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xx년 9월 어느날, 사령관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령관이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심각한 정액 손실에 의한 탈진 상태였으며, 의료관련 기능이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응급 단백질 보충으로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피해자 철남(직업 사령관)이 의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향하자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응급실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비키세요, 지나갑니다. 경찰입니다"


입구를 막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을 간신히 밀쳐내고 나셔야 겨우 사령관이 입원한 병실의 문에 손이 닿았다.


"뭐야, 지금 사령관님께서 안정 중이신거 몰라?"


"어딜 들어가는거야. 아직 정실인 나도 못들어갔는데"


"문만 열려봐. 바로 들어가서 덮쳐버릴거니까...후....후후후"


한심한 바이오로이드들이다. 사건의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날 보며 암컷으로 인식하고 경계하는 이 하이에나 무리들을 보고 있으면

역겹단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사령관, 몸은 좀 어떻습니까?"


"이름이....어떻게 되더라?"


"사디어스, 사디라고 불러주시죠"


"응....그럴게, 무슨 일이야 사디?"


사령관의 요청으로 텅 비어있는 병실 안, 사령관은 기력이 쇠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 평소 건강미가 넘치던걸로 기억했기에

그의 팔에 꽂힌 링겔은 이질감이 들 정도였다.


"저번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조사해볼까합니다. 협조 해주시죠"


"그거라면, 조사할 것도 없어"


"그게 무슨 뜻이죠?"


"내가 자초한 일이거든, 누가 헤코지 한건 아니고 헤헤..."


사령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 날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밖에 서있는 애들 봤지? 다 나만 보고 있는 애들인데....솔직히 이제는 무서워. 하루 건너 하루, 쉬는 날도 없고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사령관이라고 부르면서 날 여기에 묶어두고 하는게 결국은 뭐야? 난 남창이지 사령관이 아냐"


"진정하시죠. 다들 사령관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짓말"


사령관의 눈동자는 총기가 전혀 보이질 않았고 호흡은 점점 가빠졌다.


"간호원, 사령관 상태가 이상합니다"


서둘러 간호원을 호출했고, 사령관에게 진정제를 투여한 뒤에 잠시 그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원래였으면 사령관을 생각해 자리를 피해주는게 맞겠지만 그의 마지막 말을 들은 순간 그렇게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애들이 올거야, 천장에서 침대 밑에서 아니면 이불 밑에 숨어있나?? 잠들기 전까지만 날 지켜줄수있어?'


진정제를 맞고 잠에 들기 전, 야위어진 손으로 내 팔을 잡으며 절규하듯 말한 사령관.....

그런줄도 모르고 밖에는 계속해서 하이에나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2시간째 안나오는데, 저거 떡치고 있는거 아냐?'


'저 샹년, 딱 봐도 똥꼬까지 벌릴 년인데 사령관이 홀딱빠지면 어떡하지?'


'후히히, 혹시 하는 중이면...같이 끼워달라고 부탁할까?'


온갖 추잡한 소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짐승들, 그 역겨움에 토악질이 올라온다.

사령관의 심신안정에도 저 녀석들은 해악이 될 것이기에 조금은 과할지도 모르지만 켈베로스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귀여운 외모에 서글서글한 성격이 매력적인 아이지만, 진압에 들어갈때의 그녀는 이름 그대로 켈베로스, 세개의 머리가 달린

지옥의 개새끼였다. 


그녀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의 정리를 마치고, 나는 다시 사령관이 깨어날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사디, 아직 있었구나. 다행이다..."


잔뜩 잠긴 목소리로 사령관이 불렀다. 곁에 있어준 것 뿐인데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물 좀 드릴까요?"


"응, 부탁할게"


냉장고에 넣어둔 생수 한 병을 꺼내 컵에 따른다. 사령관이 혼자 일어나기도 힘들어보여 그의 목을 부축해주려했지만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절하기에 빨대를 꽂아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미안, 사디가 그런 사람은 아닌거 아는데 그게 잘 안되네"


"괜찮습니다. 우선 물부터 드시죠"


목이 많이 탄 듯 빨대로 물을 열심히 흡입한 뒤 사령관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애들은 갔어?"


"그 애들이라면"


"저기 문 앞에 있던 애들....."


사령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눈물을 글썽이는 사령관이었다.


"사디, 너라도 있어줘서 다행이야. 다 너같은 애들만 있으면 좋겠는데...."


