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이었어. 사령관은 평소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 한참을 쉬다보니 사령관은 문득 심심해졌어. 

같이 놀아줄 누군가를 찾고싶었지만 다들 자고있을 시간이라 어쩔 수 없었지. 책상에 앉아 한참을 펜대를 굴리다 사령관은 재밌는 생각을 해냈어. 생각해보니 자기는 밤의 오르카호를 한번도 본적 없는거야. 한번 탐험놀이를 생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는 책상서랍에서 작은 손전등 하나꺼냈고, 조용히 문을 열고 그만의 조그만 탐험을 시작했지. (뭐? 그동안 부관은 뭐했냐고? 오늘 부관이었던 레아는 사령관에게 달려드는 동생을 저지하느라 녹초가 되서 그만 잠들어버렸어.) 밤의 오르카호는 최소한의 전등만 켜놔서 매우 어두웠어. 심해에 머물고 있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바닷소리와 오르카호를 스쳐지나가는 심해 생물들을 보며 사령관은 흥미진진해 있었지.


슬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저 멀리에서 흐릿한 형체 하나가 빠른속도로 움직이는걸 봤어. 사령관은 그자리에 얼어붙었지. 콘스탄챠가 언젠가 '오르카호는 넓어서 저희가 사용하지 않는 공간도 있답니다. 그곳엔 뭐가 있는지 저희도 모르니 조심해주세요, 주인님.'이라 말한걸 기억해낸 그는 갑자기 모든게 무서워 보이기 시작했어. 와들와들 사시나무떨듯이 떨고있는 사령관은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을 하고 집무실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한발한발 조용히 발을 내딛었지. 그때였어. 아까 언뜻봤던 그 형체가 서서히 사령관에게 접근해오고 있었지. 놀란 사령관은 그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뒤로 뒤로 물러나다 막다른 곳에 도달했어. 그는 잔뜩 겁을 먹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눈을 질끈 감았어. 푹신. 뭔가 생각했던것과 많이 다른 감촉에 그는 살짝 눈을 떠봤어. 그랬더니 눈앞엔 알비스를 많이닮은 흰색의 무언가가 자기 앞에 웅크리고 있었지. 이건 무슨동물일까? 사령관은 그간의 두려움은 어디간채 그 동물을 안아 올려서 자세히 봤어. 어딘가 모르게 귀엽고 엉뚱한 그 동물에게 정신이 팔려있을때, 사령관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타이거! 어디갔니?' 사령관은 세띠가 찾고있다는걸알고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지. 어느정도 가보니 한 방에 불이 켜져있었고, 방문 앞에선 등껍질을 벗고 타이거를 애타게 찾고있는 세띠가 있었지. 


사령관은 세띠에게 타이거를 건네줬어. 세띠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령관에게 감사를 표했지.  '그런데 사령관은 어쩐일로 바깥에 나오셨나요?' 세띠가 물었어. 사령관은 그간의 이야기를 해줬지. 배려심 많은 세띠는 레아가 걱정할거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타이거를 찾아준 사령관에게 보답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녀는 잠시 그를 방안으로 들였지.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사령관은 어쩔줄 몰랐어. 방에는 얇은 란제리 한장만 걸치고 게임을 하는 엠프리스와 냉동수면중인 펭귄 두마리가 있었어. 엠프리스는 사령관을 보고 얼굴이 빨개졌어. 오드리한테서 적지않은 참치를 주고산 그 란제리는 매우 얇은 재질로 만들어서 안이 거의 비치다싶은 수준이었거든. 세띠도 자신이 속옷바람으로 사령관을 맞이했다는걸 알곤 얼굴이 붉어졌어. 그리고 셋 사이에 갑자기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어. 엠프리스가 조용히 사령관에게 말했어. '사령관, 펭귄은 알을 낳는거 알지?..그런데, 그 알 어디서 나오는지...궁금하지 않아...? ' 세띠도 지지않고 옆에서 거들었어. '사령관님, 오르카호 탐험도 좋지만...생태계 탐험도 해보시지 않으실래요...?' 그렇게 사령관은 두사람의손에 이끌려 홀린듯이 침대로 향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