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 사랑니


  모든 건 별거 아닌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별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배경지식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사령관의 곁에는 경호원이 존재한다. 경호업무는 대개 컴패니언 패밀리의 일원이 담당하며, 그 중에서도 페로와 리리스, 하치코가 주로 맡았다.


  그중, 하치코는 민트초코 미트파이라는 괴식을 사랑하다 못해 중독된 것처럼 선호했는데 한날은 음식을 먹던 중 눈물까지 흘리는 것이었다.


  단순히 맛있어서 나오는 반응과는 조금 달랐다. 의아하게 여긴 사령관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하치코는 엉엉 울며 “턱이 너무 아파요, 주인님.”하고는 계속해서 미트파이를 먹는 것이었다.


  철충과의 전투 탓이라 보기에는 휴지기가 상당했으나, 후유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닥터를 찾아 진료를 받자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왔다.


  “사랑니 때문인 것 같은데, 오빠?”

  “사랑니요?”


  곁에서 듣고 있던 하치코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뭐예요?”


  “제3대구치로 어금니의 일종인데,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퇴화한 기관 중 하나야. 그렇구나. 바이오로이드도 사랑니가 날 수 있었어!”


  새로운 발견에 기쁜 닥터와 달리 하치코는 턱만 감싸 쥐었다. 염증 탓에 턱이 퉁퉁 부어올라 흡사 잘 만든 찐빵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곤란한 상황인 걸 인지한 사령관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 충치처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

  “충치? 레진으로 때우는 그거?”


  듣던 닥터가 꺄르륵 웃으며 손사래 쳤다.


  “무리지. 안 될걸? 가뜩이나 하치코 언니는 매복사랑니라 좀 복잡해.”

  “뽑는 거로도 안 돼?”

  “지금 둘이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하치코와는 달리 사령관과 닥터는 심각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정도면~ 1주일. 게다가 사랑니가 4개 다 나서 한쪽에 2개씩 뽑아야 해. 2개 뽑고, 나머지 2개 뽑는 식으로.”

  “식사는 어떻게 해?”

  “죽도 힘들걸? 미음 정도는 가능하겠다. 주스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돼.”

  “언제 뽑을 수 있어?”

  “주인님?”


  하치코가 불안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올려다 봐왔다.


  “기구를 처음부터 만들고 X-ray랑 CT까지 찍어야 하니까 3시간 정도? 금방 만들 수 있어. 대신에 석션해 줄 보조가 필요한데 다프네 언니 지금 바빠?”

  “닥터?”


  하치코가 설계 중인 닥터를 쳐다봤다.


  “물어볼게. 리제한테도 물어봐 줄까?”

  “그럼 고맙지. 부탁해, 오빠. 3시간 뒤에 오면 돼. 소염제도 꼭 먹고.”

  “그래, 고마워. 가자, 하치코. 3시간 뒤에 다시 오면 된대.”

  “3시간 뒤에 뭘 하는데요?”

  “맛있는 돈가스 먹자.”


  돈가스라는 말에 하치코가 방긋 웃었다.


  “와, 돈가스! 하치코는 미트파이도 좋지만 돈가스도 너무 좋아요!”


 /


  수술대에 누워 절망에 빠진 하치코의 배신감 어린 표정을 보며 사령관은 생각했다.


  하치코만 그런 게 아니라 오르카 호의 대원들을 전부 검사해봐야 하지 않을까?


  “자, 하치코 언니. 조금 따끔할 거야. 마취하는 거니까 참아야 해. 아프면 왼손 들어. 알겠지?”

  “아파! 아파요, 닥터! 다프네 언니! 다프네 언니!”

  “네~ 금방 끝나요.”


  기운차게 들어 올린 하치코의 왼손을 다프네가 살며시 내리는 모습을 보며 사령관은 다짐했다. 이 기회에 오르카 호의 대원들의 치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자고.


  실행력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던 사령관이 각 부대의 지휘관들을 통해 공고문을 내렸다. 모든 장병들은 정해진 순서를 따라 치아 점검을 받아야 하며 시술을 받되 치료 기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근무에서 제외될 수 있게 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부대는 컴패니언 패밀리와 몽구스 팀이었다.


  몽구스 팀의 리더를 맡은 홍련은 자신의 부대원인 핀토와 스틸 드라코, 미호, 불가사리를 대동하여 치과에 집어넣곤 바깥 대기실에서 사령관과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렇네요. 생각해 보니 바이오로이드들도 사랑니가 났었죠.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사령관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몽구스 팀 애들한텐 뭐라고 말했어?”


  사령관이 이렇게 물어본 이유는 간단했다.


  수술이 끝나고 사랑관에게 매달려 “주인님이 날 속였어!”하고 대성통곡하는 하치코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긴커녕 비장한 표정으로 임시진료실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음을 받은 홍련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답했다.


  “비밀작전이 있다고 했어요.”

  “도망쳐 나오면?”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말하기가 무섭게 안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이거 마취제 아니고 식염수인데 잘못 놨어.”

  “스틸 드라코 씨! 진정하세요!”

  “아아악! 뭐해, 지금 나한테 뭘 하는 거야!”

  “안 되겠어, 다프네 언니. 주사기로 전신마취.”

  “아, 네, 네. 어라? 정맥이 어디였죠?”

  “하지 마! 그만해! 그-웩.”

  “다행이야. 다시 시작하자.”

  “그래도 곧게 나서 다행이네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홍련의 쇠뇌에서 쏘아진 얼음화살이 진료실 문을 때렸다. 그러자 화살촉에 들어있던 급속 냉각제가 철문을 얼렸고, 손잡이가 아무리 돌아가봤자 얼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홍련의 패널과 이어폰으로 갖가지 소음이 발생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통신부품들을 벗어 옆자리에 가지런히 올려놨다. 일련의 과정을 전부 지켜본 사령관과 눈이 마주친 홍련은 인자한 미소를 그려냈다.


  “커피나 계속 마실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