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은 뜻하지 않은 휴가를 얻었어. 집무실에 갑자기 마리가 불쑥 찾아와 기분좋은 얼굴로 '각하, 이건 각하에겐 아직 좀 어려운 집무니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각하는 아무쪼록 쉬시길.'이라 말하면서 한 사흘 정도 놀아도 된다했거든.(사령관이 나간 뒤에 사령관의 팬티가 몇장 없어지고 사령관의 침실이랑 집무실에 카메라가 열댓개 달린건 비밀이야.) 최근 별의 아이, 레모네이드의 견제에 불어난 업무량에 시달리던 사령관은 간만의 휴가인데 뭐하면서 놀까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지. '뭘할까? 페어리의 정원에 놀러가볼까? 과일 수확이 한창이라던데. 아니면 하치코랑 펜리르를 데리고 산책하러갈까? 바깥에 나간지도 오래됐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사령관은 그만 앞사람과 부딫쳐버렸어.  


푹신. 


예고없이 얼굴부분에서 느껴지는 푹신함에 얼굴을 올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사령관은 당황해서 주변을 더듬기 시작했는데 사령관의 머리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저기, 당신. 대낮부터 그런데 만지는건 좀 그렇지않아?' 사령관은 그제서야 자기가 만지고 있는게 누군가의 베이비푸드 디스펜서(브라우니한테서 배웠대. 레프리콘이 사령관 앞에서 쓰지말라하던데)라는걸 알고 뒤로 몇발짝 물러났어. 몇발짝 물러나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지.


 올려다보니 다크엘븐이 살짝 언짢아 보이는 얼굴로 사령관을 내려다보고 있었어. '길을 걸을땐 앞을 보고걸어야지? 또 그러면 못써.'하면서 그녀는 잠시 내려놨던 가방을 다시 들고 가던길을 가려했어. 사령관은 다크엘븐을 붙잡고 어딜가냐 물었어. 뭔가 재밌는일이 일어날것같다고 느꼈나봐. '나? 나는 오늘 휴가라 캠핑가려고 하는데 왜? 관심 있어?'라고 그녀가 말하자 사령관은 그녀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어. 전에 이그니스랑 잠깐 나간적 밖에 없던 그로서 캠핑은 멸망전의 기록으로 밖에 본적 없는 굉장히 재밌어보이는거였거든. 다크엘븐은 안겨서 떼를 쓰는 그를 살살 밀어내며 '알았어! 알겠다니깐! 데려가 줄테니까 나 좀 놔줄래? 가방 무겁단 말이야.' 라 말했어. 그제서야 자신에게서 떨어져 신이나 방방뛰는 사령관을 보며 다크엘븐은 한숨을 쉬었어. 한마디 하려다가도 아직 어린아이고 경험해본게 많지 않으니 어쩔수 없다 생각했지.  그녀는 독수리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봐둔 자리 알지? 먼저 가있어. 또 딴데로 새면 그땐...알지?' 라며 경고했지. 독수리는 띠껍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다 그녀의 겉옷 사이로 보이는 샷건 손잡이를 보고 눈물을 삼키며 짐을 들고 날아갔지. 둘은 상륙정 쪽으로 걸어가고있었는데, 갑자기 다크엘븐이 그를 멈춰세웠어. '그, 오늘 가는 캠핑은 혼자 가는게 아니라서 말이야. 같이갈 사람 불러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말하고 그녀는 숙소 쪽으로 향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럼버제인을 데려왔어. '안녕, 사령관. 오늘 우리랑 같이 간다며? 오늘은 잘 부탁할게.' 사령관을 한번 꼭 안아준 뒤 그녀는 다크엘븐에게 이것저것 물은뒤 사령관의 손을 잡고 상륙정 쪽으로 향했어. 손을 잡고 있는 둘을 물끄러미 보다 다크엘븐도 슬며시 반대쪽 손을 잡았지. 럼버제인이 '뭐야, 둘이 그런사이였어? 난 그런줄도 모르고.' 라고 농담을 하자, 다크엘븐은 화들짝 놀라 '아,아니야! 그..혹시라도 넘어지면 안되잖아!'라고 말했어. 하지만 붉게 물든 얼굴은 거짓말을 하질 않았어. 셋은 티격태격 하며 상륙정을 탔어. 



헤으응 나도 구릿빛 눈나들이랑 캠핑갈래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