몰아냈다.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사고를 당한 오드리 드림위버를 다른 지역에 파견해야 했으며, 오드리 드림위버 개체들의 전선투입은 필요한 일이었다.


다만 레모네이드 델타는 사고사한 오드리 드림위버가 탄 차량이 정비가 불량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선에 투입된 오드리 드림위버들이 대부분 전사할 거란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드리 드림위버들을 재생산할 계획을 없앴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굴욕을 준 오드리 드림위버 개체는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었다.

화면에 보이는 남자, 오르카호의 사령관이라 불리는 최후의 인간이 찾아내기 전까지는.


"어떻게 ......"


화면속에서 애정가득한 눈으로 오드리 드림위버의 머리와 허리를 쓰다듬는 남자를 보면서 레모네이드 델타는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사랑해마지않는 주인님의 부활에 필요한 유일한 열쇠가 그녀가 가장 증오하는 존재를 사랑스럽게 껴안는 모습을, 열렬하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더 기분이 좋을지 이미 익숙하다는듯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레모네이드 델타는 두근대는 자신의 가슴을 깨달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분노로 쿵쿵대며 뛰고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흐르는 이 액체는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그녀는 그 질문에 대해 조금도 답하지 못한채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격렬하게 뛰는 가슴을 안은 채 영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남은 레모네이드 5

이걸 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폰으로 적는 내가 레전드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