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안 무거워?"

그렇게 토모를 업고 밖으로 나오니 이제야 토모는 약간 부끄러운듯 했다. 나 역시 집에서부터 다른 이웃들의 시선때문에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안 무겁네. 고등학교때는 꽤 무거워서 자주 놀렸는데.. 토모가 그대로인걸까, 내가 좀 힘이 세진걸까? 그래도 시내에는 간혹가다 바이오로이드와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론야 업고다니는 사람은 나 하나였지만.. 데이트하는 사람들은 킥킥 웃으며 나를 보고 지나간다. 그래도 크게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갑자기토모가 내 머리를 툭툭 친다. 요새 안 그래도 머리빠지는데

"야, 안 무겁냐고 민석.. 그리고 일단 그 지팡이 먼저 사자. 이러고 다니기 좀 부끄러워."

"너 예전에는 이러고 애들 업고 다녔자나. 무슨 훈련인가 뭔가 해서 그때 거의 0.1톤 짜리 애도.."

"아 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일단 지팡이 먼저 사자고."

등뒤에서 퍽퍽 때리니 아프긴 하다. 그리고 토모.. 목발이라는 말을 모르는거니.. 역시 토모다워서 약간 웃음이 난다.

"야 왜 웃어.. 장난아니야. 빨리 지팡이 먼저 사자고"

"예예 토모 공주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아 진짜 왜 그래 민석아..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아 토모랑 장난치는게 재밌어서 어느새 주변 사람들 시선을 잊고 말았다. 다들 우릴 보고 킥킥대며 웃고있었다. 그래도 빨리 벗어나면 괜찮겠지 물론 괜찮지. 그렇게 발걸음을 빨리 하려고 하자 시내 옷가게 사장님이 나를 불렀다.

"어이구 총각 길에서 그러지 말고 내 가게에서 해 좀 깍아줄게. 커플룩도 많으니까 어서 들어오라고."

"나..나중에 올게요."

이렇게 소리치고 최대한 빨리 거리를 달렸다. 잠깐 봤지만 토모도 나도 얼굴이 빨게져서 무슨 홍당무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최대한 빨리 달렸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금방 바이오로이드 복구센터에 도착했다. 일단 정확하게 수리 견적이나 뽑아볼라고 여기로 왔는데 안에 사람이 없나? 꽤나 조용한데..

"정비공은 여기있거든."

으아 깜짝이야. 토모가 깜짝 놀라서 내 어깨를 움켜잡았다. 나 역시 놀라서 크게 돌다가 약간 손이 미끄러졌다. 정비공이라고 말하는 누나는 그걸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친구  그런건 자랑하는거 아니거든 외로운 사람들은 배알이 꼴리거든 자자 일단 저기 눕혀줘. 천천히 봐야하거든."

그나저나 말투 참 독특하네. 그런데 토모가 옆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잘 들리지도 않는데.

"빨...내.. 팬...."

"왜 토모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니까.. 나 팬..."

너무 작아서 잘 안들리는데

"그니까 민석아 나 팬티보이고 있다고 빨리 들어가자고.."

약간 큰 목소리에 그제야 토모 상태를 눈치챘다. 그렇게 토모를 정비소에 눕히니 엄청나게 얼굴이 빨게져 있었다. 그건 그렇고 흰색에 교복은 확실히.. 아니 얘는 토모야. 내 고등학교때 친구라고 정신차리자 민석..

"미안.토모 많이 부끄러웠나 보네."

토모는 약간 삐진 듯 볼을 크게 부풀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고등학교때는 본 적이 없는데 그러면서 얼굴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있으니 토모는 아직도 고등학교 소녀같았다. 

따라들어온 정비공 누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사이좋아보이거든 그래서 다리가 문제인거 같은데 그런 위험한 플레이는 몸에 안 좋거든."

"그게 아직 여자친구도 아니에요. 정비공 누나."

"후후 나는 포츈이거든 그러면 엄청 사이가 좋은 모양이거든. 대부분 바이오로이드가 다치면 택배로 보내는데 이렇게 업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일단 검사할테니 서로 얘기나 하고 있든지 편하게 있으면 되거든"

그렇게 말하고는 포츈은 토모의 다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토모한테 사과는 해야겠지? 뭐라고 말을 걸지라며 고민하고 있으니 토모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있지.. 민석아. 미안 그리 화내면 안되는데"

"뭐 괜찮아. 화낼만 했어. 천하의 토모가 꽤 유해졌네."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서로서로 약간 낯부끄러워서인지 한동안 포츈의 정비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치료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지.. 이거 치료는 가능하겠지.. 일단 오긴 왔지만 돈 걱정이 먼저 들었다. 약간 혐오스럽다. 이래서야 친구를 돈으로 보는거 같았다. 사실 내 입장에서야 그렇지 토모는 더욱 부담 될 수도 있는데.. 약간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이 많아졌다. 토모는... 그렇게 토모를 바라보니 무려 토모는

자고있었다. 그걸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토모는 토모인데 그런데 자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예쁘다. 고등학교때도 이랬나?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토모의 숨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그 앵두같은 입술이서 나오는 사근사근한 소리를 더 잘 듣고싶은데..

"역시 남자친구가 맞거든. 그런데 그런건 일어났을때 하는게 좋거든 그리고 내가 배알 틀리거든.."

깜짝이야. 포츈시가 나를 놀리듯 말했다. 심장이 엄청나게 뛰고 있었는데 포츈시가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종이에 글씨를 쓰고 나에게 넘겼다.

"600만원"

"무슨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다치고 오래 방치되서 아예 싹 갈아야 하거든.. 보아하니 그런 돈은 없어 보이거든 그래서 말인데"

"돈은 아직은 없네요. 혹시 목발이라도 먼저 만드는 건 비쌀까요?"

"바이오로이드 말은 끝까지 듣는거 거든. 이거 더 늦으면 아예 복구도 못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사정을 좀 말해주는거거든."

나는 토모가 잠들어있는 동안 내가 토모를 만난 경위를 말했다. 포츈은 꽤나 진지하게 듣더니 마음을 정한 듯 나를 큰 빠루를 들고 후려쳤다.

"뭐하는 거에요."

"내 실수로 다친거거든. 무료로 서비스를 해줘야 하거든."

"그러면 돈을 못 받자나요. 여기 주인한테는 뭐라고 말하시게요? 괜찮으세요?"

포츈은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는 토모의 다리에 뭔가 여러가지를 주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토모의 자리를 잘라내자 금방 새 다리가 자라났다. 토모는 약간 아픈지 일어났다.

"으 민석아.. 깜빡 잠들었네."

"이제 다 나았거든.. 빨리 가는게 좋거든.."

토모는 일어나서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되자 좋아서 방방 뛰었다. 연신 포츈에게 고마움을 표하지만 포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돈을 못 받아낸 바이오로이드는..

포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출구를 가리켰다. 

나는 다리를 보고 좋아하는 토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토모는 영문을 몰랐다. 허나 등뒤에서 포츈이 소리쳤다.

"웃는거거든 조건은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거든."

그렇지.. 돈을 받아내지 못 한 바이오로이드는.. 아마 처분된다. 저 포츈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토모에게 미소지었다. 

"옷이나 사러 갈까? 밥 먼저 먹을래?"

"오! 그러면 옷 먼저 사자. 교복 이거 무지 불편해."

그렇게 우리는 웃으면서 다시 시내로 돌아갔다.

다음에도 저 정비소에 포츈이 남아있기를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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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포츈얘기도 각이 나왔다. 

그런데 전 글 링크같은거 걸어두는게 더 편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