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이 타오른다. 무너져 내리는 천수각. 불타오르는 대들보.

모든것을 집어삼키려는듯 혀를 날름거리는 불의 벽.

그리고 이 모든것을 잊어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죽음이 눈앞에 서 있었다.


"어째...서...?"


목소리가 떨려왔다. 쿠나이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진다. 시계(視界)가 흔들린다.

눈앞에 서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 아니다. 눈앞에 서있는 자의 존재 자체가 나를 뒤흔들고 있는것이다.

말도 안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화염을 등지고 나의 앞에서 노다치를 쥐고 서있는 저자는...

절대 이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 아니 있을수 없는 존재...


"죽...인다...."


"어째서...당신이..."


"죽인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 의지가 없는 눈빛...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자는....아니 그녀는... 분명 그때... 분명 그때 죽었을텐데!

이것은 망령인가? 아니면 불꽃속에서 보는 환각인가?

그럼에도 저것이 내뿜는 칼날같은 살기만은 저것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신이 몸을 낮췄다.

저건, 좋지 않다. 익숙한 그녀의 기술.

필살의 일격이 그려진다. 압도적인 죽음의 형상.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몸이 자동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순간, 죽음이 달려들었다.


카가각!


쿠나이를 들어 가까스로 그 공격을 빗겨낸다.

이어지는 연격 내질러지는 죽음 속에서 나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어째서 살아있는건가요 언니!!!!!!!!!!!!!!!!"



시들어버린 무로마치의 꽃 - 화염의 장 - PROLOG. 불타는 천수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