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토모는 여전히 불안했다. 그녀의 본능 때문이었을까. 극도로 치닫고 있는 정계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시위대의 고성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토모의 과잉반응일지도 몰랐다. 전부 그녀의 착각일지도. 어쩌면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경호원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큰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츠시타는 그렇게 말했다. 여기는 일본이라고. 미국이나 멕시코처럼 일상적으로 총기사건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고. 과연 그럴까. 마츠시타는 그사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잊은 것일까. 더 이상 이 일본은 예전의 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은 경험했지만 동시에 잊고 있었다.

해자대도, 시위대도 모두 같았다. 그들은 모두 예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제는 허상밖에 남지 않은 기억속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대단했던 것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모두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결국은 어느 순간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만 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었다.

“해상막료장입니다.”

방위성 청사 밖으로 제복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났다. 해상막료장 마츠오카 에이지로였다. 단상으로 당차게 걸어나온 그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여러분. 이 나라는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해상막료장의 말에 시위대는 야유를 보냈다. 그도 그럴만도 했다. 지금 생겨나는 문제의 대부분은 해상자위대의 총 파업에서 온 것이니. 마츠시타가 들어도 그건 해상막료장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미래라고 말합니다. 그 미래가 무엇입니까. 우리의 설자리를 바이오로이드에게 빼앗기는 것이 미래입니다. 우리가 지키는 것은 이 국토만이 아닙니다. 이 나라를 구성하는 것은 국민입니다.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여전히 시위대는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시위대는 듣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해는 동쪽에서 뜬다고 해도 믿지 않겠지.

“만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한다면 자위대는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겁니까. 국민의 생존권입니까, 국가의 존속입니까. 저는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 해상자위대는 바이오로이드의 권리를 빼앗고 국민의 일자리마저 빼앗아 로봇같이 만든 바이오로이드를 그 자리에 앉히려는 불순세력들을 막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덴세츠 사이언스. 마츠시타는 해상막료장이 말은 하지 않아도 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싸움과 전쟁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사고든 의도된 일이든 말이죠. 해상자위대를 이끄는 수장으로 그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고에 대해서는 국민여러분께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국민 여러분의 생존권입니다. 우리를 지키기겠다고 그것을 모른척하고 넘어갈 자위대원은 없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그 여러분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의 말에 분노를 토해내며 그를 욕하고 있었다. 거리만 조금 더 가까웠다면 쓰레기들이 날아왔을지도 모른다. 앞열의 사람들은 손에 무언가를 든 채로 그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퇴하라!”

“해상막료장 죽어라!”

마츠시타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뉴스에서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해상막료장의 선택은 좋지 못했다. 이런 기자회견은 조금 더 통제된 상황에서 했어야 했다. 그는 정말로 시위대가 그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그의 말에 감명받아 설득당할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뭐가 되었건 그의 큰 실수였다. 그러나 해상막료장은 사람들의 반응은 보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국민 여러분, 그들은 말합니다. 이 일본에 앞으로 창창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요. 맞습니다. 이 나라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할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20년을 끝내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 일본에 여러분의 자리가 있을까요? 기술의 발전은 세상의 발전을 이끌어냈지만 도태되는 사람에 대한 구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보고 살펴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몫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정부가 나서서 이 나라를 바꿔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반 시민은 누가 챙겨줍니까. 지금 실업률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을 일자리에서 쫓아낸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위대의 목소리가 작아져갔다. 어쩌면 그의 연설에 설득이라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소리를 지르는 것에 지쳐서 잠시 쉬는 것일 수도 있었다. 뭐가 되었건 시위대의 목소리가 작아지며 해상막료장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었다.

“함선에서 사고가 나면 대미지 컨트롤이라는 것을 합니다. 침수되는 구역과 피해를 입은 곳이 번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험요소의 배출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정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분노하기 마련입니다. 그 분노를 표출할 곳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입니다. 여러분이 해상자위대에 분노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우리에게로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여러분의 분노는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

덴세츠 사이언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일본 굴지의 바이오로이드 제조사. 그는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할 필요가 없던 것일지도.

“지금 우리는 끝없는 싸움의 시작에 있습니다. 자위대 항공기 추돌사건, 하마마츠 신야 이등해조 암살 미수 사건, 해상보안청 순시함 침몰 사건 등 제 결정으로 인해 유발된 수많은 사태에 대한 제 책임을 통감합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 이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를 막기 위해 벌어진 술수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사태는!....”

탕.

총소리가 울렸다. 시위대 소리와 해상막료장의 목소리에 묻혔지만 확실한 총소리였다. 총소리가 울리자 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막료장이 맞았다!”

단상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단상에서 해상 막료장은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방위청 청사에서 경비업무를 맡던 대원들은 달려와 그를 둘러싸고 총을 허공에 겨누었다.