사령관은 눈물을 닦으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도 좋았어. 저렇게 예쁜 애들이 나만 바라봐주고 뭐든 다 해주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나도 그거에 맞춰주려고 노력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 함내에 남자는 나 하나잖아?

 거기서부터 잘못된거같아"


"계속 하시죠"


"처음엔 사랑한다 말해주는것만으로도 만족했어. 하지만 그 이후는 키스, 그 다음은 성관계를 요구했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먼저라며 우선순위까지 정하더니 어느날은 누구랑 잤냐고 추궁까지 하는거 있지? 그래도 과하긴 했지만 다 내가

 좋아서 그런거니까....그런거구나 하고 참았지. 참았는데......그게 더는 안서는거야...."


"안선다는거면 성기가?"


"응, 성기...."


예상치도 못한 사령관의 말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발기부전이 이번 사건의 원인? 우선은 사령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어느 누굴 데려와도 마찬가지였어. 몇번이고 몇시간이고 어떻게든 세워보려고 노력하는 그 애들이 안쓰러워서 어떻게든 해보려했는데,

 나중에 알게된거지. 그 애들이 원인이라는걸"


"그렇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발기부전이란 말이군요. 그게 이번 일이랑 어떤 관련인거죠?"


질문에 사령관은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해결법은 간단했어. 나 혼자 있을땐 괜찮아지더라. 생각해보니 난 나 혼자서 발기도 못시켜본 놈이었던거야.

 계속해서 요구 당하고 억지로 세워지고 물고 빨리던거였지. 그리고 그걸 알게 되었을때 난 비로소 해방감을 느낄수 있었어"


"그거라면??"


"자위, 그래....그걸 할때야 비로소 난 내 자신이 될수있었어"


"....저로써는 좀 이해가 되질 않네요"


"사디는 이해 못할거야. 이건 개인적인 일이니까"


기대에 부응해 살아야만 했던 그의 인생에서 자위는 생각보다 큰 가치가 있었던걸까? 사령관은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서스럼없이,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듯 나에게 이야기했다.


"처음엔 손이었어. 내가 내 자신을 그...위로한다는게 좀 이상했거든? 근데 누군가를 만족 시킬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온전히

내 해방감, 내 쾌감이었어. 싸고 싶을때 싸고 맘대로 할수있는거지"


"듣고있자니 조금은 부끄럽네요. 순화해주실순 없나요?"


"아, 미안. 이런 이야긴 처음 하는거라....."


"괜찮습니다. 저도 처음 듣는거니"


사령관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행위에 익숙해질수록 다른 아이들은 눈에 안들어오는거야. 아니, 오히려 피하게 되는거지. 관계의 단절은 결국 오해를 일으키고

 알게 모르게 함내에서도 소란스러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데....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그 행위에 좀 더 열을 올렸어. 그래도 생활에 지장을 

 주면  안되니깐, 일과 시간 외에 몰래몰래 했지. 하지만 작전상의 이유로 3일 밤낮으로 지휘했던 이후에 일이 생겼어"


"일이라면??"


"몰래...하는 행위에 눈을 뜨고 만거야. 그 애들은 목슴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데 몸은 점점 지쳐가고 목슴을 걸어야하는 상황에서 이상하게

그곳은 아플 정도로 욱신거렸지. 결국 지휘를 하던 와중에 난 그 곳을 움켜잡고 절규하듯 그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흔들었어.

'레오나! 왼쪽이 비어' '포격 지원은 언제오는거지?' 그렇게 열렬히 외쳐대며 나는......"


"그럴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인간의 성욕은 종족번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극도로 발달한다는군요"


"그런건가봐...문제는 그 이후로 난 작전 중에도 회의중에도, 그리고 집무 중에도 계속해서 그런 행위를 한거지"


"그렇다는건 어제 있었던 일은?"


"맞아,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지"


한참을 이야기 한 사령관은 지친 듯 다시 침대에 누웠다. 


"사령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사령관의 명령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생각도 해봤는데, 역시 아닌거같아. 실망감만 줄수도 없는 노릇이고.....다시 전으로 돌아가야지"


그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간 종마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령관,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든걸까?

그의 팔에 꽂힌 링겔 마지막 병의 투여가 끝나고 사령관은 처량하게 간호원의 손에 이끌려 비밀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를 말리고 싶었지만 말릴 수 없는 이 상황,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사건을 조사했는지 허무감만 남은 채로 사건을 종결해야만 했다.



-case 01 사령관 자위중독 사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