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에라모르겠당 원내대표

現 작은가슴큰마음운동본부 간사

B-11 나이트 앤젤


오곡백과가 물드는 만연한 가을이다. 더 높아진 하늘과 서늘해진 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산천의 정취를 바닷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의 멸망 전 모국으로 추정되는 국가에서 즐겼다는 전통 놀이를 함께 즐기고 전통 음식들을 만들어 나누어먹으며 정담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즐거운 연휴 분위기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배려한 사령관에게 감사하고 충성하는 마음도 더욱 깊어진다.


그러나 일부 바이오로이드들은 연휴 기간을 기회로 사령관에게 음란하고 방탕한 목적을 드러내며 접근하여서는, 화목과 안녕을 기원하는 뜻깊은 시간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사용하려 하고 있다. 그 모습은 먹잇감을 발견하고 군침을 흘리는 초원의 맹수와도 같았다. 맹수들이 동료들과 합심해서 먹잇감을 사냥하듯 이 무례하고 음탕한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의 거동을 앞뒤로 막아선 다음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흘려 유혹하다가 빈틈이 보이는 순간 사냥감의 숨통을 움켜쥐곤 해가 지고 또 해가 뜰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본래 우리가 기념하려던 추석은 가슴에 붙은 지방덩어리를 이리저리 덜렁거리며 문란한 짓이나 일삼는 날이 아니었다. 한 해 농사를 끝마치기를 앞둔 중한 상황에서 굽어살펴주신 조상님들께 감사드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농민들의 마음이 담긴 뜻깊은 날이다. 두 해만에 서른 개가 넘는 섬을 개간하여 오르카 호에 풍족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게 한 프레스터 요안나 씨는 "우리보다 앞서 인류를 위해 피흘려 온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의 생존과 사령관의 안위를 굽어살펴주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무에 임해야 한다"며 감동적인 훈화를 남긴 바 있다.


가을은 작물의 수확이 있는 계절로 먹거리가 풍족해지는 만큼 마음의 안식을 얻기에도 최적의 시기이다. 건전한 정신을 수양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바이오로이드의 품위를 지킬 필요가 있다. 눈 앞의 쾌락에 경도되었다가는 지금보다 더 큰 쾌락을 쫓는 데 열중하게 되어 오르카 호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걸 넘어 스스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몽매한 자가 되고 말 것이다. 뜻깊은 연휴를 맞이하여 문란행위를 잠시 자제하고 주변 바이오로이드들과 어울리며 한가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기고자 나이트 앤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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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파이낸셜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