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일어나 밥은 먹고 자. 나도 배고프단 말이야."

주말 이른 아침부터 토모가 나를 깨웠다. 누구는 어제 그렇게 고민하다가 잠들었는데 본인은 일찍 잔 모양이다. 조금 더 자고 싶지만 언제 토모가 음식을 먹은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일어났다. 토모는 부러진 봉과 함께 내 앞에 앉아있었다. 저거 바벨용이라 엄청 튼튼한건데..

그런데 너무 가깝다, 은근히 큰 가슴이 가까이 오니 내 주니어는 이미 아침버프를 받아 풀 장전을 하고 있었다. 좀 가만히 있어 

"토모 너무 가까운데 좀 떨어져."

그제야 토모도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약간 뒤로 갔다. 그런데 봉이 부러졌다는건 여기까지 기어서 왔다는건데 얼마나 배고팠으면 그랬을까?

"그건 그렇고 너 마지막으로 밥 언제 먹었냐? 많이 배고파?"

"응.. 마지막으로 먹은지 거의 4일째야.. 미안해. 혹시 많이 피곤했어?"

"아냐. 일단 밥은 먹어야지. 그 먹보 토모가 안쓰러진게 용하네."

"나 그정도는 아니였어."

마지막 장난은 반응이 좋네. 쟤 고등학교때 참 잘먹었는데 어제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확실히 조금 살이 빠지긴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니 어제 토모를 사서 경제적 충격이 바로 느껴진다. 되도록 맛있는걸 먹이고 싶긴 한데 내 지갑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쩔수 없나. 

"야 토모 잠깐만 조용히 있어봐."

나는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아버지는 굉장히 빨리 전화를 받으셨다. 역시 늙으면 아침 잠이 줄어든다더니 그 말은 사실이 확실하다. 아버지는 꽤나 숨이 찬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약간 걱정되네.

"여 아들 무슨일이냐? 니가 먼저 전화를 하고."

"숨 차시는데 어디 안 좋아요?"

"아니야. 아니야. 우리 바닐라랑 아침 산책 좀 했지. 침대 위에서"

아 정말 정정하네. 20년은 더 사시겠다.

"요전에 보낸 용돈은 잘 받으셨어요? 많이 못 보내줘서 죄송한데"

"뭘 그런걸로 그건 그렇고 아들아 나는 손주 빨리 보고 싶은데 좋은 소식 없냐?직장도 있눈데 여자 하나 정도는 있을만 한데"

"그게..."

"뭐 우리 아들이 쑥맥이긴 하지. 그러다 너 마법사로 전직한다. 아이 여편네가 가만히 뭐가 주책이야 이게"

거 참 아침부터 속 후벼파네. 토모는 그새 심심한지 내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

"그 아버지 정말 미안한데요. 이번달.."

"으아아아 민석아 살려.."

토모가 옷장을 열고 그 위 떨어지는 이불에 깔렸다. 거참 아침부터 시트콤 거하게 찍고 있는데 왠지 예전 고등학교때 토모같아서 약간 마음이 놓인다. 쟤 저렇게 청소도구에도 깔렸었지. 그런데 이 목소리 분명 우리 아빠가 들었겠지. 아침부터 주책듣겠군.

"오호 아들아 돈이 모자라겠구나. 알겄다 바로 아이 좀 기다려 자기야. 어미 바꿔줄게."

"진짜냐 아들아. 정말이야? 네 얼굴 네 성격에 손주는 평생 없을 줄 알아서 바이오로이드 고민하고 있었는데 경사네 경사야. 그래 걱정말고 엄마가 바로 생활비 넣을게. 우리 손주 볼라면 뭘 못하겠어.어여 끊어 니 애비처럼 여자 못 챙기면 안된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바로 내 통장에는 생각보다 큰 돈이 일시불로 들어왔다. 이렇게 돈 문제가 해결되니 그건 좋은데..

토모는 아직도 이불에 깔려서 이불을 때리고 있었다. 뇌 교체도 생각은 해봐야 하나? 일어나서 이불을 들고 다시 옷장에 넣으니 토모가 배가 더욱 고픈듯 배를 쓰다듬고 있다. 돈도 생겼겠다. 일단 밥이나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나 해야겠네. 메뉴는... 옛날 생각나니 짜장으로 하자.

"야 짜장으로 하자. 고딩때 많이 먹었자너. 그러다 주임한테 걸렸을때 진짜 뒤지는 줄 알았는데"

"오, 맞아 그랬지. 야 돈도 버는데 탕수육도 사줘. 고등학교때는 내가 샀자나."

당연히 샀다. 오랜만에 혼자사는 집안에서 시끌벅적하니 좋았다. 그래 이게 사람사는 집이지. 

얼마안가서 익스프레스가 짜장 둘 탕수육 하나 그리고 군만두 4개는 서비스로 갔다줬다.

내 방에서 박스하나 펴놓고 앉아서 토모와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

"야 천천히 머거. 체해 임마.야 애들은 잘 지내냐."

"웅? 긍쎙 웅 망당. 수징이 걔 성샌님되서 학굥왔어."

입에 짜장을 가득 채우고 말하는게 어찌 하나도 안 변했다. 그나저나 참 맛있게 먹네. 내꺼 좀 줘야하나? 입에 머금은 짜장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새는 뭐하면서 살아? 너도 자는거 보니까 엄청 피곤해 보이네."

"그렇지.. 그래도 직장이 있는게 어디냐.. 거참 야 소스붇지마 새꺄."

우리는 밥만 먹는데도 한참동안 웃으며 옛날얘기 우리가 살아온 얘기를 했다. 

서로 힘든 삶을 살았는지 서로 할 얘기가 엄청 많았는데 서로 보며 웃느라 밥을 이렇게 오래동안 먹은것도 참 오랜만이다.

밥을 다 먹을때쯤 이제 슬슬 일상 생활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근데 이제 슬슬 여기서 살 얘기를 해봐야 하는데.. 그 다리 치료가능한가?"
"어 글쎄 아마 가능은 한데 좀 비쌀꺼야. 한 200쯤?"

아무리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조금 얻었어도 바로 해주기에는 꽤나 비싼 돈이다. 그런데 저 다리로는 뭘 시키기에는 무리인데..

그렇게 앉아서 고민을 시작하니 토모가 지루해하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이 옷 불편해 같이 사러 가자."

"어떻게? 다리도 그런데?"

"업어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제는 밤늦은 저녁이어서 가능했는데 지금은 아예 대낮이다. 그것도 주말 대낮에? 바이오로이드를 업고?

그렇지만 토모는 나를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 눈 때문에 고등학교때도 엄청 수업도 째겼는데..

7년이 지났어도 나는 그대로였다. 나는 그렇게 토모를 업고 시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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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단편만 쓸려던거 반응이 좋아서 더 길게 쓰려니 잘 안써지네 한 4편쓸듯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