“저격수다! 빨리 찾아!”

일부 자위대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마츠시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토모,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마츠시타는 토모가 알아챘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붙잡았지만 토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라. 말했잖아. 여기는 경호업무의 최악의 장소야. 어디서 쏠 지 알 수도 없고 사람도 너무 많아. 저 건물들일수도 있고 시위대에 숨어있을 수도 있어.”

“막료장은? 죽은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어떻게… 총은 어깨에 맞은 거 같아. 그정도면 살 수 있을 거야. 자위대원이잖아. 이런 일에는 익숙할 거야.”

토모는 근거없는 확신을 하며 말했다.

“마츠시타, 여기서는 일단 나가야해. 사건현장에 있어서 좋을 일은 없어. 영화 봤잖아.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난 다음에는 더 귀찮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진다고. 시위대들이 도망갈 때 섞여서 빨리 빠져나가자고.”

토모는 마츠시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일어섰다. 마츠시타는 반쯤 토모에게 끌려갔다. 마츠시타는 아수라장이 된 주변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토모의 말을 들었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 그녀였다.


“씨발 뭐야!”

캐슬은 몸을 낮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요크셔, 크로아상, 바이킹. 너희들은 아니지?”

-우리가 미쳤다고 총을 쏘겠어? 빌어먹을 시라이온 놈들 아냐? 우리가 당한 거야.

-저격수는? 어디 보이는 거 있어?

“그렇게 말한다고 뭐 알겠어? 봤을 거면 진작에 봤을 거야. 그 시라이온 놈들 조져야겠어.”

“맥.”

캐슬은 총을 뽑으려던 맥켄지의 손목을 붙잡았다.

“지금 그쪽이 문제가 아니잖아.”

캐슬은 고개를 돌려 기자회견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토모가 있었다. 시라이온과 토모.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곳에서 맥켄지가 벌일 일을 시라이온에게 뒤집어쓰게 할 수도 있었다.

시위대는 어수선하게 여기저기로 달려가며 도망치고 있었다. 아무도 외국인인 맥켄지와 캐슬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이 들고 있는 권총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둘은 몸을 낮추고 토모가 있는 기자회견장으로 다가갔다. 적당한 거리로 다가간다면 바로 권총으로도 저격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狙撃手を探せ!“

맥켄지와 캐슬이 어느정도 다가갔을 무렵이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자위대원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당연히 그들을 노리고 왔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저격수를 찾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을 것이니까. 둘은 자연스럽게 총을 품안에 숨겼다.

자위대원들은 둘의 옆을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자위대원 한명은 그들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했지만 그들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見つけた!そこだ!撃て!”

자위대원이 외치자 그들의 뒤에서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하마터면 맥켄지는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 쏠 뻔했다. 평생을 단련해온 습관이 이렇게 방해되기는 처음이었다.

자위대원들은 어느 건물을 향해 사격하고 있었다. 저격수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신경이 곤두선 자위대원들이 불쌍한 억울한 사람에게 쏘는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은 잠시도 아까웠다. 맥켄지는 다시 고개를 돌려 토모를 보았다.

“씨발, 토모 어디간 거야.”

캐슬은 기자회견장을 바라보며 욕을 내뱉었다. 맥켄지는 그가 왜 그렇게 말한지 알고 있었다. 토모는 보이지 않았다. 벌벌떠는 기자들 몇 명만 보일 뿐이었다. 그 잠깐 사이에 도망이라도 간 것이 틀림없었다.

“토모를 지금 보고 있는 다른 놈들 없어?”

무전에서 그 말을 긍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이킹을 구출하고 지금 전력으로 도망가는 중이야.

-맥, 캐슬, 너희도 그 지역에서 나와. 만일 시라이온이 그런 짓이라 치고 시라이온놈들이 자위대에게 잡힌다면 우리도 좋을 게 없어. 토모의 일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씨발, 다음? 우린 여기서 토모에 대해 알아낸게 단 하나도 없어. 내가 캐슬을 말리지 않았다면 일을 다 끝내고 돌아갈 비행기 예약하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저 자위대원들과 교전을 했겠지. 해상막료장 암살범으로 TV도 타고 말야. 앞으로 일자리는 못얻겠지. 그걸 원한다면 실컷 후회해. 지금은 작전상 퇴각이 제일 최선이야. 전 대원 미행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안전가옥으로 귀환하도록. 이상 리오였다.

“씨발!”

맥켄지는 토모가 있던 장소를 노려보았다. 이제는 토모는 어디에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간 찾아낼 거야. 그렇게 다짐하며 맥켄지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멀리에서 계속해서 총소리가 울렸지만 맥켄지와는 관련없는 일이었다.