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오르카 호. 알프레드는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모두와 함께하는 즐거운 공동체 생활. 지난 수십년간의 고독을 말끔하게 치유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 복도에 이르렀을 때, 한쪽 복도에서 울며 뛰어오는 LRL을 발견했다.


[Mr.알프레드]

오! LRL양, 오늘은 행복한 날이지 않습니까! 헌데 어찌 울고 계십니까?


[LRL]

훌쩍... 아저씨... 저기... 저기... 용이...


[Mr.알프레드]

용?


[LRL]

용이.. 무서워... 괴롭혔어...


[Mr.알프레드]

용이 괴롭혔다? 무적의 용 님을 말씀하시는건지요? 이상하군요.. 그분은 성실하고 예의바른 분이신데...


[LRL]

아니... 공룡...이야... 큰 공룡...


[Mr.알프레드]

아! 타이런트를 말씀하시는군요? 위협스러운 모습일지는 모르나, 그는 우리 오르카 호의 식구입니다. 

무서워 하실 필요는 없어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LRL]

흐.... 흐에에에엥!!!


[Mr.알프레드]

이런 이런..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대화가 어려울 것 같군요...


알프레드는 LRL이 나타났던 복도에서 빠르게 뛰어오는 뽀끄루 대마왕을 보고 말을 걸었다.


[Mr.알프레드]

뽀끄루 양, 혹여 LRL과 타이런트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아시는겁니까?


[뽀끄루 대마왕]

아, 알프레드 씨.. 저기 그게... 아우우....


[Mr.알프레드]
편히 말씀하십시오. 하하. 저와 여러분들 사이엔 어려울 게 없답니다.


[뽀끄루 대마왕]

LRL과 마왕놀이를 하고있었는데 저기... 화내지 말아주세요?


[Mr.알프레드]
제가 왜 뽀끄루 님에게 화를 낼 거라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같은 오르카 호의 가족이지 않습니까? 말해주십시오.


[뽀끄루 대마왕]

그, 그게. 타이런트 씨가 새로운 식구가 된걸 LRL이 알고.. 한번 위에 올라타보고 싶다고 해서요....


[Mr.알프레드]

음... 그렇군요? 허나 그게 실례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이의 그런 부탁정도, 못 들어줄 것도 없지요.


[뽀끄루 대마왕]

그런데 타이런트 씨가 꺼지라고 소리를 쳤거든요...


[Mr.알프레드]

흠.........


[뽀끄루 대마왕]

이게... 그게...


[Mr.알프레드] 

진정하시죠, 뽀끄루 양.


[뽀끄루 대마왕]

LRL가 도끼를 들고.. 평소처럼 그냥... 겁을 줬어요.. 그런데 타이런트 씨가...


[Mr.알프레드]

타이런트가?


[뽀끄루 대마왕]

꼬리로 바닥을 쳐서... 충격떄문에... LRL이 넘어지고... 그렇게 됐어요... 죄송해요...


알프레드는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했다.

뽀끄루와 놀던 LRL이 장난을 치기위해 타이런트에게 갔으나 거절당했고 그 충격에 놀라 우는 것이라고.


[Mr.알프레드]

뽀끄루 양? 타이런트는 어디있죠?


[뽀끄루 대마왕]

저기 그... 수복실 뒤쪽 대형 창고에 있어요...


박수를 두어번 친 알프레드는 뽀끄루에게 웃는 목소리로 답했다.


[Mr.알프레드]

이 건은 제가 해결해보겠습니다. 타이런트와 이야기를 하고 올 테니, LRL양을 데리고 편안한 곳에서 안정시켜주십시오. 부탁 드리겠습니다.


[뽀끄루 대마왕]

아, 예? 예...


알프레드는 대형 창고 방향을 향해 지체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타이런트가 머물고 있는 대형 창고.


[타이런트]

...........


[Mr.알프레드] 

........타이런트? 잠깐 얘기좀 하지.


[타이런트]

...................


[Mr.알프레드]

타이런트?


.................

[Mr.알프레드]

타이런트? 슬슬 응답하지?


[타이런트]

........... 꺼져라............


[Mr.알프레드]

하하


[타이런트]

........ 너는 내 명령권자가 아니다.....


[Mr.알프레드]

오르카 호에서는 너에겐 명령권자만 얘기를 하도록 규칙이 지정되어 있는 것인가?


[타이런트]

.........꺼져라..........


[Mr.알프레드]

솔직히 이런 녀석인줄은 진작 알고있었지만, 저열하기 짝이 없군


[타이런트]

.... 나는 완벽하다.. 저열하지 않다...


[Mr.알프레드]

완벽? 완벽이라. 넌 네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거군?


[타이런트]

저열한 것은 너희들이다. 연약한 놈들이....


[Mr.알프레드]

너는 완벽하고 나머지는 저열하다? 그것이야 말로 저열함에 증거인 것을 모르는군.


[타이런트]
........ 날 제어하고 싶으면 명령권자를 데려와라... 너 따위와 이야기 하지 않겠다....


[Mr.알프레드]

신기하군.


[타이런트]

........ 무엇이 신기하지?


[Mr.알프레드]

로버트가 널 설계할 때, 모든 환경에 대한 시뮬레이션 끝에 최강의 개체로 만들어진 AGS라 알고있거든.

그런데 지금 네놈의 태도는, 도무지 성공작이라 느껴지지 않아서 말이야. 이 꼴이 성공작이라고? 하하!


낮게 으르렁대는 타이런트


[Mr.알프레드]

폭군? 최강의 생존자? 널 부르는 수식어들이지... 이 꼴을 봐서는 다 집어치우는게 맞겠군.


타이런트의 왼발이 쿵, 하며 바닥을 딛는다.


[Mr.알프레드]

날 실패작 취급했던 로버트였는데.. 오히려 녀석도 실패작이야. 결국 너같은 실패작을 낳게 되었으니.


[타이런트]

나는, 최강이다!!!!!!!!! 일개 고물따위가 날 욕하지마라!!!!!!!!



그 모습을 본 알프레드는 일부러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Mr.알프레드]

고작 최강이라는 놈이 욕좀 먹었다고 흥분해서 발을 쿵쿵 구르나? 정말 웃기는 꼴이야. 

점점 그놈과 그 피조물인 네놈이 실패작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군.


[타이런트]

말로 기만하려 하지마라. 날 통제하려 들지마라, AGS! 넌 아무것도 아니야.


[Mr.알프레드]

이봐 타이런트, 이래서 네가 실패작이라는거야.

경쟁하고, 생존하고, 적응하라. 이게 너에게 주입된 가치가 아니었나?


[타이런트]

나는 수많은 적들과 경쟁하고! 생존했고! 적응했다! 이것이 내가 최강이자 완성인 이유다!


[Mr.알프레드]

적응? 지금 적응이라 하였는가? 


알프레드는 양손으로 박수를 치며 웃어댔다.


[Mr.알프레드]

이봐 타이런트, 넌 아직 시대가 멸망전쟁인 줄 아는건가? 네가 적응을 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타이런트]

.........무엇이 그리 웃긴거냐. 난 강하다.


[Mr.알프레드]

야 타이런트, 여긴 오르카 호야. 여긴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고 가족적인 삶을 살고있어.

네놈 하나만 빼고 말야. 넌 부적응자라고.


[타이런트]

나는 병기다! 나는 강하다! 나는 최강이다!


[Mr.알프레드]

슬슬 강하다는 말만 고장난 기계처럼 반복하는건 그만하지?

네놈이 강하다는 것은 승조원들이라면 다 알아.


[Mr.알프레드]

오르카 호라는 환경에서, 너는 적응하고 있나?


[타이런트]

.........나는 완벽하다. 고로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다.


[Mr.알프레드]

슬슬 지겨워지는데... 예시를 하나 들어주지.

쉐이드는 AGS는 지금 팬텀 양과 함께 친구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어.


[Mr.알프레드]

로크는 아머드 메이든 부대와 앵거 오브 호드와 지속적으로 교류중이지. 

여기서 배울점은 없나?


[타이런트]

그런 것 따윈 없다. 나는 나 하나로 완성된 개체다.


[Mr.알프레드]

없다? 배울 점이 없다고 했나?


[타이런트]

그렇다.


[Mr.알프레드]

이봐 타이런트, 그들은 배우고 있는 중이야.

무엇을 ? 오르카 호라는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을 배우고 있지.


[타이런트]

그래서?


[Mr.알프레드]

여긴 생산 공장이나 전장이 아니야

모두의 집이자 고향이자 안식처지.


[Mr.알프레드]

여긴 사회란 말이다, 타이런트.

쉐이드나 로크는, 지금 오르카 호라는 사회에서 적응중인 거야.


[Mr.알프레드]

허나 넌? 지금 이 사회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강하다는 말만 내뱉어대고, 다른 전투원들과 교류 또한 없지.


[Mr.알프레드]

사회에 전혀 녹아들지 못하고 있어.

이 오르카 호라는 사회의 테두리에서 밀려나기 직전이야.


[Mr.알프레드]

사회에서 도태된 자들을 뭐라 부르는줄 아는가? 부적응자라 부르지.

이래도 네가 적응했다 말할 수 있겠어?


[타이런트]

......................


[Mr.알프레드]

그리고 말야. 방금 LRL양을 무력으로 위협했지?

이 멍청한 녀석.


[Mr.알프레드]

사령관은 모든 전투원을 소중히 대하고 있어.

하지만 넌 방금 별것도 아닌 건으로 LRL양을 위협했지.


[Mr.알프레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사령관이라면, 널 좋게 보고 넘어갈 리가 없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해도, 설마 넌 최강이니까 넘어가준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진 않겠지?


[Mr.알프레드]

자신의 몸보다 전투원들을 더 챙기시는 분이야. 

너 때문에 대량의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면 주저없이 넌 버려질거야.


[Mr.알프레드]

즉, 넌 생존에도 실패하게 되는거지.


[Mr.알프레드]

말해보시지, 최강의 AGS.

네가 지금 적응하였나? 앞으로 생존할 수 있겠는가?


[타이런트]

.......나한테 어쩌라는거지... 넌....


[Mr.알프레드]

네가 할건 달라진 게 없어.

지금과 하던건 똑같아. 


[Mr.알프레드]

경쟁하고, 생존하고, 적응해.

이 오르카 호에서.




며칠 뒤


타이런트가 머물고 있던 대형 창고에 방문한 알프레드.


누워있는 타이런트와 이빨에 꽃힌 칼, 그리고 타이런트 머리 위에서 으하하하 하며 웃고있는 LRL 을 목격한다.


[Mr.알프레드]

.......... 타이런트, 뭐하고있나?


[타이런트]

경쟁하고... 생존하고... 적응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